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달 특집] 아들 둘 키운 후 딸 입양한 이상현, 이은숙 씨 부부

가슴으로 낳은 딸이 주는 행복을 아세요?

5월 11일은 ‘입양의날’이다. 지난 2005년 제정되어 2006년부터 시행된 이날은 가정의달 5월에 한 가족(1)이 한 아동(1)을 입양해 건강한 새로운 가족(1+1)으로 거듭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는 유난히 혈연 의식이 강한 탓에 그동안 국내 입양이 활성화되지 못했다. 한때 ‘입양아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얻었던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입양 사실을 주변에 당당히 밝히는 공개 입양이 크게 늘고 있고, 국내 입양을 활성화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더해지면서 지난 2007년에는 국내 입양률이 해외 입양률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입양 부모들의 태도도 크게 달라져 아이에게 일찍부터 입양 사실을 알려 주는가 하면, 입양 가족들 간의 교류도 활발하다. 대표적인 국내 입양 홍보기관인 ‘한국입양 홍보회’에서는 이들을 위한 정기적인 만남도 주선하고 있다. 한국입양홍보회 홈페이지에는 회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일기마을’이라는 코너가 개설되어 있어, 입양아들의 성장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일종의 육아일기로, 그 안에는 입양 부모들이 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소소한 행복들이 담겨 있다.

지난해 9월, 당시 생후 80일 된 여자아이 ‘주애’를 입양한 이상현, 이은숙 씨 부부도 이 ‘일기마을’에 자주 글을 올리는 회원 중 하나다. 마음속으로만 품고 있던 입양을 실행에 옮긴 계기도 이 ‘일기마을’ 때문이었다고 한다. 다른 입양 가족들이 입양을 통해 새로운 행복을 얻는 모습을 보며 마음을 굳혔다는 것이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씨 부부는 “주애가 가져다 준 행복이 너무 커서(입양을) 좀 더 일찍 결심하지 않은 것을 후회할 정도”라며 환하게 웃었다.

“처음 입양을 생각한 건 10여 년 전 IMF 무렵이었어요.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버려지는 아이들이 많다는 언론 보도를 보며 ‘저 아이 중 하나라도 내가 맡아 키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하지만 어린 두 아이가 있었고, ‘잘 키울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도 있어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꼭 10년 만에 주애를 맞은 거예요. 저희는 요즘 온 가족이 주애와 사랑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어요.(웃음)”

이야기하는 중에도 주애 엄마 이은숙 씨의 눈은 온통 주애에게 향해 있었다. 주애를 무릎에 앉힌 주애 아빠 이상현 씨도 과자며 딸기를 잘게 잘라 주애 입에 넣어 주느라 바빴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이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눈빛에서 깊은 사랑이 절로 느껴졌다.

입양이기는 하지만 주애는 아주 특별한 인연으로 두 사람의 딸이 되었다. 대학생, 고등학생인 두 아들을 두고 있는 이들 부부는 처음부터 딸을 원했고, 두 아들 역시 여동생을 맞는 데 찬성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주애를 데려올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부부가 입양기관을 찾았을 때 주애는 이미 다른 집으로 입양이 결정되어 있던 상태. 하지만 주애를 데려가기로 한 집에서 ‘양모가 될 사람과 주애의 궁합이 서로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돌연 입양을 취소했다. 어찌된 일인지 이씨 부부가 입양을 추진하고 있던 아이 역시 갑자기 생모의 먼 친척이 나타나 아이를 데려가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크게 상심한 부부에게 입양기관 쪽에서 주애의 입양을 권했다. 보통 입양 절차를 밟는 데 6개월 정도 걸리지만 주애의 경우 이미 모든 수속이 다 끝난 상태라 당장이라도 데려갈 수 있었다. 그렇게 주애는 이 부부의 막내딸이 되었다.



오빠가 인터넷에 올린 사진 덕에 광고모델로 발탁

“처음 주애를 봤을 때는 자고 있어서 얼굴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어요. 입양을 결정하고 주애를 데리러 간 날, 아이를 제품에 안겨 주는데 얼마나 예쁜지 정말 깜짝 놀랐어요. 보통 아이들이 새집에 오면 환경이 바뀌어 며칠씩 잠도 안 자고 보챈다는데, 주애는 그런 것도 전혀 없었고요. 어른들이 집에 와서 보시고 ‘아이가 없는 것 같다’며 놀랄 정도예요. 어떻게 이렇게 천사 같은 아이가 저희에게 왔는지, 하루에도 수십 번 감사기도를 드려요.”

이은숙 씨는 “주애가 온 후 집안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한다. 나이 많은(?) 두 오빠도 주애의 ‘열성 팬’이 되었다. 대학교 2학년인 경찬 군이 주애와 함께 나가면 ‘딸 아니냐’는 오해를 종종 받지만 그마저도 즐거운 눈치다. 고등학생인 혜찬 군은 주애를 자랑하기 위해 일부러 친구들을 집에 초대한다고 한다.

깜찍한 얼굴에 누구라도 눈만 마주치면 자동으로 터지는 주애의 함박웃음에 매료된 두 오빠는 이제 집에 오면 주애부터 찾는다. 하루 종일 함께 있어도 변변한 대화 한마디 없이 지나가는 날이 많았던 예전 모습은 찾기 어렵다.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로 두 아들을 키우는 동안 육아며 집안일에 무심하기만 했던 남편도 더없이 자상한 아빠로 바뀌었다. 아내의 칭찬에 남편은 “예전에는 아이 키우는 재미 같은 건 정말 몰랐는데 지금은 다르다”며 웃었다.

“출근해서도 주애가 눈에 밟혀요. 집에 빨리 가서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요. 주애 덕분에 요즘 신혼으로 돌아간 기분입니다. 주애가 온 이후 저희 집안에 활기가 생겼고, 가족들 간에 대화도 많아졌어요. 그만큼 웃을 일도 많아졌고요.”

얼마 전 이들은 주애 덕분에 특별한 추억도 만들었다. 혜찬 군이 주애의 사진 몇 장을 아기 모델을 뽑는 광고기획사 홈페이지에 올린 것이 계기가 돼 주애가 TV 광고에 출연한 것. 5시간이 넘는 촬영 내내 혹시 감기라도 걸리지 않을까, 마음을 졸이며 지켜본 엄마 아빠와 달리 주애는 그날 따라 낮잠도 자지 않고 촬영에 임해 스태프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고 한다. 정식 오디션을 거쳐 모델로 ‘발탁’된 주애가 등장한 광고는 4월 중 전파를 탄다.

인터뷰 내내 주애 이야기만 나오면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하는 이상현, 이은숙 씨 부부. 주애를 직접 낳은 것 같은 생각이 든다는 두 사람은 “우리 모습을 보고 더 많은 사람들이 입양에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 생명에게 따뜻한 가정을 만들어 주는 입양은 결국 부모가 더 행복해지는 일’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사진 : 김진구
  • 2009년 05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201912

201912

구독신청
낱권구매
전체기사

event2019.12

event
event 신청하기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30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