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중반까지는 ‘국민학교’에서 “1000불 소득 100억 수출”이란 말이 들어간 노래를 부르며 지냈다. 1970년대 후반부터는 이 노래를 부르지 않게 됐다. ‘1000불 소득 100억 수출’은 원래 1980년에 달성할 목표였는데, 목표보다 3년 먼저 1977년에 100억 수출을 달성했다.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100억 불 달성 후에 ‘200억 불을 향해 달려가자’고 했던 기억도 난다.">

[알기 쉬운 경제 이야기] 무역 그리고 내수

1970년대 중반까지는 ‘국민학교’에서 “1000불 소득 100억 수출”이란 말이 들어간 노래를 부르며 지냈다. 1970년대 후반부터는 이 노래를 부르지 않게 됐다. ‘1000불 소득 100억 수출’은 원래 1980년에 달성할 목표였는데, 목표보다 3년 먼저 1977년에 100억 수출을 달성했다.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100억 불 달성 후에 ‘200억 불을 향해 달려가자’고 했던 기억도 난다.
2011년 11월 우리나라가 무역 1조 달러를 기록했다. 수출만 5150억 달러인데,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한 나라는 우리나라 이전에 8개국밖에 없었다고 한다. 1946년 해방 직후 우리나라의 무역액이 640만 달러였고 1966년에 10억 달러였다. 누가 봐도 엄청난 발전 속도다. 그런데 사회는 그다지 열광하지 않는다. 수출 주도 경제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얘기도 나오고, 수출보다는 내수 활성화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로도 문제가 있다. 최근 들어 수출산업은 너무 고도화돼 그다지 고용 효과가 나지 않고 있다. 과거 노동집약 산업을 수출산업으로 키웠을 때는 말 그대로 노동이 많이 필요해서 고용 효과가 컸는데, 이젠 과거에 말하는 ‘자본집약’ 산업이 수출 주력이다. 인건비를 줄여 세계와의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수치로도 나온다. 2000년에는 10억원을 수출할 때 15.3명이 일자리를 얻었는데, 2008년에는 9.5명만이 일자리를 얻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일부에서는 “수출해봤자 잘살게 되는 것은 상위 1%뿐”이라는 선동적인 의견도 나온다. 진짜 그런 것일까.

사실, 수출 위주의 경제를 아예 전환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우리나라가 1960~70년대에 왜 수출 위주의 경제를 채택했는지 돌이켜보면 비교적 간명하다.

너무도 상식적인 얘기라서 오히려 잊고 있는 것인데, 당시 우리 경제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가공무역’이었다. 우리나라는 원자재가 나지 않는 나라이기 때문에 무얼 만들려고 해도 수입할 수밖에 없다. 결국 잘사는 방법은 외국에서 일단 원자재를 산 후 풍부한 노동력으로 ‘가공’해서 완제품을 수출하자는 것이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당시에는 과연 가공해서 팔 경우 사줄 나라가 있는지부터 쉽지 않은 전략이었다. 그럼에도 자원이 없으니 이를 들여오기 위해선 수출해서 돈을 벌어와야 한다는 현실만은 확실했다. 이런 상황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1970년대엔 귀에 못이 박이게 들었듯이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당시엔 ‘우리가 쓰기보다는 그걸 아껴서 외국에 수출하자’는 것이었고, 이는 ‘근검절약’이란 구호로 이어졌다. 국가적인 ‘근검절약’은 뒤집어보면 ‘내수 부양할 돈으로 수출품을 만든다’는 얘기인데, 실질적으로 1980년대까지도 기본적으론 ‘내수 억제’ 정책을 폈다.

무역은 흑자・적자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무역량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경제 규모도 커지고, 일자리도 생긴다.

수입이 늘어나는 과정에도 수입하는 업체가 생겨서 고용이 창출되고, 싼 물건이 들어올 경우 물가가 떨어져 실질소득이 올라간다. 이 때문에 다소의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꾸준히 FTA를 맺는 것은 어느 나라가 일방적으로 이기고 지는 상황만 아니라면 무역량 자체를 늘리는 것이 소득이나 국민 자체의 행복 증진에 훨씬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말 그대로 일방적으로 무역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다 보니 세계 불황과 같이 해외의 불경기에 제대로 대응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구가 많고 내수에 의존하는 나라는 2008년부터 계속되는 전 세계 금융위기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또 이전처럼 임금을 줄이거나 환율을 올리는 방향으로 무역 흑자를 노릴 경우 나라와 기업은 강해져도 국민들의 소득이 줄고 소비가 적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한 단계 도약하기가 힘들어진다는 얘기도 맞다. 결국 앞으로는 무역 중시의 큰 틀은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내수를 좀더 늘려가야 한다는 큰 방향으로 결론이 모아진다.

다만 이런 ‘정답’이 있다고 해서 내수를 늘리는 구체적인 방안이 있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예를 들어 가장 대표적이고 고용 유발도 많은 내수 업종은 ‘건축’이다. 토목공사건 도시 건설이든 자금도 돌아가고 사회기반시설도 늘어나고 일자리도 많이 생긴다. 두 번째로 내수 부양의 또 다른 대표적인 방법은 해외자본 유입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데, 자영업자들은 경기부침에 너무 민감하고 과감한 투자도 어렵다. 이 때문에 내수 업종에 해외자본을 들여와서 대형화하는 방법을 권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그러나 이런 내수 부양책들이 이제는 정치적으로 대단히 쓰기 어려운 방법이 됐다. ‘토건족’이란 말이 거의 욕처럼 된 상황에서 건설에 힘쓰기엔 정치적 동의가 필요하다. 실제 일본에서는 쓸모없는 댐만 생기고 불황은 계속되는 최악의 상황이 오기도 했다.

해외자본의 유입은 더욱더 어려운 일이다. 해외자본이 골목골목에 상점을 내는 상황을 우리 국민이 용인할 수 있을까. 차라리 대기업에 내수산업을 강화해서 더 많이 고용하라고 할 만한데 대기업의 대형 슈퍼마켓에 가해지는 눈총은 따갑다.

영리병원 도입 등 이른바 내수산업 진흥을 위해 내놓은 방책들은 하나하나 다 양극화의 이슈가 되며 정치권의 논쟁 대상이 되고 있다.

쉽게 말해 현재 나오고 있는 내수 진작 방안은 대부분 거대 자본을 투입하는 방법이고 이는 양극화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에 하나도 만만치가 않다. 실제 이런 것들을 제외하고 보면 나오는 방법들은 모두 고만고만하다. 방학을 늘린다든지, 공공기관 근로시간을 조정한다든지, 대체 휴일제를 도입한다든지 등으로 ‘노는 시간을 늘려서’ 레저 관련 수요를 늘리는 방안, 의료관광 등을 유치하거나 이런저런 랜드마크를 만들어서 관광산업을 진흥시키는 방안 등이다. 어느 것도 엄청난 일자리를 만들 것처럼 보이는 것은 없다.

물론 실업률을 줄이고 비정규직 일자리를 정규직 일자리로 바꿔나가는 것도 원론적인 내수 진작 방법이다. 소득이 늘고 안정적인 미래를 꿈꿀 수 있으면 자연히 소비가 늘어난다. 다만 이 과정에서 결국 해외에 수출하는 기업들이 더 싼 노동력을 찾아 해외로 나가버릴 가능성은 감안해야 한다.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서 몇 년씩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아도 내 집 마련이 가능해지면 소비여력이 더 생길 수도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부동산 가격 붕괴가 일어나고 은행이 부실해질 경우 그 피해는 훨씬 더 클 것이다.

결국 내수 진작이란 말은 쉽지만 어느 경우든 조심스럽고, 지나치지 않게 세심한 조정이 필요하다. 이는 무역을 늘리고 흑자를 보는 것 못지않게 어렵고 도전해볼 만한 일일 수 있다. 더군다나 한국 인구로는 내수 자체로만 먹고살기 힘들다. 물론 이 때문에 공격적으로 세계를 누비는 기업들이 생겨났고, 한류도 생겨나기는 했지만 결국 대한민국은 무역을 하지 않고는 먹고살 수 없는 나라라는 점은 변하지 않을 전망이다. 동해 앞바다에서 갑자기 석유가 펑펑 쏟아지지 않는다면 말이다. 한국은 몇 달만 경상수지 적자를 봐도 국가부도설이 나돈다. 쉽게 말해 잠시도 쉬지 않고 달리지 않으면 넘어지는 자전거와 같은 경제란 얘기. 부지런히 신상품을 개발하고 밤낮없이 영업해야 겨우 본전이다. 자원이 없는 나라의 숙명이다.

그림 : 배진성
  • 2012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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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상호   ( 2016-12-08 ) 찬성 : 20 반대 : 33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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