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달 특집] 공병호・서혜숙 부부

음식점 사장 하는 아내 보며 ‘사장학’ 썼죠

공병호경영연구소 공병호 소장의 아내 서혜숙 씨는 농사짓는 사장님이다. 그는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서 ‘오월의 향기’라는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주변 텃밭을 가꿔 각종 채소를 재배한다. 작년에는 고추농사가 잘돼 식당에서 쓰고 남은 고추를 농산물 시장에 직접 트럭을 몰고 나가 팔았다고 한다.

이상아 인턴기자
최근 공병호 박사가 출간한 《공병호의 사장학》은 아내 서씨 덕분에 탄생했다. 서울시에서 기술직 공무원 생활을 하다 그만두고 음식점 사장이 된 후 변해 가는 아내를 보며 ‘아, 사장이라는 자리가 이렇게 사람을 바꿔 놓는구나’라고 뼈저리게 느낀 공박사가 ‘한국형 사장학’을 쓴 것이다. 그는 한국 자본주의에 관해 끊임없이 글을 쓰고, 숱한 강연과 워크숍에서 사장들을 만나며 그들의 고충과 문제점들을 들어왔지만, 아내를 보며 ‘사장이 된다는 것’의 엄정함을 새삼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사장의 고충과 문제점의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사장이 갖추어야 할 기본 자질과 생존 전략, 인재와 조직 관리 능력 등을 담아 책을 썼다.

공병호・서혜숙 부부를 ‘오월의 향기’에서 만났다. 이 건물은 부부가 따로 또 같이 생활하는 공간이다. 1층에는 아내가 운영하는 식당, 반지하에는 남편의 ‘공병호경영연구소’가 있다. 2003년 공박사가 만든 ‘자기경영 아카데미’도 이곳에서 한다. 부부는 참 다르다. 남편은 넥타이를 매고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맞았고, 아내는 티셔츠에 분홍색 재킷을 입고 편안한 미소로 맞았다. 남편은 논리정연한 말투로 정제된 말만 했고, 아내는 끊임없이 “까르륵 까르륵” 웃어 대며 격의 없이 말했다.

“예전부터 식당을 하고 싶었어요. 저는 공무원을 하면서 식당 운영을 함께할 수 있을 줄 알았죠. 세상을 만만하게 본 거예요. 그런데 애 아빠가 ‘그게 무슨 얘기냐,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가 음식 사업이다’라며 공무원을 그만두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하든가, 아니면 아예 식당을 시작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래서 2005년에 사표를 냈죠.”(서혜숙)

“집사람이 식당 차리고 쩔쩔매는 모습을 보면서 초보 사장에게 사업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곳이 없다는 걸 알았어요. 현장 사장학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죠.”(공병호)

“예전부터 식당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애 아빠가 ‘공무원을 그만두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하든가, 아니면 아예 식당을 시작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래서 2005년에 사표를 냈죠.”
서씨는 사장이 된 후 삶의 태도가 달라졌다. 사장은 수동적인 생활을 떨쳐 버려야 했다. 식당을 연 후 그는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무릎까지 오는 장화를 신고 밭에 나가 농사짓는가 하면, 트럭과 봉고차를 운전하기 위해 자동차 운전면허 2종을 1종으로 갱신했다. 자신이 농사지어 식당에서 쓰고 남은 태양초를 트럭에 싣고 농산물 시장에 직접 내다 팔고, 식당 손님을 봉고차에 실어 나르기도 한다. 효율적으로 농사짓기 위해 농업대학 최고경영자 과정도 이수했다. 작년엔 고추농사가 풍작이어서 농업대학에서 성공사례 발표도 했다.

공 박사는 아내의 변화상을 보며 사장이라는 자리가 주는 묵직한 책임감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아내가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하는 현장 이야기가 남편 글의 소재가 됐다. 공 박사는 “이 사람이 막연하게 고민하는 문제들을 나는 논리적으로 정리한다”고 말한다. 이런 식이다. “처음에는 일은 아랫사람들이 다 하고 사장은 폼만 잡으면 되는 줄 알았다”는 서씨의 고충은 이 책에서 이렇게 표현된다.

“사소한 일들은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비즈니스 리더들이 많다. 이는 리더십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결과다. 이를테면 경영자는 산꼭대기에 앉아 전략을 구상하고 구성원들에게 비전을 심어 주는 일을 해야 하며, 나머지 잡다한 일들은 하위 관리자들이 알아서 해야 한다는 식이다.”(래리 보시디・램 차란・찰스 벅 《실행에 집중하라》 중에서, 《공병호의 사장학》에서 재인용)


아내 위해 걸레질까지 하는 공병호 박사

“집사람이 식당 차리고 쩔쩔매는 모습을 보면서 초보 사장에게 사업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곳이 없다는 걸 알았어요. 현장 사장학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죠.”
공 박사는 대학 1학년 때 대학 모임에서 5년 연상의 서씨를 만났다. 8년 연애 끝에 결혼한 두 사람은 서로를 ‘동지’라고 표현한다. 상의할 일이 생길때마다 수시로 전화하고, 독서광 공 박사가 자신이 읽은 책의 내용을 아내에게 이야기해 준다. 그는 “아내한테 이야기하다 보면 책 내용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공 박사가 꼬박꼬박 월급을 받던 직장을 박차고 나와 내 일을 하겠다고 했을 때 서씨는 “쌀값은 내가 어떻게든 벌어 오겠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 봐라. 남자 나이 40대가 인생의 마지막 전환점이다”라고 했다. 그때의 고마움을 잊지 않는 그는 사장이 된 아내를 대신해 살림을 도맡아 한다. 청소와 빨래, 장보기 등을 거의 혼자서 다 한다고 한다.

“예전에 제가 입신하기 위해 일에 집중할 때 처가 많이 도와줬어요. 지금은 제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으니 자신의 일을 하려는 처를 제가 도와야죠. 본업이 머리를 많이 쓰는 일이라 집안일을 하면서 피로를 풉니다. 빨래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동선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할지 연구하죠.”(공병호)

걸레질까지 하는 공 박사를 본 서씨의 친구들은 “남자 식모 뒀냐”며 부러움 반, 놀림 반으로 한마디씩 한다. 《공병호의 사장학》에는 “사장으로 사는 것은 전생에 업보가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라는 말이 나온다. 그만큼 숱한 가시덤불로 가득한 사장의 길. 서씨는 왜 스스로 가시밭길로 걸어 들어 갔을까.

위부터 | 서혜숙 씨가 농사지을 때 신는 장화들. 공 박사가 틈틈이 그린 그림. 그는 주로 꽃을 소재로 그림을 그린다. 두 아들과 함께(왼쪽이 둘째 현수 군, 오른쪽이 첫째 민수 군).
“남들은 남편이 돈을 잘 버니 편하게 살라고 하는데, 저에게는 이렇게 사는 게 편해요. 새로운 도전이 있어서 즐겁고 행복해요. 사장을 해 보니까 새로운 일들이 수시로 일어나요.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서로 상의해서 해결해 나가는 게 재미있어요. 그런 역경을 극복하면서 진한 인생의 묘미를 느끼죠.”(서혜숙)

부부에게는 두 아들이 있다. 첫째 민수는 미국 라이스대학 1학년에 재학 중이고, 둘째 현수군은 고등학교 2학년이다. 공 박사와 민수 군는 라이스대학 최초의 부자(父子) 학생이 됐다. 최근 9년간 번역서를 포함해 90여 권의 책을 내고, 한 해 300여권의 책을 읽는가 하면, 수시로 전국으로 특강을 다니고, 각종 매체에 칼럼을 쓰는 등 ‘시간 관리의 괴물’로 알려진 그이지만 한 달에 한 번은 꼭 군입대한 큰아들을 면회하러 간다.

“아버지가 바쁜 것은 아버지 개인의 문제입니다. 아버지가 자식을 키우는 시기는 인생에서 흘러가면 다시 오지 않아요. 사회에서 하는 일과 가정에서 해야 할 역할은 별개입니다. 저는 잡기에 능하지 않아요. 골프도 못 치고.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합니다.” (공병호)

공병호 박사에 대해 지나치게 성공만 주창하는 ‘차가운 성공 지상주의자’라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꽤 있다. 하나 분명한 건 공 박사가 주창하는 성공은 앞만 보고 달려가는 ‘차가운 성공’이 아니라, 개인과 가정, 사회가 다 같이 잘 되는 ‘따뜻한 성공’이라는 것이다

사진 : 이창주
  • 2009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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