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상실의 시대다. 세상사 믿을 게 별로 없다. 많은 돈이 오가는 까닭에 신뢰가 생명인 경제 무대가 특히 그렇다. 증시가 대표적이다. 상반기 한국 경제를 뒤흔든 저축은행의 BIS비율 과장고시부터 8월 미국의 국가부채 처리 논란에서 불거진 한국 경제의 유동성 관련발언(금융위원장의 “은행 말 듣다 세 번이나 속았다” 등)까지 시장의 신뢰 붕괴는 브레이크 없는 폭주 열차를 떠올릴 정도다. 피해자는 고스란히 투자 세계의 약자인 일반 투자자다. 투자나침반이 엉뚱한 곳을 향하는데 제대로 목적지를 찾아갈 이는 별로 없다. 투자 나침반의 정상복귀가 시급한 이유다. 이때 나침반의 안내 시침은 투자정보를 올곧이 담은 각종 보고서다. 즉 각종 실적정보와 전망자료가 반영된 증시 보고서에 신뢰 레벨이 붙을 때 비로소 공정경쟁의 첫 출발은 가능해진다.">

[전설적 투자가에게서 배우는 성공 투자법] 범람하는 주식보고서, ‘그 옥석을 가리는 법’

신뢰 상실의 시대다. 세상사 믿을 게 별로 없다. 많은 돈이 오가는 까닭에 신뢰가 생명인 경제 무대가 특히 그렇다. 증시가 대표적이다. 상반기 한국 경제를 뒤흔든 저축은행의 BIS비율 과장고시부터 8월 미국의 국가부채 처리 논란에서 불거진 한국 경제의 유동성 관련발언(금융위원장의 “은행 말 듣다 세 번이나 속았다” 등)까지 시장의 신뢰 붕괴는 브레이크 없는 폭주 열차를 떠올릴 정도다. 피해자는 고스란히 투자 세계의 약자인 일반 투자자다. 투자나침반이 엉뚱한 곳을 향하는데 제대로 목적지를 찾아갈 이는 별로 없다. 투자 나침반의 정상복귀가 시급한 이유다. 이때 나침반의 안내 시침은 투자정보를 올곧이 담은 각종 보고서다. 즉 각종 실적정보와 전망자료가 반영된 증시 보고서에 신뢰 레벨이 붙을 때 비로소 공정경쟁의 첫 출발은 가능해진다.
투자 결정 때 도움이 되는 보고서는 크게 두 종류다. 누가 작성・배포하는지 출처에 따라 용도와 성격은 갈린다. 흔히 접하는 보고서가 증권사의 리서치센터가 만드는 각종 분석 보고서다. 투자전략을 포함한 이슈 보고서와 개별기업에 초점을 맞춘 기업 보고서로 나뉜다. 애널리스트・스트래티지스트 등의 전담인력이 생산한다. 또 하나 중요한 보고서는 개별회사가 직접 만든 사업보고서다. 분기・반기・연간 등의 결산보고서부터 감사보고서・홍보(IR)리포트 등이 있다. 여기엔 사업개요와 각종 실적지표 및 투자정보 등이 총망라된다. 회사의 자체 작성인 까닭에 분식회계 확률도 없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원천정보로 평가된다. 대부분 금융 당국이나 회사 홈페이지 등에 게재돼 접근성도 좋다.

먼저 장부 내용이 고스란히 투영되게 마련인 회사작성 보고서부터 보자. 이는 경영주체의 자발적인 1차 데이터로 증권사가 참고하는 근원정보다. 손익계산서를 비롯해 과거 실적이 게재된 재무제표 수치와 향후 경영전략 및 스케줄 등이 포함된다. 오픈된 정보지만 아는 사람만 열심히 챙겨 보는 ‘알려진 비밀지표’다. EPS(주당순이익)・PER(주가수익배율)・ROE(자기자본이익률)・PBR(주가순자산배율) 등 핵심적인 투자지표가 이들 실적자료로부터 계산된다. 더불어 감사보고서엔 회사의 실적수치에 대한 감사결과가 기재돼 신뢰성을 높이는 장치로 기능한다. 유능한 애널리스트일수록 기업 탐방이 잦은데 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직접 찾아가 정확한 회사자료를 챙길수록 정보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다만 회사가 내놓은 각종 보고서엔 몇 가지 한계가 있다. 대표적인 게 분식회계 우려다. 코스닥시장에서 잊힐만 하면 터지는 수치왜곡・감사거절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벤저민 그레이엄은 “장부엔 감춰진 함정과 희석요소가 많다”며 “합법적인 범위 안에서 얼마든 교묘한 조작이 가능하다”고 경계했다. 특별 비용과 결손 처리만 해도 참모습은 왜곡시키지만 법적으론 정당하기 때문이다. 그는 “혼란스럽겠지만 회계 처리는 종종 믿을 것이 못 되니 반드시 진의를 가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리서치 분야의 거물인 존 보글은 “경영자와 펀드 매니저의 이해관계 부합이 분식회계 등 숫자장난으로 왕왕 연결된다”며 “이들은 경영실적과 회계장부를 적극적으로 어루만지니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투자기업은 물론 경쟁업체까지 직접 방문해 사실 자료를 모은 필립 피셔는 회사의 계량(재무제표 등)지표 대신 아예 CEO 등의 정성지표를 더 중시했을 정도다.

회사발표의 각종 보고서는 그나마 가치중립적이다. 작정하고 속이지 않는 한 지표 자체에 큰 함정은 별로 없다. 문제는 증권사가 내놓는 분석보고서다. 경쟁적으로 생산・발표해 양도 훨씬 많은 데다 작성자의 사적 의견까지 포함되기에 한층 면밀히 챙겨 봐야 한다. 봇물처럼 쏟아지는 증권사 추천보고서가 대표사례다. 증권사 보고서는 하루에도 수십 편 이상 발표된다. 2010년엔 약 8만5000건이 발간됐는데 이는 애널리스트 1인당 평균 62건에 해당한다. 가령 만고불변의 우량주 추천기준인 저PER주 추천보고서는 이틀에 한 번꼴로 발표될 정도다. 신뢰성・적중률 여부를 떠나 보고서 영향력은 무시하기도 힘들다. 상당수 개인투자자가 이를 토대로 투자결정을 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증권사 보고서는 잘만 활용하면 좋은 정보원이다. 특정기업의 투자정보를 얻는 데 증권사의 투자보고서만큼 간단하고 쉬운 방법도 없다. 대놓고 무시할 필요는 전혀 없다. 어쨌든 주가 분석으로 밥벌이하는 프로 집단의 기명 보고서인 까닭에 비싼 몸값을 활용해보는 것도 전략이다. 실제 고수일수록 보고서를 잘 챙겨 보는 경향이 짙다. 아마추어라면 더더욱 필독자료다. 제아무리 시간과 노력을 들인들 베테랑 그룹만큼 효과적인 정보 압축과 분석은 불가능하다. 각종 변수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편리성도 장점이다. 보고서 정독을 통해 이들 전문가를 월급 없이 고용하는 효과를 누리는 게 합리적이다. 최근엔 증권가 경쟁이 치열해지고 엄격한 감독 시스템이 가동되면서 과거에 비해 분석보고서의 신뢰성과 정확성도 높아지는 추세다. 여전히 ‘추천종목 = 매도’가 적잖지만 무턱댄 평가절하는 곤란하다. 게다가 요즘엔 인터넷 덕분에 관심만 있다면 누구나 관련 보고서를 접근・취득할 수 있다.

물론 월가 고수의 압도적인 의견은 그래도 ‘신중한 접근’이다. 즉 다소 부정적이다. 자칫 반복매매를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가 제일 크다. 매매를 반복할수록 증권가 수수료 수입이 커지니 도덕적 해이에 빠질 수밖에 없어서다. 이 혐의는 역사도 길다. 이미 70년 전(1952년) 개인 투자자로서는 천문학적인 수익률을 거둔 니콜라스 다비스 역시 피해자 중 한 명이다. 당시는 보고서보다 중개인(증권사) 코멘트가 많았는데, 그는 “중개인 말만 믿고 샀다가 반 토막 난 경우도 많았다”고 했다. 덧붙여 “월가 정보는 정확하지 않은 화려한 표현으로 가득해 매력적이었는데 결과는 처참했다”며 “탄탄한 통계와 근거를 믿을수록 계좌잔고는 계속 줄어들었다”고 회고했다. 이후 치열한 자기반성과 결과분석을 통해 박스이론을 만들고서야 손실 행진은 멈췄다.

증권사 보고서가 가공을 거친 2차 정보란 점도 경계 대상 중 하나다. 제아무리 수치로 잘 정리・조합했다고 해도 그것이 회사 발표 이후의 자료인 데다 의도하든 않든 분석자의 편견・잡음(노이즈)이 개입될 여지가 충분하다. 동일 수치를 두고 매수와 매도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어서다. 따라서 보고서를 읽을 땐 화려하게 치장된 앞 페이지에 현혹돼선 곤란하다. 필립 피셔는 투자자가 저지르는 10가지 실수 중 하나로 ‘보고서 표현이 맘에 든다고 주식을 매수하는 일’로 꼽았을 정도다. 생생한 기업현장을 그대로 옮겨 심기에도 한계가 있다. 즉 작성자의 사견과 시차 등을 감안하면 증권사 보고서는 투자정보로서 적잖은 한계를 갖는다. 때문에 투자업계의 성인으로 손꼽히는 존 템플턴은 “그저 사놓고 잊어버릴 수 있는 주식이란 없다”며 “괜찮은 회사와 투자할 만한 회사는 다르기 때문에 늘 자신만의 투자근거를 갖고 접근할 것”을 권한다.

결국 증권사 보고서는 참고자료일 뿐이다. 중요한 건 투자자 본인의 판단과 실천이다. 피터 린치는 “주식투자는 독자적인 판단으로 직접하라”며 “최신 기밀정보와 루머, 중개업자의 추천 및 각종 투자정보지의 관심종목은 물론 심지어 내가 추천하는 종목조차 외면할 것”을 강조했다. 대신 “수수료를 내는 만큼 합당한 서비스는 필수”라며 “이때 중요한 건 중개인을 활용한 사실정보의 수집”이라고 했다. 기초자료로서 보고서와 코멘트를 전략적으로 챙기라는 메시지다. 워렌 버핏의 오른팔인 찰리 멍거(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는 아예 그때그때의 분석보고서보다는 ‘세상을 보는 지혜’를 제공하는 철학・역사 서적 등이 더 결정적인 투자 실마리를 제공한다고 했다. 그는 “망치만 가진 이는 모든 문제를 다 못으로 본다”며 추천중심의 증권사 보고서를 경계했다. 지엽적이고 편협한 눈앞의 이슈보다는 진정한 빅 아이디어를 찾으라고 했다. 그는 “진정한 빅 아이디어는 어딘가 이미 쓰여 있는데 누군가 발견해 데려가기만 기다리고 있다”며 해법으로 인문학 독서를 권했다.

일러스트 : 배진성

▣ 월가 고수 코멘트

◎ 벤저민 그레이엄(Benjamin Graham)
장부엔 감춰진 함정과 희석요소가 많아. 합법적인 범위 안에서 얼마든 교묘한 조작이 가능해. 혼란스럽겠지만 회계처리는 종종 믿을 것이 못 되니 반드시 진의를 가릴 필요가 있어

◎ 존 보글(John Clifton Bogle)
경영자와 펀드매니저의 이해관계 부합이 분식회계 등 숫자장난으로 왕왕 연결돼. 이들은 경영실적과 회계장부를 적극적으로 어루만지니 조심해야 할 것

◎ 니콜라스 다비스(Nicolas Darvas)
중개인 말만 믿고 샀다가 반 토막 난 경우도 많아. 월가 정보는 정확하지 않은 화려한 표현으로 가득해. 매력적이지만 결과는 처참해. 통계와 근거를 믿을수록 계좌잔고는 계속 줄어

◎ 존 템플턴(John Templeton)
그저 사놓고 잊어버릴 수 있는 주식이란 없어. 괜찮은 회사와 투자할 만한 회사는 다르기 때문에 늘 자신만의 투자근거를 갖고 접근할 것

◎ 찰리 멍거(Charlie Munger)
망치만 가진 이는 모든 문제를 다 못으로 봐. 진정한 빅 아이디어는 어딘가 이미 쓰여 있는데 누군가 발견해 데려가기만 기다리고 있어
  • 2011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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