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시 디자인 카페 ‘일상의 행복’

시민을 위한 카페로 변신한 근대문화유산

디자인 카페로 변신한, 1920년 세워진 공주읍사무소.
영국 뉴캐슬에 있는 볼틱 현대미술관. 존 케이지, 코넬리아 파커, 토마스 사라세노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전시를 열면서 매년 4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아오는 이곳은 1982년만 해도 철거 비용이 없어 방치되어 있던 제분소였다고 한다. 3년 동안 시민의 참여로 문을 연 볼틱 현대미술관은 뉴캐슬뿐 아니라 영국을 대표하는 미술관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오래된 창고 건물을 개조한 일본 하코다테의 ‘가네모리창고군’, 화력발전소의 기억을 그대로 안고 있는 런던의 테이트모던미술관, 옛 군수공장을 미국의 소호처럼 변모시킨 베이징의 따산즈 예술지구 등 세계 곳곳의 도시들이 버려진 공간을 문화공간으로 재생시키는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 공주에도 이런 공간이 있다.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는 옛 공주읍사무소 건물을 리모델링해 디자인 카페로 변모시킨 것. 근대문화유산을 시민의 문화예술공간으로 만든 첫 사례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옛 공주읍사무소 건물은 1920년 금융조합 건물로 지어졌다. 1930년 공주읍사무소로 용도가 바뀌었고, 다시 공주시청사로 쓰이다 시청사가 이전한 후에는 개인 소유가 돼 한동안 미술학원으로 사용됐다 한다. 그 후 빈 건물로 방치되어 있던 것을 공주시가 1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건물을 보호하면서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사들였다. 서양과 일본의 건축양식이 결합된 일제 때 건물, 붉은 흙벽돌로 지은 2층짜리 건물인 옛 공주읍사무소는 마치 옹기처럼 숨을 쉬는 건물이라 한다. 세로로 길게 난 창문도 인상적이다.

음악이 흐르는 광장.


100년 전 건축양식을 그대로 둔 채 리모델링했다.
공주읍사무소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진행한 공주시청 강석광 계장(관광축제팀)은 “2007년부터 공주시가 구 도심인 옥룡동 네거리에서 충남역사박물관, 구 읍사무소에 이르는 1.2km 구간에 ‘국고개 문화거리’를 조성하는 구 도심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이 건물을 적극 활용할 방법을 모색했다”고 이야기한다.

구 시가지에 있는 국고개는 가난한 날품팔이였던 이복이 어머니를 극진히 공양하다가 어느 날 어머니께 드릴 국을 엎지르자 통곡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고개다. 충남역사박물관 광장은 이복의 이야기를 재현했고, 디자인 카페를 둘러싼 공원에 조성된 ‘음악이 흐르는 광장’에는 이복을 상징하는 소년상을 설치하면서 공주의 역사와 문화를 돌아보는 공간으로 만든 것. 공주시는 옛 공주읍사무소를 매입한 후 주한영국문화원과 협력해 영국의 유명 디자이너들에게 리모델링을 맡겼다.

01_ 마이클 메리어트가 디자인한 1층 전시장. 한국전통문화학교 학생들이 그린 나무 패널들로 긴 테이블을 만들었다.
02_ 친환경 가구를 만드는 파비엔 카펠로 씨가 플라스틱 바구니를 옷걸이로 활용했다.
03_ 단청을 재해석한 안토니 버릴 씨(가운데).
영국 왕립예술학교 교수인 마이클 메리어트(Michael Marriott), 시각 디자이너 안토니 버릴(Anthony Burrill), 금속 디자이너 린다 브로스웰(Linda Brothwell)’, 친환경 가구 디자이너 파비엔 카펠로(Fabien Cappello) 등 4명의 영국 디자이너들은 영국의 현대 디자인에 한국의 전통을 접목시키기 위해 부여의 한국전통문화학교에 머물며 교수, 학생들과 협력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여기에 한국의 전통문화를 재해석해온 공간 디자이너 김백선 씨도 참여했다.

‘일상의 행복’이란 이름으로 재단장한 문화공간을 찾은 시민들.

영국 디자이너들과 한국전통문화학교 교수・학생들 협업

이 프로젝트는 마이클 메리어트 교수가 총지휘를 맡았는데, “최대한 건물 본래의 형태를 살리자. 그런데 천장을 뜯어내면 새로운 공간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 이 건물을 보고 서구의 건축 양식과 동양적 느낌이 묘하게 조화를 이룬, 잘생긴 건물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뭔가를 새롭게 만들어 덧붙이기보다는 건축물 자체의 아름다움을 부각시키려고 했다”고 한다. 사람으로 친다면 몸에서 거추장스러운 장치들을 떼어내고 숨을 쉴 수 있도록 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백선 씨의 설치작품이 놓인 2층 전시 공간.
그는 건물 안에 어지럽게 붙어 있던 가벽과 석회칠을 걷어내고 건물 본래의 모습이 드러나도록 했다. 창문을 막고 있던 중간 천장도 없앴다. 한결 시원해진 공간에 긴 테이블을 놓아 사람들이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는 장소로 만들었다. 1층 카페에 들어가면 8.5m 길이의 테이블이 공간을 길게 가로지르고 있는데, 이 테이블은 한국전통문화학교 학생들이 우리 전통을 소재로 그림을 그려 넣은 나무 패널 85개를 연결해 만든 ‘공동 작품’이다. 그리고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플라스틱 스툴들을 놓았다.

작업을 함께한 영국 디자이너들과 한국전통문화학교 교수・학생들.
이걸 보고 “왜 싸구려 의자를 카페에 놓아두었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는 관객도 있었다. 시장에서 구입한 싸구려 일상용품을 카페의 어엿한 소품으로 내놓은 영국의 디자이너들은 “한국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물건이 평범해 보이지만 가장 실용적인 디자인이라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고 말한다. 제 3자의 눈으로 볼 때 흔하고 일상적인 것에서 뭔가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도 있다는 것. 플라스틱 소쿠리로 만든 옷걸이, 숟가락을 활용한 오브제 등 흔하디흔한 물건이 ‘일상의 예술’로 변신해 이곳에 놓였다.

한국의 일상용품을 적극 활용했다.
시각 디자이너 안토니 버릴은 한글에서 영감을 받은 그래픽 작업으로 포스터를 만들어 전시하고, 금속디자이너 린다 브로스웰은 전통문화학교 학생들과 함께 도자기에 핸드 페인팅을 해서 내놓았다. 기성품과 재활용품을 사용한 친환경 디자인 가구로 유명한 파비엔 카펠로도 한국전통문화학교의 교수, 학생들과 공동 작업한 작품을 내놓았다. 2층에는 공간 디자이너 김백선 씨의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나무를 이용한 설치작업으로, 소목장 조석진, 악기장 고수환 씨 등 무형문화재 보유자들과 공동 작업한 조형작품과 목공예 등이 전시된다.

안토니 버릴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이 프로젝트의 주관사인 Hzone의 이대형 대표는 “예술은 멀리서 감상하는 것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함께하는 것”이라며 “공주시 디자인 카페도 예술을 통해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침체된 도심 공간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공주시 디자인 카페에는 문화해설사가 상주하면서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다.

공주에서 나고 자란 문화해설사 이우근 씨는 구 읍사무소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었다.

“이 공간에 대해 신선하다, 새롭다, 낯설다 등 반응은 다양해요. 하지만 우리에게 이렇게 확 트인 공간은 아직 낯설게 느껴져요. 모르는 사람끼리 한테이블에 앉는다는 것 자체를 어색해하는 이들도 있어요.”

공주시에서는 11월 말 디자인 카페의 시험 운영 기간이 끝나면 공주 시민의 반응에 따라 앞으로의 쓰임새를 결정할 것이라고 한다. 공주의 옛 시절을 추억하는 사진전 등 벌써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진 : 김선아・김성준
촬영협조 : 공주시 디자인 카페 blog.naver.com
사진제공 : Hzone
  • 2010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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