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 그리고 와인| 포도주에 쪄 낸 영계 요리 코.코.뱅.

지난 여름 학생들을 데리고 프랑스 와인 산지(産地)로 견학을 다녀왔다. 프랑스 하면 보통 향수와 고급 패션 브랜드가 먼저 떠오르게 마련이다. 하지만 프랑스를 보다 깊숙이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그 안에 촌스럽지만 소박하고 정감이 가는 문화가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프랑스가 본래 농업 국가여서 그렇다.

국토가 우리나라의 두 배 반이나 되는 프랑스는 농·축산 자원이 풍부하다. 그중에서도 닭은 매우 중요한 가축이다. 프랑스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닭을 수출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연간 50만 톤 정도를 수출하고, 또 그만큼의 양을 국내에서 소비한다. 닭고기는 프랑스인의 식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식품이다.

그렇다면 프랑스 사람들은 언제부터 닭고기를 즐겨 먹게 되었을까? 지금으로부터 약 500여 년 전, 프랑스의 부르봉 왕가를 연 앙리 4세라는 왕이 있었다. 이 왕은 자기 백성들이 배고파 굶주리는 것을 보고는 유명한 칙령을 내렸다. “내 왕국에 사는 국민들은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은 닭고기를 먹을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이다.

이때부터 정책적으로 양과 질을 모두 만족시키는 다양한 닭의 품종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그 덕에 프랑스인들은 영양이 풍부한 닭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프랑스인에게 닭은 식품으로서뿐만 아니라 동물로도 상징적인 존재였다. 1,500년 전 로마가 침공했을 당시 프랑스 원주민은 골(Gaule)족이라 불렸는데, 바로 이 종족의 상징이 용맹한 수탉이었다. 이처럼 닭은 프랑스의 역사를 서술하는 데 있어서도 빼놓을 수 없는 가축이다. 이는 오늘날 프랑스의 상징 동물이 닭인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좌측 ● 부르고뉴 지방의 레드 와인 향이 그윽하게 밴 코코뱅 요리. 우측 ● 프랑스에서 최고 품질로 인증받고 있는 브레스 산(産) 닭.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닭은 브레스산(産) 닭이다. 브레스는 프랑스 중동부 쥐라 산맥의 산자락에 있는 마을로, 이 지역에서 나는 닭을 프랑스 최고로 친다. 브레스는 기후가 서늘하고 바람과 햇볕이 좋다. 닭들은 대자연을 배경으로 유기농 사료를 먹으며 마음껏 뛰어논다. 방목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대관령 목장에서 키우는 닭이라고 보면 되겠다.

브레스산 닭고기는 1957년부터 날짐승 고기로는 유일하게 AOC(품질 관리 시스템) 인준 명칭을 가지고 있다. AOC는 ‘원산지 통제 명칭’의 약어로서, 특정 지역에서 특정 사육 조건을 반드시 만족시켜야만 받을 수 있는 국가 공인 식품 품질 마크다.

프랑스의 닭 요리는 무궁무진하다. 지면상 코코뱅(Coq au Vin)이라는 대표적인 요리 한 가지만 소개하기로 한다. 코코뱅은 영계를 포도주에 담가 부드럽게 푹 쪄 낸 요리다. 몇 가지 향신료가 들어가며, 포도주의 각종 성분이 닭에 잘 배어 있어서 맛깔스럽다. 이 요리에는 주로 그 지역에서 생산된 포도주가 사용된다. 대개 레드 와인을 사용하므로 색깔이 검붉다. 특히 부르고뉴 지방의 레드 와인은 피노 누아(Pinot noir)라고 하는 품종으로 만들어져 과일향이 풍부하면서도 탄닌이 많지 않다. 따라서 맛이 섬세한 고급 코코뱅 요리를 만들기에 최적이다. 코코뱅은 요리에 사용된 와인을 함께 곁들여 먹으면 맛이 더욱 좋다.
  • 2005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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