충주에서 명상센터 ‘깊은 산속 옹달샘’ 운영하는 아침편지문화재단 고도원 이사장

멈출 줄 아는 사람이 더 큰 성공을 이룹니다

많은 사람들이 ‘멈추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끊기는 것 같고, 뒤처지는 것 같고, 늦어지는 것 같습니다. 사실은 정반대인데도 그렇게 생각하고 살아갑니다. 자동차도 기름이 모두 떨어지기 전에, 고장이 나기 전에 멈춰서야 합니다. 멈추지 않고 마냥 달리기만 하면 강제로 서버리게 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조금이라도 힘이 남아 있을 때 멈추어야 더 큰 힘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고도원, 《잠깐 멈춤》 중에서
한 남자가 있다. 목사 아버지 밑에서 회초리 맞아가며 강제로 ‘밑줄 긋기 독서’를 하며 자란 소년은 연세대 신학과를 거쳐 동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공부했다. 공명심이 강했던 남자는 기자가 됐다. 중앙일보 사회부를 거쳐 정치부에서 기자생활을 오래했다. 박학다식한데다 대인관계에 능통하고 사람 속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이 남달랐던 남자는 청와대로 가 대통령 연설담당 1급 비서관이 되어 김대중 대통령 연설문을 5년간 담당했다. 힘과 권력이 생겼지만 그는 행복하지 않았다. 마음은 공허하고 몸 여기저기는 굳어갔다. 마음의 쉼터가 필요했다. 남자는 자신의 가장 큰 자산 중 하나인 독서노트를 바탕으로 자신의 이름을 단 편지를 매일 아침 지인들에게 보낸다. 인생에서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성찰하게 하는 쉽고 짧은 편지. 편지는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갔고, 10년이 지난 지금 수신인이 218만 명에 달한다.

그는 또 다른 꿈이 생겼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는 명상마을을 만드는 것. 남자는 숲속에 오두막 명상센터를 하나 둘 늘려갔고, 아침편지 회원들의 후원으로 명상센터는 점점 자라고 있다. 남자의 꿈은 지금도 자라고 있다. 그 꿈의 종착역은 누구도 모른다. 한 남자가 시작했지만, 꿈을 키우고 실현시키는 것은 218만 명의 회원들이고, 그 회원은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쓰는 아침편지문화재단 고도원 이사장 이야기다. 그는 지난해 10월 충북 충주에 명상센터 ‘깊은 산속 옹달샘’을 개원했다. 하늘로 쭉쭉 뻗은 낙엽송 군락이 빽빽한 산속에 자리한 ‘깊은 산속 옹달샘’은 전날 내린 폭설 때문에 더욱 이질적으로 보였다. 인적 없는 숲 속 마을에는 한낮에도 투명한 정적이 흘렀고, 곳곳에는 좁은 보폭의 사람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명상센터 마을에는 옹달샘 카페, 만남의 집, 나눔의 집, 명상의 집 등이 띄엄띄엄 있고, 뒤편에는 ‘김정국의 동그라미집’ ‘최재홍의 네 잎 클로버집’ ‘허순영의 하얀 하늘집’ 등 후원자의 이름을 딴 독채들이 있다. 건물들은 통일성이 없는 듯하면서도 서로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내부 곳곳에 있는 책장, 옷장, 식탁, 탁자 등은 모두 나무 느낌을 살려 자체 제작했다. 명상센터 건축을 담당한 건축 디자이너 최호근 씨는 이곳의 콘셉트를 “인테리어 없는 인테리어”라고 했다. 고도원 이사장은 언덕 위 ‘고도원의 춘하추동’에서 산다. 이곳에서 고 이사장을 만났다. 그는 최근 이곳에서 머물며 떠오른 단상을 담은 책 《잠깐 멈춤》을 펴냈다. 집필실 벽면은 책으로 빼곡했다. 책마다 색 띠지가 붙어 있고, 펼치면 어김없이 밑줄이 그어 있다.

“책을 몇 권이나 읽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세어본 적은 없어요. 하루 세끼 밥을 먹으면서 지금까지 먹은 끼니를 계산하지 않듯 저에게 독서는 삶이고 운명이에요. 책 좋아하는 아버지를 만나서 책을 많이 읽었고, 여기까지 왔죠. 많이 읽는 날은 하루 열 권도 읽는데, 책마다 속도가 달라요. 최근 작고하신 박완서 선생님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같은 책은 이틀 사흘 쫄깃쫄깃 곱씹으면서 읽죠. 요즘은 구보타 시게코의 《나의 사랑 백남준》을 읽고 있어요.”

기자와 정치인, 명상센터 이사장. 고 이사장이 걸어온 세 가지 영역의 길은 서로 달라 보이지만 ‘공명심’이라는 면에서는 통한다. 하지만 공명심의 종류는 다르다고 그는 말한다.

“정치인은 성공하면 힘과 권력이 생겨요. 그리고 힘과 권력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모이죠. 하지만 지금은 같은 공명심이지만 주변 사람들이 달라요. 겉은 멀쩡한데 속은 다친 사람들,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속으로 눈물 많은 사람들, 맑음과 고요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모여요. 고요를 지향하다 보면 그 주변도 고요해지죠. 예전에는 펄펄 끓게 하던 일들이 지금은 제 마음을 미동도 시키지 않는 일들이 있어요.”





‘고도원의 아침편지’ 218만 명 회원이 함께 만든 장소

고 이사장은 2001년 8월 ‘희망이란’ 첫 편지로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시작했다.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이메일로 편지를 보낸다. 해외여행 등으로 불가피하게 보낼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리마인드 편지를 보낸다. 그가 아침편지를 쓰게 된 것은 그 스스로 숨통이 필요해서였다. 1급 공무원으로 재직 시절, 그는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었다. 피로와 과로가 쌓여갔고, 몸에서 신호를 보내왔다. 반신이 서서히 마비되기 시작한 것. 지금도 그는 오른손이 자유롭지 못하다. 위기감을 느낀 그는 잠깐 멈추고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주변을 돌아보기 위해 아침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좀 더 적극적인 휴식이 필요하다는 걸 절실하게 깨달은 그는 동유럽 배낭여행을 떠난다. 아침편지 수신자들에게 동행자 신청을 받았는데, 500명이 신청했고, 그중 버스 한 대 인원인 41명과 함께 한 달간 동유럽을 다녀왔다. 그리고 인생의 가치관이 바뀌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진정 의미 있는 일’의 방향성이 달라진 것.


‘고도원의 아침편지’ 발송 초기에는 오해를 많이 받았다. 1급 공무원이 자신의 이름을 내세운 편지를 보내는 것에 대해 “정치하려는 거냐?”라며 따가운 시선을 보냈고, 청와대에서 정식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편지 수신자가 많아질수록, 편지 내용이 쌓일수록 오해가 풀렸고, 나중에는 김대중 대통령에게 아침편지 회원 수를 보고할 정도로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됐다. 작고 전 그와 함께 한 점심 식사 자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고 이사장이 자랑스럽다, 대견하다. 많은 사람들이 내 밑에서 정치를 꿈꾸는데, 당신은 그럴 만한 소양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도원의 아침편지로 성공했다”고 말했다 한다.

고도원 이사장은 충주에 아무런 연고가 없다. 전국 어디서나 2~3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곳, 산 좋고 물 좋은 곳을 찾아 헤매다 낙점된 곳이 충주다. 지금의 명상센터 터를 본 순간 “딱 여기다!” 싶어서 둥지를 틀었는데, 풍수지리학자들은 이곳을 “산의 기운이 온화한 명당”이라고 평한다.


명상센터 개원 전 고도원 이사장은 세계 곳곳의 이름난 명상센터를 다니면서 벤치마킹했다. 프랑스에 있는 틱낫한 스님의 플럼 빌리지에서는 종교적인 색채를 걷어내고 ‘걷기명상’을 취했고, 인도의 오쇼라즈니쉬 명상센터에서는 상업적인 냄새를 버리고 ‘춤 명상’과 명상센터 건물 간의 동선을 배웠다. 인도 동북부에 있는 명상마을 ‘오로빌 마을’에서는 보리수 한 그루만 있던 척박한 대지가 울창한 숲을 이룬 신화적인 기운을 담아왔다. 국내의 아침고요수목원, 허브나라, 천리포 수목원 등에서도 영감을 얻었다. 고도원 이사장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과 직접 교류하면서 그들의 명상을 돕는다.

“제가 생각하는 명상의 개념은 멈춤이에요. 길을 가다가, 밥을 먹다가, 말을 하다가 잠깐 멈추고 고요해지는 것이죠. 그리고 하던 행위 하나에만 온전히 집중하는 겁니다. 마음관리를 하지 않으면 공허해집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가치의 중심이 육체에서 마음으로 이동하는 중간 지점에 있어요. 점점 마음건강의 중요성이 커지고, 마음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겁니다.”


그는 ‘꿈 너머 꿈’에 대해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면 의사가 되어서 불쌍한 사람의 병을 고쳐주겠다는 것은 ‘꿈 너머 꿈’이다. 그리고 그 꿈 너머 꿈이 위대할수록 꿈을 이룰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진다고 한다.

“인생 디자인을 시작하는 시기의 청년들에겐 꿈 너머 꿈이 필요해요. 꿈을 이루기까지는 자기중심적이어야 하죠. 그 이후에는 무엇을 할 건가요? 백만장자가 되어 나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건 시시하잖아요. 저희 프로그램에 오신 한 CEO가 본인의 꿈이 세계 최고의 기업인이 되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제가 그랬어요. ‘세계 최고의 기부자를 꿈꾸십시오. 그러면 세계 최고의 매출을 일으키는 기업은 저절로 되겠지요?’라고요. 꿈 너머 꿈이 멋있으면 도와주는 사람이 생깁니다. 제가 여기까지 온 것도 꿈 너머 꿈 덕분이에요. 꿈 너머 꿈이 멋있고 공적이고 이타적이면 주변에 좋은 사람이 생겨요. 고상하고 힘있는 사람이 꼭 생깁니다.”

사진 : 김선아

▣ 깊은 산속 옹달샘 프로그램 안내

◎ 이곳에서는 걷기명상, 가족을 위한 하루명상, 부부학교, 명상 다이어트, 단식명상, 어머니학교, 청년학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60명까지 수용 가능한 공간도 있어서 기업 단위의 단체도 종종 찾는다. 방문 당일은 6박7일 ‘명상 다이어트’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었다. 회원들 사이에 섞여 ‘차 명상’을 체험할 수 있었는데, 10명 남짓한 회원들은 남녀노소 다양했다. 한 50대 주부는 “6일째인데, 체중이 2kg 빠졌어요. 독소가 다 빠져나갔는지 몸이 가볍고 맑아진 느낌이에요”라고 말했다.
◎ 프로그램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명상을 원하는 회원이나 어린 자녀가 있는 가족 단위 회원의 경우, 자유롭게 숲길을 거닐면서 체험할 수 있는 숙박시설이 있다. 2~6인용 총 6채의 독채가 있는데, 이들에게도 명상센터 프로그램 참가자들에게 제공되는 자연식 밥상이 제공된다. 명상센터 내에서는 일체의 음주와 흡연이 금지되며, 취사와 빨래도 할 수 없다.
◎ 옹달샘 카페는 지나는 방문객에게도 문이 활짝 열려 있다. 통유리 창가에 앉아 질 좋은 원두로 만든 커피, 보이차, 생과일주스, 쑥떡 등을 먹으며 잠시 쉬어가도 좋다.
◎ 문의 : 1644-8421 / help@godowoncenter.com
  • 2011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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