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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슬로시티 기행] 모든 것이 가까이 있는 행복한 슬로 공동체 펄쇼핑

스웨덴·노르웨이·덴마크 등 북유럽 나라들은 인구의 3분의 1이 이민을 떠날 정도로 기후와 토양이 척박했지만, 국민소득이 5만∼9만 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부국으로 발전했다. ‘약할 때 참으로 강하다’는 역설의 진리를 보여준 나라들이다. 스웨덴의 정식 국가 명칭은 스웨덴왕국(Kingdom of Sweden)이고, 스웨덴이 국가 정책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친환경 웰빙정책이다. 수력과 풍력을 이용해 자연에너지의 비중을 늘리고, 서머타임제를 실시하면서 에너지를 절약하고, 1946년부터 수목장 제도를 실시하고, 바이오가스를 개발하는 등 체계적으로 친환경 정책을 펴고 있다.
고원이 펼쳐진, 펄쇼핑의 전형적인 풍경.
세계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소도시가 많다. 그중 세계화에 가려 그 가치가 묻혀있던 북유럽의 소도시들이 슬로시티로 또다시 조명받고 있다. 스웨덴의 관문인 스톡홀름 공항에 내리니 벽면을 그레타 가르보, 소렌스탐 등 스웨덴 출신 국제적 스타들의 얼굴들이 장식하고 있다. 스웨덴은 발명품이 제일 많은 나라다. 스웨덴의 한 연구원에게 그 원천이 뭐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한다. 스웨덴을 움직이는 세 가지가 있는데, ① 정부기관 ② 민간단체 ③ 기업이고, 이 중 가장 중요한 게 민간단체라는 것이다. 2008년 국제슬로시티 운동에 가입한 펄쇼핑(Falk ping)의 슬로시티 철학은 적당히 서두르자(festina lente), 유니크한 특별성을 찾자, 작은 것을 존중하며 세계화로 가자, 인도적인 것과 지속성을 찾자이다.

북유럽 세 나라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에피소드를 소개해보자. 전구가 나갔을 때 노르웨이인은 자기 몸을 먼저 돌리고(행동 먼저), 덴마크인은 전구를 너무 세게 돌려 깨뜨리고, 스웨덴인은 고개를 들어 전구를 5분간 쳐다본 후 갈아 끼운다고 한다. 스웨덴인이 조용하고 침착하고 논리적이라는 뜻이다.

(왼쪽부터)전통 생활을 재현한 Asle Ta. ‘1870년’ 표지석. 12세기 세워진 Gudhem 수도원.
펄쇼핑 슬로시티 코뮨이 쓰는 예산 중 사회복지가 40%, 교육비가 40% 나머지 20%는 서비스라는 것도 재미있다. 복지정책 중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게 누구나 일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면서 노사가 상생하는 것이다. 시 인구 3만여 명의 작은 도시에서 일하는 행정 직원이 2800명이고, 시민들이 몸담고 있는 직업의 종류가 275개에 이를 정도로 일자리가 많다. 인구 중 맞벌이 부부가 80%인데, 보육정책이 잘 갖춰져 있어 아이가 태어나면 국가가 다 키워주다시피 한다. 스웨덴의 출산율은 그래서 1.8명(한국은 1.13명으로 OECD국가 중 최하위이며 세계 평균은 2.56명이다)에 이르렀다.

필자의 눈에 들어온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교육제도였다. 초·중·고는 지방정부에서, 대학은 중앙정부에서 지원하여 누구나 학비 없이 공부할 수 있다. 대학은 진짜 공부하고 싶고, 연구에 관심 있는 학생만 간다. 세계적인 발명가, 특허 전문가가 가장 많이 배출되는 것은 정말 공부하고 싶은 사람만 가는 대학에서 질 좋은 교육을 받고, 긴 안목으로 연구 개발을 지원하는데다 기업 활동이 다이내믹해 신제품이 활발하게 나오기 때문인것 같다. 이 같은 안정적인 지원은 세수의 21%가 지방세에서 조달되는 등 세금 민주주의란 막강한 세금제도가 뒷받침되기에 가능하다. 펄쇼핑은 스웨덴에 적용된 첫 국제슬로시티 운동의 회원 코뮨으로서 적정 규모에 맞는 지역공동체를 위하여 지역민의 진정한 관심 유발, 지역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욕, 삶의 질 개선을 모토로 공동체 운동이 활발하다.

식당과 가게들이 모여 있는 거리.
지역공동체 운동을 좀 더 살펴보자. 북유럽 사회에서 보편적인 개인주의는 슬로시티 운동으로 많이 개선되었다. 슬로시티 추진도 한 개의 전담부서가 맡는 것이 아니고, 지방정부 전체 차원에서 전개하며 슬로시티의 3대 정책을 ① 자부심(정체성) ② 개방성(원활한 커뮤니케이션) ③ 협력(각 부서와 협력사 간)으로 삼아 아름다운 공동체로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스웨덴 서부에 있는 펄쇼핑은 스톡홀름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데, 150년 전 철길이 깔린 철도의 허브로 교역과 산업과 스파의 타운이다. 화산 폭발로 형성된 다양한 자연 풍경, 전설적인 고원(plateau)과 언덕, 5500년 거석문화(dolmen)의 문화유산 등 독특한 풍경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펄쇼핑 인구의 50%는 도심 외곽에 사는데, 어디든 육아실, 학교, 직장, 쇼핑, 스포츠와 레저 시설 등이 가까이 갖춰져 있다. 250년의 전통을 자랑하며 200여 가지 치즈를 생산 판매하는 Falbygdens Ost의 치즈 레스토랑과 부티크는 1년 방문자 수가 2만5000명이나 된다. 마을의 작은 유가공 기업은 젖소 관리에 온갖 노력을 기울이면서 우유와 치즈, 각종 유제품을 엄격한 품질관리를 거쳐 생산한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공동체 정신으로 서로 협력하는 것도 특징. 이 코뮨에서 생산되는 농축산물 중 10%가 유기농인데, 이 지역에서 난 산물로 훌륭하게 요리하는 레스토랑들도 유명하다. locally produced, ecologically sound and happy animals, 즉 ‘생태적으로 건전한 지역산품(産品)과 행복한 동물’이란 슬로건으로 음식의 품질에 전력을 다한다. 싱싱한 유기농 건초를 먹고 자란 젖소에서 짠 최고의 우유와 그 우유로 만든 유제품은 이 지방이 자랑하는 특산물.

펄쇼핑 곳곳에는 슬로시티 콘셉트에 맞는 바이오가스 공장이 있다. 음식물 찌꺼기와 인분을 혼합, 발효하여 65%의 메탄가스를 생산하는데, 이는 친환경 자동차를 운행하는 데 활용된다. 스웨덴인이 낸 특허로 만드는 친환경 자동차는 화석 연료의 소비량을 줄여 지구환경을 지키는 데 의미가 있다. 메탄가스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는 퇴비로 사용한다. 이 바이오가스 시스템은 현재 울산시에서 도입하고 있다. 1870년 조성된 Asle Ta는 스웨덴의 아름다운 공동체 정신을 느낄 수 있도록 전통 생활의 모습을 재현한 곳이다. 80여 년 전 200여 명의 마을 주민들이 재단을 만들어 전통 생활의 원형을 잘 수집·보존했는데, 이곳에 있는 멋진 레스토랑도 슬로시티 정신과 잘 부합된다.

(왼쪽부터)150년 전에 깔린 철길. 농장에서 공급받은 유제품을 활용하는 베이커리. 바이오가스 공장.
펄쇼핑을 관광할 때 세 가지를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첫째, 광장(Piazza)문화다. 광장은 고단한 삶에 쫓기며 만남과 소통을 갈망하는 사람들의 갈증을 해소해주는 곳이다. 사람끼리 얼굴 대할 기회가 점점 줄어드는 인터넷 시대에는 오히려 사람들이 모이는 공공장소로서 광장의 중요성이 더 커지는데, 이곳은 농산물 직거래 장소로도 활용된다. 둘째, 주민들이 접근하기 쉬운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도서관(bibliotek)의 역할이다. 오늘날 세계 최고 부자 중 한 명인 빌 게이츠도 어린 시절 마을 도서관에서 상상력과 꿈을 키웠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끝으로 여성 인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점이다. 스웨덴 펄쇼핑 시의 시청 공무원 중 여성이 79% 남성이 21%이고, 노르웨이의 슬로시티인 아이스코그는 500명의 공무원 중 여성이 400명, 남성은 100명이다. 북유럽 선진 부국들은 환경의 악조건을 딛고 일어서 삶의 질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를 누리고 있다. 이들은 슬로시티 운동을 통해 무엇보다 주민 자신이 삶의 주체로서 즐기고,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비전을 함께 고민한다. 슬로시티는 단순히 옛날로 돌아가자는 의미가 아니다. 도시화·대량생산의 반대 개념으로, 그 지역만의 특성을 찾아 질 좋은 삶을 보여줌으로써 그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기고 있다.
  • 2010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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