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청소년연합 고문 박옥수 목사

세계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심고 싶습니다

“IYF에서 세상에 있어야 할 가장 좋은 것을 배웠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나를 위한 삶밖에 몰랐고 오직 나 자신을 위해서만 살아왔는데 여기서 나가 아닌 다른 사람, 세상을 위해 사는 삶의 기쁨을 알았습니다.”

국제청소년연합(IYF) 행사에 참가한 세계 각국의 대학생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다. 지난 2001년 사단법인으로 출범한 국제청소년 연합은 2002년부터 세계 각지에 해외 봉사단을 파견하고, 해외 청소년들을 국내에 초청하는 등 국제적인 청소년 교류의 장을 만들어 온 단체다. 현재 전 세계 60여 개국에 해마다 600여 명의 봉사 인원을 파견하는 청소년 선교 및 봉사 프로그램으로 주목받고 있다.

“처음에는 봉사하러 간다고 생각하지만 현지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각이 바뀝니다. 주러 갔다가 오히려 받아온 것이 더 많다는 게 참가 학생들의 공통된 경험이지요. 평소 어려움 없이 생활하면서 고마움을 모르던 학생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시련과 어려움을 견디며 신앙도 깊어지고 나약했던 자신을 뛰어넘으며 한 단계 성장하게 됩니다.”

국제청소년연합의 실질적인 산파 역할을 한 박옥수 목사(기쁜소식강남교회)는 “대학생 해외 파견이라는 말에 단순한 봉사활동이나 어학연수 등으로 보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지난 3월 10일 경기도 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IYF의 2007 청소년세계페스티벌(IYF World Cultural Youth Festival). 올해로 7번째를 맞는 이 행사에는 지난 1년간 각국으로 파견돼 활동을 벌인 대학생 552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세계 각국의 전통 춤을 선보이는가 하면 현지에서 찍은 사진, 현지 경험을 담은 뮤지컬로 자신들이 체험한 것을 소개했다. 아프리카에 다녀온 학생들은 “말라리아에 걸려 죽을 고생을 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도 단돈 300원이 없어서 죽어가는 그곳 아이들 생각에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저마다 사연은 다르지만 “해외 봉사로 보낸 지난 1년이 내 삶에서 가장 행복하고 뜻 깊은 시간이었다”는 것만은 공통된 소감이었다.

“소년은 우리의 미래이며 희망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방황하는 청소년이 적지 않고 청소년 범죄가 갈수록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성세대가 그들에게 희망과 인생의 목표를 깨닫게 해줘야 합니다.”

“참된 신앙이 사람을 바꾸며, 특히 청소년기에 인생의 목표와 가치관을 정립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박 목사의 평소 지론. 그는 “지금 청소년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그들이 꿈과 희망을 펼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보듬는 일”이라고 재차 강조한다. 박 목사가 유독 청소년에 관심을 쏟는 것은 그 역시 청소년기를 적잖은 고뇌와 번민 속에 보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 시절, 인생의 확고한 목표는커녕 삶 자체에 회의를 느꼈습니다. 그러다 열아홉 살이 되던 1962년 한 선교학교에 입학하면서 새로운 인생의 전기를 맞았지요. 우연히 만난 영국 선교사에게 내 생각과 고민을 토로했는데, 그는 내 말을 잘 들어주더니 다양한 조언을 해줬습니다. 그와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은 끝에 성직자가 되기로 결심했지요.”

박 목사는 이후 우여곡절 끝에 1971년 영국 출신 딕 욕(Dick York) 목사로부터 목사 안수를 받고 성직자의 길로 들어섰다. 목사 생활을 하는 내내 그는 자신으로 하여금 청소년기 고민을 털어내고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게 해준 그 ‘희망’을 이 시대의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도 전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가슴속에 품고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청소년에게 희망을 주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먼저였다.

“10여 년 전에 미국에 사는 한 지인으로부터 마약과 범죄로 부모의 속을 썩이는 학생을 교화시켜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구제불능 문제아로 낙인이 찍힌 학생이었지요. 이 학생을 서둘러 한국으로 오게 한 후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했습니다.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인생의 목표를 세우게 하려 했지요. 저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으로 그 학생은 결국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1995년의 일이다. 한 학생의 변화를 지켜본 후 박 목사는 청소년들을 위한 자아실현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듬해에는 28명이, 그 다음해에는 50여 명이 박 목사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입국했다. 이 프로그램이 현재 IYF의 모태가 됐다. 1년 정도 가난한 나라에서 봉사하면서 자신을 발견하는 IYF의 해외 봉사 프로그램이 시작된 것은 2001년. 11명으로 시작한 것이 2003년 58명, 2004년에는 111명, 2005년에는 235명으로 참가 인원이 급격히 늘고 있다. 2006년에는 인도를 비롯해 세계 60여 개국에 551명이 파견됐고, 올해에는 1000여 명의 봉사단이 해외 각지로 파견될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봉사와 어학연수가 결합된 정도가 아니라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파견 프로그램입니다. 이들이 가는 지역 대부분이 가난한 오지 마을입니다. 봉사 지역에 처음 도착해 1~2주는 현지 음식에 적응하지 못해 굶는 일도 흔하지만 그 고비를 넘겨 자신의 벽을 무너뜨리면 한국에 돌아와서도 오히려 그곳 사람들을 잊지 못할 정도로 현지인들과 하나가 됩니다.”



청년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해외 봉사활동 프로그램

그는 “낯선 환경에서 자기 자신을 무너뜨리다 보면 변화가 자연스럽고도 강력하게 찾아온다”며 웃는다. 청소년기는 외부 반응을 스펀지처럼 흡수하면서 변화를 갈망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고기 잡는 법만 알려줘도 인생의 방향을 금세 깨우친다는 것이다. 인생을 낭비하며 방황하는 자녀를 보고 발만 동동 구르던 부모들은 IYF 활동을 통해 자녀가 새 삶을 찾았다며 열렬한 후원자가 되곤 한다. 박 목사는 “청소년이 주변의 숱한 유혹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하는 힘은 결국 신앙으로부터 나온다”고 덧붙인다. 박 목사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유명한 목회자다. 그의 주일 설교는 중국어, 스페인어로 동시통역돼 60여 개국에서 방송된다. 미국의 일간지인 ‘로스앤젤레스(LA) 타임스’는 물론 2006년부터는 ‘뉴욕 타임스’에도 그의 설교가 영문으로 실리고 있다. 동양인 목사로는 최초다. 그는“제가 특별히 잘나고 똑똑해서 혹은 남다른 철학이 있어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무너뜨리고 버렸기 때문에 얻어진 결과”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1986년 그가 부산에서 설교한 내용을 책으로 옮긴 설교집 《죄 사함 거듭남의 비밀》은 12개 국어로 출간돼 한국에서만 50여 만 부, 중국에서 10만 부가 넘게 팔렸다.

IYF 해외 봉사는 1년 정도 가난한 나라에서 봉사하며 자신을 발견하는 프로그램. 올해는 1000여 명이 세계 각지로 파견될 예정이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교회에 다녔습니다. 서울에서 기술학교를 다니다가 뜻하지 않은 문제로 시골에 내려오게 되었는데, 학교도 못 마치고 내려오니까 제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어요. 그때가 열여덟 살이었는데, 늘 죄를 고백하면서 울고 회개했지요. 죄를 씻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갈수록 심해졌어요. 혼자 힘으로 도저히 해결할 수 없어서 목사님을 찾아갔습니다. 목사님은 지금부터 믿음을 가지고 시험을 이겨 나가면 복을 받을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좀처럼 마음의 짐은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 그는 ‘교회에 나가지 말자. 이런 상태로 교회 나가서 뭐 하나. 아무래도 난 선택받은 백성이 아닌가 보다. 나는 예수님하곤 안 맞는 사람인 모양이다’고 자조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갈등 속에서 1년의 시간을 허송했다.

“1962년인가. 어느 날 새벽 교회에 가서 하나님께 울면서 기도했어요. “하느님 제가 죄인입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하고 부르짖었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기도를 마치고 나니 내 마음에 죄가 다 사해졌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마음이 평안해지더라고요.”

그는 놓았던 성경을 다시 손에 잡았다. 그동안 아무리 읽으려고 노력해도 안 되던 성경이 거침없이 읽히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 성경 말씀이 전혀 다른 시각으로 보이기 시작했고 ‘아, 예수님이 이렇게 내 죄를 씻으셨구나, 참으로 감사하다’ 하는 마음이 절로 일어났다고. 박 목사는 작년에 《회개와 믿음》이란 책을 냈다. ‘성경이 말하는 참된 회개란 무엇인가, 참된 믿음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서다.

“성경에 은혜 입은 사람들을 보면 간음하다 잡혀 죽을 수밖에 없는 여자, 38년 된 병자처럼 자기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사람들입니다. 바로 그런 상태에 도달했을 때 예수님의 진리가 들어가지요. 내가 아주 무익하고 어찌 할 수가 없는 인간이란 걸 깨닫고 나서 성경을 보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이 다 보입니다. 예수님이 내 죄를 해결해 주신 경로가 눈에 들어오는 거지요. 그러면 삶이 기뻐지고 옛날의 더러운 삶이 싫어집니다. 비로소 참 행복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박 목사는 손으로 하나하나 성경 구절을 짚어가며 또박또박 읽어내려 간다. 범처럼 날카로우면서도 선하게 빛나는 그의 눈동자는 언제나 신앙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 차 있다. 빛을 갈구하는 나약한 인생들을 구원의 길로 인도해 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 때문인 것 같았다.

사진 : 신규철
  • 2007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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