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커뮤니티 디자이너 서호성

도심에 이야기가 깃든 작은 공원 만듭니다

어느 동네나 쓸모없이 버려진 자투리 땅이 있기 마련이다. 잡초가 무성해 아무도 찾지 않거나 한 사람씩 쓸모없는 물건을 쌓아놓다 보니 쓰레기장처럼 되어버린 곳. 그런 자투리 공간을 주민들의 휴식처로 활용할 수 있도록 조그마한 공원을 만드는 이가 있다. 서울디자인재단의 ‘2010년 도시갤러리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건축가이자 도시 커뮤니티 디자이너 서호성(34·어반플롯 대표, www.urban-plot.com) 씨다.

지난해 그가 만든 불광2동의 한평공원, 일명 ‘까따기공원’은 규모는 작지만 동네의 정체성을 끄집어낸 공원으로 크고 작은 화제를 불러 모았다. ‘까따기’라는 공원 이름은 북한산 끝자락에 자리잡은 불광동에 서식하고 있는 새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한평공원사업은 ‘걷고 싶은 도시 만들기 시민연대(www.dosi.or.kr 이하 도시연대)’가 2002년부터 진행해온 프로젝트 중 하나로, 까따기공원은 33번째 진행된 것이다. ‘걷고 싶은 도시 만들기 시민연대’는 건축가, 조경전문가들의 연합인 CDC커뮤니티센터(5개 팀)와 공동으로 매년 서울 도심에 ‘작은 공원’을 만들고 있다. 종로구 원서동 빨래골 쉼터, 종로구 가회동 노틀담어린이집, 종로구 인사동 골목길, 북구 미아동 쉼터 등을 조성했다. 서호성 씨 역시 CDC커뮤니티센터 회원으로 그동안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대장동과 서울 중랑구 신내동의 한평공원을 조성했다. 3년째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그는 학창시절부터 도시디자인에 특히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도시에 멋진 건물이 하나 들어선다고 해서 도시 미관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소소한 것들이 하나하나 바뀌면서 변화가 시작된다고 믿어요. 한평공원처럼요. 사람들이 자신의 집에만 집착할게 아니라 걸어 다니고 휴식을 취하는 거리, 골목길, 광장에도 관심과 애정이 깊어졌으면 해요. 자꾸 이야기하다 보면 점차 의식이 바뀌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집은 앞으로 소유의 개념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머무는 접속의 개념으로 보게 될 겁니다. 사람들이 내 집 마련을 최고의 과제로 여기지 않는 대신, 도시의 커뮤니티 공간에 대한 논의가 커질 것이라 봅니다.”

방화11단지
1년에 서너 군데씩 조성되는 한평공원은 그 지역 주민들이 신청하거나 ‘도시 만들기 시민연대’의 선정을 통해 이뤄진다.

“1차 현장답사를 하고, 주민들을 인터뷰합니다. 공원 설계에도 주민들을 참여하게 하지요.” 보통 한 공원당 1000만~3000만원의 작은 예산을 가지고 진행하다 보니 사업성으로 볼 때는 그리 매력적인 프로젝트가 아닐 수도 있다. 지역 주민들을 인터뷰하고 의견을 수렴해 진행해야 하니 여러 가지 번거로운 일도 많다. 그럼에도 그가 이 일에 매달리는 이유가 있다.

“서울은 아파트라는 독특한 주거양식이 지배하고 있는 도시예요. 앞뒷집의 개념이 없어지면서 마을 공동체가 깨졌어요. 점점 삭막해지는 도시에 커뮤니티 의식을 던져주고 싶어요.”

불광동
그는 주민들의 공동체적 정서가 살아나는 데 초점을 맞추고 공원을 조성한다고 말한다.

“대장동과 신내동은 잡풀이 무성하던 빈 땅을 주민들의 휴식처로 조성했다면, 불광2동 은평구립도서관 가는 길목에 들어선 한평공원인 ‘까따기공원’은 마을에 관한 이야기를 재구성해 만들었습니다. 은평구 뉴타운의 재개발 열기에서 비껴나 있는 불광동은 아직 시골 같은 느낌이 살아 있고, 주민들 사이 유대도 깊습니다.”


마을을 지켜주는 까따기 전설 담은 ‘까따기공원’

까따기 이야기는 주민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 마을에서 까따기는 예부터 숲을 지키는 정령으로 알려진 새다. 사람을 만나면 고개를 갸웃거리며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모습이 마치 까딱하며 인사하는 것 같아 붙여진 이름. 이 새는 숲 속에서 사람을 만나면 마치 인사하듯 고개를 까딱거린 후 길잡이를 하는 것 같아 ‘신성한 새’로 여겨졌다. 여름철 숲에서는 까따기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단다. 겨울철이면 주민들은 까따기들이 보금자리로 쓰라고 나무 위에 볏짚을 올려놓아두는 풍습이 있었다. 이 이야기를 접목시켜 공원을 만들면서 새를 상징하는 나무 조형물을 곳곳에 세웠고, 지금은 주민들이 아끼는 장소로 자리잡고 있다.

“나무로 장승을 깎아 세우듯, 주민들이 마을을 지켜준다고 생각하는 까따기를 만들어 세워놓았지요. 공원을 조성하는 동안 동네 어르신들이 무척 좋아하셨어요. 부침개도 부쳐 오시고, 막걸리도 배달시켜 주셨지요.”

대장동
마을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의견을 조율하면서 협조를 받기란 쉽지 않은 일. 한평공원을 만들면서 그는 이런저런 시행착오도 했다 한다. 요즘은 안국역 6번출구 주변에 ‘2010년 도시갤러리프로젝트(서울디자인재단 주관)’를 진행 중인데, ‘인사동 풍물(風物)에 류(流)를 더하다’라는 주제로 ‘인사동의 기억’을 되묻고 있다.

“안국역은 외국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 중 하나입니다. 전각작가 전병례 등 예술가들이 대거 참여해 인사동의 추억, 그리고 인사동의 미래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작가들을 인터뷰하다보니 우리 세대는 모르는 인사동의 기억이 참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는 이렇게 모인 이야기들로 ‘서울’을 재구성해보고 싶은 꿈을 꾼다. 늘 새로운 도시를 상상한다는 그는 2009년, 스위스국제공모전에서 도로에 홀을 판 후 미생물과 식물이 서식하게 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서울 전체에서 도로가 차지하는 면적이 17%예요. 그런데 자동차가 이동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역할이 없잖아요? 무척 비효율적인 것 같아요. 도로에 홀을 파서 미생물과 식물이 자연스럽게 자라나도록 하면, 자연스럽게 오염을 정화시키고 자동차 바퀴에 붙은 식물의 씨앗이 다른 곳으로 옮겨지면서 도로가 푸릇푸릇해지지 않을까요?”

그의 사무실 이름은 ‘어반플롯’. 도시를 바꾸고자 하는 그의 의도가 읽히는데, “새로운 도시를 상상하는 연구소 기능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의 엉뚱하지만 시적인 상상력이 서울이란 도시를 어떻게 바꾸어놓을지 기대된다.

사진 : 김선아
촬영협조 : 카페베네 서대문역점
  • 2011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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