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의 취향 ③ 수제 버거

내 맘대로 고른 수제 버거 맛집 best 4

글 : 김효정 조선뉴스프레스 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햄버거는 ‘완전식품’이다. 햄버거에 들어가는 재료를 떠올려보자. 빵, 채소, 고기를 한 번에 골고루 먹을 수 있는 건강식품이 아닐까.

물론 이건 농담이다. 얼핏 보기에 맞는 말이라 ‘버거 덕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이지만 이건 마치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 같은 말장난과 같다. 실제로 맥도널드의 빅맥 버거 한 개는 514kcal로 한 끼 식사 수준이다. 그러나 빅맥 하나에 들어 있는 포화지방이 일일 권장량의 73%에 달하고 나트륨은 48%나 된다는 걸 보고 나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햄버거가 몸에 썩 나쁘지 않다고 주장하는 건 게임이 창의력을 길러준다고 주장하는 게임 덕후가 하는 얘기와 비슷하다.

버거는 매우 단순한 음식이다. 빵에 소스를 쓱 바르고 채소와 고기를 적당히 끼워 넣어 한 입 베어 물면 되는 음식이다. 이 간단한 음식이 얼마나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지 말하자면 끝이 없다. 요즘 젊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트황상’이라고 불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알아주는 햄버거 마니아다. 대선 후보 시절 CNN과의 인터뷰에서 대놓고 “맥도널드와 버거킹을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했고, 유세 도중에는 북·미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밝히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햄버거를 먹으며 대화할 거라는 말도 했다.

트럼프의 햄버거에 대한 애정을 두고 몇몇 영화 팬들은 2015년에 개봉해 흥행했던 영화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에 나왔던 악역 발렌타인을 떠올리기도 했다. 새뮤얼 잭슨이 연기한 발렌타인은 마치 스티브 잡스처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가인데 오로지 맥도널드 햄버거만 즐겨 먹는 것으로 나온다. 감독이 의도한 상징이었을 텐데 여기서 맥도널드 햄버거는 자본, 효율성을 중시하는 속물적인 인물의 특성을 반영하는 것이다. 한동안 햄버거는 그랬다. 맥도널드는 지역사회를 파괴하는 세계화의 상징이었고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급하게 한 입 베어 무는 패스트푸드에 불과했다.

건강에 나쁘다는 비난 속에서도 꿋꿋이 버거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햄버거의 본고장 미국에서 획일화되지 않은 버거의 맛을 맛보고 온 덕후들이다.

집마다 다르게 구워낸 버거 번(bun)과 각자의 방식대로 구워낸 패티(patty), 조화로운 맛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조리해 넣은 속 재료에 비법을 짜내 만든 소스까지.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입안에서 어우러지는 갖가지 맛을 한 번에 느끼고 나서 그 맛을 잊어버리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조금은 시끌벅적한 주변 사람들, 이것저것 놓여 있어 정신없는 인테리어, 불 향에 소스 향이 바닥까지 스며들어 있는 것 같은 분위기까지 곁들여지면 금상첨화다.

그래서 한국에서 제대로 된 버거를 만들기로 결심한 사람들은 단순히 버거에 바를 소스에만 신경 쓰지 않는다. 시작은 버거의 겉을 둘러싸는 빵, 버거 번에서부터다. 어떤 빵을 어떻게 구워내느냐는 의외로 버거의 맛 전체를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다. 패티를 만드는 방식도 중요하다. 소고기만 쓸 건지, 쓴다면 어떤 부위를 쓸 건지, 얼마만큼 구워낼 건지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소스는 차라리 부차적이다. 속재료를 무엇을 쓸 것인지, 신선한 그대로 쓸 것인지, 볶아낼 것인지까지 고민한다. 버거에 곁들여 나오는 감자튀김도 매우 중요하다. 감자튀김 하나 먹어보면 그 내공을 알 수 있다는 버거 덕후도 있다.



DOWN TOWNER(다운타우너)

아보카도 버거 느끼하냐고? 천만에!


서울 청담동에도, 잠실에도 분점이 있지만 한남동 본점은 언제나 기다리는 사람으로 붐비는 핫플레이스다. 간혹 주말 식사시간이면 2시간까지도 기다린다고 한다. 좁은 본점 매장에서 한참을 기다려 버거를 기다리는 사람마다 주문하는 것이 있다. 이곳의 대표 메뉴인 아보카도 버거다. 아보카도가 삐져나올 정도로 가득 들어가 있는데 느끼하다며 아보카도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스파이시 랜치 소스가 아보카도의 크리미한 맛을 중화해 주기 때문이다. 이곳의 아보카도 버거를 수도권 인근 버거집 중 최고로 꼽는 사람이 많다. 아보카도 버거가 ‘변형 버거’라고 생각한다면 ‘베이컨 치즈버거’를 먹어봐도 좋다. 좀 더 기본적인 버거 소스에 버거 번과 속재료의 조화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무겁다’고 할 정도로 육중한 패티 맛이 버거 가득 느껴진다. 기왕 먹는 것, 패티를 두 장 겹친 더블 베이컨 버거로 먹는 것을 추천한다. 다운타우너에서는 버거가 작은 박스에 감싸 나오는데 손에 버거의 육즙이 흘러 매번 닦기 불편했던 사람이라면 훨씬 먹기 편할 것이다.




YANKEES BURGER(양키스버거)

두툼한 패티가 굿
지점마다 ‘동네 버거’



서울에만 세 곳이 있다. 종로 익선동과 영등포 문래동, 강남 압구정동이다. 같은 양키스버거의 지점 격이기는 하지만 어느 한 곳만 추천하기는 애매한 것이 지점마다 지역의 이름을 붙인 시그니처 버거가 있기 때문이다. 익선동 지점에는 파인애플을 끼워 넣은 ‘익선 하와이안 버거’가 있고 문래동 지점에는 트뤼프 향의 볶은 버섯을 넣은 ‘문래버거’나 오래 삶아 찢은 돼지고기인 풀드 포크가 포함된 ‘문래버거2’가 있다. 최근 생긴 압구정 로데오거리에서는 미국식 맥앤드치즈가 들어간 ‘로데오버거’가 있다. 이곳의 버거는 꽤 크다. 패티도 두껍고 버거 번의 두께도 두껍다. 버거 번은 버거 종류마다 다르다. 문래버거의 버거 번은 치아바타와 닮은 기공이 많은 빵을 쓴다. 익선 하와이안 버거에는 파인애플 한 조각이 통째로 들어가 있는데 파인애플의 신선한 맛이 호밀로 만든 버거 번과 상큼한 소스 맛, 육즙 가득한 소고기 패티와 어우러져 신선한 느낌을 준다. 양키스버거의 콜슬로는 전형적인 콜슬로에서 약간 변화를 준 모양새다. 핫소스와 마요네즈가 듬뿍 섞인 양배추 채가 나오는데 느끼하지만 미국적인 강렬한 맛 때문에 이곳 콜슬로만 찾는 사람이 많다.




CRY CHEESE BURGER(크라이치즈버거)

부천서 탄생한 수제 버거의 기본


덕후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것 같은 못된 심보 중 하나는, 나만 알던 덕후 아이템을 세상 사람들이 모두 알게 됐을 때 마치 ‘내 것을 빼앗긴 것 같다’고 생각하는 독점욕이다. 부천대학교 인근 좁은 골목길에 덩그러니 있는 크라이치즈버거가 그런 곳이다. 평범한 골목길에 들어선 은둔의 고수가 바로 크라이치즈버거다. 지금은 부천에 한 곳 더, 서울 삼성동에 한 곳이 있다. 크라이치즈버거의 특징은 단순함이다. 크지 않은 빵에 양파, 패티, 약간의 채소가 끝이다. 그런데 이 맛이 정확히 버거 덕후들의 취향을 자극한다. 빵은 단순하게 맛있다. 패티는 언제나 잘 구워져 나온다. 퍼석하지도 육즙이 흘러넘치지도 않는 딱 중도의 맛을 추구한다. 소스 역시 그렇다. 어디서 맛본 듯하지만 결코 맛볼 수 없는 기본적인 맛이다. 가게 이름에서 알 수 있지만 ‘치즈’가 버거의 핵심이다. 크라이치즈버거의 버거를 두고 한국판 ‘인앤아웃(In-and-out)’ 버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럴듯한 말이다. 주인이 인앤아웃 버거를 모델로 삼았다는 얘기도 있다. 간편하지만 좀처럼 맛보기 어려운 가장 맛있고 기본적인 버거를 먹고 싶다면 크라이치즈버거를 추천한다.




FIREBELL(파이어벨)

미국 소방서의 불맛
매운맛을 보여주마



희고 붉은 인테리어가 마치 미국의 유명 햄버거집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인테리어 콘셉트가 미국 소방서의 분위기에서 따왔다는데 매운맛의 버거를 ‘콜911 버거’라고 하는 걸 보면 확실히 그렇다. 버거 메뉴가 다양하다. 기본 버거인 ‘레오 버거’에 이것저것 속재료가 들어간 메뉴까지 합하면 9개 정도 된다. ‘레오 버거’와 구운 양파와 치즈가 들어간 ‘루키 버거’, 매운맛의 ‘콜911 버거’를 가장 많이 찾는다. 버거 번은 바삭하고 촉촉한 정도가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 파이어벨 버거의 맛을 살리는 건 버거 번보다 속재료와 소스의 맛이 더 큰데 특히 레오 버거에 들어간 피클 맛이 ‘애니멀 소스’라고 불리는 기본 소스와 잘 어우러져 감칠맛을 낸다. 매운맛의 콜911 버거도 맛있게 먹을 만하다. 버거를 씹다 보면 매운맛이 뒤늦게 느껴지는데 데미그라스 소스를 맵게 만들었다는 소스가 할라페뇨와 섞여 화끈하다. 파이어벨에서는 감자튀김을 빼놓으면 안 된다. 감자를 길게 잘라 만든 스트링 감자튀김이 아니라 감자의 모양을 살려 만든 웨지감자 튀김이다. 한 바구니 가득 시키면 웬만한 버거 하나 값이 나오지만 후회할 일은 없다.

  • 2018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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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장종국   ( 2018-09-09 ) 찬성 : 8 반대 : 9
기자들아 제발 '덕후'란 말 좀 쓰지 말아라. 왜놈 말을 그대로 쓰는 것이 잘 하는 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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