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카페 만든 생활용품 디자인회사 ‘더리빙팩토리’ 정재경・권제영 부부

디자이너 부부가 제안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신사동 가로수길, 디자이너와 소비자가 만나는 쇼룸이자 카페로 요즘 한창 인기를 끄는 곳이 있다. 세컨드 팩토리(www.second-factory.com). 생활용품 디자인회사 더리빙팩토리(www.thelivingfactory.com) 정재경 대표가 디자이너 남편과 의기투합해 만든 공간이다. 남편은 프랑스의 휴대전화 제작유통 회사인 ‘모드랩스’의 디자이너로 한국에 파견 나와 있는 상태. 테이블 웨어, 문구용품 등 더리빙팩토리의 생활디자인 제품은 원색의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세컨드 팩토리에 들어서면 디자이너의 손길을 구석구석에서 느낄 수 있다. 흔히 보기 어려운 독특한 디자인 소품, 부부가 여행하면서 모아 온 빈티지 소품들이 눈길을 끈다. 지난해 4월에 문을 열었으니 1년이 조금 넘었을 뿐인데 벌써 디자인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지트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총 330㎡(100평) 공간 중 카페가 99㎡(30평), 나머지 231㎡(70평)는 더리빙팩토리 사무실로 쓰고 있는데, 이렇게 디자인 카페 겸 쇼룸과 작업공간을 함께 쓰는 스타일은 유럽이나 홍콩, 일본에서는 이미 자리 잡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새롭게 시도되는 단계.

아내인 정재경(34) 씨는 잡지사 에디터, 브랜드 홍보, 인터넷 마케터를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2000년에 생활용품 디자인 회사 ‘더리빙팩토리’를 만들었다. 남편 권제영 씨(34)는 현재 모드랩스가 한국 기업과 함께하는 프로젝트로 한국에 파견 근무 중인데, 아내가 운영하는 더리빙팩토리의 디자인 디렉터를 맡고 있기도 하다. 이들이 카페를 연 것은 소비자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제품을 만나 사용해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매번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 ‘혹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부부는 노력하면 이루어지지 않는 게 없다고 믿는다. 설혹 실패했다 해도 그 노력이 값진 공부로 남을 것이라 생각했다.

“걱정만 하고 있으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아요. 다른 전시 판매장에 우리 제품을 놓아 두었을 때는 우리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데 뭔가 부족했어요. 회사 규모가 조금씩 커지면서 우리 제품을 더 잘 소개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고, 그 공간에서 가장 가깝게 소비자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자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생각해 낸 게 ‘디자인 카페’였죠.”


카페 입구에는 더리빙팩토리에서 제작한 식기류를 포함한 다양한 소품과 외국에서 들여온 아기자기한 디자인 소품을 전시, 판매하는 공간이 있다. 카페에서 사용하는 모든 식기류는 더리빙팩토리 제품이다. 더리빙팩토리의 대표는 정재경 씨지만, 디자인은 남편 손을 거쳐서 나온다. 우리나라 디자인 회사에서 근무하던 남편은 2007년 프랑스 모드랩스에 스카우트되어 프랑스로 가게 됐다. 마침 그해에 아내가 임신해 함께 떠나지 못했고,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왔다. 아내와 떨어져 프랑스에 있을 때도 더리빙팩토리의 디자인을 계속 맡았다고 한다.

“더리빙팩토리의 재기 발랄한 색이나 미니멀한 형태는 제 취향이 반영된 것 같아요. 저는 영화와 음악보다는 책을 더 좋아하고, 남편은 영상매체에 푹 빠져 사는데, 물건이나 디자인을 보는 눈은 너무나 똑같아 서로 신기하다고 말할 정도예요.”


프랑스 휴대전화 회사에 근무하는 남편이 아내 회사의 디자이너

디자인은 남편이 하지만, 어떤 제품을 어떤 콘셉트로 만들지는 아내가 많이 제안한다. 오랜 사회경험 때문인지 아이디어가 풍부하고, 눈썰미도 정확해 남편은 아내에 대해 ‘반은 디자이너’라고 말한다. 더리빙팩토리에는 1인용 커피 메이커, 스파이 미러, 벽에 거는 상비약통 등 재미있는 아이디어 제품이 많다. 양쪽에 지퍼가 달려 펼치면 담요처럼 변하는 리버시블 백은 신세대 주부라면 누구든 탐낼 만한 디자인이다. 아이와 함께 외출했을 때, 가방으로 쓰다 담요처럼 펼쳐 아이를 눕힐 수도 있어 반응이 좋다.

“책상 위에 까는 다기능 매트를 만들 때였어요. 직장 다닐 때 늘 책상 위에 매트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책상에서 이런저런 일을 하는데, 책상을 더럽히거나 손상시키지 않고 되도록 깨끗하게 쓰고 싶었으니까요. 그래서 그런 매트를 만들자고 했더니 남편은 ‘그게 팔리겠느냐?’고 하더군요. 그걸 내놓은 지 4년 됐는데, 지금까지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요.”

권제영 씨는 자신이 디자인한 제품에 아내가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다시 숙고할 정도로 아내의 눈을 믿는다고 한다. 그러나 대표이자 마케터인 아내와 디자이너 남편 간의 소소한 의견충돌은 피할 수 없다. 두 사람의 꿈은 스웨덴 하면 ‘이케아’, 일본하면 ‘무인양품’처럼 한국 하면 떠오르는 생활디자인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런던에 가면 지하철 노선도만 봐도 너무나 예뻐요. 그것이 생활 속 디자인인 것 같아요. 최근 홍대나 삼청동에 일본 빈티지 스타일 카페가 많이 생겼어요. 너무나 예쁘지만 왠지 아이덴티티가 없어 보여요. 우리의 경쟁력은 한국적인 데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쉽지 않지만 방법이 있을 것 같아요. 우리 것을 재해석하는 작업을 해야겠다고 늘 생각하고 있어요.”

그들에게 죽기 전에 꼭 이루고 싶은 꿈이 뭐냐고 물었더니 ‘디자인 호텔’이라고 말한다. “디자인 책에 소개될 만한 창의적인 호텔을 만들고 싶어요. 호텔은 생활에 필요한 모든 디자인을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이잖아요.”

지금 생각해 보면 우습지만, 카페를 만든 초창기에는 ‘이러다 죽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한다. 카페를 운영하는 일이 힘들지만 분명히 낭만적인 면도 있다.


“사람과 소통한다는 게 재미있어요. 손님들 대부분 디자인에 관계되거나,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들이에요. 그들에게서 배우고 느끼는 점이 많아요.”

프랑스의 유명한 휴대전화 회사에 근무하면서 생활용품 디자인회사를 같이 꾸려 가고, 거기에 또다시 카페까지 연 이들 부부. ‘왜 그렇게 힘든 일을 사서 할까’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들은 “마음먹는 바를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고 말한다. 어떤 일을 성취하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도전의 과정. 이들은 그 과정을 기꺼이 즐기고 싶다고 한다.

사진 : 김진구
  • 2009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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