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pick

magazine 인기기사

topp 인기기사

daily 인기기사

최계경 NH그룹 회장

내 고향 영월을 세계에 알린다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 주천리. 여느 시골마을처럼 점점 인구가 줄고 찾는 이 없던 이 작은 소읍이 요즘 우리나라의 한우 유통계를 뒤흔들고 있다. 2007년 8월, 오일장이 열리는 주천리 장터에 정육점을 연 종합식품유통회사 NH그룹은 질 좋은 한우를 300g에 8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팔기 시작했다. ‘산골에 누가 고기를 사러 오겠어?’라는 생각은 기우였다. 평일 하루 2000~3000명, 주말에는 5000여 명이 몰려와 고기를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섰다. 매일 새벽 잡은 소를 그날 모두 판매하는 게 원칙. 소를 하루 10여 마리씩 도축해 저녁 8시까지 파는데, 그전에 고기가 떨어져 원성을 듣기도 했다.

장터에는 정육점에서 산 고기를 바로 구워 먹을 수 있는 음식점들도 들어섰다. 1인당 2500원씩 상차림 비용을 받고 김치 등 기본반찬과 채소, 쌈장을 제공해 불판에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다. 장터에서 칼국숫집, 밥집 등을 하던 가게들이 ‘다하누’ 간판을 달고 업종 전환을 했는데, 손님이 밀려들면서 시골에서는 만지기 어렵던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고 한다. 처음 세 곳으로 시작했던 이런 ‘상차림’ 식당이 현재 17곳으로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산골에 사람이 몰려들면서 주천이 관광명소로까지 부상했다. 근처 펜션에 묵으면서 다하누 고기를 사서 숯불에 구워 먹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메밀로 만든 꼴두국수, 찐빵, 묵밥 등도 주천의 명물 먹을거리로 각광을 받고 있다. 주유소, 슈퍼마켓 등도 호황을 누리며 지역경기가 되살아나고 있는 것. 한우를 생산하는 축산 농가뿐 아니라 상추, 깻잎 등 채소를 재배하는 농가들도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했다. 이 변화의 중심에 최계경 NH그룹 회장이 있다.

주천은 최계경 회장이 나고 자란 곳. 홀어머니의 7남매 중 장남인 그는 주천농고 축산과를 졸업한 1983년, 서울로 향했다. 제천으로 나가 서울행 버스를 탔을 때 그의 수중에 든 돈은 5000원이었다. 독산동에서 정육점을 하던 사촌형님 밑에서 일을 배우다 선산 판 돈으로 조그만 정육점을 차렸다. 어머니가 장남 말이라면 무조건 믿고 밀어 줬기에 가능했던 일. 그는 우시장의 터줏대감인 ‘대동’을 채용해 고기와 뼈 바르는 법을 차근차근 배워 나갔다. 그의 정육점은 ‘질 좋은 고기’로 이름이 났고, 하루 소 한 마리씩을 팔아치울 정도로 인기였다. 미리 예약하거나 단체 구입하는 손님이 생길 정도였다.

고기라면 속속들이 알게 된 그는 1990년 육가공업체 ‘계경원’을 만들고, 프랜차이즈 고깃집 ‘계경목장’, 갈비 배달 전문점 ‘경복궁 아침’과 쇠고기 삼겹살 전문점 ‘투삼겹’ 등 사업을 확장하며 그룹 규모를 키워 갔다. 축산 농가에서 계약 사육한 고기를 사와 직영 공장에서 가공해 가맹점에 공급하는 시스템. 따로 연구소를 두고 고기를 가장 맛있게 만드는 방법을 개발해 고기 질과 맛에 있어서는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했고, NH그룹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요즘 서울보다 어머니가 계시는 주천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고향에서 또 다른 일을 꾸미기 때문이다. 열아홉에 서울로 올라가 그곳에서 인정받는 사업가가 되기 위해 전력 질주해 온 그는 40대 중반에 접어든 지금, 고향을 살리기 위해 갖가지 아이디어를 쏟아 내고 있다. 그의 고향 주천뿐 아니라 위기에 처한 농촌에 어떻게 활기를 불어넣을까, 하는 게 요즘 그의 주된 관심사다.



두바이 왕자가 영월 콩의 우수성을 먼저 알아봐

그는 2003년 9월, 마을 이름을 딴 회사 ‘섶다리마을’을 세운 후 2007년 8월 토종한우 전문점인 ‘다하누’와 두유라테 전문점 ‘두유베리’, 즉석목판두부전문점 ‘섶다리콩터’를 동시에 론칭했다. ‘섶다리마을’의 본사는 그의 고향인 주천에 뒀다. 주천리 장터의 식당에서 다하누 고기를 구워 먹은 후, ‘두유베리’ 1호점에서 최계경 회장과 마주 앉았다. 쇠고기는 도축한 후 0~4℃에서 1주일 정도 숙성한 후 먹는 게 가장 연하고 맛있다. 김치 냉장고에 넣어 두는 게 제일 좋지만, 없을 경우 냉장고 채소 칸에 넣어 두라는 것. 그날 아침 도축한 고기라 조금 질길 것이라는 귀띔을 들었지만, 핏기만 가시게 살짝 구운 고기는 부드럽게 씹혔다. 특히 신선한 육회가 감칠맛 나게 혀에 감겼다.

최계경 회장은 다하누를 시작한 데 대해 “한우를 지킬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생각에 서둘렀다”고 설명했다. 한미 FTA 타결로 미국산 쇠고기가 본격적으로 수입되면 한우의 생산기반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 한번 무너지고 나면 영영 되살리기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섰다.

2007년 봄, 그는 직원들에게 “한우가 왜 이렇게 비싸? 한번 알아봐”라고 한마디 툭 던졌다.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쇠고기 가격은 산지 소 값의 4~5배. 그는 “유통 과정에서의 거품을 거둬 내고 15%만 붙여 팔자”고 했다. 축산 농가에서 직접 한우를 구입한 후 도축-판매해 유통 단계를 줄인 게 경쟁력. 암소와 거세 황소만 사들이는데 대부분 1등급 쇠고기 판정을 받는다고 한다. 거세 황소는 송아지 때 거세해 암소와 성장과정이나 육질이 비슷하다. 최계경 회장은 “소는 덩치가 커야 마블링이 뛰어나고, 뒤에서 봤을 때 엉덩이가 펑퍼짐하고 털에 윤기가 나면서 활동적이어야 육질도 좋다”고 말한다. 주천까지 오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고, 정육점형 식당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가 고향으로 돌아올 결심을 한 것은 2003년.

“주천면 전체 인구가 800명인데, 대부분이 노인이지요. 저희 어머니 연세가 올해 일흔하나이신데, 마을에서 ‘새댁’으로 불려요. 이렇게 10년만 지나면 마을이 텅 비어 버리는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고향에서 호프집을 하는 친구는 “사람이 너무 없다”고 푸념했다.

“내가 사람 많이 불러올까?”

그의 약속은 2007년 11월 23일, 1주일 만에 실현됐다. 주천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 뭘까 생각한 그는 이 지역에만 있던 쌍섶다리를 재현하기로 마음먹었다. 조선시대에는 주천강과 지류 여기저기에 나무를 엮어 놓은 섶다리가 많았다. 쌍섶다리가 처음 등장한 것은 1699년 숙종 때. 강원도 관찰사가 단종 묘인 장릉을 참배하기 위해 주천강을 건너야 했는데, 관찰사를 태운 사인교가 지나가기 위해 섶다리를 나란히 두 개 놓은 게 유래가 됐다. 이와 관련해 주천에는 ‘쌍다리 민요’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있다. 쌍섶다리를 재현하는 축제를 한다고 홍보하자 사진작가와 기자 등 2000여 명이 작은 마을에 몰려들었다. 축제기간 이틀 동안 식당과 여관이 미어터졌고, 동네 어른들은 “자, 추진력 있다”며 다른 눈으로 보기 시작했다. 주천에 한우촌이 생길 때 한복을 입은 마을 어르신들이 서울역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한우독립선언’을 외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주천의 명물로 등장한 쌍섶다리 축제.
그는 한우뿐 아니라 콩 되살리기도 하고 있다. 일찍이 콩의 종주국으로 불렸던 우리나라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영월 특산물인 토종야콩(속칭 쥐눈이콩)을 재배하는 영농회를 조직했다. 그리고 다른 콩의 2배 가까운 가격에 사들이면서 “농사 가지고 장난치지 말고, 약 치지 말라”고 당부한다. 겉은 검고 속은 파란 서목태로, 생리활성물질과 항암물질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 콩. 그는 이 콩으로 메주를 쑤어 명품 간장, 된장을 만들고, 두부와 두유도 만든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우유 대신 토종야콩 두유를 넣어 카페라테를 만드는 커피전문점 ‘두유베리’를 만든 것. 주천에 1호점이 있는데, 2호점은 두바이에 생긴단다. 콩에 관심이 많은 두바이의 왕자와 연결돼 성사됐다는 것. 최계경 회장은 “파리겱천若?도쿄로 진출한 후 국내로 들여올 생각”이라고 말한다. 우리 콩의 우수성을 먼저 세계에서 인정받겠다는 생각이다.

주천뿐 아니라 영월군의 인구를 늘리는 것도 그의 관심사. 도시에서 주천으로 들어와 ‘상차림’ 식당을 하겠다는 사람들에게 그는 “주민등록을 옮겨 먼저 주천의 주민이 되어야 한다”고 조건을 단다. 지금은 영월의 소만으로는 수요를 감당 못해 전국의 축산 농가를 대상으로 한우를 사들이고 있는데, “영월에 와서 소를 키우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최저가격을 보장하며 사들이겠다”고 한다. 돈 버는 게 목적인 사업가가 너무 명분을 내세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그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명분이 없으면 오래가지 못하죠.”

이리저리 튀는 아이디어에 한번 마음먹으면 해내고야 마는 성격. 일을 벌이다 뼈아픈 실패를 경험한 적도 많았다. 그는 “성공은 실패의 부산물”이라고 정의한다.

“일을 하다 보면 계획대로 안 될 때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절망해서 중단하면 실패로 끝나고 말죠. 그걸 딛고 앞으로 나가야 합니다.”

사진 : 신규철

고기를 먹으러 갔다 해도 고기만 먹고 올 수는 없다. 영월에는 딴 지역에서는 보기 어려운 독특한 자연과 갖가지 박물관이 즐비하다. 차가 막히지 않을 때는 서울에서 주천 섶다리 마을까지 자동차로 1시간 40분에서 2시간 거리. 일찍 서두르면 고기를 먹고 주변 지역을 돌아보는 데 당일 코스로도 가능하다.

선암마을 영월군 서면 옹정리, 평창강 끝머리에 자리 잡은 한적한 강변마을. 한반도 지형을 꼭 빼닮은 절벽지역이 있어 유명해졌다. 동쪽으로 한반도의 백두대간을 연상시키는 산맥이 길게 이어져 있고, 서쪽에는 서해처럼 넓은 모래사장이 있다.


선돌 영월읍 서쪽으로 흐르는 서강변에 서있는 큰 바위. 서강과 강 건너 들판을 배경으로 서있는 풍경이 일품이다. 영월읍의 관문이라고 할 소나기재 정상 휴게소에서 오솔길을 5분쯤 걸어 올라간다. 다른 각도에서 선돌의 아름다움을 보려면 청령포를 통해 간다. 단종의 비극이 어린 청령포의 푸른 물빛과 관음송, 노산대 등을 둘러본 뒤 포장도로를 따라 날골 방향으로 가면 선돌이 보이기 시작한다.


어라연 동강의 많은 비경 중 가장 잘 알려진 곳으로, 동강의 상류인 영월읍 거운리에 있다. ‘고기가 비단결같이 떠오르는 연못’이라는 뜻. 강의 상겵?하부에 3개의 소가 형성되어 있는데 소의 중앙에 바위가 솟아 있고 기암괴석들이 총총히 서있는 모습이 사람 같기도 하고 불상이나 짐승 같기도 해 천태만상으로 보인다.


청령포 강원 영월군 남면 광천리. 영월읍내에서 서쪽으로 3km쯤 떨어져 있는데, 서강이 곡류해 반도 모양의 지형이다. 동쪽과 서쪽, 북쪽은 깊은 물로 막히고 육지와 이어지는 남쪽은 층암절벽으로 막힌 곳. 그래서 세조 3년(1457년) 이곳에 유배되었던 단종은 ‘육지고도(陸地孤島)’라고 표현했다. 섬 같은 곳이라 나룻배로 강을 건너가야 한다.




별마로 천문대 해발 799.8m인 영월읍 봉래산 정상에 세워진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천문대. 오염원이 없는 강원 산간지역이라 천체를 관측하기에 천혜의 환경. 9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는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문을 열어 둔다. 국내 최대 규모인 지름 80cm 주망원경을 비롯해 총 11대의 망원경이 설치된 곳. 낮에는 특수필터를 통해 태양의 흑점, 밤에는 달이나 행성, 별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별자리 찾는 법과 별자리 관련 신화도 들을 수 있다.
  • 2008년 01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독자팀)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