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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투자은행 | 월스트리트의 인재양성 사관학교 골드만 삭스

글 우태희 산업자원부 투자진흥과장
헨리 폴슨 골드만 삭스 회장(왼쪽). 오른쪽은 1990년대 말까지 골드만 삭스를 함께 이끌었던 존 코자인 전 공동회장
뉴욕 맨해튼 월스트리트의 남단, 브로드 스트리트를 따라 네 블록 내려오면 34층 고층건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현관 앞에 서면 썰렁하게 느낄 정도로 ‘85’라는 주소만 보일 뿐 아무 표시도 없다. 도무지 무슨 회사가 들어선 건물인지 알 길이 없다. 이 건물이 세계 최강의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의 뉴욕 본사 건물이다. 건물 전체를 쓰면서도 외부 노출을 꺼리는 독특한 조직문화 때문에 은행 간판을 만들지 않았다고 한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잘 아는 부자들만을 최고의 고객으로 모시겠다는 자신감의 표시이기도 하다.

골드만 삭스는 최근 수년간 각종 평가에서 최고 투자은행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 톰슨 파이낸셜 등 권위 있는 평가기관들은 증권 인수와 기업 인수.합병분야에서 골드만 삭스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특히 인재양성 측면에서 다른 은행들의 추종을 불허한다.

골드만 삭스 역대 회장들은 퇴임 후 곧바로 미국 정부에 입각할 정도로 정치권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 정권에 관계없이 워낙 많은 인재들을 워싱턴에 공급하여 골드만 삭스는 ‘월스트리트의 인재양성 사관학교’로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존 와인버그(앉은 사람)가 대표를 맡고 있던 1980년대 후반 골드만 삭스의 핵심 멤버들. 존 코자인(왼쪽 첫 번째), 로버트 루빈(왼쪽 6번째) 등의 얼굴이 보인다..

클린턴 행정부 때는 노골적으로 골드만 삭스 인맥을 등용했다. 대표적 인물이 클린턴의 경제정책을 주도하여 ‘루비노믹스’를 이끌어 간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이었다. 루빈은 퇴임 후 시티그룹으로 갔지만, 골드만 삭스 출신이라는 점이 항상 자랑스럽다고 말해 왔다. 부시 행정부 때도 이런 전통은 계속되어 백악관 경제수석을 맡았던 스테픈 프리드먼, 백악관 비서실 차장을 역임하고 현재 예산관리처 처장으로 재직 중인 조시 볼튼, 위기에 처한 뉴욕 증권거래소를 구원하기 위해 소장으로 임명된 존 테인 등이 모두 골드만 삭스 출신이다.

2005년 11월 8일 실시된 미국 지방선거에서 또 한 명의 골드만 삭스맨이 대승을 거두었다. 골드만 삭스 회장 출신인 민주당 존 코자인 상원의원이 공화당 더그 포레스터 후보를 9% 차이로 누르고 뉴저지 주 주지사로 당선된 것이다.

두 후보 모두 억만장자여서 선거를 앞두고 언론에서 초미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민주당, 공화당 모두 사활을 걸고 총력전을 펼쳤고, TV 선거광고가 과열 양상을 띠면서 7,000만 달러(약 700억 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선거비용이 지출됐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민주당 텃밭인 뉴저지 주에서 펼쳐진 ‘별들의 전쟁’에서도 대세를 뒤집을 수는 없었다. 과학적인 여론조사를 통해 민심을 정확히 읽고, 주지사 연봉으로 1달러만 받겠다고 선언한 코자인의 선거공약이 적중한 결과이기도 했다.

골드만 삭스 조사연구부에서 한번 보고서를 발표하면 전 세계 경제가 요동을 친다. 2005년 3월 발표한 국제유가전망 보고서에서 골드만 삭스는 단기수급 불균형 악화로 국제 유가(油價)가 서부 텍사스 중질유 기준으로 배럴당 105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보고서 때문에 국제유가가 크게 상승했다.

요즘 유행하는 ‘BRICs’(브릭스)란 용어도 골드만 삭스가 2003년 말 발표한 보고서에서 따온 것이다. BRICs란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네 나라의 영어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로, 영토가 넓고 부존자원이 많은 이들 나라들이 2050년 미래 경제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보고서 덕분에 이들 나라에는 외국인 투자가 물밀듯이 쇄도했고, 월스트리트에서는 “골드만 삭스가 밀어 주면 투자 유치는 걱정 없다”는 말이 회자됐다.

개인보다 팀워크 강조

골드만 삭스 출신의 전 재무장관 로버트 루빈.
이런 골드만 삭스의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팀워크, 인간관계, 리더십의 세 가지 요인을 생각할 수 있다.
첫째, 개인보다 팀워크를 강조하는 조직문화다. 구성원 모두가 조직에 충실하고 발 빠르게 정보를 공유한다. 인력의 부침이 거의 없고 팀워크가 탄탄한 조직문화가 강점이다. 예컨대 골드만 삭스에 처음 입사한 인턴사원이 ‘내가 이런 거래를 했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가 상사들에게 혼쭐이 났다고 한다. 골드만 삭스에서는 “우리”라고 말하지 절대 “나”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전통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 자본주의의 냉엄한 원칙이 지배하는 월스트리트에서 보기 드물게 골드만 삭스는 인간관계를 중시한다. 그래서 이 은행의 이직률은 3% 내외로 월스트리트 투자은행들 중 가장 낮다. 직원들의 사기가 높고 자부심이 강하며 미국 50대 경영대학원(MBA) 졸업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은행이기도 하다.

인력의 부침이 없고 팀워크가 탄탄한 기업문화가 골드만 삭스의 가장 큰 강점이다. 최고의 인재들로 짜여진 지도자와 구성원을 중시하는 기업문화가 상승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셋째, 정도(正道)만을 고집하는 보수적 리더십이다. 골드만 삭스는 1980년대 중반 유행했던 차입매수(LBO겾塚微“?다른 기업을 인수할 때 자금의 대부분을 외부에서 차입해 인수하는 것)를 통한 기업 인수곀擥느犬?리스크가 높은 정크본드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 은행 파트너들이 언제나 정도에 의한 투자를 고집해 왔기 때문이다.

덕분에 아시아 외환위기, 러시아 모라토리엄 등 대외적 위기상황에서도 큰 손실을 보지 않았고 가장 믿음직한 투자은행으로 자리 잡았다. 합명회사를 청산하고 주식회사로 전환하는 기업공개(IPO)도 다섯 번이나 실패한 끝에 1999년에야 겨우 성공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창업된 지 130년이 지난 후에 기업공개를 한 것이다.

골드만 삭스는 우리나라와 인연이 깊다. 1992년 서울사무소를 설립했고, 외환위기 때 한국 경제와 금융정책 전반에 걸쳐 조언하는 자문기관으로 선정됐으며, 한국 정부의 신용평가 자문사로 활동해 왔다. 경제 부총리의 뉴욕 방문, 한국경제설명회(IR) 등은 골드만 삭스 홍콩지점에서 모든 일정을 도맡아 준비한다. 2001년 국민은행 주식을 매각하면서 15억 달러의 자금을 회수하여 국내 언론으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골드만 삭스의 선진 금융기법, 기업 인수.합병 노하우, 리스크 관리기법 등은 우리가 하루빨리 배워야 할 중요한 분야다.■
글쓴이 우태희 님은 연세대 행정학과 출신으로 상공부 산업정책과장, 산업자원부 산업혁신과장, 뉴욕 총영사관 상무관을 역임했다.
  • 2006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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