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소호, 따산즈 예술지구

만리장성과 따산즈 예술지구, 중국의 두 얼굴이다. 8월 개최되는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세계의 눈이 중국의 어제와 오늘에 쏠리고 있다. 따산즈는 베이징을 예술의 도시로 부각시키는 곳. 올림픽을 보기 위해 베이징을 찾았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장소다.
팩토리에서 세계적인 예술지구로

전 세계 여행객이 베이징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장소로 꼽는 따산즈(大山子) 예술지구(www.798.net.cn). 공장지대였던 곳이 갤러리로 변신, ‘중국의 소호’라 불리는 곳이다. 특히 베이징 북동쪽 조양구(朝陽區) 따산즈(大山子)에 위치한 ‘798 예술구’는 중국문화를 이끌어 가는 심장 같은 곳이다. 유럽과 아시아 각국의 갤러리뿐 아니라 미국 구겐하임 뮤지엄까지 입성한다니 이곳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한 곳이다. 광풍(狂風)으로까지 표현하는‘중국 현대미술 열풍’의 주역 장샤오강 등 걸출한 작가를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갤러리 한 블록을 자세히 본다 해도 족히 하루는 걸린다. 중국 미술뿐 아니라 전 세계 현대미술의 동향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2006년 798예술구를 ‘문화창의산업특구’로 공식 지정했고, 매년 ‘따산즈 페스티벌’과 ‘798비엔날레’를 열고 있다.

따산즈의 매력은 상실감을 느껴 본 이의 얼굴에서 묻어나는 상처처럼 지난한 세월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장에서 예술지구로 바뀌는 모습은 2006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798>로 소개되기도 했다. 지금도 갤러리 사이에 소규모 공장들이 그대로 산재해 있어 옛 흔적을 찾을 수 있다.

‘798 예술구’나 ‘따산즈 예술구’라는 이름 전에는‘718 롄허창(聯合廠)’이라고 불렸다. 798, 797, 718, 707, 706 등은 거리 이름이다. 1950년대 러시아의 원조로 조성된 거리로, 동독이 설계와 건축을 맡았다고 한다. 중국 최초의 원자탄과 인공위성의 핵심적인 부품을 생산하던 곳도 이곳이다. 1990년대 이후 시장경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한때 2만여 명이 넘던 798 공장의 노동자들은 실직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곳이 가난한 예술가들의 작업실이 되면서 차츰 예술가의 거리로 변모했다.


런던, 파리, 이탈리아, 스페인, 일본, 한국의 갤러리들이 앞 다투어 들어오고 있는 이곳은 공장의 흔적을 없애지 않았다. 옛 군수창고를 개조한 ‘798 스페이스’갤러리 천장에는 ‘마오 주석 만만세’ 라는 구호가 그대로 남아 있다. 벨기에 출신의 세계적인 컬렉터 가이 울렌스가 손댄 ‘울렌스 현대미술 센터’(Ullens Center for contemporary Art : UCCA)도 꼭 찾아갈 만한 곳이다. ‘798 스페이스’에서 멀지 않은 장소에 위치한 금산갤러리 등 한국의 갤러리를 만나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내가 가장 아끼는 곳은 프랑스 갤러리인 ‘파리스-베이징 포토갤러리’였다. 소박한 흰 벽으로 된 외관과 나무가 주는 느낌이 편안한데다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젊은 사진작가들의 전시를 볼 수 있어서다.



오후 내내 북 카페에 파묻혀 있어도

다국적 갤러리들 사이사이에 내로라하는 디자이너들의 개성 있는 숍, 도자기 숍, 각국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과 카페, 진귀한 책을 구비해 놓은 서점이 구석구석 숨어 있다. 몇 년 전 포스터일까. 20대쯤으로 보이는 배우 공리의 포스터를 만나는 행운도 건질 수 있다. 각국에서 온 미술, 디자인, 사진집을 서점만큼 구비해 놓은 카페도 많다. 그림 보는 게 왠지 쑥스럽다면(?) 건물 구경만 해도 된다. 쇼핑을 좋아한다면 재미있는 거리가 잔뜩 있다. 유럽에서 활동하던 디자이너들이 속속 입주하면서 작품 같은 옷이나 가방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도 있다. 개성이 물씬 느껴지는 액세서리 역시 탐날 것이다. 오후 시간 내내 북 카페에 푹 파묻혀 지낸 적도 있다. 오프닝 행사가 열리는 갤러리에서 얻어 마시는(?) 와인 맛은 중독성이 강했다.

798 팩토리의 매력은 삶에 대해‘새로운 시선’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공허하고 몽롱한 표정에 우수 어린 인물 그림 <대가족> <혈연>으로 유명한 장샤오강(張曉剛)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전부는 아니다. 냉소적 사실주의(cynical realism)와 정치적 팝(political pop)’이라 평하는 위엔민준의 진품을 만날 수 있다는 벅찬 감동 역시 두 번째다. 위엔민준의 작품 속에 있는 남자들의 웃음은 골동품 시장으로 유명한 판자위엔 시장에 가면 모사화로 흔히 만날 수 있다. 그의 1995년 작 <처형>이 영국 런던의 소더비 경매에서 55억 원에 낙찰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감이 오지 않았었다. 이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차이궈창 작품이 78억 원에 팔렸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차이나 아방가르드’ 작가라 불리는 4인방 장샤오강, 왕광이, 위엔민준, 팡리준이 이 돌풍의 주역들이다. 1989년 천안문 사태를 전후로 해외로 망명하거나 국내에 고립된 채 사회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작업을 해왔다는데 그들이 온몸으로 겪어 낸 정치적 무력감과 냉소적인 코드를 읽어 낼 수 있다.


베이징에서 생활하며 얻은 게 있다면 위엔민준 그림 속 이를 한껏 드러내고 웃은 아저씨의 냉소적인 웃음을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베이징 대학, 청화 대학 등이 밀집해 있는 오도구 지하철역에서는 해질 무렵 깜짝시장이 열린다. 어디서 몰려온 사람들인지 길가에 천을 깔고 물건을 판다. 없는 게 없다. 책, 골동품, 신발, 옷, 그리고 유명한 작가의 모사화까지…. 더운 여름날 아저씨들은 누구 눈치 볼 것도 없이 흰 러닝셔츠를 배까지 올리거나 아예 벗어 버리기도 한다. 처음엔 ‘부끄러움’도 모른다고 생각하다 그들과 잠시 시선이 마주쳤다. 위엔민준 그림 속에 나오는 그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그 후 왠지 베이징에 정감이 가기 시작했고, 서울에 와 있는 지금도 가끔은 샹차이 향을 풍기는 그네들이 그립다.


오로지 ‘따산즈’를 돌아다니기 위해 주황색 로퍼를 샀었다. 운동화는 덥고, 샌들은 발이 아파서다. 신발장에 놓인 로퍼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그곳이 그립다. 몇 억 원으로 치솟은 스타 화가의 그림은 사지 못하지만 큰 갤러리 사이사이에 있는 작은 갤러리에서 아직은 무명인 화가들의 작품을 몇 백 원에도 살 수 있는 곳이 따산즈다. ‘보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심장에 새길 수 있는 그 시간, 어둑어둑해질 무렵까지 걷다 보면 바람은 덤이다.

찾아가는 길 : 수도 국제공항에서 베이징 시내로 들어오는 입구인 왕징(望京) 근처에 있다. 왕징 지하철역에서 버스를 타거나 택시를 이용해도 10분 정도 걸린다. www.798.net.cn
  • 2008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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