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집 앨범 내고 가수로 데뷔한 치과의사 손현아 씨

세상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 노래할 거예요

강북삼성병원 건강검진센터에는 남다른 이력을 지닌 치과의사가 있다. 시도 쓰고, 노래도 하고, 환경ㆍ인권운동가이기도 한 손현아 씨(33세). 그는 최근 1집 앨범 <冬心후>를 발표하고 정식 가수로 데뷔했다. 서정적인 분위기의 곡들로 가득 채워진 이번 앨범에서 현아 씨는 1인 3역을 했다. 작사ㆍ작곡ㆍ노래를 모두 멋지게 소화해 내며 숨은 끼를 발휘한 것.

“어릴 때부터 이모에게 피아노를 배워 결혼식 반주를 하고 다녔으니 가수가 될 준비는 오래전부터 한 셈이죠. 하지만 시골(그는 전남 보성에서 나고 자랐다)에 살았고, 천재도 아니어서 피아니스트가 될 만한 여건은 아니었어요.”

음악을 전공할 수 없다면 음악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여유 있는’ 직업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잠도 안 자고 공부만 한 덕에 치의예과에 진학했다. 그러나 대학 시절은 그에게 고민과 방황의 시기였다. 학교 앞 재즈 카페에서 연주와 노래를 하고, 캠퍼스 가요제나 각종 라이브 무대에 참여하면서 의욕적으로 음악활동을 지속했지만 자신만의 색깔을 찾기가 어려웠다. 적성에 맞지 않는 전공도 그를 힘들게 했다.

그렇게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예방치과를 전공, 치위생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동안에도 그는 자기 정체성에 대한 탐색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친구에게 서울에서 함께 치과병원을 개원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더 넓고 기회가 많은 곳’에서 음악적 재능을 펼치고 싶었던 그는 갈등 끝에 상경했지만 서울 생활은 막막하기만 했다.

“친구와 병원을 개원하려던 계획이 무산되어 버렸어요. 별다른 대안 없이 무작정 서울에 올라온 저에게 고난이 시작된 거죠.(웃음) 이 병원에서 저 병원으로 일하러 돌아다니며 고생도 많이 했죠. 친구를 원망한 적도 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친구 덕에 서울에 올라와 음악적으로는 더 좋은 기회들을 얻었으니 감사할 일 아닌가요?(웃음)”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음악에 대한 갈증은 계속 현아 씨를 재촉하고 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직장인들이 결성한 아마추어 밴드에 들어간 그는 퇴근 후 키보드를 두드리며 주로 록 음악을 즐겼다. 그러다 우연히 재일교포 가수 이정미 씨를 알았는데, 도종환 시인의 시에 가락을 붙여 노래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고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곡 작업을 시작했다. ‘가야 할 길’의 방향을 비로소 찾은 것이다.

2005년 겨울 본격적으로 곡을 만들기 시작한 그는 지금까지 자신이 쓴 시에 곡을 입혀 40여 곡에 이르는 노래를 만들었고, 그중 절반은 저작권 등록까지 마쳤다. 1집 앨범의 타이틀곡이기도 한 ‘저녁 기차에 서다’는 모 인터넷 사이트가 주최한 문학공모전에 장난 삼아 응모했다가 시 부문에 당선된 작품이다.

‘저녁으로 가는 길 유난히 길고 낯선 곳/조금 낯선 곳으로 이름 알 듯하고/…중략…/묵직한 한숨처럼 첫 음이 들리고/놀라 깬 나목 가지런한 추억 되고 싶다고/무수히 속삭이며 내 뒷머리/ 끝없이 끝없이 땋아 주었다’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한 건 7년 전. 차곡차곡 쟁여 놓은 시 가운데 곡 붙이기에 수월한 것을 골라 노래로 완성한다는 그는 “노래하기 위해 시를 짓는 게 아니라 시를 노래하기 위해 곡을 만든다”고 말할 만큼 자작시에 대한 애정이 깊다. 그 안에는 그의 인생과 사랑, 철학이 진하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회 친 생선의 눈과 마주한 후 채식주의자 되다

그는 자신의 가치관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꺼내어 보여주고, 나누기를 원한다. 이를테면 생명과 환경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살아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애정으로 표출되고 다시 구체적인 행동으로 실천하는 식이다.

“7년 전, 식사를 하러 횟집에 갔을 때였어요. 머리는 살려 놓고 몸통만 회로 친 생선회가 나왔는데, 아직 살아 있는 물고기의 눈과 저의 눈이 마주쳤어요. 인간이 잔인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놈도 생명이었으니까요. 제 감성이 강하게 건드려지는 느낌이었죠.”

이후 생명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실천하기 위해 채식주의자가 되었고, 그러면서 음식의 본질적인 맛도 이해할 수 있었다. 흔히 찾는 자극적인 음식을 멀리하고 몸에 좋은 음식들을 받아들이면서 건강까지 좋아졌다고 한다. 우유나 달걀조차 먹을 수 없다고 생각하면 갑갑할 만도 한데, 그 어떤 불편도 없단다. 그에게 있어 채식은 억지로 하는 ‘금욕’이 아니라 대상과의 자연스러운 ‘교감’인 것이다.

1집 앨범 <冬心후>와 앨범 제작 중 녹음실에서.
우리 몸은 자연스럽게 순환하고 있다며 스킨, 로션조차 쓰지 않는다는 그는 맨얼굴로 다닌 지 2년이 넘었다. 몸에서 충분히 기름이 나오기 때문에 특별히 피부 관리를 할 필요가 없단다. 이처럼 현아 씨에게 있어 환경이란 몸과 분리될 수 없는 ‘일상’과 ‘삶’ 그 자체다. 결국 환경보호운동이라는 것도 어떤 단체에 속해 행하는 특별한 움직임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아주 사소하고 작은 행동인 것이다.

인권 문제에도 관심이 많은 그는 최근 황학주 시인이 운영하는 피스 프렌드(PEACE FRIEND)의 ‘할례 폐지운동’과 ‘클리토리스 복원 캠페인’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아직도 아프리카 소녀들은 폭력적이고 비위생적인 할례의 피해자가 되고 있어요. 잘못된 관습인 할례 때문에 여성들이 받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은 평생을 가고요. 그들을 위한 식량 구호뿐 아니라 무지함을 일깨우기 위한 문화적, 교육적 지원도 필요해요.”

이제 가수로서 공식적이고 구체적인 활동을 준비하는 현아 씨는 세상이 주목하고 있는 모든 문제들과 함께 호흡할 태세를 갖추었다. 앞으로도 그는 이 세상을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래로 만든 자신의 시를 끊임없이 읊조릴 것이다.

“연예인이 되고 싶지는 않지만 사람들에게 저를 알리고 싶은 이유는 단 하나예요. 제 말에 힘이 실리기를 바라는 거죠. 자연ㆍ환경ㆍ인권ㆍ평화와 같은 뜻을 표현하고 실천하면서 다 함께 어우러져 사는 삶을 살고 싶어요.”

사진 : 장성용
  • 2007년 11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는 로그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201910

201910

구독신청
낱권구매
전체기사

event2019.10

event
event 신청하기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30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