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전기차 고장나면 어쩌지?”

전기차 오너와 정비사 모두 난감하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전기차 증가율이 가장 빠르지만 정작 전기차를 수리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국내 국가공인 전기차 정비사, 구조전문가, 견인전문가가 거의 없다. 문제는 전기차가 사고나면 고압전류가 흐르는데, 일선 구조대원들은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전기차 정비사가 테슬라를 수리하고 있다. (사진=미국 테슬라 홈페이지 동영상 캡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전기차(EV)의 시장점유율은 차츰 증가하고 있다. 아직 전기차는 전체 자동차 점유율 중 약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태다. 그러나 OECD의 2017 국제 전기차 전망 보고서(Global EV Outlook 2017)에 따르면, 한국은 OECD 가입국 중 가장 빠르게 전기차의 판매가 늘어나는 국가 중 하나임을 알 수 있다.

한국의 2016년 전기차 연간 판매율은 전년 대비 약 3.7배가 증가했다. 이런 성장세는 친환경 분야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는 국가로 알려진 독일의 전기차 판매율보다도 크게 앞선 것이다. 독일은 2016년에서 2017년 사이 전기차 증가율이 불과 6%에 그친 반면, 동기간 한국은 75%나 증가했다.

최근 국내에 미국의 전기차 브랜드인 테슬라(Tesla)도 상륙하는 등 해외 유수 전기차 제작사가 국내로 들어오고 있다. 테슬라의 전용 충전 스테이션도 호텔, 종합쇼핑몰 등의 지하주차장까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런 증가 속도라면 한국의 전기차 시장은 단기간에 급성장할 것이다.


기존 자동차와 구조적으로 다른 전기차

그런데 아직 우리 정부의 전기차 관련 준비는 미미하다. 대표적으로 자동차의 정비 부문이다. 전기차 수리를 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국내에는 거의 없다. 전기차도 운송수단이기 때문에 여느 내연기관(combustion engine) 차량처럼 고장이 나고, 소모품의 교체 등이 필요하다.

물론 기능상 일반 가솔린이나 디젤 차량보다 교체해야 하는 소모품의 가짓수가 적은 편이다. 가령 브레이크 시스템이 전기모터를 사용해 간소화되거나 제거되어 브레이크 패드 교체 횟수가 줄거나 교체할 필요가 없는 경우도 있다. 이는 전기차가 감속 시 모터의 자체 저항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감속에너지를 충전에너지로 전환하는 KERS(Kinetic Energy Recovery System) 기능 등이 탑재됐으며, 이런 구조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과 완전히 다른 것이다. 전기차가 일반 차량 대비 정비 면에서 용이한 점도 있지만, 그렇다고 정비를 안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전기차도 반드시 정비를 포함한 사후관리는 필수다.

전기시스템에 의존도가 높은 전기차는 그 구조상 다양한 기후조건에서 전기시스템이 내연기관 대비 더 취약할 수도 있다. 습도가 높은 장마철, 반대로 매우 건조한 기후일 때 위험하고 불안정할 수 있다. 특히 전기차는 다양한 조건과 환경에서 오랫동안 시험을 한 기간이 내연기관 차량보다 적다. 이 때문에 실제 사용 중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습도가 높아지면 전기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너무 건조한 경우에는 정전기(스파크)가 발생하게 된다. 이런 스파크가 주행기능 등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종합하자면, 전기차와 관련된 데이터의 축적 기간이 과거 가솔린 등 내연기관 차량 대비 짧다는 뜻이다. 아직까지 전기차로 극한의 환경에서 수집한 정보도 전무한 편이다. 극지대 랠리(rally)처럼 다양한 기후조건과 환경에서 전기차로 경주를 펼친 전례도 거의 없어 여기서 습득한 데이터를 양산 전기차에 아직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전기차 관련 사고 데이터 축적 부족해, 차량 안전성 개선 어려워…

특히 가장 중요한 데이터인 전기차의 사고 데이터는 일반 차량 대비 거의 제로에 가깝다. 판매 대수가 적은 탓이다. 전기차의 사고가 많이 발생할수록 여기서 나온 데이터가 향후 출시될 전기차의 기능 향상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사고 발생 시 차체의 움직임, 탑승자에 미치는 영향, 다양한 상황에서 발생한 사고의 패턴 등의 자료가 충분히 있어야 한다.

자동차 제작사는 물론이고, 보험사도 마찬가지로 이런 데이터가 거의 없다. 현재 판매된 전기차들이 10년 이상 된 경우도 거의 없고, 아직 새 차에 준하는 상태다. 그만큼 전기차와 관련된 수리가 진행된 경우도 적다. 현재 모든 수리는 전기차를 판매한 제작사에서 직접 도맡아 하고 있다. 차량 판매 이후 이상이 생기면 판매한 제작사를 찾아 차를 입고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제대로 수리되고 있을까.

국내는 물론이고 아직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리능력을 가진 정비사의 수는 매우 적다. 특히 국내에서는 국가 공인 전기차 정비사 자격증 등 관련 준비가 전무한 상태다. 한마디로 지금 전기차를 공식적으로 수리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관련 국가 공인 자격증과 법적 준비가 덜 된 상태라 비전문가가 전기차를 고치더라도 소비자는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

이는 정비사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비사도 난처하다. 기존 가솔린이나 디젤 차와 구조적으로 완전히 다른 전기차가 고장으로 입고되면 골칫거리다. 그렇다고 이 차를 전기 전문가인 전자기기 기능사가 고칠 수도 없고, 전파전자통신 기능사가 고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전기차는 전자제품도 아니고, 일반적인 자동차도 아니다. 따라서 반드시 전기차 전문과정을 거친 정비사를 필요로 한다. 더군다나 기존 자동차 정비사들이 전기차 정비사를 새로운 밥그릇 싸움의 시작으로 보는 점도 향후 풀어야 할 과제다.

이런 상황을 정부는 물론 제작사에서도 깊이 고려하고 있지 않다. 정부 등에서는 ‘전기차 인프라, 인프라’ 하면서 정작 인프라 구성에 제일 중요한 사후관리 부문인 정비는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전기차의 충전 스테이션 확충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조차 각 지자체 등에서 구매한 전기차 중 일부는 적기에 수리하지 못하거나, 수리비가 비싸고 까다롭다는 이유로 방치한다고 알려졌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전기차 정비사 양성을 준비해왔고, 고등학교와 대학 등에서 직무교육(vocational education)을 추진하고 있다. 전기차 정비학과도 개설해 운영 중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현시점에서 전기차 정비사는 분명 블루오션이다. 전기차를 고칠 줄 아는 사람은 전기차가 대중화되는 시점까지 최대 호황을 맞게 된다. 향후 최소 2년에서 최장 5년 이상이다. 공인된 전기차 정비사는 국내에서 유통되는 모든 전기차를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에 전기차 구조전문가, 견인전문가도 없어…

충돌한 전기차에서 발생한 화재를 소방관들이 진압하고 있다. 전기차의 화재 진압 시 반드시 방독면을 착용해야 한다. (사진=오스트리아 소방관계자(Feuerwehr–Landeck) 영상 캡처)
정부 등에선 일자리 창출 운운하면서도 정작 실질적인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전기차 관련 직종 개발과 지원은 뒷전이다. 이 외에도 전기차 구조전문가를 양성하고 있지도 않다. 전기차는 사고가 발생하면, 고압의 전류가 금속 재질인 차체를 타고 흐르게 될 수 있다. 이를 모르는 상태에서 119 구급대원이 차체에 무턱대고 손을 대면 감전 등으로 2차 피해를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전기차에서 발생한 화재는 전기적 화재라 소화 방법도 일반 자동차 화재 진압과 다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하이브리드 차량 및 전기차 사고 시 구조대원들에게 별도의 교육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전기차는 그 생김새가 일반 자동차와 거의 유사해 겉만 보고는 구분이 쉽지 않다.

더욱이 사고가 난 전기차는 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어 사고 차가 전기차인지 일반 차인지 분간하는 것은 어렵다.

따라서 구조대원은 사고 차량을 구분하는 방법과 일시적으로 특정 장비를 통해 전력을 완벽 차단하는 기술 등을 미국에서 교육하고 있다. 특정 자동차 제작사는 전기차에 장착된 전력 스위치를 누르면 전력을 완전 차단하는 기능도 부착해 두었다. 이런 내용을 교육받지 못한 우리의 구급대원들은 스위치를 끄지 않고 구조에 달려들게 된다. 따라서 이런 내용은 반드시 국가 주도로 진행되어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소방대원의 복지 향상 등이 대두되면서도 정작 구조대원의 생명에 직결된 이런 부분은 간과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전기차 사고가 발생한 경우도 드물고, 이런 전기차 사고 현장에서 인명을 구출한 경험을 가진 구급대원의 수도 적다. 따라서 이런 부분에 대해 자동차 제작사 등과 함께 정부 주도로 교육과 실습을 진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내용은 전기차를 구매한 사람들도 알아두어야 한다.

전기차가 사고로 물에 빠지거나, 홍수 등에 침수되는 경우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전기차의 전기출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배터리가 차량의 하부에 장착되어 있어, 홍수가 나면 배터리가 물과 가장 먼저 접촉하게 된다. 여기서 발생된 고압전류가 물을 타고 흐를 우려도 있다. 이미 전기차가 국내에서 판매 유통되는 마당에 사고는 지금 이 순간에도 발생할 수 있다.

전기차의 견인도 까다롭긴 마찬가지다. 차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바퀴마다 전기모터가 장착된 전기차는 항시 사륜구동(AWD) 차량과 마찬가지로 취급되어야 한다. 기존 차량처럼 구동력이 있는 앞바퀴(FF)나 뒷바퀴(FR)만 들어서 견인하던 방식을 적용할 수 없다. 따라서 견인업계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전기차에 맞는 견인 방법으로 바뀌어야 한다. 차량의 바퀴를 지면에 끄는 방식은 전기모터를 망가트릴 수 있고, 바퀴가 회전하는 동안 전력이 일시적으로 발생하여 견인 중 다른 2차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전기차 충전방식 국내 및 국제표준화도 손 놓고 있어…

현재 유통되는 전기차의 충전 플러그는 3종이다. (사진=위키미디어)
국산 전기차의 충전방식을 국가 및 국제표준화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도 미비한 상태다. 전 세계 자동차 제작사들은 자기들이 개발한 전기차의 충전방식을 국제표준으로 만드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 부분을 국가적인 주도로 일본의 자동차 기업들과 추진 중이다. 국내 기업이 개발한 전기차 충전법이 국제 표준이 되는 순간 전 세계에서 생산된 전기차의 충전기술 저작권 등에 대한 천문학적인 비용을 독점하게 된다.

각기 다른 충전방식 3가지가 구비된 국내 전기차 충전소.
예를 들면, 삼성 휴대전화의 충전방식이 국제표준이 되면, 전 세계 전자기기 회사들은 삼성의 충전방식을 따라야 하고, 이 기술의 독점권을 가진 우리 기업과 정부가 막대한 이익을 얻게 되는 것이다. 아직 과도기이자 새로운 시장인 전기차 분야에서 한국은 이러한 충전방식의 표준화에 손을 놓고 있다. 국제표준에서 밀리면 국가표준이라도 정해야만 향후 국내 유통된 차량들이 전기차 충전소를 찾아 헤매는 일이 없어진다.

미국 델라웨어에 있는 테슬라의 전용 충전소다.(사진=위키미디어)
또한 충전 스테이션의 설치비용도 줄일 수 있다. 국가표준이 정해지면 외국산 전기차도 국내에서는 우리의 표준법에 맞춰 차량의 충전단자를 만들어 들어와야 한다. 이런 기준이 없다면, 향후에는 전기차 충전소를 제작사마다 무분별하게 만들게 된다. 한마디로 충전소가 아무리 많아도 내 차는 내 차 전용 충전소를 찾아야만 충전을 할 수 있다. 땅도 좁은 한국에서 제작사마다 충전소를 만드는 불상사를 지켜만 볼 것인가.
  • 2018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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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이관철   ( 2018-07-20 ) 찬성 : 1 반대 : 0
최근 구매하기로 결정한 전기차의 경우 30만 km 주행후에도 충전효율이 90% 유지된다고 한다 지금 타는 가솔린 차가 16년 동안 20만 km를 탄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일이고 엔진차에 비해 부품수가 100분의 1 수준이니 정비할 일도 100분의~10분의 1로 줄어들 것으로 본다 연료비 절감을 생각하면 15~20년 만 타도 차값은 회수된다고 본다 물론 전기차 전문가는 많이 필요할 것임
  김석원   ( 2018-07-18 ) 찬성 : 2 반대 : 0
전기차는 아직 기술적인 한계가 있는 차종입니다. 친환경에 소음이 거의 없는 획기적인 기술인 것을 맞지만 몇 가지 전기차의 단점을 언급하면 우선 충전량이 30만 km를 주행하면 충전효율이 50%이하로 떨어지고 충전지를 교체하려면 500만원이 넘습니다. 충전지 교체비용을 정부가 지원하지는 않지요. 구입비용만 지원합니다.
  황지훈   ( 2018-04-01 ) 찬성 : 15 반대 : 9
좋은글이네요 정비사인데 좋은 기사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20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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