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밍 어반 스테레오

20대 청춘의 일상을 노래하는 가수

“제 음악의 한계가 잘 질린다는 거거든요. 원래 색다른 음식은 처음엔 맛있어도 쉽게 질리잖아요. 계속해서 새로운 걸 찾는 요즘 세대의 특성 때문에 제 음악이 사랑받고 있긴 하지만 그런 문제가 있어요. 하지만 앞으로도 음악적 색깔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예요. 저만의 스타일이라는 게 있으니까.”
그 이름처럼 도회적이고 세련된 음악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허밍 어반 스테레오(humming urban stereo겫뻗?이지린). 최근 모 제과점의 CF에 삽입되어 유명해진 ‘하와이언 커플’을 머리 곡으로, 앨범을 채운 곡마다 앙증맞고 통통 튀는 가사와 감각적인 멜로디로 젊은 층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TV출연은 거의 하지 않는데다, 이전에 우리가 들어오던 가요와는 전혀 다른 곡 분위기 때문에 ‘허밍’의 팬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겵衫鳧?대부분이다.

“나이가 지긋하신 어른들은 저를 잘 모르셔서 ‘허망’ 어반 스테레오로 잘못 알아듣기도 하세요. 친척 꼬마들도 가족모임 때 만나면 ‘귀여워 귀여워(‘하와이언 커플’의 가사) 부르는 형’이라고 부르는걸요.”

보컬이 주로 여성이어서 혼성 그룹일 거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허밍 어반 스테레오는 ‘이지린’이라는 27세의 청년이 2004년 결성한 원맨 프로젝트 밴드다. 특유의 코맹맹이 소리로 독특한 음색을 연출하는 여성 보컬은 허밍 걸, 시나에, 요조 등으로 불리는 객원 멤버들이라고.

사실 ‘허밍’의 음악을 처음 접하는 사람은 한 번쯤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일렉트로닉과 라운지를 베이스로 한 다분히 이국적인 스타일의 사운드와 한 번에 알아듣기 힘든 가사 때문에 어느 나라 음악인지조차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색다르고 신선하다는 점이 오히려 그만의 콘셉트가 되어 트렌드세터들을 열광하게 만들고 있는 것.

“2005년 정식으로 1집을 발표한 이후 지금까지 총 세 장의 앨범을 냈어요. 처음 시작할 때는 음악으로 돈을 벌 거라곤 상상도 못했어요. 전 그저 즐겼을 뿐이거든요.”

펫 샵 보이스, 에니그마 등 해외 뮤지션들을 좋아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세계 각국의 음악을 접하며 성장한 그는 소극적이고 말수가 적은 성격 탓에 왕따에 가까울 정도로 조용한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래도 음악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많아 그의 말대로라면 “지정곡만 열심히 연습해서” 어렵사리 클래식피아노과에 진학했지만 따라가기 힘들어 1학기만 다니고 자퇴했다고 한다. 단지 보사노바가 좋아서 재즈 피아노를 연주하고 싶었던 그와 고전음악을 심도 있게 다루는 전공과는 잘 맞지 않았던 탓이다.

“학교를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어영부영 지내던 어느 날, 아는 형이 미디 음악 프로그램을 제 컴퓨터에 깔아 줬어요. 그래서 그걸로 음악을 만들어 보았더니 마치 게임같이 재미있는 거예요. 그렇게 곡을 만들기 시작한 거죠.”

20대가 되면서 마음 맞는 친구들도 여럿 만났다. 좋아하는 일본 아티스트의 인터넷 동호회에서 음악적 취향도 비슷하고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사가 통하는 친구들을 사귀게 된 것. 그들과 감성적인 자극을 공유하면서 영감을 얻기도 했단다.

1년 동안 취미처럼 작업한 곡들을 인터넷을 통해 선보이고 싶어 개인 홈페이지를 리뉴얼하면서 친구들에게 이름을 공모했고, 그중 가장 마음에 든 ‘허밍 어반 스테레오’라는 이름으로 자신이 만든 곡들을 공개했다.

내친김에 자비를 들여 앨범까지 제작한 그는 신촌 일대 레코드 숍을 돌며 위탁판매를 하다 우연히 가수 신해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인디차트에 오르게 된다.

“인디차트 1위에 오르자 앨범이 잘 팔리기 시작했어요. 이후 지금의 회사와 계약을 하고 정식 앨범을 내게 된 거죠.”


고양이 네 마리와 사는 채식주의자

만약 음악을 하지 않았으면 ‘실업자처럼 살았을 것’이라는 이지린은 돌솥비빔밥이 맛있는 집 근처 식당에서 매일같이 식사를 하고, 세 대나 갖고 있는 스쿠터를 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게 취미이며, 일이 되고 나서 클럽과 노래방, 콘서트에 잘 가지 않는다며 아쉬워하는 평범한 20대. 인터뷰 내내 포토그래퍼에게 카메라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놓는 모습이 해맑다.

나른한 오후에 햇살을 맞으며 들어야 할 것 같은, 그래서 더 편안하게 느껴지는 ‘허밍’의 음악은 그러한 그의 일상 자체다. 사랑스러운 곡조와 어울리는 예쁘장한 외모, ‘디오르 옴므’가 어울릴 법한 슬림한 체구도 그러하지만 노랫말에 등장한 대로 ‘vegetarian(채식주의자)’이며 ‘동물 애호가’로 살기를 자처하는 그에게 음악과 현실의 구분은 없다.

“고양이 네 마리와 함께 살고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면서 하루를 시작해요. 환경과 동물 문제에 관심이 많아 동물 테스트를 하는 화장품은 쓰지 않고 채식을 주로 하고요.”


허밍 어반 스테레오는 이제껏 소소한 일상을 마치 낙서하듯 스케치해 왔다. 그렇지 않아도 해가 지날수록 감은 무뎌지고 욕심은 커져서 곡을 쓰기 더 어렵다는 그에게 가사 짓기는 특히 어려운 작업이다.

“고민을 많이 한 곡보다 생각 안 하고 뚝딱 만든 곡이 결과적으로 더 좋을 때가 많았어요. 처음에는 좋은 멜로디에 주력했지만 2집부터 본격적으로 가사를 썼어요. 영화 대사에서, 만화책에서 따오기도 했고 1, 2집엔 친구 이야기도 있어요. 주변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는 거죠.”

일상적이면서 구체적인 단어를 사용해서 작사하는 습관 때문에 ‘허밍’의 지나치리만치 현실적인 내용과 자유로운 표현 방식은 때로 외부로부터 제재를 당하기도 한다. 3집 ‘Baby Love’는 그런 이유로 회사관계자를 경찰서에 오가게 만들었고, 결국 18세 미만 청취불가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주위를 의식하기보다는 스스로의 만족감과 즐거움을 위해서 음악을 만들기 때문일까. 그는 자신이 만든 곡을 다른 이에게 강요하지 않을뿐더러 ‘가볍다’고 비난하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서도 무심할 정도로 너그럽다.

자신이 만든 노래가 ‘된장녀들을 위한 음악’이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는 말을 꺼내 도리어 필자를 당황케 하더니 “예쁜 카페에 있어야 영감이 떠오르는 걸 보면 나도 된장남”이라며 여유롭게 웃어 보이기까지 한다. ‘허밍’이 사랑받는 비결은 바로 대책 없는 담백함과 순수함이 아니겠는가.

“제 음악의 한계가 잘 질린다는 거거든요. 원래 색다른 음식은 처음엔 맛있어도 쉽게 질리잖아요. 계속해서 새로운 걸 찾는 요즘 세대의 특성 때문에 제 음악이 사랑받고 있긴 하지만 그런 문제가 있어요. 하지만 앞으로도 음악적 색깔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예요. 저만의 스타일이라는 게 있으니까.”

달콤하게 귀에 감기는 멜로디와 친한 친구가 종알거리듯 아기자기하고 디테일한 노랫말. 허밍 어반 스테레오는 무겁고 진지하기를 거부하는 대신 기발하고 재미있다. 구태여 심각하지 말기를, 쉽고 가볍게 즐겨 보라고 온몸으로 얘기하는 그는 요즘 한참 진행 중인 또 다른 프로젝트 그룹 ‘인스턴트 로맨틱 플로어’와 드라마 음악작업으로 정신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앞으로 해야 할 일도 많다.

“지독한 몸치라 춤도 배우고 싶고, 주말엔 디제잉도 하고 싶어요. 이사도 해야 하고, 차도 사야 하고…. 앞으로도 음반작업을 계속하면서 환경운동에 관심을 갖고 여유로운 삶을 사는 게 목표예요.”

사진 : 이창주
  • 2007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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