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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인의 생활 속 심리학 이야기

오랜 시간 떠나보낸 연인을 잊지 못하는 성격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람들의 성격을 이야기 하면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분류 방식은 ‘내성적’이냐 ‘외향적’이냐일 것이다. 내성적인 사람은 조용하고 차분하며 의사결정 시 진중하고 안전한 것을 좋아하고 질서 있는 생활을 좋아한다. 반면에 외향적인 사람은 활달하고 사교적이고 친구가 많으며 모임을 좋아하고 충동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사실은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행동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서는 별로 이야기된 바가 없다.

영국의 심리학자 아이젱크는 내·외향적 성향의 생리적 혹은 신경학적 측면에서 연구를 하였다. 그 결과 내향적 사람들과 외향적 사람들이 이러한 면모를 보여주는 이유는 그들의 각성 수준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각성 수준이 높기 때문에 외부 자극에 민감하고 각성을 낮추기 위한 활동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미 높아진 각성 수준에 또 다른 자극이 가해지면 스트레스를 받고 예민해지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이러한 각성 수준을 낮춰주는 활동, 예를 들면 명상, 독서를 선호하고 타인의 방해를 받지 않고 조용하게 지내고 싶어 한다.

외향적인 사람들은 각성 수준이 낮아 자극에 둔감하여 각성을 높이기 위한 자극적 활동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낮은 각성 수준을 적정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하여 자극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사람들과 어울려 웃고 떠들며 시끌벅적한 클럽을 찾아 활력을 얻고, 모험을 감행하기도 한다. 이러한 성격의 차이는 이별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다르게 나타난다.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졌을 때 느끼는 충격과 슬픔은 누구나 비슷하지만 성격에 따라 그 양상은 사뭇 다르다. 우리는 종종 연인과 헤어지고서 미친 듯이 괴로워하고 격한 슬픔을 토로하며 평생 떠난 사람을 못 잊을 것처럼 난리 법석을 떨었던 친구가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 사귄 연인과 함께 등장하는 모습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반면 무덤덤하게 혹은 쿨하게 사랑하는 연인을 떠나보낸 것 같던 친구가 몇 년이 지나서도 그 연인을 잊지 못하고 남몰래 가슴 아파하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아! 이 친구가 아직도 그 사람을 잊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진한 사랑의 여운을 느낀다.

왜 이 두 사람은 사뭇 다른 반응을 보였던 것일까? 활동적이고 사교성이 풍부하고 충동적인 특징을 지닌 외향적 성격의 경우 사귀는 동안에는 자주 얼굴을 보아야 하고 항상 무언가의 추억거리를 만들려고 한다. 그러다 막상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게 되면 의외로 떠나보낸 슬픔에서 빨리 벗어나는 경향이 있다. 이별 직후에는 슬픔과 충격에 격한 반응을 보이지만 거기에서 벗어나는 시간도 짧으며 자신에게 새로운 위로와 자극을 줄 누군가에게로 빠르게 옮겨간다.

조용하고 생각이 깊은 내향적인 사람은 자주 만나지 않아도 마음으로 상대를 생각하고 감정 표현도 절제된 방식으로 한다. 이러한 내향적 성격의 소유자들은 이별 직후 의외로 차분하게 반응을 보이지 않지만 오랜 시간 동안 떠나보낸 연인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며 지내는 경향이 있다.


외향적 성격이 선호하는 직업


이러한 내·외향적 성격은 선호하는 직업도 다르다. 이미 알고 있듯이 외향적인 사람들은 사교적 성향으로 사회적 접촉이 많은 세일즈와 마케팅 같은 직업을 선호하고, 반면에 내향적인 사람들은 외부와의 접촉이 많지 않은 직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성향에 따라 작업 환경에 대한 적응도 다르게 나타난다. 외향적 성향의 사람들은 주의가 산만한 환경에서도 일을 잘하고 길을 걸을 때도 시끄럽고 사람의 통행이 많은 곳을 택하는 경향이 있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시끄러운 곳에서는 과제 수행이 떨어지고 길을 걸을 때 혼잡한 곳을 피하며 한적한 곳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성격 유형을 알면 연인들이 데이트 코스를 잡을 때도 도움이 된다. 만약 내가 만나는 사람이 외향적이라면 활기찬 도심 한복판에서 데이트를 즐겨도 무방하겠지만 내향적이라면 조용한 공원을 선택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이들을 행동하게 만드는 방식도 다르다. 우리는 사람들을 움직이기 위해서 통상 당근과 채찍을 사용한다. 당근과 채찍을 심리학적으로 표현하면 보상과 처벌이다. 성격 특성에 따라 보상을 추구하기도 하고, 벌을 피하기도 한다. 외향적인 사람들은 보상을 추구하려는 동기가 강해서 보상을 얻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반면, 내향적인 사람들은 벌을 피하려는 동기가 강하다. 이 말은 곧 외향적 성향이 높은 사람들에게는 승진이나 급여 인상과 같은 보상을 약속함으로써 업무에 대한 동기를 유발시킬 수 있다. 내향적 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직무배제 혹은 임금인상 유보와 같은 처벌의 위협을 통해서 동기를 유발시킬 수 있다고 한다.

아이들을 공부시킬 때도 마찬가지이다.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가면서 적절히 사용하라고 하지만 개인적 특성과 연계해 볼 때, 외향적인 아이에게는 만족스런 성적을 받을 경우 보상, 즉 당근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격려해 주는 것이 좋다. 반면 내향적인 아이에게는 불만족스러운 성적에 대한 벌, 즉 채찍을 사용하여 아이로 하여금 성적이 떨어지면 제재를 받게 된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상기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다. 아이들이 알아서 공부하면 오죽 좋겠느냐마는 그러지 못할 경우 성향에 따라 각기 다른 방식으로 훈육할 필요가 있음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A형 성격: 스트레스를 만드는 성격


먼저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이 A형은 혈액형과 상관이 없음을 알려드린다. A형 성격 혹은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A형 행동 패턴은 심장병학자였던 로젠먼(Rosenman)과 프리드먼(Friedman)이 환자들을 진찰하면서 심장병으로 고생한 적이 있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행동 특성들을 정리하여 이름을 붙인 것이다. 일설에 따르면 공격적(Aggressive) 혹은 능동적(Active)의 영어 첫 글자를 따서 A형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이들 두 학자가 A형 성격을 찾게 된 과정이 재미있다.

하루는 병원의 침대와 의자 수리를 전담하고 있던 수리공이 이들에게 푸념을 늘어놓고 갔다. 그의 이야기는 매번 수리를 맡기는 의자들이 다른 곳도 아니고 앉는 부분 가운데 앞쪽이 닳다가 뜯겨 나간다는 것이었다. 이 수리공은 참 별난 사람들도 다 있다는 듯 도대체 그 의자에 누가 앉냐며 의사에게 물었다. 그 의자는 다름 아닌 진찰을 위해 병원을 찾은 심장병 환자들이 앉는 의자였다. 이들 두 학자는 의자가 자꾸 특정 부분만 망가지고 고장이 난다면 ‘심장병 환자들만의 어떤 고유한 행동 패턴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이들은 내원한 심장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평상시 행동 패턴을 조사하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 이들의 행동이 매우 조급하고, 경쟁적이고, 공격적이고, 성취 지향적인 행동 특성을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람들의 행동 특징은 무엇인가? 평상시 매우 빨리 걸으며, 식사 때도 밥을 빨리 먹는다. 시간과의 전쟁을 선포한 사람처럼 끊임없이 시간을 체크하면서 일상을 보낸다. 조급한 성격 때문에 연인이나 아내와 산책로를 걷더라도 무언가에 쫓기듯 앞서 걸으면서 빨리 오기를 강요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대단히 경쟁적이다. 다른 사람과의 내기나 시합에서 지고는 못 사는 사람들이다. 그렇다 보니 친선 게임이나 놀이에서도 꼭 이겨야지 직성이 풀린다. 누가 봐도 하수인데 이길 때까지 하자고 덤벼서 한 번이라도 이겨야 끝을 낸다. 또한 이들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운전 상황에서 남이 자신을 추월해 나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며 흥분도 잘한다. 따라서 간혹 이 사람들의 차를 얻어 탄 사람들은 이들의 난폭운전에 가슴을 쓸어내리고 다시는 그 사람의 차를 타지 않는다. 그리고 이들은 평상시 일에 대한 욕심도 대단하다. 그렇다 보니 벌여 놓는 일들이 한둘이 아니며,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진행하여 많은 성과를 내기도 한다. 우리는 주변에서 이런 사람들과 종종 마주하게 된다. 사실 본인은 굉장히 열심히 일하고 조직을 위해 헌신하며 산다고 이야기하지만 부하(직원)들은 그런 상사들을 만나면 그들에게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죽을 맛이다.

이들의 행동은 스트레스 및 건강과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일까? 이러한 A형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감기조차 걸릴 시간 없이 너무 바쁘다’고 이야기한다. 바빠서 감기도 피해 간다며 너스레를 떤다. 주변 사람들이 보면 굉장히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은데 그들은 별로 스트레스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한다.

문제는 이러한 행동 특성들이 자신도 지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서서히 몸을 망가뜨리고 심지어 어느 날 갑자기 사망하는 사건(주로 관상성동맥심장병)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관련 연구결과를 보면 이들과 정반대의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인 B형(A형의 대척점에서 상대적으로 매우 느긋하고 여유로운 성향의 사람들을 B형이라고 부름)과 그 중간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전형적인 A형들의 혈압, 맥박, 심장박동률을 검사해보면 평상시에는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면 A형인 사람들의 혈압, 맥박, 심장박동률이 다른 성향에 비해 현저히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겉으로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생리적으로는 몸에 무리가 가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여러 신체기관이 영향을 받겠지만 특히 심장에 많은 무리가 가해진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사회에서나 기업에서 한창 활동적으로 일할 40~50대에 출근길에 갑작스럽게 심장마비가 온다든지 혹은 무리하게 일하고 퇴근 후에 집에서 잠을 자다가 갑자기 사망하는 일들이 발생한다. 우리가 흔히 과로사 혹은 돌연사(영어로 sudden death)라고 부르는 그런 일들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A형 행동 패턴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A형 행동은 나쁜 것인가? 필자는 A형 행동이 꼭 부정적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현대와 같이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A형 행동으로 갈 수밖에 없다. 특히 어려서부터 치열한 입시경쟁에 내몰리는 우리의 현실을 본다면 국민 상당수가 조급하고 공격적인 A형 성격일 소지가 다분하다.

현재와 같은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A형 행동 패턴을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겠지만 극단의 A형 행동은 자칫 건강을 해치거나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하나의 성취, 그것이 돈이건 명예건 권력이건 이것을 얻기 위해 경쟁적 행동체제인 A형 행동 패턴을 과도하게 취하면, 다른 소중한 것을 잃을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균형 잡힌 행동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미있는 결과를 소개하자면, 전문직이나 중견 관리직으로 성공할 가능성은 A형이 높은 반면에 회사의 사장이나 회장 등 CEO들은 대부분의 A형과 반대되는 느긋하고 여유로운 B형들이 더 많다는 사실이다. 사실 회사에서 성공한 이사들 혹은 사장이나 회장들은 극심한 경쟁에서 벗어나서 더 이상 조급해할 필요가 없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러한 여유로운 성격 특성이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서 최고 경영자로 이끌었다고 볼 수도 있다. 어쨌거나 본인이 전형적인 A형 행동 패턴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은 건강을 위해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고 숨을 고르면서 자신의 삶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김정인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다양성관리연구소 소장으로 남녀소통, 성격과 리더십, 성격과 건강, 남녀 파트너십, 양성평등, 폭력예방 등을 주제로 강의 및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중앙대, 성균관대, 서강대 등에서 강의를 하였으며, 한국여성수련원 교육연수부장,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 등을 역임하였고, 한국여성심리학회 이사, 한국성희롱예방교육 전문강사협회 이사, 한국성폭력위기센터 연구자문위원 등의 활동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성희롱 행동의 이해와 실제》 《경력개발과 적응(인적자원관리의 심리학)》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경영학에 여성은 없다》가 있다.
  • 2017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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