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TV 첫 영화 무대 된 와인바 ‘스토리 오브 와인’

와인바에서 만난 사람들, 시작된 사랑들

<스토리 오브 와인〉의 주인장 강동훈, 송은숙 씨.
‘양방향 서비스’로 시청자와 소통하는 차세대 매체인 IP TV를 통해 방영하는 첫 번째 영화인 〈스토리 오브 와인〉. 11월 15일 첫 방송되는 이 영화의 소재이자 배경이 된 와인바가 있다. 서울 역삼동에 자리 잡은 와인바 ‘스토리 오브 와인’이다.

강남 대로변에 ‘스토리 오브 와인’ 1호점이 문을 연 것은 2004년 초. 아직 우리나라에 와인열풍이 불기 전이었다. 테이크아웃 커피점이 들어설 만한 자그마한 공간으로, 처음에는 그저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갖춰 놓고 파는 곳이었다. 당시는 원하는 와인을 쉽게 구하기 어렵던 때라 외국생활 중 와인을 즐겨 마시던 사람들이 주로 찾았다. 그들에게 와인을 추천하고,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주인과 손님들은 점점 친구가 됐다. “여기서 와인을 마시고 싶다”는 손님들이 많아졌고, 창고처럼 쓰던 2층 공간에 테이블 3개를 놓고 치즈와 과일 안주를 내면서 와인바로 꾸몄다. 거기에서 와인을 마시겠다며 손님들이 근처 식당에서, 커피점에서 맥줏집에서 몇 시간씩 자리가 나기를 기다렸다. 손님을 그렇게 기다리게 하는 게 한이 된 주인은 2007년 5월, 뒷골목에 널찍한 자리를 얻어 100석이 넘는 ‘스토리 오브 와인’ 2호점을 열었다. 2호점 오픈 파티는 단골들의 축제가 됐다. 새벽 6시까지 100여 석이 다 차고도 자리가 없어 손님들은 바깥 테라스에 서서 와인을 마시며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람들이 이 와인바를 그렇게 열렬히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곳에는 와인뿐 아니라 ‘사람’이 있기 때문이었다. ‘스토리 오브 와인’의 주인장 강동훈, 송은숙 씨. 강동훈 씨의 꿈은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주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다. 대학에서 도자디자인을 공부하던 시절, 그는 록음악을 틀어 주는 바에 자주 들렀다. 음악을 들으며 맥주를 마시다 보면 마음이 아늑해졌다. 사람들에게 그런 아늑함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부모님께 “바텐더가 되고 싶다”고 했더니 “아직 나이도 어린데 하고 싶으면 해보라”며 흔쾌히 허락하셨다. ‘바텐더 아카데미’에 들어가 각종 음료와 맥주, 위스키, 와인에 대해 공부하고, 그걸 손님들에게 서브하는 법을 익혔다. 그때는 와인에 대해 그저 ‘굉장히 어렵다’고만 생각했다.

그리고 바텐더 생활. 처음에는 대학로 이벤트바에서 일했는데, 현란한 기술로 칵테일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손님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여장도 했다. 손님들이 박수 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자신이 망가지는 것쯤은 문제가 아니었다. 점장 형이 제일 먼저 망가지니 뒤로 뺄 수가 없었다. 그 후 수유리에 있는 바로 옮겼는데, 병원장, 학원장 등 단골들이 많았다. 그들과 어울려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위스키란 위스키는 거의 다 마셔 봤다. 맥주, 위스키, 소주 등 주종을 섭렵하다 보니 마지막 남은 게 와인이었다. 와인은 결코 정복되지 않는 술이었다.

영화 <스토리 오브 와인>의 한 장면. 같은 이름의 와인바가 배경이 됐다.
와인 아카데미를 다니고, 소믈리에 과정을 밟았다. 와인은 아무리 마셔도 끝이 나지 않았다.

같은 산지에서 생산된 같은 빈티지의 와인이라도 보관 상태에 따라 맛이 다 달랐다. 죽을 때까지 마셔도 다 맛볼 수 없는 와인. 새로운 와인을 딸 때마다 미지의 세계로 다가가는 듯 마음이 설렌다.

소믈리에 과정을 끝낸 후 와인가게를 차리고 싶던 그에게 동지가 생겼다. 샌드위치 가게를 하다 다른 일로 전환하려던 송은숙 씨. 바에서 바텐더와 손님으로 만나 친구가 된 송은숙 씨에게 그는 “앞으로는 와인의 시대가 온다”고 설득했다. 송씨가 주인, 강씨가 매니저가 되어 와인가게를 열었고, 곧 두 사람은 환상의 복식조가 됐다. 손님들은 강씨에게 와인을 추천해 달라고 하고, 송씨에게 고민을 털어놨다. 한번 온 손님이 언제 와서 무슨 와인을 마셨는지까지 기억해 내는 송은숙 씨에게 손님들은 직장생활의 스트레스를 털어놓고, 인생 상담, 연애 상담까지 청했다. 손님들끼리도 친구가 되고, 작은 공간을 배경으로 갖가지 이야기들이 생겨났다. 대학생 시절, 이곳에서 아르바이트하다 직장에 취직하고도 이곳을 못 잊어 직원으로 돌아온 경우도 있다. 그런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심어 주고 싶어 지분도 나눴다.

강동훈 씨의 친구로 이 와인바를 드나들던 싸이더스 FNH의 프로듀서 김효정 씨. 그는 이 와인바를 소재로 첫 번째 IP TV 영화를 만들기로 했다. 촬영도 대부분 이 와인바에서 했다. IP TV로 이 영화를 보려면 3가지 와인 중 하나를 먼저 선택해야 한다. 각 와인마다 이야기가 하나씩 펼쳐진다. 디캔팅을 할지 말지 등 이야기 전개를 스스로 선택해 완성할 수도 있는 새로운 개념의 ‘시청자 참여 양방향 영화’다.


3가지 와인으로 시작된 3가지 이야기

벽화가 그려진 ‘스토리 오브 와인’의 내부.
뷸러 화이트 진판델(Buehler White Zinfandel) 와인을 선택하면, 매번 와인을 사 가던 외국 남자가 알고 보니 한국 프로야구팀에서 활동하는 투수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 두산베어스에서 뛰던 투수 다니엘 리오스가 ‘스토리 오브 와인’의 단골이었다. 강동훈 씨는 리오스의 열렬한 팬. 그가 와인바에 와 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흥분해 샴페인을 들고 뛰어갔다고 한다. 와인이 스포츠 스타와 팬을 친구로 묶어 준 것이다.

조셉 펠프스 인시그니아(Joseph Phel-ps Insignia)에는 남녀 주인공이 와인바를 열면서 겪는 이야기가 나온다. 고급스러운 와인바를 지향하는 여주인공과 편안하고 아늑한 공간을 꿈꾸는 남자 주인공 사이 삐걱거림이 계속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도 흔들리는데…. 실제 두 사람이 함께 만든 와인바 ‘스토리 오브 와인’ 2호점은 편안하면서도 독특한 공간이다. 나무탁자나 의자는 별 다른 장식이 없이 편안한데, 독특한 샹들리에와 벽화가 이곳만의 개성을 살린다. 파스타, 피자, 덮밥 등 식사 메뉴도 훌륭한 편. 강동훈 씨와 주방장이 인근 스파게티점을 모두 다니며 메뉴를 개발해 “인근에서는 최고의 스파게티”라고 자랑한다. 강동훈 씨는 자신에 대해 “트리플 A형의 소심한 성격”이라고 한다. 섬세하고 예민한 강씨와 불같은 성격의 송씨. 새로 와인바를 마련하면서 인테리어 문제로, 돈 문제로 사사건건 부딪쳤다. 이들은 영화와 달리 내년 봄 결혼을 앞두고 있다.

‘중매쟁이’란 뜻을 가진 일 바치알레 몬페라토 로소(Il Baciale Monferrato Rosso)에는 와인바를 무대로 만나고 헤어지는 남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실제 ‘스토리 오브 와인’에서도 많은 남녀가 사랑을 시작하고, 헤어지기도 했다. 한국에 왔다 우연히 들른 ‘스토리 오브 와인’에서 만난 한국 여성에게 한눈에 반한 일본인. 남아공으로 파견 근무를 가고도 아시아에 올 일만 있으면 짬을 내 이 와인바를 찾아 그 여성을 만났지만, 결국 두 사람은 헤어지고 만다.

“그 일본인이 크리스마스 때 일본으로 휴가 가는 길에 잠시 들렀다며 와인바에 왔어요. 그가 바를 떠나고 얼마 안 돼 공교롭게도 그 여성이 와인바에 들어서는 거예요. 이야기해 줄 수도 없고, 가슴이 아팠죠.”

매번 다른 여성과 찾아오는 40대 초반의 남성도 있었다. 알고 보니 결혼정보회사에서 소개받은 여성들을 차례로 이곳에서 만난 것. 결국 결혼에 성공했는지, 요즘은 좀 뜸하다고 한다. 자신들이 만든 공간 속에서 하나 둘 쌓여 가는 이야기들, 그 공간 속에서 친구가 된 사람들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강동훈, 송은숙 씨. 그들은 ‘스토리 오브 와인’ 2호점의 널찍한 공간이 좀 불만이기도 하다.

“1호점에서는 손님들 한 사람 한 사람을 다 기억할 수 있었는데, 공간이 커지니 손님이 2층으로 올라가 버리고 나면 누가 왔다 갔는지 모를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3호점은 좀 더 작고 아늑한 공간으로 꾸미고 싶다고 한다.

사진 : 김선아
  • 2008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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