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한식요리경연축제 대상 수상한 이상훈・노영승 셰프

한식을 세계화하려면 외국인의 입맛부터 알아야 해요

《미스터 초밥왕》 《식객》 《화려한 식탁》 《천사의 프라이팬》…. 히트 만화 중에는 요리를 소재로 한 만화가 유독 많지요. 영화는 또 어떤가요? 최근엔 메릴 스트립 주연의 요리 영화 <줄리&줄리아>가 호평 중 상영된 데 이어 <식객 2>도 개봉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창조적 영감’이 살아 있고, ‘인간 승리의 드라마’가 꿈틀대며 오감이 살아 있기 때문 아닐까요? 이달부터 자기만의 아이디어로 감동의 드라마를 만들어낸 ‘스타 셰프’를 연재합니다. 그 첫 번째로 세계한식요리경연축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상훈・노영승 셰프를 소개합니다.
이상훈 셰프
서울국제요리대회 개인전 금상(2004), 서울지방 기능경기대회 요리부문 동상(2004) 등 수상. 현재 르네상스서울호텔 멤버십 프렌치 레스토랑 ‘클럽 호라이즌’ 근무.
이상훈・노영승 셰프는 지난해 10월 뉴욕에서 개최된 제2회 세계한식요리경연축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30여 팀이 참가한 대회에서 일곱 가지 요리를 코스로 낸 두 사람은 외국인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으로부터 최고점을 받았다. 역전의 순간이었다. 국내에서 치른 예선전에서 형편없는 점수를 받아 본선 진출을 포기할까도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선에서 감점을 많이 받았어요. 도자기나 놋그릇을 안 쓰고 양식 접시를 썼다고 깎이고, 너무 예쁘게 담았다고 깎이고, 한식 고유의 맛을 제대로 안 살렸다고 깎였어요. 하지만 저희 생각은 달랐습니다.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정통성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지화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외국인이 좋아하는 맛을 살리는 데 역점을 두었습니다.”(이상훈 셰프) 대상이 발표된 날 두 사람은 뉴욕의 호텔방에서 밤새워 자축연을 했다. 메뉴는 소주와 라면.

으리으리한 레스토랑에 가서 화려한 요리를 먹을 수도 있었지만 이 순간 이들에게 가장 맛있는 음식은 ‘친숙한 고향의 맛’이었다. 낯선 뉴욕 땅에서 가장 생각나는 메뉴가 소주와 라면이었던 것.

두 사람은 종종 요리대회에 팀으로 출전하는데 그때마다 자축연 메뉴는 소주와 라면이라고 한다. 이는 두 사람의 요리 철학과도 통한다. ‘낯선 맛은 한 번뿐이다. 친숙한 맛으로 승부하자.’ 이들에게 대상을 안겨준 일곱 가지 코스요리는 다음과 같다.

복분자주에 토마토와 열무김치 살사를 올린 찬 두부와 관자살 → 석류 매실청 소스와 된장에 재워서 명이나물로 감싼 구운 돼지고기 → 자연송이 향의 어만두탕 → 과일즙으로 맛을 낸 전복 비빔냉면과 웰빙 해초 샐러드 → 자연송이 버섯과 더덕을 넣어 구운 떡갈비 스테이크 → 토란국과 여러 가지 나물 비빔밥 → 홍시 소스를 곁들인 떡과 강정, 수정과.

두 셰프는 외국 손님이 많은 호텔에서의 경력을 살려 외국인의 입맛을 철저히 분석, 코스마다 적용했다. 비빔냉면의 고추장 소스는 과일을 섞어 매운맛을 중화했고, 된장은 단맛을 강화해 외국인이 힘들어하는 된장 특유의 향을 줄였다. 찐득한 맛을 싫어하는 외국인을 감안해 강정은 조청을 조금만 썼고, 먹지 못하는 재료는 접시에 내지 않는 그들의 문화를 고려해 떡갈비는 뼈 대신 더덕으로 모양과 맛을 냈다.


항상 요리에 미쳐 있어야 새로운 발상이 나와요

노영승 셰프
서울국제요리대회 개인전 은상(2008), 서울 한국음식박람회 코트라 사장상(2008) 등 수상. 현재 르네상스서울호텔 뷔페 레스토랑 ‘카페 엘리제’ 근무.
가장 좋아하는 요리 역시 갈린다. 외국인은 달달한 떡갈비를, 한국인은 명이나물에 감싼 구운 돼지고기를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외국인은 명이나물 특유의 강한 향과 된장 향을 낯설어한다는 것. “처음부터 맵고 강한 맛으로 파고들기보다는 조금씩 난이도를 높여가면서 서서히 파고드는 게 한식의 세계화를 위한 첫 걸음”이라고 한다.

창의력 면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요리는 어만두탕이다. 딤섬 모양의 어만두는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쁘고, 은은한 자연송이 향이 감도는 국물은 식욕을 자극한다. 보드라운 광어살과 탱탱한 쇠고기 소의 식감은 혀를 흥분시킨다. 혀에 골고루 퍼지는 어만두의 맛은 만두 고유의 맛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차원의 맛이다.

르네상스서울호텔에 근무하는 두 사람은 환상의 팀워크를 자랑한다. 서로 ‘상훈 형’, ‘영승아’ 허물없이 부르면서 열린 마음으로 의사소통을 한다.

축구선수를 꿈꾸던 이상훈 셰프는 고등학교 졸업 후 레스토랑에 우연히 취업하면서 인생행로가 바뀌었고, 노영승 셰프는 요리를 하고 싶어 고등학교 때부터 요리학원을 다녔다. 두 사람에게 요리대회 출전은 새로운 요리를 맘껏 구상할 수 있는 ‘짜릿하고도 설레는 기회’다. “요리대회 과정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힘들지만 대회가 끝난 날 밤은 결과에 관계없이 너무 행복하다”며 “그 행복감은 묘한 중독성이 있다”고 말한다. 두 사람은 요리대회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과정을 즐긴다. 리더 역할을 한 이상훈 셰프의 첫 번째 원칙은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주위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재료로 한국의 맛을 표현하자’는 것이다.

자연송이 향의 어만두탕.
두 사람은 요리대회를 게임처럼 생각하고, 메뉴 구상 과정을 즐긴다. 이상훈 셰프는 노영승 셰프에 대해 “수상 여부에 관계없이 대회 자체를 즐길 줄 아는 후배”라고 평했다.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시각적인 차별화다. 두 사람은 심사위원들에게 요리를 낼 때 코스별 음식을 한입 크기로 숟가락에 담아 일곱 개의 흰 숟가락에 냈다. 심사위원들이 먹기에 편하도록 한 것. 이것은 요리로서는 마지막 단계이지만, 심사위원들의 첫인상을 사로잡은 결정타였다.

요리사의 두뇌에서 ‘유레카’ 하는 창조적 영감의 순간은 언제 오는 것일까? 똑같은 재료를 가지고 남다른 맛을 내는 비결은 어디 있는 것일까?

떡갈비 스테이크. 자연송이버섯과 더덕을 넣어 구웠다.
“미쳐야죠. 늘 요리에 미쳐 있지 않으면 새로운 발상을 할 수 없어요. 양파 껍질을 까다가 문득 ‘아, 이 속껍질을 튀겨서 장식용으로 활용해야겠다.’ 피망을 썰다가 ‘아, 이 파란 속심만 이용해봐야겠다’ 하는 식이죠. 어떤 땐 꿈속에서 새로운 요리법을 배우기도 해요. 벌떡 일어나 그대로 만들어본 적도 있어요.”(노영승 셰프)

“요리는 배려에서 시작해 배려로 끝나는 것 같아요. 먹는 사람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고민하는 게 가장 중요하죠. 성별과 연령에 따라 익히는 정도와 간하는 정도가 달라야 해요. 의무적으로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와 ‘이 음식을 먹는 사람이 맛있게 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만드는 요리사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어요.”(이상훈 셰프)

사진 : 김진구
  • 2010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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