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슬로시티 기행] ‘기분 좋은 차이’ 느낄 수 있는 오스트리아 슬로시티 엔스(Enns)

오스트리아는 유럽의 중심부에 있는데다 독일・이탈리아・체코슬로바키아・스위스・헝가리 등 무려 8개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어 유럽의 창문이라 불린다. 오스트리아의 슬로시티 엔스(Enns)는 빈과 잘츠부르크 중간쯤에 위치한, 인구 20만 린츠(Linz) 근교에 있는 타운이다. 국토의 4분의 3이 산악지대인 오스트리아에서 엔스는 면적의 64%가 농업지역으로, 식량의 90%를 자급자족하는 비옥한 땅이다. 전형적인 게르만 문화권인 이곳은 독일어를 쓰는데, 인구가 1만1248명으로, 여행 책에는 잘 나오지 않는 작은 타운이다.

타운의 랜드마크인 시티타워가 있는 골목길. 쇼핑과 요리, 문화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중심지다.
2000년 전 로마인이 세운 엔스는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타운 중 하나로, 지금도 중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 타운의 모토는 ‘기분 좋은 차이(delightful different)’. 전통이 고스란히 보존되어온 마을의 독특한 분위기와 사람들에게서 풍기는 훈훈한 인간미, 토착 음식 등이 어우러져 독특한 아우라를 풍긴다.

이들이 찾아낸 슬로시티의 개념은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time for life)’이다. ‘삶을 되돌아보는 엔스에서의 시간(Time for Life Time for Enns)’이라는 말로, 이곳의 전원적인 환경과 라이프스타일을 바깥세상에 알리고 있다. 타운을 에워싸고 있는 전통 건축물, 탁 트인 전원 풍경, 로맨틱한 산책길과 자전거길, 아름다운 고성(古城)이 있는 공원 등 엔스의 매력 포인트는 여러 가지 있지만, 쾌적한 교통망과 풍부한 문화 인프라, 다양한 레저 시설 등 ‘살기 좋은 곳’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인상적이다. ‘즐거운 인생’을 목표로 하는 주민을 위해 테니스, 자전거, 수영, 실내체육, 달리기를 즐길 수 있는 시설에 승마교육장(K&K riding hall), 발레스쿨, 갤러리와 음악스쿨 등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는 기반 시설이 골고루 마련되어 있다.

엔스는 ‘요람에서 무덤까지(from the first cry of life until evening)’라는 복지정책이 말 그대로 실현되고 있는 곳이다. 어린아이를 위한 보육시설, 청소년센터에 청소년을 위한 택시까지 있는가 하면, 독거노인을 위한 세심한 의료 서비스까지 나이별로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지역에서 생산된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파는 시장.
엔스가 슬로시티로 인증된 것은 2007년 4월. 그 후 슬로시티에 더욱 걸맞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매년 인프라, 향토음식, 문화와 전통에 대한 자각, 손님맞이의 품질 등으로 나눠 슬로시티 사상을 잘 구현하는 프로젝트와 아이디어에 슬로 콘셉트 상을 시상하고 있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거둬 연간 15만 명이 이 타운을 찾는데, 이 중 숙박 손님도 2만 명을 넘는다. 슬로시티 지정 후 숙박 관광객 수가 35% 증가하고, 새로운 상점 36개가 개설되었다 한다.

이 타운에서 첫 번째로 찾아야 할 곳은 랜드마크인 60m 높이 시티타워. 이 타운의 중앙에 위치한 작은 탑은 고딕과 르네상스가 결합된 독특한 건축양식인데, 이 탑을 중심으로 쇼핑, 레크리에이션, 요리와 예술 등 이곳의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음악의 나라 오스트리아의 타운답게 중세의 우아한 음악이 전승되어오는 이곳의 송년전야축제인 치타슬로실베스터(Cittaslowsilvester)도 유명하다. 그 외 5월에 포도 농장을 방문하는 축제, 6월에는 옛 자동차를 전시하고 자동차의 시속을 20km로 제한하면서 옛날로 돌아가는 올드타이머(oldtimer) 축제, 7월에는 도나우강에서 나는 생선으로 바비큐를 해서 와인을 곁들여 먹으며 음악을 즐기는 피셔맨스 페스티벌(fishermen’s festival) 등 다양한 축제가 연중 열린다. 식당들도 ‘기분 좋은 차이’를 내세우며 독특한 분위기와 음식을 자랑한다. 훈제 베이컨과 아스파라거스, 엔스 마크가 새겨진 달콤한 초콜릿, 옛날식으로 만든 생강빵 등을 맛볼 수 있고, 스타일리시한 카페와 바에서 색다른 기분에 취할 수 있다.



왼쪽부터_ 송년전야축제. 승마교육장. 주민을 위한 ‘요람에서 무덤까지’ 복지정책이 잘 마련돼 있다.


왼쪽부터_ 시청의 신년 축하 콘서트. 고성과 전원이 함께 있는 마을 풍경이 평화롭다.
  • 2010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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