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슬로시티 기행] 독일 헤스부르크

매년 10만여 명의 관광객이 찾는 작은 마을

독일에서 슬로시티로 선정된 곳은 열 군데인데, 그중 헤스부르크(Hersbruck)는 제일 처음 ‘슬로시티’가 된 도시다. 독일 남부 뉘른베르크에서 30분 거리인 헤스부르크에 가면 슬로시티는 어떠해야 한다는 교과서적인 지침을 얻을 수 있다. 슬로시티연맹 헌장에 있는 기본 철학이 바로 이 도시의 기반이자 철학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헤스부르크 전경. 숲 속에 자리 잡은 작은 마을이다.
슬로시티의 생명력은 지역 공동체(community)에 있다. 지역 주민들이 자신이 사는 곳에 대해 얼마나 자부심과 정체감을 갖고 있는지, 얼마나 서로 마음을 합해 공동체적인 삶을 살고 있는지가 슬로시티의 내적 기반이 된다. 2001년 슬로시티로 선정된 헤스부르크는 환경 친화적이고 역사적인 마을로 아이덴티티를 구축해 슬로시티를 지향하는 세계 여러 타운들의 롤 모델이 되고 있다.


첫 번째로 들 수 있는 게 친환경 공공교통 프로젝트다. 이곳에 들어서면 대중교통이 뿜어내는 매연이나 소음을 별로 느낄 수 없다. 2006년부터 천연가스로 운행하는 CNG 버스를 운행하고 있는 것. 이를 통해 연료비 절감은 물론, 이산화탄소 배출을 25% 감소시키고, 매연은 80%나 감소시킨다. 소음 감소 효과도 크다. 이곳은 또한 1998년부터 친자전거 타운으로 지정되어 있다. 전국적인 자전거 네트워크와 연계해 자전거 여행객을 위한 각종 편의 프로그램을 갖췄다. 자전거 여행코스를 개발하고 자전거족을 위한 호텔과 민박(Bed and Bike)도 개설해 유럽의 자전거족을 맞이한다. 이곳의 스파는 생물자원 공급센터에서 만들어진 생태학적 열을 이용해 친환경 생태도시임을 자부한다.

지역 레스토랑에서 요리와 서비스 교육을 받으며 지역 먹을거리에 대해 배우는 아이들.
마을에 예술적인 감각을 더하는 것도 헤스부르크 주민들이 중요시하는 일. 마을 뒷골목, 산책로에 설치한 18개의 조각 작품은 이 마을의 풍경에 입체감을 더한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 후 곳곳에 숲을 만들어 녹색 강국을 만들었다. 독일을 여행할 때 가장 인상적인 게 울창한 숲과 그 사이사이 펼쳐진 광활한 밀밭이다. 지역마다 목공 장인, 도자기 장인, 구두 장인들이 대를 이어가며 자신들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데, 목공 장인들은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나는 목재를 100% 이용한다. 아무리 작은 타운에도 작은 박물관들이 들어서 있고 많은 예술가들이 거주하는데, 이들을 중심으로 공예품을 판매하는 시장이나 예술 축제가 벌어지곤 한다. 그 지역 예술가들의 공방을 찾아 작업 현장을 지켜보고 물건을 사는 게 독일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라면 헤스부르크가 그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독일에서도 휴양지로 유명한 헤스부르크는 ‘건강 타운’을 표방한다. 알레르기와 아토피가 있는 사람을 위한 호텔이 특히 유명한데, 환자들을 위해 친환경적으로 꾸민 객실에 친환경 식단을 갖추고 깔끔한 매니지먼트로 정평이 나 있다. 이곳은 노인을 위한 친실버 프로젝트도 유명하다. 이 타운에 있는 스파는 ‘친실버서비스기업’(Seniorfriendly service company) 상을 받기도 했다.

이곳 초원 과수원에서는 200종의 토종 사과가 재배된다.
어린이들에게 이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로 요리하는 것을 가르치는 ‘미니쿡 프로젝트’도 독특하다. 아홉 살에서 열한 살까지 아이들에게 요리를 가르치면서 환경과 고향에 대한 사랑, 건강과 영양에 대한 생각을 심어주는 것. 20명의 아이들은 한 달에 한 번 2년간 레스토랑을 찾아와 요리법과 서비스를 배운다. 독일뿐 아니라 유럽인들은 1차 산업, 즉 농업을 매우 중시한다. 농촌이 가진 가장 매력적인 콘텐츠가 녹색의 자연 그리고 그 땅에서 나는 먹을거리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농업은 수입개방으로 맥없이 주저앉고 있는 데 반해, 유럽에서는 자신들이 먹는 기초 곡물은 거의 100% 자급자족한다.

독일이 세계적으로 자랑하는 세 가지는 자동차, 맥주, 그리고 소시지다. 독일의 맥주 역사는 1200년대 시작됐는데, 헤스부르크의 양조장에서 전통 방식 그대로 빚은 헤스부르크 맥주 역시 유명하다. 또한 소시지, 마늘빵, 양파파이, 이곳에서 난 사과로 만든 애플주스, 100% 방목한 돼지의 어깨 부위로 만든 식품 등이 이곳의 특산품으로 유명하다. 이런 지역 음식을 마케팅하기 위해 왕관 표시를 해두는데,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

(왼쪽) 농부들이 만든 음식과 맥주, 소시지가 이 지방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오른쪽) 매년 1주일씩 열리는 국제기타축제.
1년 내내 열리는 축제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흥겹게 한다. 매년 1월이면 ‘독일 목동박물관’이 축제를 여는데, 오랫동안 목동생활을 해온 장인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다. 또 양(羊)축제에서는 희귀종 양을 보면서 양털깎기하는 장면을 지켜보고, 양털 제품을 살 수도 있다. 7월 말에서 8월 초 열리는 알트슈타트페스트(Altstadtfest)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음악 연주와 당나귀 경주다. 이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국제기타축제’가 1주일간 10회의 콘서트로 진행된다. 주민들로 결성된 합창단, 오케스트라, 밴드의 활동도 왕성하다. ‘사과의날’(Apple Day) 축제에서는 초원 과수원(meadow orachard)에서 자란 200종의 사과가 나오는데, 지역 과수원을 찾아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과수원의 모습을 만끽하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특별한 축제날이 아니라도 마을 구석구석을 다니며 주민들의 집과 정원을 살피는 것만으로 재미있는 경험이 된다. 이곳은 2004년부터 ‘꽃장식 대회’를 개최하는데, 이후 주민들이 더욱더 자신의 집과 주변을 가꾸는 데 열심이 된 계기가 됐다 한다.

헤스부르크는 주민은 1만2500명 정도. 매해 이곳을 찾는 독일의 방문객은 2만 5000명, 외국 관광객은 10만 명이 넘는다. 이곳에 1박 이상 머무는 외국인은 2000여 명. 세계인의 마음을 끌어당기기 위해 작은 타운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 2010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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