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집 앨범으로 컴백한 한국 힙합의 원조 타이거 JK

고통과 좌절 이겨 낸 제 이야기 들을래요?

‘술 취한 호랑이’의 일곱 번째 포효가 시작됐다. 최근 2년여 만에 7집 <스카이 이즈 더 리미트(sky is the limit)>를 들고 나타난 드렁큰 타이거의 타이거JK.

스스로 ‘자서전 같은 앨범’이라고 말했듯, 세상과 외부에 관심의 초점이 맞춰진 지난 앨범들과 달리 이번 앨범에서는 한 편의 연극을 보듯 이어지는 곡들에서 타이거JK의 개인적인 아픔과 슬픔, 사랑, 감사 등 내면의 성찰을 담았다.

“음악을 벌써 10년 가까이 했어요. 처음엔 저항정신으로 시작했죠. 모든 게 다 싫고, 아닌 것 같고, 세상을 바꿔 보고 싶고. 전형적인 반항아였어요. 그런데 이제 저도 나이를 먹었나 봐요. 시시한 게 재미있고, 개인적인 이야기에 좀 더 집중하게 되더군요. ‘힙합 한답시고 무작정 사회에 비판적’이라는 사람들의 오해도 없애고 싶었어요.”

하지만 인기를 얻고 유명세를 탈수록 그를 둘러싼 편견과 오해의 벽도 높아 간 것이 사실이다. 돌려 말하지 않는 솔직함과 낯가림이 심한 성격 탓에 “거만하다” “잘난 척한다” “이기적이다”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돌연변이’라는 곡에서 그는 이러한 세상의 짓밟음과 자신을 둘러싼 처절한 고통에 굴하지 않고 끝없이 부활하는 돌연변이가 된다. 약해지고 힘들어도 결코 쓰러지지 않는다는 강한 의지를 표현한 것. 그 에너지는 그를 사랑하고 아껴 주는 사람들에게서 출발한다. 특히 드렁큰 타이거의 공식 팬클럽 ‘타이거 밤(tiger- balm)’은 그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다.

“제 팬 사이트(www.dt-love.co.kr)는 소속사에서 만든 게 아니라 팬들이 만들어 준 공간이에요. 별별 얘기가 다 올라오는 재미있는 곳이죠. 팬 중에는 13세 소녀도 있고 중년의 주부도 있어요. 그들이 보내온 쪽지에는 일일이 답장을 해요. 제게 가족 같은 분들이니까요.”

한동안 공백기를 가진 그는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사랑하는 할머니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냈고, 척수염 판정을 받고 병마와 치열하게 싸워야만 했다. 루게릭병으로 투병 중인 박승일 농구코치의 다큐멘터리에 삽입된 음악작업을 맡으며 새로운 영감을 얻기도 했다.

“박승일 코치는 몸이 불편해도 항상 밝고 쾌활한 분이세요. 저에게는 마음속의 은인 같다고 해야 되나. 온몸의 근육이 굳어 가는 와중에도 안구 마우스로 가사를 쓰셨는데, 제가 거기에 곡을 붙여 랩으로 불렀어요. 열정적이고 순수한 PD님과 제작진에게도 배운 게 많아요.”

‘행복의 조건(희망승일)’이라는 곡은 드렁큰 타이거의 이번 앨범에도 수록되었고, 온라인으로 음원 다운로드를 받으면 그 수익금이 재단에 기부되도록 해놓았다. 정작 그도 뇌의 신호를 몸에서 받지 못하는 희귀병인 척수염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던 터였다.

“척수염이라는 게 ‘뇌가 신경을 가지고 장난치는 거’거든요. 이를테면 머리로는 달리고 있는데 다리는 걷는다든지, 다리털을 뽑아도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 거예요. 온도도 이상하게 감지되고.”

멀쩡한 사람이 자꾸 이상한 증상을 말하니 주위에서는 ‘꾀병’이라고 했다. 이곳저곳 병원을 다녔지만, 고작해야 디스크에 문제가 있다는 진단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작년 초, 하반신이 전부 마비되어 신경외과를 찾았다.

“MRI를 찍고 나서 의사가 하는 말이 ‘지금까지 뭐 했냐’는 거예요. 바로 입원치료를 시작했어요. 스테로이드 부작용 때문에 혈변과 속 쓰림이 심하고, 한 달 동안 몸무게가 하루 1kg씩 30kg이나 불어나더군요. 너무 부어서 엄마가 못 알아봤을 정도니까.”

온몸이 뚱뚱해진 경험도 ‘나름대로 재미있었다’고 표현하지만 그때의 마음고생을 그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 힙합 뮤지션들의 모임인 ‘무브먼트 크루’ 공연에 나타난 그의 변한 모습에 많은 팬들이 충격을 받고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팬들을 위해 다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미친 짓이었지만 밥도 굶고 물만 마시면서 하루 종일 이를 악물고 뛰었어요. 그랬더니 기적처럼 꼭 일주일 만에 다시 원래의 몸으로 돌아왔어요. 이젠 활동하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건강도 좋아졌고요. 이 병, 꼭 다 낫게 만들려고요.”


그는 이번 앨범을 녹음하는 도중,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지금의 드렁큰 타이거를 존재하게 해주신 분, 그를 키워 주시고 항상 베스트 프렌드가 되어 주신 할머니가 돌아가신 것이다. 할머니의 임종시간을 제목으로 따온 ‘8:45 heaven’은 그런 할머니를 기리고 추모하기 위한 곡이다.

“소속사에서는 곡이 너무 어두운 분위기라고 걱정했어요. 그런데 아버지께서 ‘지금이 아니면 네가 이 노래를 부를 수 있겠니?’하시며 눈물을 흘리시는데 강한 느낌을 받았어요.”

잘 알려진 대로 타이거JK의 아버지는 국내 최초의 팝 칼럼니스트인 서병후 씨. 그의 표현대로 ‘오픈 마인드라는 좋은 마음을 지니신’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팝송 가사를 하나하나 들려주며 풀이해 주실 정도로 다정하신 분이다. 그에게 늘 조언을 아끼지 않는 멘토이기도 하다.

데뷔한 지 만 8년. 이제 팬들은 ‘한국 힙합음악의 산증인’이자 ‘힙합계의 맏형’ 드렁큰 타이거를 방송에서도 자주 보고 싶어 한다. 그러나 타이거JK는 여전히 공연에 대한 욕심과 미련이 많다. 죽을 만큼 힘들어도 사람들이 환호해 주는 무대에 서는 것이 행복하단다.

“아마 대학교 콘서트는 안 가본 곳이 없을 거예요. 한바탕 신나게 놀다 오는 거죠. 공연장에서 하는 행동들을 방송에서 그대로 했다가는 ‘방송사고’ 날 걸요. 그래서 공연이 재미있고 좋아요. 방송에서 못 보여주는 걸 공연장에서는 맘껏 보여줄 수 있잖아요.”

7집 활동으로 더욱 분주해지겠지만 바쁜 일정도 감사하게 받아들인다는 타이거JK. 이제 막 또 하나의 터널을 빠져나온 그는 음악적으로나 인격적으로나 한결 더 여유로워졌다. 꾸밈 없는 말투와 소년처럼 맑은 표정을 가진 그를 어찌 응원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하고 싶은 게 많아요. 레게음악도 하고 싶고,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낼 생각도 있고요. ‘할리우드’라는 곡은 짧은 영화로도 만들 생각이에요. 앨범 활동 열심히 해서 제 곡들 알리고, 〈무한도전〉에 나가는 게 꿈이에요. 하하”

사진 : 이창주
  • 2007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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