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을 매혹시킨 우리 조각보] 강금성 ‘빈콜렉션’ 대표

덴마크 여왕도 우리 이불 사 가요

우리나라보다 외국에서 더 입소문 난 공예작가가 있다. 그가 운영하는 인사동 쌈지길 매장에는 경호원을 대동한 외국 왕족, 세계적인 디자이너 등이 종종 들른다. 몇 해 전, 한국을 방문한 덴마크 여왕도 이곳에서 이불을 사 갔다. 도쿄 중심가인 롯폰기의 대형 쇼핑몰 ‘미드타운’에서도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색색의 조각보 이불, 누에고치를 넣은 목 배개, 보자기를 응용한 손가방 등 전통적인 일상용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주인공, 빈콜렉션 강금성 대표를 만났다.
그를 만난 곳은 서울 성공회 성당 부속건물에 자리 잡고 있는 작업실 겸 전시장에서였다. 팔판동 한옥에서 이곳으로 옮겨 온 지 한 달째, 아직 간판도 달지 않은 상태였지만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은 꾸준히 이어졌다. 일본인이 주고객으로, 작품의 60~70%는 외국인에게 팔린다. 그의 책상 한쪽에는 각기 제호가 다른 일본 잡지들이 높이 쌓여 있다. 모두 빈콜렉션의 소개가 담긴 책들이다.

매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목 베개와 무릎담요. 일반 베개보다 작은 크기로, 속은 누에고치로 채웠고 베갯모에는 색색의 명주 조각을 바람개비 모양으로 이어 붙여 멋을 냈다. 머리가 아닌 경추 부분을 받치는 것으로 목을 편안하게 해준다. 속 재료는 누에고치 외에 제주에서만 나는 은은한 향의 녹나무를 넣어 아로마 효과를 내기도 하고, 메밀을 쓰기도 한다. 마치 한식 이불처럼, 독일제 담요에 한쪽 면을 색동 호청으로 덮은 무릎담요는 서양 사람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색감 고운 조각보 이불도 빈콜렉션의 대표 상품이다. 형태를 잡아 양쪽 귀퉁이만 묶으면 파우치나 손가방으로 쓸 수 있도록 무한변신이 가능한 보자기, 팔꿈치와 무릎 부분을 터서 움직임이 자유롭도록 한 부드러운 명주 소재 잠옷, 행주를 걸 수 있는 고리를 단 앞치마 등 아이디어 제품도 눈에 띈다.

“제가 하고 있는 작업 대부분은 우리나라 전통 보자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들이에요. 자투리 천으로 만든 보자기를 확대한 것이 조각보 이불이고, 그 이어 붙이는 방식을 조금 달리하면 이렇게 바람개비 문양이 되는 거죠. 저는 전통 공예라고 해서 옛날 것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 사람들에게 맞게 새로운 감각을 덧입히는 것이 오히려 전통을 계승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디자인은 현대적이지만 기법은 전통방식을 따르다 보니 쉬운 작업은 아니다. 조각을 이어 붙인 작품의 경우, 그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보이지 않는 뒷면. 수십 개의 조각을 이어 붙이면서도 마치 한 장의 천인 듯한 느낌을 내기 위해서는 연결 부분이 반듯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명주는 가위로 오릴 경우 뒤틀림이 심해 살짝 가윗밥만 넣은 뒤 올을 뽑아내야 한다. 강 대표는 “옛날 어른들은 그렇게 뽑은 올을 실 삼아 바느질했다”며, “우리 선조들의 지혜로움에 감탄할 때가 많다”고 한다.

“처음에는 퀼트를 했어요. 그러다 명주·광목· 모시 등 우리나라 소재의 아름다움에 빠져 전통 제품으로 방향을 바꾸었지요. 특히 그 색감에 반했어요. 생명력 같은 게 느껴지더라고요. 2008년 프랑스 인테리어 박람회인 ‘메종 오브제’에 참가했을 때도 우리 전통 색상인 오방색(황·청·백·적·흑)과 색동에 대해 감탄사를 많이 들었어요. 저는 사실 일일이 한 땀 한 땀 수놓은 손 자수에 열광할 줄 알았는데 의외였죠. 우리 감각이 서양에서도 통할 수 있겠구나라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요즘은 프랑스에 이불을 팔 궁리를 하고 있어요(웃음).”


퀼트 바느질하다 우리 것에 눈떠

이야기를 듣는 동안 그가 처음부터 외국시장 공략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시작한 것인지 궁금해졌다. 그 질문에 그는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그저 바느질이 좋아서 시작했을 뿐, 사업할 생각도, 외국에 우리 것을 알리겠다는 거창한 꿈도 없었다는 것. 그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스스로도 신기할 정도”라며 자신의 창업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결혼 이후 줄곧 살림만 하던 그는 공무원인 남편의 출장이 잦아지자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당시 외국에서 막 들어온 퀼트를 배우기 시작했다. 어려서 증조할머니, 할머니, 외할머니 등 세 분의 할머니와 함께 살며 익힌 바느질 솜씨는 곧 빛을 발했다. 어느새 퀼트 전문가가 되어 단체전에도 여러 번 출품했다.

“어느 날 남편과 삼청동 길을 걷다 여러 작가들이 만든 수공예품을 파는 가게를 구경하게 됐어요. ‘나도 집에 퀼트 작품이 많은데’라고 했더니, 주인이 물건을 가져와보라는 거예요. 팔릴 거라고는 생각도 안 하고 몇 점을 가져다주었는데 며칠 뒤 전화가 왔어요. 전부 다 팔렸으니 앞으로 계속 갖다 달라고요.”

그 후 집안에 보관 중이던 엄청난 양의 퀼트 작품은 단번에 소진됐다. 그러자 가게 주인은 “가게를 하나 얻어 본격적으로 작업을 한번 해보라”고 권유했다. 마침 월세 부담이 크지 않은 아주 작은 공간이 나와 바느질 도구만 달랑 챙겨 들고 작업실을 차렸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열심히 바느질만 했어요. 퀼트를 했지만 우리 것에 더 관심이 많아서 한복, 이불을 주로 만들었죠. 워낙 손님이 없으니 지나가던 사람이 들어와 ‘뭘 만드는 것이냐’고 이야기만 시켜도 반갑던 때였어요. 그러다 드디어 첫 고객이 생겼죠. 광목 이불을 사 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재계에서 유명하신 분이더라고요.”

그때부터 재계 인사, 연예인 등 유명인의 발길이 잦아졌다. 단골도 생기고 제품이 많아지면서 매장이 비좁아지자 한옥으로 자리를 옮겼다. 조선시대 왕세자의 부인을 일컫는 빈(嬪)에서 이름을 따 ‘빈콜렉션’이라는 브랜드도 만들었다. 2004년에는 인사동 쌈지길에 매장을 냈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의 단골 관광지였던 이곳에서 그의 작품은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적인 정서가 물씬 풍기면서도 현대적이고 세련된 감각이 외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특히 일본인이 많았다. 일본 도쿄의 유명 쇼핑몰인 미드타운에서는 아예 공예매장 바이어를 정기적으로 이곳에 보내 제품을 구입해 간다. 그의 작품을 수집하는 컬렉터까지 생겼다.

“우리나라 사람은 일단 브랜드를 보는데, 외국인은 제품을 먼저 보는 게 다르더라고요. 쌈지길에 들어갈 때도 저는 완전히 무명이라 꽤 까다로운 심사를 받아야 했어요. 다행히 운 좋게 입점했고, 그게 외국인에게 알려진 계기가 됐죠. 우리가 먼저 우리 것을 소중히 생각하고 아껴야 하는데, 안 그러면 점점 없어질 텐데, 하는 아쉬움이 커요.”

일일이 손으로 해야 하는 일이라 큰돈을 벌기 어렵고 고단하지만, 바느질이 좋아 앞으로도 계속 이 일을 할 것이라는 강금성 대표. “즐기는 사람을 당할 수 없다는 말에서 용기를 얻는다”는 그에게 슬며시 기대를 품는다. 그의 작품이 ‘우리 것의 세계화’를 이루는 또 하나의 쾌거가 되기를.

사진 : 장익환
  • 2010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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