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31년 만에 무역적자를 봤다고 한다. 일본은 작년에 지진 등의 영향으로 2조4927억 엔의 적자를 기록했다. 1980년대 전 세계에서 지나치게 많은 무역흑자를 보면서 무역마찰의 주인공이 됐던 일본이 무역적자라니? 일본은 이제 완전히 무너지는 것일까? 그런데 일본은 그렇게 만만한 나라가 아니다. 무역수지는 적자를 봤지만, 경상수지는 그래도 10조 엔 정도 흑자를 봤다. 아직도 일본은 돈을 버는 나라지, 벌어놓은 돈을 잃는 나라는 아니라는 것이다.">

[알기 쉬운 경제 이야기] 일본이 무역수지 적자라고?

일본이 31년 만에 무역적자를 봤다고 한다. 일본은 작년에 지진 등의 영향으로 2조4927억 엔의 적자를 기록했다. 1980년대 전 세계에서 지나치게 많은 무역흑자를 보면서 무역마찰의 주인공이 됐던 일본이 무역적자라니? 일본은 이제 완전히 무너지는 것일까? 그런데 일본은 그렇게 만만한 나라가 아니다. 무역수지는 적자를 봤지만, 경상수지는 그래도 10조 엔 정도 흑자를 봤다. 아직도 일본은 돈을 버는 나라지, 벌어놓은 돈을 잃는 나라는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일본의 무역수지와 경상수지의 차이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경상수지와 무역수지가 다르다는 게 무슨 뜻일까?

무역수지는 말 그대로 수출과 수입을 통해 적자가 났는지 흑자가 났는지를 알아보는 수치다. 가장 간단하게 한 나라의 경쟁력을 알아볼 수 있는데, 여러 가지 국제수지 중에서도 가장 빨리 나온다. 그 나라 상품이 경쟁력이 있고 인기가 좋아 해외에서 많이 팔려서 수출이 늘어나고 수입을 그만큼 하지 않으면 무역수지에서 흑자를 볼 수 있다. 근본적으로 우리나라처럼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는 무역수지가 국제수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도 한다. 무역수지는 비교적 안정적인 다른 분야의 수지와 비교할 때 세계경기 변동 등을 통해 가장 크게 흔들리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럼 경상수지는 뭘까? 경상수지에도 무역수지가 ‘상품수지’란 이름으로 포함된다(엄밀히 말하면 약간 차이가 있는데, 상품수지는 수출상품이 수입업자에게 인도됐는지 여부가 기준이고, 무역수지는 수출상품이 세관을 통과했는지 여부가 기준이다). 여기에 서비스 수지(여행 등 서비스에서 생긴 수지), 소득수지(배당금, 이자 등), 경상이전수지(송금이나 기부금, 무상원조) 등을 더한 게 경상수지다.

일본은 무역에서 2조 엔 정도 적자를 봤는데 소득수지가 12조 엔 이상 흑자를 기록함에 따라 경상수지는 10조 엔 정도 흑자를 유지했다.

그러면 소득수지에서 흑자를 봤다는 것이 무슨 얘기일까? 소득수지는 해외투자에서 생긴 배당금이나 해외에 꾸어준 돈의 이자를 말한다. 일본의 경우 해외 자회사 공장의 수익금 송금과 투자 배당금 등이 컸다고 한다. 쉽게 말해 일본은 일본 내에서 만들어서 판 물건의 수출은 시원치 않았지만 해외 현지법인이 현지에서 장사를 잘했고, 그 돈을 일본에 보내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흑자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일본의 작년 무역적자는 일시적인 것일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작년에 대지진 때문에 국내 부품사슬이 무너지면서 제대로 생산도 하지 못하고 수출도 하지 못했다. 게다가 원전사고가 일어나 전반적인 오염문제가 불거지면서 먹을거리를 상당 부분 수입하게 됐고, 일본 제품이 전반적으로 방사선 피해에서 안전하지 못할지 모른다는 의혹이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생산이 다시 살아나고 원전사고에 따른 오염문제가 세계에서 차차 잊혀가면 수출도 다시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일본의 적자 문제가 아니라 일본이 무역 외에서도 어떻게 돈을 벌어서 무역적자를 경상수지 흑자로 만들고 있는지다.

사실 한국과 일본의 가장 큰 문제인 고령화 문제는 차츰차츰 무역흑자 역량을 갉아먹게 돼 있다. 초창기에는 젊은이들 인구가 줄면서 산업 자체의 관심이 새로운 혁신이나 첨단보다는 고령자들을 위한 상품이나 ‘쉬운 상품’ 등으로 흘러가면서 국제경쟁력이 떨어지고,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이른바 생산연령인구, 즉 일하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경제 자체의 규모가 줄어들게 된다.

이럴 경우 자원이 많은 나라야 이른바 ‘땅을 파서’ 해외로부터 물자를 수입할 돈을 번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처럼 자원이 없는 나라는 더욱 더 돈을 벌 길이 막막해진다. 일본의 경우 이런 것을 해외투자로 보완하고 있는 셈이다.

보통 사람이 젊을 때 일(생산)을 해서 돈을 번다면, 나이가 들어서 은퇴한 다음에는 젊었을 때 벌어둔 돈을 굴려가면서 그 이자로 생활하게 되는데, 사실은 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민의 평균 연령이 어리고 점점 인구가 성장하는 성장기에 있을 때는 일할 사람도 늘면서 경제도 성장한다. 이때는 저개발 시대인데다 싼 노동력도 풍부하기 때문에 활발한 경제활동이 일어난다. 이른바 물건을 만들어 파는 시기인 것이다. 이런 것을 인구 보너스 시기라고 한다. 투자해서 돈을 벌기엔 투자할 자금(자본)이 없다.

그런데 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하고 고령화가 진행되면 그동안 쌓아놓은 자본은 많은데 일할 사람이 없거나 일할 능력이 없게 된다.

다만 수명이 있는 인간과 나라는 다르므로, 다시 인구가 회복되는 등 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어떻게 인구 오너스(인구가 줄어들면서 경제에 마이너스 요인이 되는 상황) 기간을 잘 넘길지가 문제가 되게 된다.

이럴 경우 자본이 많은 나라는 한참 성장하는 신흥국에 투자해서 그 배당으로 줄어든 수입을 늘릴 수 있다. 신흥국의 경우 임금도 상대적으로 싸서 생산비가 줄어들기도 하고, 그 자체가 성장하는 시장인 만큼 신흥국 자체를 시장으로 삼고 생산을 해도 된다. 반드시 신흥국에 투자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같은 선진국에서도 소비시장이 발달한 곳에는 현지에 투자해 국내의 모자란 수요를 보충할 수도 있다. 이번의 일본처럼 말이다. 이른바 자본을 수출하는 것이다. 한국이나 일본처럼 자원이 없는 국가의 경우 인구 보너스 시기에 공격적으로 수출해서 자본을 많이 쌓아놓고, 인구 오너스 시기엔 적절한 해외투자를 통해 성장하는 국가의 과실을 함께 나눠 먹는 것이 기본적인 전략이다.

한국도 언젠가 고령화의 부작용이 표면화됐을 때 어쩔 수 없이 택해야 할 전략일 수도 있다.

물론 이런 해외투자가 나라 단위로 봤을 때 꼭 바람직할지는 다소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아직 충분히 국내에 생산능력이 있을 때도 좀 더 낮은 생산비를 찾아 해외에 투자해 그쪽으로 생산시설이 이동하면 당연히 국내 일자리는 줄어들게 된다. 최근 몇 년간 국내외에서 벌어지고 있고 ‘고용 없는 성장’ 역시 이런 신흥국으로의 이동이 한 원인이 되고 있다. 결국은 해외에 투자할 수 있는 대기업이나 자본력 있는 기업이 그때의 성장을 주도할 것이고, 지금 그렇듯이 그 온기가 충분히 전 사회를 덥혀주기 힘들 수도 있다.

다시 국제수지로 돌아가보자. 경상수지 외에도 국제수지 중에선 자본수지가 있다. 자본수지란 주식투자 자금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 직접투자 자금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 등이 해당하는데, 사실 무역적자를 보고 경상수지 적자를 보더라도, 해외자본이 들어와서 이를 메워줄 수는 있다. 다만 적극적으로 투자해서 얻어 들이는 배당수익 등과 달리 이런 자금들은 상대편의 필요에 의해 언제라도 떠날 수 있기 때문에 여전히 불안한 자금이고, 의존할 수 없는 자금이기도 하다.

일본의 경우 몇 년간은 경상수지가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한다. 수출도 서서히 회복될 것이라고 한다. 만에 하나 무역적자가 지속되면서 경상수지조차 마이너스로 돌아설 경우 지금 유럽이 그렇듯 정부 부채와 재정적자 문제가 표면화되면서 나라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지만 그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림 : 배진성
  • 2012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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