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부부가 산골에서 부치는 편지 (46) | 알로, 곰돌이, 호돌이

글 : 이상희 

그림 : 원재길
개집 두 채가 아래 뜰 오동나무 밑에 기역자로 자리 잡았습니다. 호돌이가 꼬리를 한껏 흔들며 뛰어오릅니다. 겅중겅중, 겅중겅중 이러는 게 얼마 만인지, 안심이 되는 한편으로 마음이 여간 짠하지 않습니다. 개들 셋이 함께 지낼 때는 상대적으로 점잖은 어미와 늠름한 형에 밀려 호돌이의 이러한 ‘명랑’은 촐랑이짓으로 폄하되곤 했지요. 겅중거리고, 핥아대고, 왈왈거리기, 그것이 개의 본연인데도 말입니다.

셋 중의 하나가 갔고, 얼마 전에 또 하나가 사라지고, 이제 하나가 남았습니다. 태어난 지 채 1년이 안 되어 어미를 잃고 형이랑 둘이 지내던 호돌이는 혼자 지내게 되면서 우울증에라도 빠진 듯, 통 바깥으로 나오려 들질 않아서 얼마나 애를 태웠는지 모릅니다. 한동안 을러도 보고 달래도 보던 남편이 마침내 소매를 걷어붙였지요. 임자 없는 개집 한 채를 치우려던 생각을 바꿔 뜻밖의 모양새를 만든 거예요.

“집 두 채를 지닌… 단강리 최초의 개!”

남편 말에 겅중겅중, 호돌이가 더욱 격렬히 날뜁니다.

그 바람에 나는 정말 호돌이가 ‘집 두 채의 호사’를 기뻐하는 줄 알았지요.

“호돌아, 그렇게 좋아? 집이 두 채라서 좋아?”

호돌이는 계속 겅중겅중,

남편이 고개를 저으며 목줄을 가리킵니다.

“두 배로 늘여줬거든. 마음껏 겅중거리라고!”

그러고 보니 목줄이 꽤나 깁니다.

“그 목줄!”

모든 것이 다 목줄 탓이라 한탄하며 먼 숲을 바라봅니다. 재작년 가을에 세상 떠난 알로에 뒤이어 곰돌이가 집을 나간 지 벌써 한 달이 넘었습니다. 눈이 시원찮은 터여서 오래 살지는 못할 거라고 마음 한쪽을 접고 있긴 했어도, 잘생긴 그 개 생각에 울컥거리곤 합니다. 이렇게 먼 숲을 바라보다가도 개 같은 것이 얼씬거리나, 이내 눈길이 곰돌이 형상을 찾아 헤매곤 하지요.

내외 모두 개들을 목줄에 묶어 기르는 걸 언짢아하지만, 남편은 문득문득 주체할 수 없다는 듯 대책 없이 개들을 풀어주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여지없이 사고가 생기지요. 꼬박꼬박 달걀을 낳아주던 암탉을 잃기도 했고, 개울 건너 할머니네 닭 값을 물어주기도 했어요. 하루 꼬박 사라졌다가 피 흘리는 상처를 만들어 돌아오기도 했지요. 이번에는 둘이 신나게 뜰 안을 겅중거리다가 개울 건너 할머니네 배추밭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고 감쪽같이 사라져서는 이틀 만에 호돌이 홀로 돌아온 겁니다.

나는 발만 동동 구르고 남편은 숲골짜기 온 동네를 ‘곰돌아, 곰돌아’ 외치며 오르락내리락했습니다. 걸어서도 오르내리고, 자동차를 천천히 몰며 오르내리기도 했지요. 올무에 걸렸을세라 산속을 헤매고 다니기도 했어요. 마주치는 마을 사람마다 개 잃은 얘기를 하고, 개 잃은 경험담을 들으면서요. 농부 친구 몇몇은 그까짓 개 없어진 게 그렇게 중요하냐고, 짓궂게 놀려대기도 했지요.

“천석이네 어머님 얘기로는 한참 지난 뒤에도 집을 찾아온대. 그 댁 강아지를 멀리 다른 동네 남의 집에 줬는데, 목줄이 풀렸었는지 어쨌는지, 몇 달이 지나서 저 혼자 찾아왔더래.”

“멀리, 다른 동네에서? 강아지가?”

그런 일이 우리에게도 생기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당장은 곰돌이 생각에서 좀 벗어나고픈 모양입니다.

“이제 호돌이가 안 좋아하는 사료도 안 먹일 테야. 내가 먹는 밥 남겨서 나눠 줘야지.”

나도 곰돌이 생각에서 좀 놓여나고 싶습니다. 테드 휴즈가 개를 생각하는 방식으로 말이지요. 사람 방식으로 사랑하는 대신 개들의 생 그대로를 바라보기!

개는 느긋하게 쌔근대지./벼룩을 쫓을 때만 잠에서 깰 뿐.//개는 난로를 어찌나 좋아하는지/무슨 빵처럼 제 머리통을 굽곤 해.//개는 코고는 자루 같아서/통나무처럼 질질 끌어갈 수도 있어.//발로 데굴데굴 굴려도/그 자리에서 계속 코를 골아.//운동하러 데려나가면/소똥 속을 마구 뒹굴 뿐//달리지도 뛰어놀지도 않아./먹는 일에 쓰려고 힘을 아끼는 거야.//개가 전심전력하는 건/오직 밥그릇을 비울 때.//밥을 먹고 나면 다시 털썩 엎드려/잠 속으로 파고든단다, 마치 광부처럼.
- 〈개〉 테드 휴즈 -
글쓴이 원재길·이상희 씨 부부는 원주시 부론면 단강리 산골에서 살며 시와 그림책을 씁니다.
  • 2010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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