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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食客이 찾은 맛집 ③ 벽제갈비 김영환 회장

최고 한우 고집하는 게 비결

쇠머리와 사골 등을 넣고 10시간 이상 푹 고아서 만든 설렁탕. 뜨끈한 설렁탕에 밥을 말아 소면과 함께 훌훌 퍼먹으면 마음까지 든든하다. 만화 《식객》에는 설렁탕의 유래가 이렇게 소개돼 있다. “세종대왕이 선농단(先農壇)에서 친경(親耕)하시던 때에 비가 심하게 내려서 신하들이 배가 고파서 못 견디게 되니, 왕이 친경 때 쓰던 농우(農牛)를 잡아 맹물에 넣어 끓이라 하셨다. 고기 끓인 국물에 소금을 넣어 먹으니 이것이 설농탕이다.”
서민들 기를 보강하는 음식의 대명사 격인 설렁탕. 맹맹한 맛과 누린내 때문에 잘 먹지 않던 설렁탕이 맛깔스러운 우리 음식으로 거듭난 데에는 설렁탕 장인의 역할이 크다. 만화 《식객》에는 쇠고기 양지를 해체, 핏물을 빼고 뼈를 푹 고아서 육수를 내는 과정, 탕에 들어가는 고기와 소면 조리법은 물론 설렁탕에 곁들이는 섞박지 제조법까지 ‘설렁탕 제조의 24시간’이 통째로 소개된다. 제조 과정을 공개한 식당은 ‘벽제갈비’. 맛은 물론 음식 재료와 위생 관리에 대한 자부심이 없으면 엄두도 못 낼 일이다.

‘벽제갈비’의 김영환 회장(60세)을 만났다. 방이동 본점 인근에 있는 회장실에서 벽제갈비의 설렁탕을 먹으며 인터뷰를 했다. 설렁탕을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온도는 85℃. 배달된 설렁탕은 따끈했다. 배달 거리와 식는 시간을 감안해 온도를 맞춘 듯 보였다. 국물을 맛본 기자가 “진한데요” 하자 김 회장은 발끈했다.

“국물이 진하다는 표현은 안 맞아요. 담백하다는 표현이 더 좋아요. 초벌설렁탕이어야 하거든. 초벌설렁탕은 칼슘 흡수가 잘돼. 너무 오래 끓이면 인 성분이 나와서 칼슘 흡수를 방해해요. 이건 14시간 동안 끓인 거예요. 또 처음부터 간간한 설렁탕은 의심해 봐야 돼. 쇠뼈를 먹지 않는 나라에서 만든 정체불명의 설렁탕 엑기스를 넣어서 끓인 경우가 많거든. 맛이 변하지 않게 하려고 염질(소금 간)을 하는 거예요.”

점심을 먹은 지 두 시간이 안 됐다는 그는 10분 만에 설렁탕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그것도 이야기를 하면서. 그러더니 “제가 만든 음식이 맛있다 보니 이렇게 살이 찌나 봐요” 하며 웃는다.


벽제갈비는 ‘프리미엄 한우 숯불구이’로 더 유명하다. 여기에서 파는 쇠고기 등심은 1인분 120g에 6만9300원. 세 명이 와서 적당히 배불리 먹고 와인까지 한 병 시키면 50만 원이 훌쩍 넘는다. 국내에서 가장 비싼 고깃집. 그런데도 연일 빈 좌석이 없다.

이곳에서는 ‘설화한우’만 판다고 한다. ‘설화한우’는 가늘고 새하얀 지방이 살코기에 분포한 모습이 마치 눈꽃이 핀 듯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으로, 김 회장이 만든 소비자 브랜드다. A++급 한우만을 선별해서 붙였다 한다. 경기도 포천에 있는 한창농장에서 자사 브랜드의 소를 기르는데, 이것만으로는 수요가 충당이 안 돼 외지의 소를 엄선, 구입한다. 그는 좋은 한우를 이렇게 설명했다.

“소 지방이 만들어 내는 하얀 마블링이 세밀하게 퍼져 있어야 해요. 마블링의 두께가 가늘고 고르고 넓게 퍼져 있을수록 좋아요.”

‘도대체 얼마나 맛있기에’ 하는 의문이 일지 않을 수 없었다. 두툼한 통등심을 참숯 위의 석쇠에 올렸더니 자글자글 육즙이 퍼졌다. 직원이 미디엄으로 구워 준 고기 한 점을 입 안에 넣었다. 진한 육즙이 입 안 가득 퍼졌고, 촘촘하게 박힌 마블링과 어우러진 육질은 더없이 부드러웠다. 그는 “‘쇠고기 낮춰서 못 먹는다’는 옛말 한마디 믿고 여기까지 왔다”고 말한다.

설화한우. 왼쪽은 생갈비, 오른쪽은 생등심.
김영환 회장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66학번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아연제련업체 (주)영풍에서 무역담당, (주)대림산업(당시 삼호주택)에서 외자과장을 거쳤다. M&A 때 명퇴를 하고, 1984년에 퇴직금 1300만 원으로 피자집 ‘에코’를 차렸다. 피자헛이 한국에 상륙하기 전이었다. 얼마 후 이태원을 중심으로 해외의 유명 브랜드 피자집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는 걸 보고 위기감을 느낀 그는 사업 분야를 과감하게 변경, 피자집을 팔고 신촌에 있던 벽제갈비를 인수했다. 1986년 인수 당시 벽제갈비는 적자에 허덕이고 있었다.

“제일 유명해질 때까지 제일 맛있는 고기를 싸게 팔자고 결심했어요. 그래서 3년 동안 돈을 못 벌었어요. 그러다가 싸고 맛있는 집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손님이 북적거렸고, 자신감을 얻었죠.”

왼쪽부터 김영환 회장, 누이 김숙자 씨, 함흥냉면 달인 김태원 옹, 김창식 지배인.
1989년부터 벽제갈비는 성장가도를 달렸다. 본점을 방이동으로 옮기고, 타워팰리스와 인천공항에도 입점했다. 서브브랜드인 ‘봉피양’과 ‘벽제구이로’를 만들어 사세를 더욱 확장해 갔다. 봉피양과 벽제구이로는 대중을 겨냥해 만든 브랜드다. 봉피양에서는 프리미엄 돼지갈비와 평양냉면을, 벽제구이로에서는 벽제갈비보다 한 단계 낮은 품질의 쇠고기와 함흥냉면을 판다. 서브브랜드에는 그의 한국 음식에 대한 애착이 녹아 있다.

“한국의 대표적 대중음식 하면 돼지갈비, 설렁탕, 냉면이잖아요. 이 세 가지를 제대로 한번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그가 최고의 한우를 구하기 위해 들인 공은 놀랍다. 척 보기만 해도 소위 품종과 나이 등을 알아맞히는 감별사가 되기 위해 3년 동안 목장을 누볐고, 400여 개 정육점을 일일이 찾아다녔다.

“매대를 보고 좋은 고기를 알기 힘들었어요. 새빨간 등을 달아 놔서. 꺼내 보고, 버너를 가지고 다니면서 한구석에서 구워 먹어 봤죠. 구울 때 물이 흥건하게 흐르는 고기는 탈락이에요. 물 먹인 소거든요.”

그렇게 다니면서 다섯 명의 믿을 만한 정육점 주인을 만났다. 웃돈을 주고, 수시로 안부 전화를 하면서 마음을 샀다고 한다. 그는 우리 쇠고기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쇠고기에 대해 깊이 연구했는데, 한우가 세계 최고의 품질이라는 걸 알았다”고 말한다.

김영환 회장은 부침 심한 외식업계에서 26년 간 살아남으면서 할 말이 많은 듯했다. 4시간 동안 지칠 줄 모르고 이야기를 쏟아내고도 아직도 보여줄 게 많다며 연신 이 자료, 저 자료 들이댔다. “외식업은 음식과 서비스, 디자인과 마케팅이 조화를 이루는 종합예술”이라고 생각하는 그는 큰 그림은 물론 디테일도 챙길 줄 아는 CEO였다. 벽제갈비의 그릇은 ‘벽제도예’에서 주문 제작한 것만 쓰고, 냉면 놋그릇은 인간문화재 22호 김선익 옹의 작품이다. 본점의 김창식 지배인은 외식업에서 30년 이상 잔뼈 굵은 60대의 베테랑 지배인이고, 함흥냉면을 만드는 김태원 옹은 50년 이상 냉면을 만들어 왔다. 김태원 옹은 “처음에는 지렛대로 냉면을 뽑고, 장작불 때서 냉면을 끓였어. 우래옥에서 하루 7~8그릇 팔던 시절부터 함흥냉면을 만들었지”라고 말했다.

‘우리 음식 제대로 맛내기’에 지난 생을 쏟았으니 ‘우리 음식 제대로 알리기’에 남은 인생을 걸었다는 김영환 회장. 그는 냉면을 먹을 때에도 기승전결이 있다고 했다.

“시원한 냉면 육수를 마시는 게 기, 젓가락으로 냉면을 들어 식초를 뿌려 면에 식초가 먼저 스며들게 하는 게 승, 잘 저어서 냉면과 새콤달콤한 무를 곁들여 먹는 게 클라이맥스인 전, 각종 재료의 맛이 삼삼하게 밴 고기를 먹는 게 결.”

사진 : 이창주

벽제갈비 방이동 본점 information
● 02-415-5522
● 설렁탕 8000원, 평양냉면 9000원, 생등심 120g 6만9300원, 생갈비 200g 6만3000원
● 주차가능
● 지하철 5호선 방이역 4번 출구 50m
  • 2008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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