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학운ㆍ김옥경 씨 부부

암 투병 계기로 남편은 건강전도사, 아내는 자연식 요리전문가 됐죠

경남 양산에서 요양시설 ‘자연생활의 집’을 운영하고 있는 송학운(58세), 김옥경 씨(49세) 부부. 자연생활의 집은 민가 하나 없는 깊은 산중에 자리 잡고 있지만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사람들로 늘 북적인다. 오염원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오로지 산과 계곡으로 둘러싸인 맑은 환경과 김옥경 씨가 제공하는 자연식 밥상 덕분에 건강을 되찾은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이곳을 찾는 환자들에게는 한때 암으로 시한부 삶을 선고받았지만 지금은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는 송씨의 모습 자체가 희망이다.

고등학교 체육교사로 체력만큼은 자신 있었던 송씨가 암 진단을 받은 것은 15년 전. 혈변 증세로 병원을 찾은 그에게 담당의사는 직장암 3기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내렸다. 중학생 남매를 둔 40대 가장으로, 한창 일할 나이에 병을 얻은 그는 이때부터 힘겨운 투병생활에 들어갔다.

수술로 직장과 대장 대부분을 잘라 낸 터라 몸무게는 30kg 이상 빠졌고, 하루 30회 이상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하는 고통스런 날들이 이어졌다. 자신도 모르게 바지에 실수를 할 때도 많았다. ‘너무 힘들어서 왜 빨리 안 죽나’ 그런 생각밖에 안 들었다는 그는 수술 후 항암치료 대신 자연식 요법을 선택했다. 학교에 1년간 휴직 계를 낸 뒤 공기 좋은 요양원을 돌며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바꾼 것. 부인 김옥경 씨는 두 아이를 친정에 맡긴 채 남편의 병 수발에 모든 것을 걸었다. 아예 함께 요양원에서 생활하며 주방에서 자연식 요리법을 익혔다. 자연식 요리란 칼로리가 높지 않으면서 5대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고, 자연 그대로의 맛을 살린 음식. 육류는 물론 유제품, 달걀, 생선 등은 일절 쓰지 않는다. 대신 단백질은 콩류에서, 지방질은 견과류 등 식물성에서 얻는다. 또 매일 현미, 통밀 등 각종 곡류와 과일, 해초류를 골고루 먹는다.

인체의 신진대사에 꼭 필요한 성분들을 영양소의 파괴 없이 골고루 섭취함으로써 몸의 면역력과 자연 치유력을 높이는 것이 바로 자연식 밥상의 원리. 그렇다고 맛이 밋밋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천연 재료들로 맛을 낸 김씨의 자연 요리는 이미 두 권의 책으로도 출간되었을 정도로 입소문이 났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모두 그가 차려 주는 자연식 밥상에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요리법을 배우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도 많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지만 김씨는 흔쾌히 방법을 전수해 준다. 남편의 투병생활 동안 환자 가정의 아픔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몸에 좋은 음식이라도 맛이 없으면 먹기 어렵잖아요. 남편도 처음에 그것 때문에 많이 힘들어했어요. 고기를 좋아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채식주의자가 되고, 그것도 생야채를 주로 먹어야 하니 고역이죠. 그래서 좀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들을 연구했지요. 그렇게 하다 보니 다양한 메뉴들이 만들어졌어요.”

김씨는 야채를 먹더라도 꿀, 레몬, 구운 소금, 올리브유, 양파, 다진 마늘을 기본으로 여러 가지 견과류를 갈아 넣은 소스를 얹어 내고, 고기를 먹고 싶어 할 때는 밀고기를 만들어 냈다. 밀고기란 검은깨, 호두, 흰깨, 불린 대두, 양파를 갈고 여기에 글루텐 가루를 섞은 뒤 곱게 간 비트를 넣어 육류 특유의 붉은 빛깔을 낸 것. 적당히 잘라 고기 양념을 해 볶으면 고기와 똑같은 맛과 식감을 느낄 수 있는 자연식 요리의 별미다.

워낙 손이 많이 가는 음식들이라 김씨는 하루의 대부분을 주방에서 보낸다. 남편이 암 선고를 받은 후 지금까지 15년째 이어 오는 습관이다. 송씨는 “집사람 덕분에 내가 살았다”며 아내의 자연식을 최고의 항암치료제로 꼽는다.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지 않는 데 대한 불안감은 별로 없었어요. 어차피 항암치료를 해도 얼마 못 산다고 했으니까요.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인데, 그 고통스러운 치료 대신에 자연 속에서 편안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그런데 결국 그게 나를 살린 방법이 되었어요.”

두 사람은 부산에 있던 아파트를 처분해 시골로 집을 옮겼다.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에서 자연식 요법과 운동,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병행하면서 그의 몸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1년 뒤에는 학교에 복직해 다시 교사 생활도 시작했다. 그의 모습은 주변 사람들에게 ‘기적’처럼 비쳐졌고, 그 비결을 듣기 위해 알음알음으로 찾아오는 사람들 때문에 그의 시골집은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김씨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아예 일요일 하루는 집을 완전히 개방해 공개강의를 했다’고 한다. 송씨는 환자들이 가져야 할 건강한 생활습관을, 김씨는 자연식 요리법을 가르친 것. 이것이 요양원 운영으로 이어지게 된 계기다.

“저희가 투병생활하면서 머물렀던 요양원의 원장 부부가 외국으로 가면서 저희에게 그 시설을 맡아 달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얼떨결에 시작하게 됐는데, 그곳이 나중에 전원주택 단지로 개발이 되면서 이런저런 오염원들이 생기기 시작해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어요. 여기 온 지 6년째인데, 이곳은 워낙 첩첩산중이라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거의 없어요. 환자들을 위해서는 아주 좋은 환경이죠.”

송씨는 “암은 생활습관에서 오는 병”이라며, 퇴근 후 이어지는 잦은 술자리, 폭식과 과식, 화학조미료에 범벅된 음식들, 과도한 스트레스, 수면 부족 등 도시에서 생활하는 현대인들은 대부분 병인에 노출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암에 걸리기 전까지 나도 별반 다르지 않았죠. 그런데 병을 얻은 뒤에는 이런 습관들을 싹 바꾸었어요. 자연 속에서 살다 보니 삶의 가치도 달라지더군요. 예전에는 삶의 즐거움을 술, 고스톱, 바둑 같은 잡기에서 찾았는데 지금은 사철 달라지는 자연의 아름다움, 사람들과의 진솔한 만남을 즐길 줄 알게 되었어요.”


그는 얼마 전 TV에 출연했다가 자신의 모습을 본 담당의사가 PD에게 연락을 해왔다는 재미있는 일화도 들려주었다.

“저 사람이 아직도 살아 있느냐고 의아해 하면서, 지금이라도 항암치료를 받게 하라고 했다네요. 15년 동안 이렇게 잘살고 있으니 문제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동안 병원 한 번 안 가고 있다가, 2년 전에 한 번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별 이상이 없대요. 앞으로도 병원은 안 갈 겁니다. 죽는 날까지 이 요양원을 운영하면서 많은 환자들에게 희망을 나누어 주다가 때가 되면 자연사할 겁니다. 하하”

진정한 자연식을 하기 위해서는 자연농법으로 키운 농작물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그는 2년 전, 명예퇴직을 신청하며 일시금으로 받은 퇴직금을 털어 경북 영덕에 1만5000평의 땅을 구입했다. 자연농법이란 산이 풀과 나무를 길러내는 원리로, 햇볕과 비, 바람 등 자연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 땅이 완전한 자연 상태로 돌아가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는 다음 세대까지 이 작업이 이어지도록 여기에 뜻을 둔 젊은 농대생 몇 명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미 이 방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일본 자연농법 전문가의 도움도 받고 있다.

암을 겪으며 건강은 물론 환경 문제에까지 깊은 관심을 갖게 된 송학운 씨와 김옥경 씨 부부. 그들은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도시 사람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좋은 식사라도 불쾌한 마음으로 먹거나 억지로 먹으면 독약과 같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안 먹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다.”

사진 : 김선아



▣ 김옥경 씨가 권하는,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자연식단

● 현미밥을 먹는다.
● 단백질은 콩류로, 지방질은 견과류로 섭취한다.
● 모든 재료는 제철 야채와 자연식품을 사용한다.
● 일반 양념 대신 자연식 소스를 만들어 쓴다.
● 참기름이나 매운 고춧가루 등을 쓰지 않고, 음식은 가급적 볶지 않는다. 식용유는 기름을 짜는 과정에서 유해물질이 많이 발생하므로 압착식으로 짠 올리브유를 사용한다.
● 조미료 대신 야채 국물이나 구운 소금, 버섯소금으로 간한다.
● 곡식이나 채소류는 저농약, 또는 무농약으로 재배한 것을 구입한다.
● 소금은 구운 소금을 쓰고, 소량 섭취한다.
● 단맛을 낼 때는 천연 벌꿀이나 호박, 조청을, 신맛을 낼 때는 레몬을 사용한다.
● 참깨, 들깻가루를 사용한다.
● 김치를 담글 때 젓갈을 넣지 않는다.
  • 2007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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