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슬로시티 기행] 덴마크의 첫 슬로시티 스벤보르(Svendborg)

동화작가 안데르센의 고향

덴마크는 작은 나라지만 나름대로 아주 잘 사는 나라다. 유럽 본토와 연결된 유틀란트 반도의 남쪽은 독일과 국경을 접하고 있어 유럽 대륙과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잇는 북유럽의 관문이 되고 있다. 유틀란트 반도와 주변 406개 섬으로 이루어져 있어 덴마크인이라면 누구나 수영을 할 줄 알고, 수영 강습은 공립학교의 필수과정이다. 여왕 마르그레테 2세가 덴마크 왕국을 통치하고 있으며, EU 회원국이면서도 아직 유로화가 통용되지 않는 나라로 화폐 단위는 덴마크 크로네(DKK)다. 인구는 약 530만 명으로 북유럽 국가 중 가장 인구 밀도가 높다.
먼 옛날 춥고 척박한 땅을 벗어나 새로운 낙원을 꿈꾸던 바이킹의 후예들이 세운 나라 덴마크. 그 나라는 오늘날 “인간은 근본적으로 선하다”는 신념을 기반으로 인간주의적 이상사회, 바다 위의 낙원을 꿈꾸며 바이킹의 이상을 실현하고 있다. 그룬트비히 목사(1783~1872)는 “밖에서 잃은 것을 안에서 찾자”며 독일과의 전쟁에서 연이은 패전으로 비탄에 잠겨 있던 국민들을 상대로 삼애운동(三愛運動)을 펼쳤다. 하늘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고, 흙을 사랑하자는 것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공동체 운동. 이 운동을 통해 농업국인 덴마크가 삶의 질에 있어서 최고의 나라로 발전한 것은 기적에 가깝다. 덴마크는 그러나 개발만능을 외치지 않는다. 지속가능한 삶을 추구하면서 라이프스타일, 환경, 음식 등에 있어서 공동체 정신을 중시해 슬로시티와 일맥상통한다. 덴마크는 국토의 12%가 숲인데, 앞으로 100년 안에 국토의 25%까지 숲으로 만들어 ‘바다 위에 떠 있는 숲의 나라’로 만들 계획이다.

스벤보르의 목가적인 풍경. 동화작가 안데르센이 태어난 곳으로도 유명하다.
스벤보르는 덴마크의 유일한 슬로시티. 퓐 주 스벤보르 만 연안에 위치한 인구 2만 7000여 명의 이 타운은 2008년 3월 슬로시티에 가입했다. 스벤보르는 슬로시티 조경타운을 추진하고 있는데, ‘지속가능 도시’로서 기존 도시들과는 차별화된 성장전략을 취하고 있다. 25~30년 안에 830헥타르 규모로 진행하는 프로젝트. 인간과 환경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염두에 두고 슬로시티 콘셉트를 따르는 ‘사려 깊은 도시’(thoughtful) 개발계획을 확정했다. 이 개발 계획에는 연립주택의 열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신 건축기법으로 창문을 만들고, 이산화탄소(CO2)를 최소한 배출하는 등 친환경 요소들이 많이 들어 있다. 기존 에너지를 풍력, 태양열 등 친환경 신에너지로 대체하고, 집집마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 자연친화적인 삶을 도모한다.

슬로시티 스벤보르의 기본 철학은 질 좋은 삶을 누리는 것(good living)과 느리게 살기(living slow)다. 슬로시티로서 스벤보르의 특징은 좋은 음식 그리고 지역 예술가들의 활발한 활동을 들 수 있다. 특히 낙농업이 발달하여 치즈가 유명하고, 맥주, 야채, 과일도 유명하다. 매년 6월 마지막 주에 개최되는 스벤보르 요리 축제는 스벤보르뿐 아니라 덴마크 최대의 요리 축제로 유명하다. 2002년부터 매년 열려왔는데, 덴마크 각 지역 식품 생산자들이 각축을 벌이는 요리 축제로, 매년 1만5000명 이상이 몰려든다. 150여 식음료 생산업자들은 식음료 장인들이 만든 최상의 음식을 전시하면서 무료 시식과 판매를 함께 한다. 다양한 지역 특산품들이 나오는 이 축제에서는 슬로푸드, 친환경 식품, 덴마크의 첫 슬로시티인 스벤보르에서 나온 지역 특산품들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다.

스벤보르는 항구를 끼고 있어 다양한 선박과 보트를 볼 수 있다.
스벤보르에는 특히 디자이너, 장인, 예술가들이 많이 거주해 어디서든 예술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그래픽 디자이너, 유리공방, 도예공방, 패션디자이너의 부티크, 조각작품을 파는 갤러리 등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빙하시대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계곡과 언덕, 초원, 항구 등 자연경관이 예술적 영감과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 스벤보르 근교에는 고성과 장원의 대저택들이 즐비하다. 이 타운을 찾는 사람들은 어디를 가든 바다를 끼고 있는 이 도시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데, 항구를 죽 따라가다 보면 다양한 선박과 보트들을 볼 수 있고, 탁 트인 대양감(大洋感)이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세계적인 동화작가 안데르센(H. C. Andersen, 1805~1875)이 태어난 곳이 바로 이 타운. 이 타운을 거닐다 보면 삶을 관통하는 지혜를 보여주는 안데르센의 작품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스벤보르가 역사에 처음 등장하는 것은 1229년. 이 지역에서 많이 키우는 돼지(덴마크어로 ‘svin’에 해당)에서 지명이 유래했다고 하는데, 그 이름만큼 이곳의 육가공품은 품질이 좋기로 유명하다.

질 좋은 음식, 예술적인 분위기가 스벤보르의 특징이기도 하다.
스벤보르는 2000년 덴마크의 ‘올해의 타운(Town of the Year)’으로 선정된 바 있다. 스벤보르에는 Lillebaelt 대학의 분교가 있어 대학 도시이기도 하고, 시장으로도 유명하다. 스벤보르의 시장은 1253년 크리스토퍼 1세가 첫 타운 시장으로 특전을 주면서 만들어졌다. 올해로 시장 형성 757년을 맞은 것. 이 타운은 1년 내내 수많은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데, 이곳에서 휴가를 보낸 사람들은 새로운 삶의 모습을 배워가리라 생각된다.

이곳의 축제들도 유명하다. 5월에 국제광대 축제, 치즈 축제, 봄 축제가 시작되고, 6월에는 요리 축제, 7월 말에서 8월 초에는 스벤보르 지역 예술가들이 기량을 뽐내는 축제가 이어지고, 8월 말에는 스벤보르 영화제가 열린다. 10월 중순에 ‘사과 경주(Apple Race)’라는 행사가 있는데, 이 지역 농부들이 수확한 사과를 스벤보르 항에 정박된 옛 선박에 실은 후 그곳에서 먹고, 빵도 굽고 술도 마시는 기상천외한 축제판을 벌인다. 12월에는 거대한 크리스마스 농산물 시장이 개설돼 볼거리를 제공한다.
  • 2010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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