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마술사, 개그맨 3개의 직업을 가진 남자 박재성

요즘 방송 중인 한 개그 프로그램의 장면 하나. 흰 가운을 입은 젊은 남자가 마술 도구를 들고 등장한다. 자신을 ‘마술하는 치과 의사 박재성’이라고 소개하는 그의 멘트에 방청객들이 까르르 웃음을 터뜨린다. 믿지 못하겠다는 듯한 그 반응에 발끈하며 그가 테이블에 올려놓은 것은 바로 치과 의사 면허증. 주민등록번호가 모자이크 처리되어 보여지는 이 진짜 면허증에 객석은 또 한 번 뒤집힌다. 하지만 이어 펼쳐지는 그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마술에 관객들은 다시 한 번 고개를 갸웃한다. ‘진짜 치과 의사 맞아?’라는 의심과 함께.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는 경희대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강남의 한 치과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현직 의사다. 또한 경력 6년차 프로 마술사이기도 하다. 대학 시절에 이미 프로 무대에 데뷔해 이은결, 최현우, 김유정국 등 유명 마술사들과 같은 소속사에서 활동한 실력파. 몇 해 전에는 이들과 나란히 ‘한국을 이끌어 갈 신세대 마술사 4인방’으로 한 TV 프로그램에 소개된 적도 있다.

그가 마술을 처음 시작한 것은 대학교 1학년 때. 레크리에이션 동호회에 가입해 틈틈이 마술을 배우다 본과 3학년이 되면서 직접 마술 동호회를 만들었다. 당시 ‘해리포터’ 붐이 일면서 마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그가 만든 모임은 순식간에 큰 규모로 발전했다.

“경력이 좀 쌓이면서 아예 대학로에 있는 마술 카페로 진출했어요. 거기서 간단한 마술쇼를 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동시에 고난도의 마술들을 많이 배웠죠. 그러던 중 마술사들에게는 ‘꿈의 회사’로 불리는 곳에서 프로 마술사 오디션을 본다는 정보를 입수했어요. 나이 제한이 있다는 말에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보려고 달려가긴 했지만 합격은 생각도 못 했어요. 그런데 덜컥 붙은 거예요. 마술 카페에서 일하면서 동경해 마지않던 이은결, 최현우와 같은 소속사에서 일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 거죠. 현우하고는 나이가 같아 지금도 친구처럼 지내요.”

꿈에 그리던 프로 마술사가 되면서 그의 생활은 더욱 바빠졌다. 낮에는 치과 대학생으로, 밤에는 프로 마술사로 그야말로 ‘이중생활’을 하게 된 것. 수업이 끝나면 곧장 회사로 달려가 마술을 배웠고, 무대에도 섰다. 월급은 없었지만, “그때는 그저 공연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그런 생활이 졸업 때까지 계속 이어졌기 때문에 대학 시절에 친구들과 어울려 술 마시고 놀았던 기억이 거의 없어요. 그게 좀 아쉽죠. 나중에는 교수님들도 제가 프로 마술사로 활동한다는 걸 알게 되셨어요. 처음에는 쓸데없는 짓 한다고 야단을 치시려다가, 제가 이은결과 같은 소속사에서 일한다는 것을 아시고는 오히려 격려해 주시더라고요. 아, 학점이요? 모두들 엉망일 거라 생각하는데, 꽤 괜찮습니다. 아무래도 사은회 때 마술로 교수님들을 즐겁게 해드린 게 영향이 있는 것 같아요, 하하.”

그 덕분에 그는 치과 의사들 사이에서도 유명 인사다. 각종 치과의사회의 모임이나 행사, 학회 때마다 빠지지 않고 초청되는가 하면, 공중보건의 시절에도 보건소 직원들과 환자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다.

이렇게 치과 의사 겸 마술사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화젯거리인데, 여기에 ‘개그맨’이라는 직업을 하나 더 얹게 된 셈. 그 소감을 물으니, 그는 뜻밖에도 ‘꿈을 이루게 돼 더없이 행복하다’는 답을 내놓았다.


사람들을 웃게 하는 게 어릴 때부터의 꿈

“어렸을 때부터 코미디언이 되는 게 꿈이었거든요. 학창 시절에 학예회나 소풍 같은 행사 하면 웃기는 역할을 많이 했어요. 사람들이 제 연기를 보며 웃는 게 정말 좋아서 그런 직업을 가지려고 했는데, 부모님이 하도 심하게 반대를 해서 뜻을 접었죠. 사실은 대학교 때 부모님 몰래 시험도 몇 번 봤는데 다 떨어졌어요. 그런데 이런 기회가 올 줄은 정말 몰랐죠.”

그가 방송에 출연하게 된 것은 그의 말대로 정말 ‘우연한 기회’에서 비롯되었다. 작년 추석 무렵, 한 방송사가 특집으로 기획한 마술쇼에서 일명 ‘바람잡이’ 역할을 한 것이 인연이 된 것. 당시 프로그램의 주인공이었던 마술사 이은결이 녹화 장소에 1시간 늦게 도착하는 비상사태가 벌어졌고, 마침 그 자리에 예전 동료였던 박재성 원장이 왔다는 것을 알게 된 이은결이 시간을 때워 달라고 부탁했다.

“저는 그냥 관객으로 갔던 건데, 무조건 30분만 맡아 달라는 거예요. 얼떨결에 불려 나가 즉석에서 마술쇼를 하게 됐죠. 방송에는 물론 한 장면도 안 나왔지만, 관객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 순발력과 끼를 총동원했어요. 그러고 나서 잊고 있었는데, 방송국에서 연락이 온 거예요. ‘코믹 마술’ 코너를 한번 맡아 보라고요. 정말이지,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어요.”

오랫동안 꿈꾸던 일이었지만 방송은 쉽지 않았다. ‘첫 녹화가 있던 날, 초등학교 때 길에서 깡패를 만난 이후로 그렇게 떨어본 건 처음이었다’고 할 정도로 긴장을 했다고. 하지만 한 회, 두 회 방송이 이어지면서 여유를 되찾았고, 이제는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까지 생겨났다. 특히 반대가 심했던 부모님들은 그의 열렬한 팬으로 돌아섰다. 이쯤 되니, 그가 치과 의사, 마술사, 개그맨 중 어느 쪽에 가장 무게를 두는지가 궁금해졌다.

“저는 아직 마술사로서도 중간이고, 치과 의사로서도 갈 길이 멀어요. 하지만 치과 의사나 마술사, 모두 제 본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함께 끌고 갈 거예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열심히 노력하면 다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방송을 시작한 다음부터는 일주일 스케줄이 빠듯해졌지만 생활은 더 즐거워졌다는 박재성 원장. 잠자는 시간이 많이 줄었어도 힘들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다며 활짝 웃는다.

“요즘은 매일 새벽 세 시까지 마술 연습을 해요.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짜기 위해 다른 코미디 프로그램도 열심히 보고, 마술 하는 친구들의 의견도 많이 구하죠. 피로요? 그런 거 없어요. 지금 얼마나 행복한데요.”

똑똑한 사람도, 열심히 하는 사람도, 즐기는 사람을 당하지는 못 한다고 했던가. 치과 의사로, 마술사로, 그리고 개그맨으로, 평범한 사람으로서는 이 중 한 가지도 쉽지 않은 것을 어떻게 세 가지나 동시에 이룰 수 있었는지, 그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사진 : 이창주
  • 2007년 03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201912

201912

구독신청
낱권구매
전체기사

event2019.12

event
event 신청하기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30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