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사람들| “서울 강남에서 가장 살기 좋은 아파트를 짓겠다”

강승구 역삼 푸르지오 현장소장

대우건설 역삼 푸르지오 현장 직원들. 맨 오른쪽이 강승구 소장이다.
아파트 재건축 지역인 서울 강남의 청담·도곡 지구는 주택사업을 하는 대한민국 대표 건설회사들의 경연장이다. 대우의 푸르지오, 삼성의 래미안, 현대산업개발의 아이파크, 대림의 e-편한세상 등 내로라하는 건설사들의 아파트 브랜드가 총집결해 있다. 금년에만 6,000세대가 입주하게 될 대규모 재건축 지역인 이곳에서 각 건설사들은 단지 조경에서 내부 마감재에까지 자존심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단지 규모도 규모려니와 ‘부(富)의 중심’이라는 이미지와 ‘고급스럽다’는 이미지가 복합된 서울 강남의 상징성 또한 이들 건설사들의 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당연히 각 건설사들은 최고의 베테랑을 이 지역에 ‘야전 사령관’으로 투입해 아파트 건설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대우건설이 청담·도곡 지구 역삼 푸르지오 현장에 야전 사령관으로 보낸 이는 강승구 소장. 강 소장은 ROTC로 군 복무를 마친 후 1984년 대우건설에 입사했다.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한 강 소장은 대우건설 입사 후 국내 건설 현장뿐만 아니라 해외 건설 현장에서도 근무한 현장통이다.

강 소장은 “2년마다 한 번씩 건설 현장 이동에 맞춰 이삿짐을 꾸려야 했던 가족들에게 미안하지만 건설업은 다른 직업과 비교할 때 역동적이라 재미있다”고 말한다.

‘현장을 즐기는’ 스타일이지만 역삼 푸르지오 현장이 그에게 주는 부담감은 만만치 않다고 한다. 푸르지오로서는 서울 강남 지역에서 최초로 짓는 아파트였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에서처럼 강남에서도 푸르지오가 그 지역을 대표하는 아파트로 평가받게 해야 한다는 심적 부담감이 컸던 것이다.

서울 역삼 푸르지오 펜스. 조명등을 설치해 야간에도 눈에 잘 띄게 했다.
역삼 푸르지오는 착공 전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역삼 푸르지오가 착공된 때는 2003년 6월이다. 착공을 앞두고 동·호수 추첨방법 등을 확정하는 조합원 총회(관리처분 총회)에서 조합원들이 시공 회사를 바꾸자는 요구가 나왔다. 경쟁사의 아파트 브랜드로 하면 아파트 값을 10%는 더 받을 수 있는데 왜 하필이면 브랜드가 잘 알려지지도 않고 회사 경영상태도 좋지 않은 대우건설에 맡기느냐는 조합원들의 항의가 쏟아진 것이다.

당시 푸르지오는 신도시 등 지방에서는 인지도가 높았지만 재건축 위주로 아파트가 건설되는 서울에서는 인지도가 높지 않았다. 게다가 1999년 ‘대우 사태’를 겪으면서 대우건설의 신인도는 현저히 떨어진 상황이었다.

“우리를 믿어 달라고 조합원들을 설득했어요. 우리 회사가 지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물 사례들을 이야기하고 회사의 아픔이 있었기 때문에 직원들은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어요.”

다행히 설득은 성공했다. 강 소장은 착공도 중요하지만 조합원들이나 공사 현장 주변 주민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 주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했다. 조합원들의 대부분은 공사 현장 주변에 세를 들어 살고 있었다.

“우선 공사장 펜스부터 다른 시공사와 차별화를 시도했어요. 야간에 조명을 설치해 푸르지오 브랜드가 선명하게 보이도록 했고 공사 현장의 가설 사무소도 조경에 신경을 썼어요. 푸르지오의 이미지답게 신선하고 깨끗한 느낌을 준다는 평가를 받았죠.”

시설물에만 신경을 쓴 게 아니다. 현장에 나와 있는 대우건설 직원들은 공사 현장의 주변 도로 청소를 전담했고, 공사 중에 소음이 클 것 같으면 사전에 주민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나중에는 주민들과 대우건설 직원들이 족구 시합을 할 정도로 가까워졌다.

이런 노력이 푸르지오의 이미지를 한 차원 더 높여 주었다고 한다. 마침 공사하는 기간 동안 대우 사태의 후유증에서 벗어나 회사의 신인도도 높아졌고, 각종 조사에서 브랜드 파워를 나타내는 푸르지오의 선호도, 인지도가 1, 2위를 다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시 대우건설은 실력이 있다, 대우는 다르다’ 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물론 조합원들도 시공사를 바꾸지 않은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고요.”

역삼 푸르지오는 올 연말 입주 예정이다. 강 소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푸르지오 아파트를 보여 주기 위해서 요즘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은 조경, 아파트 벽 색깔 등 아파트의 외양이다. 내부 시설은 이미 모델 하우스에서 공개됐기 때문에 더 이상 경쟁사들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기가 어렵다.

“푸르지오의 이미지대로 자연석 등 친환경 자재로 조경을 꾸미려고 합니다. 건축이란 주변 환경과 잘 어우러져야 하는데 주변에 경쟁사들이 지은 아파트가 몰려 있다 보니 신경이 많이 쓰이네요. 우리가 최고의 자재를 쓰고 있지만 그런 투자만큼 효과를 보게 될지도 걱정이고요.”

강 소장은 걱정이라면서도 은연중 자신감을 드러낸다.

강승구 현장소장.
“다른 회사들은 조경을 아름답게 한다고 인공 구조물을 많이 만드는데 저희는 가급적이면 구조물 설치를 자제하고 있어요. 나무를 최대한 많이 심어서 자연미를 살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아파트 단지 내 도로와 인도의 경계 턱도 없애고 땅을 돋워서 현관으로 들어가는 계단도 없앴어요. 아파트 현관문을 나서면 바로 공원에 왔다는 느낌을 주기 위한 거죠. 그게 고급스러움과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갖춘 푸르지오 브랜드 이미지와도 맞고요. 저희는 강남에서 가장 좋은 아파트를 지을 자신이 있습니다.”

강 소장은 최근 역삼 푸르지오의 일부 아파트 벽면에 색을 칠했다가 다시 벗겨 냈다. 푸르지오의 이미지에 맞는 색상이 아닌 것 같아서다. 강 소장은 “이런 노력들이 푸르지오의 가치를 더욱 높여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
  • 2005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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