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홍 (주)어드밴스드 마린테크 대표

요트에 인생을 건 사나이

햇살이 쏟아지는 바다 위에 새하얀 요트를 띄우고 데크 위에서 칵테일 한 잔을 즐기는 로맨틱한 장면은 더 이상 영화 속 풍경이 아니다. ‘인생의 마지막 레저’라는 요트레저가 대중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지난 6월 11일부터 5일간 경기도 화성시 전곡항에서 열린 ‘2008 경기국제보트쇼 및 코리아매치컵 세계요트대회’가 성황리에 막을 내리면서 아시아 3대 보트쇼로 우뚝 선 것. 180건, 600억 원에 달하는 계약 및 현장판매가 이루어졌고, 37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당초 목표치의 네 배에 가까운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물론 해외 바이어들도 깜짝 놀랐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해양레저에 대한 관심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이 대회가 있기까지 한 사나이의 우직한 집념이 큰 역할을 했다. 이상홍 (주)어드밴스드 마린테크 대표. 경기도 측에 국제 보트쇼 제안서를 내고, 이번 대회의 공식 경기정 ‘비욘드 36’ 일곱 척을 직접 제작한 주인공이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세계 요트 랭킹 1위의 이언 윌리엄스는 비욘드 36에 대해 “대단하다. 빠르다”며 찬사를 보냈다. 대회가 끝난 지 일주일 만에 이탈리아로부터 여섯 척의 주문이 들어왔다.

대회가 막을 내린 지 5일 후, 이상홍 대표를 만나러 경기도 화성에 있는 공장을 찾았다. 온몸이 새까맣게 그을린 그에게서 이번 대회에 대한 뿌듯함이 묻어났다.

“저희도 깜짝 놀랐어요. 시장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거든요. 한 요트 수입회사가 그동안 배를 못 팔다가 2000만 원대 배를 15% 세일했더니 이틀 만에 15대가 팔렸어요. 관람객 37만 명 중 요트를 구매할 의사가 있는 유효관객이 8만~9만 명에 달합니다. 아시아 최고의 수치예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양문화에 관심이 많은데 그걸 촉발시킬 만한 기회가 없었던 거죠.”

그는 기자를 공장 한가운데에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비욘드 36’ 예비정으로 안내했다. 가까이에서 본 경기정은 날렵하면서도 세련됐다. 길이 11m, 높이 10m, 4.35톤의 2억 원짜리 경기정은 스피드를 위해 불필요한 요소를 최소화했다고 한다. 메탈 느낌의 핸들은 플라스틱보다 가벼웠고, 시합만을 위한 배라 갑판 아래는 텅 비어 있었다. 선체를 가볍게 하기 위해 항공용 특수 스티로폼을 사용했다 한다.

“100% 국내 기술력만으로 만들었어요. 외국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배를 못 만드는 줄 알아요. 그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죠.”

유람선, 어선, 레이싱 보트, 크루징 세일요트, 모터보트 등을 생산 중이고, 국내 경정용 요트의 90% 이상을 만들어 내는 이 회사는 명실 공히 국내 최고의 요트 제조사. 그러다 보니 해양 분야의 꿈나무들이 기술을 배우러 많이 찾아 사관학교 같은 역할을 한다. 이날도 한쪽에서는 목포 해양대 학생들이 땀을 흘리며 인력선을 만들고 있었다.

2008 코리아매치컵 세계요트대회 현장. 이번 대회에는 세계 랭킹 1~7위 선수들이 모두 참여해 경합을 벌였다.

대학 동아리에서 요트 탄 후 인생 걸기로 결심

그가 이번 국제 요트쇼를 기획한 건 몇 년 전, 체계화된 런던 보트쇼를 보고 충격을 받으면서다. 유럽에서는 요트쇼를 통해 1년 생산량의 90% 계약이 이루어지고, 이 계약에 따라 계획생산을 한다. 이런 시스템을 보고 돌아온 그는 당장 국제 보트쇼 제안서를 썼다. 산자부, 해양수산부 등에 제출했지만 묵묵부답. 부처간에 떠돌던 제안서는 경기도에 들어갔고, 김문수 지사는 경기도 해양레저 산업의 가능성에 큰 관심을 보였다. 보트쇼 개최가 확정된 건 올해 1월, 이때부터 6개월간 어드밴스드 마린테크의 전깃불은 단 하루도 꺼지지 않았다. 계속되는 야근에 쓰러진 직원도 있었고, 코피가 터진 직원도 많았다. 그는 이 일을 ‘백조 같은 일’라고 표현한다. 물위에 떠 있는 모습은 우아해 보이지만, 물밑에서는 한시도 쉬지 않고 움직여야 하는 백조. 요트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왔다가 하루 만에 그만둔 직원도 있다 한다. 이 대표는 왼손 검지 한 마디가 없다. 6년 전, 야근 중 꾸벅꾸벅 졸며 톱질하다 손가락을 썰어 버린 것. 절단 상처가 심해 봉합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한다.

차를 타고 전곡항으로 향했다. 공장에서 전곡항 요트 선착장까지는 20~30분 거리다. 이번 보트쇼를 위해 새로 깔았다는 6km가 넘는 4차선 도로를 쌩쌩 달려서 도착했다. ‘비욘드 36’은 바다에서 건져 올려져 선착장에 늠름하게 전시돼 있었다. 경기정을 쓰다듬으며 배의 기능을 설명하는 이 대표의 눈빛이 따사롭다. 마치 장원급제하고 금의환향한 아들을 바라보는 눈빛이다.

이번 대회의 공식 경기정 ‘비욘드 36’ 건조 과정.
이상홍 대표는 서울대학교 조선공학과를 졸업했다. 그가 요트를 처음 탄 건 대학교 1학년, 서울대에 요트부가 새로 생긴 때였다. 서울대 공대 연못에 띄워 놓고 타본 작은 요트는 그에게 표현하기 힘든 행복과 동경의 대상으로 다가왔다. 얼마 후 양수리에서, 다시 서해안 연포 해수욕장에서 요트를 탄 후 ‘인생을 걸 만한 대상’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제가 수영을 못해요. 그럼에도 바다가 무섭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들더군요. 출렁이는 파도의 움직임에 몸을 맡기고 거대한 돛과 함께 나란히 서서 온몸의 세포로 바닷바람을 맞는 느낌. 그 기분과 느낌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이 대표는 엔진의 힘으로 가는 모터요트보다 바람의 힘으로 가는 세일요트가 더 묘미 있다고 했다. 속도는 모터요트가 더 빨라 평균 시속 60~100km. 세일요트의 속도는 모터요트의 80% 수준이지만, 바람을 직접 맞으면서 가기 때문에 훨씬 더 다이내믹하다고.


대학 시절부터 수입 부품으로 요트를 조립해 팔았던 그는 1999년, 해양레저문화를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담아 (주)어드밴스드 마린테크를 세우고 정식으로 배를 만들기 시작했다. 누구보다 배를 잘 만들 자신이 있다고 큰소리치면서 회사를 차렸지만 지난 10년은 숱한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해양레저산업은 단순히 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해양문화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사실. 배 만드는 것 이상으로 해양레저를 즐기는 사람을 늘리면서 그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오션플러스’라는 회사를 하나 더 차렸다. 마린테크에서 만든 배를 홍보하고, 승선 체험 행사를 하고, 판매까지 하는 곳이다. 두 회사는 서로 시너지 작용을 하면서 요트 인구 증가세에 비례해 확확 커 가고 있다. 그는 최근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요트 비즈니스’ 이야기를 했다.

“요즘은 법인에서 많이 구매해요. 골프 접대 대신 요트를 타면서 만나는 게 새롭고 신선한 경험을 선사하니까요. 물 한가운데에서 협상을 하면 마음에 안 들어도 도망도 못 가잖아요.”(웃음)

회사 이름처럼 해양레저문화를 이끌고 있는 이상홍 대표. 그는 듬직했다. 덩치도, 목소리도, 경영 철학도. 그가 만든 배가 바다를 통해 세계로 뻗어 나가는 것이 보이는 듯하다. 바다를 바라보며 서 있는 그의 어깨가 무거워 보였다.

사진 : 이규열



▣ 보트와 요트
요트 해양 레저용 배의 전체를 일컫는 말. 보트의 상위개념.
보트 해양 레저용 배 중 작은 사이즈의 배를 말한다. 통상적으로 길이 15m 미만.

▣ 모터요트와 세일요트
모터요트 엔진의 힘으로 가는 요트. 시속 60~100km
세일요트 일명 돛단배, 바람이 돛을 미는 힘으로 가는 배. 시속 40~80km



▣ 나도 요트 한번 타볼까?

단 하루, 가족과 특별한 요트 여행을 꿈꾼다면
700요트클럽 프로그램이 유명하다. 서울 상암동에 있는 상암선착장에서 탑승, 클럽하우스 레스토랑에서 뷔페를 즐기고 요트에 탑승해 한 시간 동안 한강을 둘러볼 수 있다. 1인당 7만~10만 원선.

연인에게 특별한 시간을 선사하고 싶다면
크루저급 고급 요트에 탑승해 한 시간 동안 둘만의 선상 데이트를 즐길 수 있다. 침실과 살롱, 간단한 미니바까지 완비된 요트에서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30만~50만 원선.

요트 위에서의 고독을 즐기고 싶다면
떠들썩한 선상파티도 싫다, 가식적인 대화도 싫다, 바다나 강 위에서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면 요트자격증이 필수. 대한요트협회(www.ksaf.org)에 가맹된 전국 17개의 시ㆍ도 협회나 전국 40여 곳의 요트클럽을 통해 체계적인 강습을 받아야 한다.

명품 요트를 내 것처럼 타고 싶다면
5억~20억 원에 달하는 고가의 요트 이용권을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다. 서울 한강 잠원지구의 ‘노블리제 요트 소사이어트’에서는 가입비 1600만 원에 연회비 400만 원을 내고 가입하면 매월 주말 2회, 주중 2회 이용할 수 있다. VIP마케팅 전문기업 리더홀딩스에서 선보인 ‘노블리제 요트 쉐어 프로그램’에서는 초호화 요트 1대와 바다전용 요트 2대, 강ㆍ호수 전용 스피드 요트 1대 등 총 4대의 요트를 5년 동안 10명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다. 가입비는 2억3000만 원. 5년 후에는 요트를 되팔아 회원들에게 수익을 분배한다.

  • 2008년 08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today's pick

magazine 인기기사

topp 인기기사

daily 인기기사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독자팀)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