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 디자인파크 대표

호랑이로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상품을 만들 겁니다

88서울올림픽 마스코트인 ‘호돌이’를 디자인한 김현 디자인파크 대표. 그가 호랑이해를 맞아 호랑이를 주제로 다양한 문화상품을 내놓았다. 그는 미국의 하얀 머리 독수리, 일본의 고양이, 러시아의 불곰, 중국의 판다처럼 호랑이를 한국의 상징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김현 대표는 지난 연말,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김현 디자인 40년전&디자인파크 25주년 기념전>을 열었다. 그 개인에게도 의미가 있지만, 한국 디자인 역사에서도 퍽 의미 있는 전시였다. 그는 부산・광주에서 전시회를 연 후 베이징과 도쿄・대만 전시도 계획 중이다.

일반인에게 서울올림픽 마스코트를 디자인한 ‘호돌이 아빠’로 알려진 그는 디자인계에서는 우리나라 ‘CI(기업 아이덴티티)’와 ‘BI(브랜드 아이덴티티)’ 개척자로 유명하다.


2008년에는‘문화예술 발전 유공자’로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문화훈장을 받기도 했다. 우리나라에 아이덴티티 디자인이 새로 시작될 때부터 그는 LG자이, 신한은행, BC카드, 대전엑스포 마스코트, 국민은행, 서울시, 서울은행, 교보생명, 아이리버, EBS, 티머니까지 기업과 단체의 이미지를 디자인해왔다.

‘호돌이’가 올림픽 마스코트로 지정되었을 때, 그는 대우그룹 기획조정실 디자인팀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당선되자마자 그는 디자인회사 ‘디자인파크’를 세웠고, 수많은 일을 해왔다.


서울시의 상징인 ‘왕범이’도 그의 손을 거쳐 나왔다. 호랑이를 모티프로 한 문화상품에 전념하겠다는 것은 오랫동안 숙성시켜온 그의 꿈. 호랑이해인 2010년을 기점으로 삼았다.

“이상하게도 저는 호랑이와 인연이 많아요. 88서울올림픽 마스코트인 ‘호돌이’ 디자인도 그렇고, 서울시의 ‘왕범이’도 마찬가지죠. 평생 디자이너로 살아오면서 아쉬운 게 있다면 ‘왜 우리는 세계에 내놓을 우리만의 아이덴티티, 즉 문화상품이 없을까’ 하는 것이었어요. 디자이너로서 대한민국 하면 떠오르는 상징을 만들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2010년 호랑이해를 계기로 호랑이 이미지를 활용한 문화상품에 올인하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남은 시간, ‘호랑이’를 재해석하는 작업만 해도 무궁무진(?)할 것 같다고 한다.


기업, 작가들과 협업으로 만든 호랑이 디자인 상품들

민화에 등장하는 까치와 호랑이를 응용한 스카프.
이번 문화상품전은 각 분야 작가들이 참여해 협업 형태로 이루어졌다. 전시를 준비하는 데만도 1년이 걸렸다. 스프로스송(松)에 목상감을 한 교자상은 일일이 손으로 새기느라 6개월 정도 걸렸다. 젠한국도자기와는 2인 칠첩반상기, 로만손과는 시계, 예진상사와는 머플러와 넥타이, 놀이인포와는 우산, 그리고 인다디자인과 호랑이 조명등, 디자인8과 가죽 다이어리를 만들었다.

이 밖에 강원공예문화연구소 김찬일과 칠보작가 노영숙 씨도 작업에 참여했다. 삼성 노트북과 휴대폰에 금속부식으로 문양을 새긴 디자인은 젊은이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호랑이 문양과 현대적인 디자인의 어울림을 시도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호랑이는 단군신화에서부터 민담이나 설화에 자주 등장한다. 그가 표현하는 호랑이는 우리 민화 속에 등장하는 해학적인 모습에 가깝다. 호랑이의 짝꿍으로 등장하는 까치는 영리해 보이는 깜찍한 자태로, 보는 이로 하여금 슬며시 웃음 짓게 한다.

호랑이 문양이 들어간 노트북 컴퓨터.
우리 조상에게 호랑이는 동물의 제왕이었지만, 무섭고 두려운 존재는 아니었다. 예부터 호랑이는 우리에게 수호신과 같은 존재였다. 우리 조상은 호랑이가 나쁜 기운을 막아주고 나라와 가정을 지켜준다고 믿었다.

호랑이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은 연암 박지원의 《호질(虎叱)》에서도 찾을 수 있다.

연암은 “범은 착하고도 성스럽고, 문채롭고도 싸움 잘하고, 인자롭고도 효성스럽고, 슬기롭고도 어질고, 엉큼스럽고도 날래고, 세차고도 사납기가 그야말로 천하에 대적할 자 없다”고 표현했다.

“호랑이에 대한 우리 조상의 생각을 이처럼 잘 표현한 문장을 찾아본 적이 없어요. 디자이너로서 그걸 표현해내는 게 숙제였지요. 삼성 노트북컴퓨터에 작업할 때는 날카롭고 차가운 분위기에 온기를 불어넣자고 생각했어요.”

호랑이 문양의 조명등.
그는 민화에 나오는 해학적이고 관조적인 호랑이를 기본으로 삼되, 좀 더 간결하게 표현하기로 했다. 까치에게 놀림당하는 어리숙한 호랑이. 그런데 간결한 선이나 색채에서는 현대적인 느낌이 풍긴다. 그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항상 우리 곁에 있던 호랑이를 되살리는 일”이라고 말한다. 일제 식민지를 겪기 전, 우리 민예품에는 호랑이 문양이 매우 흔했다고 한다. 집집마다 맹호도나 호랑이 병풍이 있었고, 필통이나 생활용품에도 호랑이가 흔히 새겨져 있었다.

“어릴 적 인사동이나 황학동에 가면 호랑이가 그려진 물건들을 쉽게 볼 수 있었어요.”

전시회가 끝나면 서울 인사동에 호랑이를 주제로 한 문화상품 전문 숍을 여는 게 그의 꿈이다.

전시회를 찾은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은 호랑이가 새겨진 휴대폰이나 노트북컴퓨터, 여성은 도자기나 머플러, 남성은 경상에 관심을 보여 상품화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 관광객이 ‘호랑이 문화상품’을 한국 전통에 뿌리를 둔 명품으로 사들고 갈 수 있게 하고 싶어요.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명품을 소비하는 시장으로 성장한 만큼, 우리도 우리만의 명품을 내놓을 때라고 생각합니다.”


문화상품도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호랑이 목상감 가구.
호랑이를 문화상품으로 정착시키려면 다양한 스토리텔링이 나와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까치에게 놀림당하는 호랑이의 모습’도 물론 재미있어요. 그런데 여기서 더 나가야 해요. 뮤지컬 〈캣츠〉나 〈라이온 킹〉처럼 재해석한 이야기가 필요해요. 쥐라는 혐오동물의 이미지를 벗고 세계적인 스타가 된 ‘미키마우스’처럼 문화상품은 디자인만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에요. 다양한 예술 영역과의 협업이 필요하지요. 호랑이를 주제로 한 동화・뮤지컬・오페라가 다양하게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환갑을 맞은 그는 여전히 현장에 있어야 힘이 나는 디자이너다. 이번 전시도록에는 작가의 이런 말이 담겨 있다.

“10년은 해야 일하는 법을 배우고, 20년은 해야 제 몫을 하기 시작합니다. 30년은 해야 괜찮게 한다 할 수 있고, 40년은 해야 꽤 많이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50년은 해야 자기만의 세계를 열었다고 할 수 있고, 60년은 해야 정말 잘하는 경지에 다다르겠지요.”

디자인 경력 40년을 맞은 그가 우리의 호랑이를 얼마나 멋진 문화상품으로 만들어낼지 기대를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사진 : 김진구
촬영협조 :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 2010년 02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는 로그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201907

201907

구독신청
낱권구매
전체기사

event2019.07

event
event 신청하기
영월에서 한달살기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