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회동, 삼청동 박물관 기행

도심 속으로 떠나는 휴가

전통 문화의 향기에 취하다
가회동 박물관
닭문화관
동림매듭공방
가회박물관
한상수자수박물관
한국불교미술박물관

다양한 볼거리, 색다른 문화에 빠지다
삼청동 박물관
티베트박물관
세계장신구박물관
북촌생활사박물관
토이키노박물관
부엉이박물관

박물관 사람들
가회동 닭문화관 김초강 관장
세계장신구박물관 이강원 관장
1년에 한 번 주어지는 며칠간의 휴가는 스트레스에 찌든 몸과 마음을 풀어 주는 최고의 영양제다. 멀리 가기 어려운 형편이라면, 좀 색다른 휴가를 보내고 싶다면 서울 ‘북촌’으로 불리는 서울 가회동과 삼청동에 가 보자. 고만고만한 한옥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는 좁은 골목길, 그 사이사이 보석처럼 숨어 있는 작은 사립 박물관들 속에서 색다른 즐거움을 만날 것이다.


전통문화의 향기에 취하다

§ 가회동 박물관

◎ 닭의 재발견, 닭문화관

가회동 박물관 기행의 출발점으로 잡은 곳은 ‘닭문화관’이다. 안국역에서 시작해 헌법재판소를 지나 재동초등학교, 안국선원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만나는 아담한 2층 건물. 닭을 형상화한 독특한 로고가 눈길을 끄는 이곳이 바로 닭문화관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닭 그림, 닭 주전자, 닭 접시 등 온통 ‘닭 세상’이다. 닭 민화와 꼭두닭이 전시된 2층을 먼저 둘러본 뒤 세계 각국의 닭 작품을 모은 1층으로 내려오는 것이 관람 순서. 그 안에는 우리 것을 안 뒤에 세계를 봐야 한다는 김초강 관장(별도 인터뷰 기사 참조)의 깊은 뜻이 담겨 있다.


‘꼭두닭’은 상여를 장식했던 것으로, 우리 조상들은 닭이 죽은 사람을 극락으로 인도해 준다고 믿어 상여에 꼭두닭을 올렸다고 한다. 계관도, 부귀도, 다산기원도 등 닭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민화들도 흥미로운 볼거리. 닭을 그려 넣은 도자기와 닭이 장식된 오동나무 반닫이 같은 독특한 공예품도 만날 수 있다.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닭 관련 공예품들이 전시된 1층으로 내려오니,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그중에서도 닭 문양이 들어간 공예품으로만 꾸민 테이블 세팅이 특히 재미있다. 쟁반과 버터 그릇은 영국에서, 찻주전자는 독일에서, 치즈 도마와 칼은 프랑스에서, 냅킨꽂이는 일본에서, 토스트꽂이는 아프리카에서, 테이블보는 인도네시아에서 건너온 것. 이 밖에도 유리 공예, 머그잔, 접시, 자체 제작한 기념품 등 아기자기한 볼거리들이 많아 눈이 즐겁다.


◎ 작지만 알찬 박물관, 동림매듭공방

닭문화관을 나와 본격적으로 가회동 탐방에 나섰다. 옛 모습을 비교적 잘 간직한 한옥들 사이로 꼬불꼬불 이어진 좁은 골목이 마냥 정겹다. 걸음걸이가 절로 느려진다. 주변을 둘러보며 천천히 걷다 보니 ‘동림매듭공방’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 2004년 4월 문을 연 동림매듭박물관은 한국매듭연합회 회장인 심영미 씨(62세)가 운영하는 곳. 노리개, 허리띠, 주머니 등 우리나라 전통 매듭에서부터 실, 끈, 장신구 등 매듭의 소재까지 매듭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공간이다.

방 한 칸이 박물관의 전부로 사랑방 같은 분위기. 마침 단아한 한복 차림의 심 관장이 방 안에 앉아 매듭실을 만지고 있었다. 덕분에 시원한 매실차를 앞에 두고 심 관장의 매듭 인생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심 관장은 20대 초반, 소위 ‘매듭촌’이라 불리던 서울 광희동으로 시집오면서 매듭과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조선시대 궁에서 매듭 일을 한 시왕고모로부터 매듭 기술을 배운 시아버지의 일을 거들다 가업을 잇게 된 것. 현재 그의 며느리가 매듭을 하고 있으니, 4대에 걸친 유서 깊은 ‘매듭 집안’이다. 전통 매듭에 대한 자부심이 큰 그는 사라져 가는 우리 매듭을 지키기 위해, 매듭의 보급을 위해 후학 양성에도 열심이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유물 복원에도 참여하고 있으며, 드라마 <궁>에서 선보인 황실 인테리어, 드라마 <황진이>에 등장한 액서서리들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박물관에는 심 관장의 창작품은 물론 명맥이 끊긴 옛 기술을 재현한 작품, 시아버지의 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공간이 협소해 많은 작품을 볼 수 없는 것이 아쉬움. 손거울이나 휴대전화 고리 같은 소품은 판매도 한다. 일일체험 과정이 있어 1시간 정도면 휴대전화 고리나 목걸이를 완성해 가져갈 수 있다.


◎ 민속자료 전문 전시관, 가회박물관

동림매듭박물관에서 왼쪽 골목으로 꺾어지면 곧바로 가회박물관이다. 역시 작은 한옥을 박물관으로 꾸민 것으로 2002년에 개관했다. 우리나라 전통 민화, 부적, 무신(巫神)도 등을 모은 민속자료 전문 전시관. 1500여 점에 이르는 소장품은 문화재 전문위원이자 서울시박물관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윤열수 관장이 수집한 것들이다. 특히 그가 전국을 돌며 무속인들에게 어렵게 구한 무신도는 매우 희귀한 자료. 지난 2004년, 아시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세계박물관대회가 개최되었을 때 무신도 특별전을 열어 서양에는 없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문화를 선보이기도 했다.


관람객이 입장하면 박물관 직원이 동행해 꼼꼼하게 작품 설명을 해 준다. 작품을 보며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 관람이 끝나면 녹차를 가져다 준다. 툇마루에 걸터앉아 마당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볕을 즐기며 음미하는 차 향이 일품이다.


방학 기간이어서인지 가회박물관엔 유독 초등학생을 동반한 젊은 주부들이 많았다. 학생들을 위해 문자도 그리기, 부적 찍기, 부채 그리기, 단청카드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있기 때문. 물론 체험 비용은 별도다. 방학 기간 중에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민화 이론 및 실기 강의도 진행한다. 성인 대상 민화아카데미도 있다.


◎ 은은한 아름다움, 한상수자수박물관


가회박물관 바로 위쪽에는 한상수자수박물관이 있다. 무형문화재 자수장 기능보유자인 한상수(72세) 선생이 자신의 이름을 따 지난 2005년 개관한 것으로 그간 연구용으로 수집한 자수 유물과 자신의 창작품, 제자들의 수상작 등이 전시되어 있다. 한 관장은 우리나라 자수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인물. 바느질 솜씨가 뛰어나 18세 때 이미 국전에 입상, 실력을 인정받았다. 1963년에는 ‘한상수수예연구소’를 열어 제자를 양성했다.

전통 자수에 대해 관심 있어 학자, 박물관 등을 찾아 다니며 독학으로 자수를 공부했다. 지금도 우리나라 대학에는 자수학과가 개설된 곳이 한 군데도 없다. 그렇게 혼자서 전국을 누비며 아직 남아 있는 조선시대의 자수를 수집, 1974년에 《이조의 수》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작품 수집하랴, 옛 기술 재현하랴, 그동안 집 몇 채는 족히 날아갔어요. 그래도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서 즐겁게 여기까지 왔지. 요즘은 해방 이후의 자수 역사를 총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은데 할 일은 많으니, 마음이 급해요.(웃음)”

박물관을 둘러보며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 하나를 추천해 달라고 하자 그는 망설임 없이 ‘잉어도수병’을 꼽았다. 비단잉어들이 노니는 모습을 수놓은 병풍으로 제작기간만 1년이 걸린 대작. 비늘마다 수를 가득 메워 입체감이 뛰어난데다 색감이 점차 짙어지는 그러데이션 기법으로 채색한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1972년, 당시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였던 권영자 씨가 구입한 것으로 박물관 개관 소식을 전해 들은 권씨가 흔쾌히 박물관에 내놓음으로써 전시하게 되었다고 한다. 권영자 씨는 정무제2장관을 역임했다.


자수박물관 외에도 별도의 문화교실을 운영,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으며 부설기관으로 수림원자수연구소와 고대직수공예연구소를 두고 있다. 체험 코너도 마련되어 있어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면 손수건 자수 같은 간단한 소품을 만들어 볼 수 있다. 오는 8월 22일에는 한겵?일 3국의 수예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특별기획전이 열린다.


◎ 불교미술의 진수, 한국불교미술박물관

한국불교미술박물관은 가회동에서 조금 벗어난, 비원(秘苑)으로 불리던 창덕궁의 서쪽인 원서동에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 불교 미술품이 제대로 보존되지 않은 채 시중에 유통되고, 심지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권대성 관장은 수집을 시작했고, 지난 1993년 자신의 소장품을 모아 박물관을 열었다. 불교미술 전문박물관으로서 다양한 기획전을 볼 수 있는 게 특징. 얼마 전 끝난 <라오스전>의 뒤를 이어 8월에는 <미얀마전>이 예정되어 있다.


불화, 불상, 탑 등 박물관에 전시된 작품은 60여 점. 권 관장이 별도로 소장하고 있는 작품은 6000점에 달한다. 이 중에는 보물급 문화재인 의겸등필수월관음도와 청량산괘불탱이 포함되어 있으며 서울시 지정문화재인 아미타삼존괘불탱과 석감마애관음보살상 등도 있다. 가회동 박물관을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은 최근 새롭게 선보인 자유이용권을 구입하는 것. 1만 원짜리 티켓 한 장이면 위에 소개한 다섯 곳의 박물관을 모두 둘러볼 수 있다.




다양한 볼거리, 색다른 문화에 빠지다

§ 삼청동 박물관

◎ 이국의 정취 물씬, 티베트박물관

정독도서관 뒷길로 접어들면 만나는 티베트박물관. 8년 전, 신영수 관장이 자신의 소장품을 모아 만든 곳으로 티베트의 종교, 일상생활, 복식 등과 관련된 다양한 전시품을 볼 수 있다. 낯선 티베트 문화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이색 공간이다.


티베트 전통음악이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전시실에 들어서니,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1층 전시실에는 사람 뼈를 이용해 만든 염주, 열반한 조사의 두개골로 만든 공양기, 해골 2개를 붙여 만든 북, 죽은 사람의 넓적다리뼈를 이용해 만든 나팔 등이 있다. 바로 밑에는 ‘인간 존재의 덧없음을 상기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특히 사람 뼈로 만든 나팔은 악마를 쫓는 힘이 있다고 믿어 귀신을 쫓는 의식에 사용했다고 한다. 이 밖에도 불상과 제단으로 재현한 티베트의 전통 사원 내부, 티베트 사람들의 전통 의상 등이 흥미롭다.

신 관장은 모두 1200여 점의 티베트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외국 여행과 현지 박물관을 순례하며 문화재의 매력에 푹 빠진 그는 티베트박물관 외에도 차(茶)박물관, 성(性)박물관, 등산스키박물관 등 여러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박물관 컨설턴트로도 활동하면서 개인박물관을 내고 싶어 하는 수집가들과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있다.


◎ 세계 각국의 아름다움이 한자리에, 세계장신구박물관

잠시 티베트에 빠져 있던 마음을 가다듬고 근처에 있는 세계장신구박물관으로 걸음을 옮겼다. 장신구박물관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한옥이거나 소박한(?) 건물 일색인 삼청동 뒷골목에서 그 세련된 자태가 단연 돋보이기 때문이다. 김승회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의 작품으로 개관 당시, 장신구박물관이라는 건물 성격에 맞게 보석함이라는 콘셉트를 차용한 설계로 화제가 된 바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또 한 번 감탄사가 터진다. 호박, 팔찌와 발찌, 목걸이, 남미의 장신구, 반지, 귀고리와 머리장식, 에티오피아의 십자가, 비즈, 근대 장신구 등 주제별로 나뉘어진 9개의 공간은 저마다 독특한 개성으로 전시품들을 빛내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탈리아 최고의 세공사들도 “도저히 따라 할 수 없다”며 혀를 내둘렀다는 에티오피아의 은 십자가나 전 세계에 3개밖에 없다는 엘도라도 전설을 말해 주는 금 뗏목 등은 쉽게 볼 수 없는 장신구들이다.


현재 장신구박물관에서는 올 10월까지 베이징 올림픽을 기념한 중국장신구 특별전을 진행한다. 이 관장이 20년 전부터 수집한 중국 운남성, 사천성 등에 거주하는 소수민족의 장신구로, 지금은 중국 현지에서도 구하기 어려운 귀한 작품들이다.


◎ 박물관으로 들어온 일상, 북촌생활사박물관

가치를 매길 수 없을 만큼 귀한 장신구들을 실컷 구경하고 나온 길, 좁은 골목을 걸으며 잠시 숨을 고른다. 야트막한 언덕을 한참 올라가니, ‘북촌생활사박물관’이라는 간판이 아니었으면 그냥 지나쳤을 것 같은 평범한 한옥이 보인다.

말 그대로 이곳은 북촌 사람들의 옛 살림살이를 전시하는 공간. 길게는 몇 백 년 전부터 짧게는 몇 십 년 전까지, 이 마을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하던 것들이다. 맷돌, 시장바구니, 보온병, 나무주걱, 떡시루, 첫 월급으로 부모님께 선물한 빨간 내복, 문을 여닫을 수 있는 TV, 오래된 전화기, 30년대 멋쟁이들이 입던 양복, 벨벳 한복 등 지금은 촌스럽지만 그 시절엔 분명 귀했을 물건들이 가정집 같은 전시관 안에 아기자기하게 모여 있다.


전시된 물건들을 관람객이 직접 손으로 만져 볼 수도 있고,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은 옛 방식대로 직접 체험해 볼 수도 있는 것이 특징. 이경애 관장은 “10년 전 한옥마을의 전통가옥 개조 붐이 일면서 한옥의 창고, 마루 밑, 광, 독, 골방에 있던 가치 있는 생활 유물들이 마구 버려지는 것이 안타까워 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며, “이를 모아 2003년 10월, 지금의 박물관을 열었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옛날 생활 모습을 알려 주기 위해 특별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콩쥐의 하루 따라잡기’라는 제목으로, 아이들이 전래동화 속 주인공 콩쥐의 일상을 따라가며 맷돌, 빨랫방망이 등 옛 물건들을 직접 사용해 보는 것.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으로, 방학 기간인 8월은 주말 예약이 일찌감치 마감돼 주중에만 신청할 수 있다.


◎ 어른과 아이 모두 즐거운 장난감 나라, 토이키노박물관


북촌생활사박물관에서 토이키노박물관까지는 계단길을 이용해 내려온다. 서울에서는 이제 보기 드문 풍경이 되어 버린 이 좁은 계단길은 삼청동의 명소 중 하나. 한 패션 디자이너는 이곳을 런웨이 삼아 패션쇼를 열기도 했다. 사진동호회 회원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오죽하면 계단 끝, 사진이 가장 잘 나올 만한 지점에 ‘포토 스폿’까지 만들었을까. 이 길은 삼청공원으로 향하는 대로와 만난다. 그 주변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토이키노박물관. 토이키노란 ‘장난감(TOY)’과 ‘영화(KINO)’의 합성어로 이곳에는 애니메이션과 영화 속 캐릭터들이 가득하다.


◎ 부엉이에 관한 모든 것, 부엉이박물관

이틀 동안 숨 가쁘게 이어진 박물관 기행의 대미를 장식한 곳은 바로 부엉이박물관. 2003년 문을 연 이곳은 배명희(54세) 관장이 30년간 수집한 약 2000점의 부엉이 관련 미술품 및 공예품을 전시하는 공간. 부엉이를 소재로 한 인형에서부터 그림, 조각, 도자기, 우표, 생활용품, 액세서리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재미있는 것은 배 관장의 경우, 외국여행 한 번 한 적이 없음에도 이렇게 많은 전 세계 부엉이 공예품들을 모았다는 점. 박물관 문을 열기 직전인 2002년 무렵 사립박물관 견학을 위해 2박 3일간 일본에 다녀온 것이 그의 첫 해외여행이자 아직까지는 마지막 여행이다.


“외국 대사관이나 외교통상부에서 주관하는 바자회, 관광엑스포, 황학동 벼룩시장, 인사동 같은 곳을 다니며 물건을 구했다”는 그는 “요즘은 부엉이 공예품 수집가가 많아져 예전만큼 쉽지 않고, 가격도 많이 올랐다”고 한다.

“부엉이에 대해 제대로 알면 좋아할 수밖에 없어요. 부엉이는 그리스 로마신화에서는 지혜, 일본에서는 행운과 복, 우리나라에서는 재물과 부의 상징이에요. 부엉이 미술품과 공예품이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다양하게 만들어진 것도 부엉이가 좋은 뜻을 두루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독특한 공간과 전시품으로 삼청동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 인기 많은 부엉이박물관. 혹, 삼청동 박물관을 둘러볼 계획이라면 부엉이박물관을 가장 마지막에 들를 것을 권한다. 카페같은 박물관에서 배 관장이 무료로 서비스하는 커피를 마시며 편안하게 일정을 마무리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단,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는 휴관,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만 문을 연다. 1만5000원짜리 자유이용권을 이용하면 부엉이박물관을 포함해 위에 소개한 박물관들을 모두 둘러볼 수 있어 경제적이다.




▣ 박물관 사람들 1_ 가회동 닭문화관 김초강 관장

꼭두닭은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

지난 2006년 12월, 가회동에 닭문화관을 연 김초강 관장. 2005년 정년퇴임 때까지 그는 평생을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했다. 그런 그가 이름도 생소한 닭문화관을 연 것은 20년 전 어느 날, 우연히 만난 한 쌍의 꼭두닭 때문이었다.

당시 학생들과 함께 강원도 어느 산골마을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김 관장은 점심 식사 준비를 하던 민박집 주인이 꼭두닭을 불쏘시개로 쓰는 장면을 목격했다.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한낱 장작 대용으로 쓰이는 데 충격을 받은 그는 그날, 아직 불에 들어가지 않은 꼭두닭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가슴에 품고 돌아왔다.

“그런데 무슨 운명인지, 외국에 갔다가 또 꼭두닭을 만나게 된 거예요. 한국인 골동품상이 ‘이게 지금 서양 사람들한테 인기가 좋아 팔러 왔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말을 들으면서 말할 수 없이 서글펐어요. ‘우리 전통 문화유산이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외국에 팔려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요.”

그때부터 그는 꼭두닭을 모으기 시작했다. 인사동, 황학동 등 꼭두닭이 있을 만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다. 그의 유난스런 열정이 골동품상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나중에는 그들이 먼저 연락을 해 왔다. 그렇게 모은 꼭두닭이 1000여 점. 이 중에는 외국으로 팔려 나가기 직전에 어렵사리 그의 손에 들어온 것도 많다.

“한번 밖으로 나가면 다시 돌아오기가 어려워요. 외국 사람들에게는 이게 그냥 오리엔탈 문화 중 하나일 뿐인데, 우리에게는 조상의 얼과 숨결이 담긴 것들이잖아요. 기를 쓰고 사들였죠. 돈이 없어 포기한 것들도 많았지만요.”

꼭두닭에서 시작된 관심은 닭 관련 공예품으로까지 확대되었고, 소장품은 3000여 점으로 늘었다. 지금도 그는 닭 관련 물품을 사기 위해 박물관이 휴관하는 월요일엔 배낭 하나 달랑 메고 골동품이 많은 인사동과 장안평, 황학동 벼룩시장을 찾는다. 외국 여행을 가도 박물관이나 미술관, 그 나라의 벼룩시장을 둘러보는 것으로 일정의 대부분을 채운다. 그렇게 모은 것들을 여러 사람과 공유하기 위해 정년퇴직과 함께 본격적으로 박물관을 준비했다. 완공하기까지 행정절차상 어려움 등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그는 마침내 그토록 원하던 닭문화관을 열었다.


“닭문화관을 통해 젊은 세대에게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우리 혼이 담긴 전통 문화유산은 우리 손으로 지키자’고. ‘나는 닭을 모았지만 여러분은 자신의 관심분야에 맞는 것을 찾아 그걸 모아라. 그리고 나보다 더 젊을 때, 더 좋은 문화공간을 만들라’고요. 서울이 아니면 어때요.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 하나씩 세워 서로서로 유물을 바꾸어 가며 전시하는 방법도 있잖아요. 한번 상상해 보세요. 그러면 우리의 정신문화가 얼마나 높아질지를.”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도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길러 주고,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게 하려면 박물관에 많이 데려가라고 강조하는 김 관장. 박물관 이름을 ‘닭문화관’으로 지은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그에게 닭은 문화였던 것이다.


▣ 박물관 사람들 2_ 세계장신구박물관 이강원 관장

대사 출신 남편과 딸이 박물관 학예사지요

장신구박물관의 이강원 관장은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시인이자 수필가로 《외지의 휘파람 소리》, 《세상을 수청드는 여자》 등 여러 권의 저서를 가지고 있고, 김승영 전 아르헨티나 대사 부인으로 남편을 따라 25년간 9개 나라에서 생활했다. 콜롬비아와 아르헨티나에서는 대사 부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문화훈장을 받았으며, 아시아 문인으로는 최초로 아르헨티나 작가협회(SADE) 정회원이 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이제는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장신구박물관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1978년, 에티오피아의 노천시장에서 야채를 팔던 현지 여인의 섬세하고 초현대적인 디자인의 은 목걸이에 반해 장신구 수집을 시작한 지 30년째, 그는 “숨이 멎는 듯한 충격을 받았던 그때가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초콜릿색 피부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게 얼마나 신비롭던지, 그때부터 장신구의 세계에 푹 빠졌어요.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저는 아직도 이 장신구들을 보면 가슴이 설레요. 어느 하나 특별하지 않은 것이 없고, 감동적이지 않은 것이 없어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보는 전시품일 터, 그런데도 그는 장신구들을 둘러보며 무척 행복해했다. 그는 “손에 넣기까지 많은 공을 들였고, 때로는 생명의 위험도 감수했다”며 “콜럼버스 이전의 인디오 장신구들을 구하기 위해 내전지역으로 들어갔던 때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무모한 짓이었죠. 그런데도 그때는 장신구를 얻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웃음) 지금까지 5000점쯤 모았는데, 아마 집 몇 채 값은 족히 들어갔을 거예요. 그래서 한때는 ‘화랑 같은 걸 하면서 하나씩 팔까?’하는 생각도 했어요.”

하지만 박물관 건립은 남편 몰래 가슴에 품었던 오랜 꿈이었다. 그 꿈을 포기할 수 없던 그는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해 보자는 생각에 모든 과정을 까다롭게 진행했다. 자신의 뜻을 가장 잘 이해하고, 북촌을 아끼는 마음이 컸던 서울대 건축학과 김승회 교수에게 설계를 의뢰했고, 내부 전시는 그와 큰딸 윤정 씨가 맡았다.


장신구박물관의 큐레이터인 윤정 씨는 네델란드에서 박물관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전문가. 주얼리 디자이너로도 활동 중이다. 2002년 말, 아르헨티나 대사를 끝으로 정년 퇴임한 남편과 둘째 딸 윤지 씨는 학예사 시험에 도전해 당당히 합격하면서 그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그렇게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박물관을 연 것이 2003년 5월. 박물관장으로 제 2의 삶을 살게 된 그는 사립박물관협회 수석부회장을 맡아 사립박물관들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적극 나서고 있다.

“솔직히 박물관 일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아요. 무료봉사에 가깝죠.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있어요. 특히 삼청동 박물관은 저마다 독특한 색깔이 있어요. 600년 고도에 이렇게 멋진 사립박물관들이 많은 나라는 거의 없어요. 그래서 저희는 스스로를 문화야생화라고 부르죠. 이 작지만 개성 있는 사립박물관들이 서울의 대표상품이 되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랍니다.”
  • 2008년 09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는 로그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201910

201910

구독신청
낱권구매
전체기사

event2019.10

event
event 신청하기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30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