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Chef] 재즈 요리사 이진호

뉴질랜드 최고 호텔 출신의 젊은 요리사

‘재즈 요리사’로 불리는 이진호는 인터넷 블로그가 낳은 스타 셰프다. 오세아니아 대륙 최고의 호텔 ‘스카이 시티’에서 셰프로 활동한 그는 자신의 블로그 ‘재즈 요리사의 쿠킨 재즈’(blog.daum.net/jazz4love)에 자신이 만든 요리를 소개하고 사진까지 직접 찍어 올려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처음엔 취미이자 특기인 재즈 이야기를 올리다가 자신의 전문영역을 살려서 요리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이 화제가 된 것. 이 블로그의 회원 수는 70만 명이 넘고, 그는 다음미디어 우수 블로거에 선정됐다. 13세에 뉴질랜드로 유학, 14년째 뉴질랜드에서 살던 그는 지난해 짐을 싸서 고국으로 왔다. “내 나라에서 활동하고 싶어서”다.
지난해 귀국한 그는 요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쿠킹 클래스 요청이 빗발치고, 각종 매체 인터뷰와 방송 출연 요청이 쇄도한다. 그 사이 두 권의 요리책도 펴냈다. 《소울키친》과 《슈퍼 푸드로 만든 건강한 요리》. 둘 다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요리책과 요리 블로그가 넘쳐나는 시대, 이진호 셰프의 인기 비결은 뭘까. 그의 요리는 요리를 좋아하는 젊은이들이 지향하는 트렌드를 보여준다. 따라 하기 쉽고 몸에 좋으면서 스타일리시하다. 무엇보다 향이 강한 소스를 사용하거나 복잡한 조리 과정을 거치지 않아 재료 본연의 맛과 향이 살아 있다. 그는 뻔한 재료로 식상하지 않은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 내는, 신통한 재주를 지녔다.

이진호 셰프를 마포구 합정동 자택에서 만났다. 두 개의 방 중 한 방에는 기타며 오디오, 스피커들로 꽉 차 있다. 10세부터 기타를 배웠고, 13세부터 요리를 배웠다니 요리보다 음악을 더 먼저 배운 셈이다. 지금도 재즈 동호회에서 활동 중이고, 가끔 홍대 앞 카페에서 공연도 한다고 한다.

그가 준비한 요리는 ‘훈제연어와 수란 브런치’. 척 보기엔 화려해 보이지만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주말 아침 느지막이 일어나 여유롭게 즐기는 브런치는 레스토랑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감자, 달걀, 훈제연어, 시금치 등만 있으면 여느 레스토랑의 우아한 브런치 메뉴 부럽지 않다. 이 요리는 흔한 재료들이 어떻게 우아하고 고급스런 요리로 변신하는지 보여준다. 특히 달걀을 기름에 프라이하지 않고 뜨거운 물에 익히는 ‘수란’이 독특하다. 깔끔하고 부드러운 질감을 느낄 수 있는 수란은 그리스의 건강식으로도 지정됐다 한다. 이 요리는 먹기 직전에 수란 노른자를 톡 터뜨려 노른자 액이 재료들에 좍 흘러내려야 비로소 완성된다.

“먹었을 때 기분 좋고 몸에 좋아야 진짜 좋은 요리라고 생각해요. 어떤 요리를 먹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어디서 생산한 재료로 어떤 과정을 거친 요리를 먹느냐가 중요하죠. 아이스크림과 피자라고 무조건 몸에 안 좋은 음식이 아닙니다. 설탕을 넣지 않고 생과일과 농장에서 직접 짠 우유로 만든 이탤리언 아이스크림 젤라토는 건강식입니다.”

이 젊은 셰프는 요리 철학이 분명하다. 그의 요리책은 채식 위주의 음식으로 구성돼 있다. 육류라야 달걀과 닭가슴살이 전부다. 그도 점점 채식주의자가 되고 있다. “우리에 갇혀 스트레스받으며 사료를 먹고 자란 고기는 우리 몸에도 좋지 않다”며 “고기보다 좋은 땅에서 재배한 야채에 단백질이 더 많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가 뉴질랜드에 유학간 건 13세 때, 해외 어학연수 붐이 일기 시작한 때였다. 그래픽 디자이너를 지망했으나 자신이 만든 설계도를 친구가 똑같이 베끼는 것을 보고 요리사로 방향을 틀었다.

“막연히 예술 작품 만드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아무도 흉내 내지 못하는 작품 말이에요. 그게 바로 요리였습니다. 요리는 절대로 똑같이 따라 할 수 없어요. 특히 한국 요리는 레시피가 없어요.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들어가는 재료와 만드는 방법이 다 다르죠. 특히 손맛이 좌우하고요. 하면 할수록 어렵고 매력적인 분야예요.”

그의 어머니는 노량진 학원가에서 호프집을 운영했다. 그는 10대 초반부터 주방에 들어가 튀김, 치킨, 골뱅이무침 등 안주 만드는 법을 배웠는데, 재료 하나하나가 서로 조화를 이루며 요리로 완성돼가는 과정을 보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다 한다. 게으르고 사고만 치고 다니던 그는 요리학교를 다니면서 다른 사람이 됐다.

“요리에 제 모든 걸 걸었어요. 그전에는 잘하는 게 하나도 없었어요. 요리하면서 나도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는 걸 깨달았죠. 제가 근무했던 호텔(스카이 시티)에 유명 셰프가 두 분 계셨는데, 그중 레이먼드 폰더 셰프에게 제 인생을 걸었어요. ‘2년 동안 당신에게 나를 걸겠습니다. 당신의 재능을 저에게 주십시오’ 하고요. 생일에도, 주말에도, 쉬는 시간에도 그분이 부르면 무조건 달려갔어요. 그렇게 2년 동안 배우니 요리가 뭔지 조금은 알겠더라고요.”

요리에 자신감이 생긴 그는 요리대회 출전을 마음먹는다. 호텔에서 12시간 근무한 후 요리대회를 준비했다. 4~5일간 한숨도 안 잔 적도 있다고 한다. 쟁쟁한 오너 셰프들과 겨루는 ‘시니어 퍼시픽 퓨전 라이브 요리대회’에서 1위(2004년)를 하는 등 출전하는 대회마다 수상했다. 그는 “열정과 에너지가 폭발하면 체력의 한계를 뛰어넘어요. 정신력으로 버티는 거죠. 지금 생각해도 짜릿한 경험이었어요”라고 말한다.

그는 어떻게 오세아니아 대륙 최대의 호텔 ‘스카이 시티’에 입성했을까. “최고의 호텔에서 최고의 요리를 배우고 싶다”는 열망이 강했던 그는 이 호텔에 끈질기게 이력서를 넣었다. 1차 서류심사에서 떨어지고 또 떨어져도 포기하지 않았다. 일곱 번째 이력서를 넣었을 때 “면접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스카이 시티에 근무하면서 그는 세계적인 행사의 연회에서 경험을 쌓았다. ‘에이팩(APEC) 정상회담’, 세계 최고 권위의 해상 경주대회 ‘아메리칸컵 요트 레이스’, 호주 최대 규모의 레이싱 대회 ‘수퍼스타즈 V8레이싱’ 등의 연회에 셰프로 참가했다.

잘나가는 호텔의 셰프로 활동하던 그는 지난해 귀국했다. 가까운 지인도, 가족도 한 명 없는 이곳에 무작정 온 이유는 “한국에서 활동하고 싶어서”였다. 요리사가 되기로 결심한 이후, 그의 인생은 계획대로 착착 돌아가고 있다. 고국에 귀국하자마자 화제를 모으며 경력과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그런 그가 지난 6월 8일 군대에 자원 입대했다.

“한국 사람이 되려면 군대에 가야 합니다. 뉴질랜드에 있을 때부터 군대적응 교육을 받았어요. 남들은 ‘셰프로서 한창 주가를 올리는 중인데, 이 중요한 시기에 왜 가느냐’면서 의아해해요. 물론 전역하면 제 존재가 잊혀질 수도 있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저는 계속 요리할 것이고, 아직 젊으니까요.”

사진 : 박상현
▣ 훈제연어와 수란 브런치 만들기


감자는 강판에 갈아 튀김가루, 소금, 후추, 달걀을 넣고 휘저어 프라이팬에 노릇하게 굽는다. 부침가루를 써도 되지만 튀김가루를 쓰면 더 바삭하다.

시금치와 아스파라거스는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찬물에 헹궈 꼭 짜둔다.

수란을 만든다. 냄비에 물과 식초(달걀 2개에 식초 2큰술 정도)를 넣고 팔팔 끓으면 달걀을 가만히 깨뜨려 넣고 채나 국자로 달걀 가장자리를 정리해 모양을 만든다. 식초는 달걀이 퍼지지 않도록 해준다.

접시에 ① ②를 차례로 놓고 훈제연어를 올린 후 수란을 얹고 케이퍼 베리와 이탤리언 파슬리로 장식한다.
  • 2010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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