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장성 축령산, 동양학자 조용헌 씨의 집

풍수지리 고수는 이런 집에 산다

사주명리학과 풍수지리학에 능통한 동양학자 조용헌 씨(46세). 지난 20여 년간 한·중·일 3국의 600여 사찰과 고택을 답사하며 재야의 기인들을 수없이 만난 그는 《5백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 《조용헌의 사찰기행》, 《조용헌의 사주명리학 이야기》, 《방외지사》 등을 저술했다. 그가 전남 장성 축령산 자락에 산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수가 사는 집’에 대해 궁금증이 생겨 찾아갔다. 산 아래 나지막하게 엎드려 있는 토담집을 가까스로 찾아냈다.

“어서 와요. 지금 칼럼 쓰던 중이니까 조금만 기둘려요.”

동안인 얼굴과 달리 목소리는 우렁차고 위압적이다. 잠시 머리를 식히기 위해 마당에 나온 그는 하늘로 팔을 뻗어 기지개를 켜더니 곧바로 마당 한켠에 고인 샘물을 한 바가지 퍼서 시원스레 들이켰다. 그리고 집 뒤꼍으로 가서 아궁이 불을 확인하고 온다.

그가 마저 원고를 쓰러 들어간 사이 집 안팎을 둘러보았다. 350평 대지에 지어진 17평짜리 집. 벽 두께가 70cm나 돼 실제 쓰는 면적은 13평이 될까 말까라고 한다. 그래도 방 두 개에 부엌과 화장실, 마루까지 갖출 건 다 갖추었다. 보일러가 설치된 큰 방 바닥에 편백나무를 깔고, 작은 방에는 구들을 깔았다. 편백 특유의 시원하고 달콤한 향이 온 집안에 맴돌았다. 큰 방 동쪽으로 난 큰 창에는 문필봉의 비스듬한 능선과 마당에 심어놓은 노송 가지가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다. 선화(禪畵)를 그리는 화가인 일지 스님이 벌써 25년 전부터 터를 점찍어 놓고 한 획 한 획 그림 그리듯이 공들여 2002년 완성한 집이라고 한다. 바닥에 깔린 황토에는 소금, 숯, 솔잎을 섞어 넣었고 시멘트 한 줌 섞지 않고 100% 황토와 돌, 나무로만 지었으니 집 자체가 자연인 셈이다. 조 씨가 이 집을 넘겨받은 것은 2005년 봄. 환속한 일지 스님이 그에게 집을 팔고 훌훌 떠났다.

“선몽(先夢)을 꿨어요. 꿈에 어떤 집이 나오는데 어디선가‘이게 네 집이다’ 하는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며칠 후 이곳에 사는 지인이 좋은 집이 나왔다며 보러 가자는 거예요. 와서 보니 꿈에서 본 바로 그 집이었습니다.”

꿈도 꿈이지만 정작 그가 이 집을 사기로 마음을 먹은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집 앞의 산책로 때문이었다. 그의 집 인근에는 편도 7km에 이르는 울창한 편백나무 숲길이 조성되어 있다. 편백나무는 피톤치드가 많이 나와 산림욕 효과가 탁월하기로 유명하다. 쭉 뻗은 편백나무 산책로를 걸으면 답답했던 머리와 가슴이 시원하게 뚫리고, 인근에 호남 제일의 서원인 필암서원이 있다는 것도 집을 정하는 데 한몫 했다.

“여기는 무음과 무취의 공간이에요. 냉장고도 없고 TV도 없습니다. 밥도 떡으로 간단하게 때우거나 근처 지인의 집에 가서 먹고 오죠. 1시간 반 정도 편백나무 숲을 산책해서 그 집에 갔다 점심 먹고 오면 저녁때가 다 되곤 하죠. 신선놀음이 따로 없어요.”(웃음)



대학교수직 버린 후 산속에 묻혀

그는 “이 집은 포근하고 순한 터”라고 설명했다. 집 뒤 축령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는데, 산이 둥글둥글해 암탉이 달걀을 품는 품속처럼 포근한 느낌을 준다. 해발 300m에 위치해 있는데, 앞에는 크고 작은 산들이 펼쳐진다. 그는 “앞산이 너무 높으면 답답하고 너무 낮으면 기가 빠져나간다”며 “앞산 높이는 눈과 배꼽 사이에 걸리는 정도가 좋다”고 설명한다.

“두한족열(頭寒足熱). 머리는 차게 하고 다리는 덥게 두는 것이 건강에 좋은 거 아시죠. 온돌이 그래서 좋은 겁니다. 여긴 구들이 두꺼워서 방을 데우는 데 6시간 가량 걸리는데 한번 달아오르면 이틀 갑니다. 자고 일어나면 아침에 피로가 싸악 풀리죠. 게다가 이 집은 밤에 별 보기에 참 좋아요. 주변에 불빛이 없어서 밤마다 별들의 향연이 펼쳐진답니다.”


머릿속에 지난밤에 본 별들을 떠올렸는지 순간 그의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그는 인간을 구원하는 것은 문명이 아니라 자연이라고 강조한다. 도시에 살면 40대 중반 넘어 병이 들게 마련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요즘 우울증 같은 정신병이 많은데 원인은 스피드예요. 난 서울 가면 첫째 길거리에 있는 신호등, 둘째 핸드폰, 그리고 셋째 컴퓨터 때문에 마음이 아주 조급해져요. 사람들이 긴장에 쫓기면서 걷지를 않으니 병이 들 수밖에요. 청산에 사는 게 본질적인 삶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지만 실천하기가 쉽지 않지요.”


이런 그의 생각을 담아 집의 이름도 휴휴산방(休休山房)이라 지었다. 쉬고 또 쉬자는 뜻이다. 그는 ‘휴거헐거(休去歇去) 철목개화(鐵木開化), 즉 쉬고 쉬고 또 쉬어 쉬고 있는 그 마음도 쉬어 버리면 쇠로 된 나무에도 꽃이 핀다’는 선담(仙談)을 들려주었다.

지난해 원광대 교수직을 버리고 나온 그는 “한동안 이렇게 쉬면서 건달로 살아볼 작정”이라며 웃는다. 산속에서 아이들 학교를 보내기 어려워 아내와 두 딸은 전북 익산의 아파트에 살고 있다. 딸들도 입시경쟁에 시달리게 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먹고사는 것은 어떻게 해결하실 것이냐”고 짓궂게 물었더니 “굶어죽는 것도 다 팔자에 있지, 아무나 굶어죽는 게 아니다”며 무심하게 대답한다.

아내와 산책길에서.
풍수 전문가인 그에게 어떤 게 좋은 집인지 양택(陽宅)에 대해서 물었다.

“어디든 심신이 편안해지는 곳이 바로 명당입니다. 하룻밤 자보면 그 집이 내게 좋은 집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게 어렵다면 30분 정도 집 가운데 가만히 앉아계셔 보세요. 그때 마음이 편안하고 기분이 안정되는지를 살펴보는 겁니다. 화(火) 기운이 많은 사람은 물가에 사는 게 좋고 상상력이 필요한 예술가나 작가는 바위 위에 사는 게 좋아요. 바위는 신령스러운 땅의 에너지가 올라오는 곳이라서 거기서 나오는 기운이 뇌파를 활성화시킨다고 저는 믿어요. 공부하는 사람은 연못이나 강 주변에 사는 게 좋고,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은 바닷가에 사는 게 좋습니다. 또 풍수상 물은 돈줄을 의미하므로 물줄기가 감아 도는 곳은 재물이 축적된다고 봅니다. 서울에서 보면 한남동과 압구정동이 그러한데 한남동이 강을 남쪽으로 두고 있어서 풍수상 더 좋다고 보는 거죠.”

뜻밖에 그는 앞으로는 사람들이 북향 집을 선호하게 될지 모른다는 말을 꺼냈다. 난방 장치가 부실했던 예전에는 집을 북향으로 짓지 않았지만,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상황이 바뀔 것이라고. 겨울에는 춥지 않지만 여름에는 엄청나게 더워질 것이라 북향 집이 오히려 인기를 끌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집은 그 취하고 있는 방향마다 의미와 용도가 다르다”며 “동향은 아침에 동쪽에서 떠오르는 태양의 기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도사들이 선호한다”고 말했다. 남향은 따뜻하고 일조량이 풍부해서 살림집으로 좋고 서향은 오후에 석양이 비치고 빛의 기복이 심해서 감정 변화를 일으키므로 일반인보다는 예술가가 거주하기에 적당하다고 한다. 북향은 조도(照度)가 일정하고 시원해 공부하는 수험생에게 좋다. 수험생이 있는 집은 북쪽 방을 내주는 게 좋을 것 같다.

사진 : 김홍진
  • 2007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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