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폭발 ‘막걸리학교’ 허시명 교장

내가 원하는 막걸리 내 손으로 만들어요

막걸리의 인기가 나날이 치솟고 있다. 최근에는 와인 판매량도 뛰어넘었다고 한다.
막걸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막걸리에 관한 모든 것을 공부할 수 있는 ‘학교’가 생겨 화제다.
막걸리학교 교장이자 강의를 맡은 사람은 술 평론가로 유명한 허시명 씨.
막걸리학교에서 만난 허씨는 “우리 술을 알고 싶어 하고, 우리 술 문화가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학교를 열었다”고 한다.
막걸리학교를 찾은 지난 12월 2일은 마침 1기생들의 마지막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수업을 마친 뒤에는 수강생들이 직접 빚어 온 막걸리를 나누는 졸업작품전(?)도 예정되어 있어 일찍 도착한 수강생들은 이미 막걸리잔을 앞에 놓고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즉석에서 술맛 품평이 오갔고, 동기들로부터 “맛있다”는 평을 들은 사람들의 얼굴엔 뿌듯한 미소가 번졌다. 반면 “식초처럼 돼 속상하다” “망친 이유를 모르겠다”는 등의 푸념도 나왔다. 복분자즙, 자색고구마 등을 넣은 막걸리 칵테일도 등장했다. 생수병, 플라스틱 물통, 우유병 등 재활용 용기에 막걸리를 덜어 가지고 온 수강생들의 모습은 집집마다 술을 담가 고유한 술맛이 전해져 내려오던 시절을 연상시켰다. 과연 ‘막걸리의 화려한 부활’이었다.

1주일에 한 번씩 8주 동안 진행된 수업을 모두 마치고 이날 수료식에 참여한 1기생은 모두 38명. 총 정원은 41명이었지만 세 명이 개인 사정으로 불참했다. 20대부터 60대까지, 수강생들의 연령대는 폭넓었고 직업도 저마다 달랐다. 치과의사이자 소믈리에(와인감별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한 수강생은 “이제는 우리 것을 알고 싶다는 생각으로” 막걸리학교를 찾았고, 지방에서 큰 규모의 매실 농장을 운영하는 농부는 매실막걸리를 만들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정년을 앞두고 막걸리를 이용한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중년 남성, 직접 담근 막걸리와 그에 맞는 안주를 개발하고 싶다며 찾아온 음식점 경영자, 식품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20대 여성 직장인도 눈에 띄었다. 그런가 하면 멀리 외국에서 온 수강생도 있었다. 개강일에 맞춰 미국에서 와서 수업이 진행되는 두 달 동안 아예 서울에서 머무른 수강생도 있었고, 일본에 거주하는 한 여성 사업가는 1주일에 한 번씩 도쿄에서 서울로 날아왔다.

이런 열기에 힘입어 2기 과정은 내용을 좀 더 보강해 10주 프로그램으로 늘렸다. 1기생 모집 때 미처 등록하지 못한 사람이 100여 명에 달하면서 이번 2기생 접수 과정은 과열 양상까지 빚었다. “언제 접수받느냐” “대기자 등록이라도 하게 해 달라”는 등 담당 직원들이 전화 문의에 시달리자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 날짜와 시간을 공지한 것. 접수가 시작된 당일 오전 10시, 일찍부터 홈페이지에 로그인해 신청서를 작성해 둔 사람들이 컴퓨터의 시계가 ‘10시’로 바뀜과 동시에 ‘접수하기’를 클릭했고, 단 7분 만에 정원을 모두 채웠다. 나머지 사람들은 또다시 10주 후를 기약해야 했다.


막걸리 열풍 이어가기 위헤서는 술 문화 연구 병행해야

이처럼 뜨거운 반응은 강좌를 개설한 허시명 씨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허씨는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그만큼 우리 술 문화를 공부하고자 하는 욕구가 크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막걸리학교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막걸리의 양적 팽창을 질적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노력 중 하나입니다. 막걸리가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는 지금, 이 흐름을 그대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맛・재료 등을 고급화해 좋은 막걸리를 생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술 문화를 연구하고 알리는 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막걸리학교가 술을 빚는 방법보다 술 문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똑같은 음식도 설명을 듣고 먹으면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처럼 술도 그 유래를 알고 접하면 즐거움이 배가된다”는 그는 막걸리학교를 열며 이런 글을 썼다.

“우리 술은 너무나 오래도록 일방통행만 해 왔다. 생산자가 만든 술을 소비자는 무비판적으로 우직하게 마셔만 해 왔다. 전국에 막걸리 양조장만 해도 800개가량 있고, 그곳에서 만든 막걸리의 수요는 수천 가지에 이른다. 참 많다. 이제 맛있는 막걸리, 차별화된 막걸리, 새로운 막걸리를 찾아 마시면서, 그 맛을 품평할 때가 되었다. (중략) 막걸리에 시시콜콜 시비를 거는 까다로운 막걸리 감별사를 만들어 내는 게 막걸리학교의 1차 목표다. 막걸리의 맛을 평할 줄 알고, 자기가 좋아하는 막걸리를 타인에게 권할 줄 알고, 막걸리를 통해서 우리 문화와 우리 음식을 소개할 줄 알고, 때로 손수 막걸리를 빚어 마실 줄 아는 멋쟁이를 길러 내는 과정이다.

막걸리의 정체를 알고 싶은 사람, 막걸리의 진경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사람, 막걸리를 통해 한국을 이해하고 자랑하고 싶은 사람, 아 그리고 또 하나, 우리 막걸리를 널리 소개하고 싶은 사람이면 막걸리학교로 오라. 졸업장을 받는 순간, 인생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술친구도 생겨 있을 것이다.”


다각적인 차별화・명품화 전략 필요

국내 최초의 술평론가이자 여행작가인 허씨는 지난 10년간 일제강점기와 근현대화 과정에서 사라져 간 우리 술을 찾아 전국을 누볐다. 그동안 《허시명의 주당천리》 《비주, 숨겨진 우리 술을 찾아서》 《풍경이 있는 우리 술 기행》 등의 책을 펴냈다.

그에게 술 평론가라는 직업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술맛, 특히 우리 전통주의 맛을 감별하고 그에 대해 논하는 사람”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좋은 술을 감별하기 위해서는 일단 많이 마셔 봐야 한다”며, “여러 종류의 술을 섞어 마시기보다는 담그는 방법, 재료, 발효 방식에 따라 술을 분류해 각각 비교하면서 마시되 그중에서 가장 좋은 술의 맛을 혀와 뇌에 각인시켜야 좋은 술을 감별해 낼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막걸리학교를 통해 우리 술이 얼마나 좋은지, 얼마나 매력적인 발효음식인지를 알리는 일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전통 술 전문가로 최근 불고 있는 막걸리 열풍을 누구보다 반가워하는 그는, 이것이 일시적인 유행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다각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먹기도 아까울 만큼 좋은 재료로 술을 빚고, 고유한 맛을 가진 지역 특산주를 개발해 관광 상품으로 연계시키고, 막걸리와 어울리는 음식의 조화도 고민하는 등 다각적인 차별화・명품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사진 : 김선아
  • 2010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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