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전 세계는 마치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되돌아간 듯했다. 하루에도 160포인트나 주가가 등락하고, 미국 증시에서는 막판 30분에 주가가 1% 이상 흔들리고, 겁에 질린 외국인들은 주식을 팔아대고…. 도대체 경제가 왜 이러는 것일까. 우선 미리 알아둬야 할 점이 있다. 2008년에도 그랬지만, 위기의 진원지가 현재 세계의 중심인 ‘미국’이라는 점이 착시를 만든다는 것이다.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미국 현지의 다소 과장된 시각이 세계로 전파되기 때문에 전 세계가 곧 망할 듯한 위기의식을 가지게 되는 측면도 많다는 것이다. 다만 2008년에도 그랬듯이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이나 유럽보다는 ‘여러 쿠션’을 거쳐서 올 충격이라는 것을 꼭 기억해두자.">

[알기 쉬운 경제 이야기] 위기는 재발한 것일까?

지난 8월, 전 세계는 마치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되돌아간 듯했다. 하루에도 160포인트나 주가가 등락하고, 미국 증시에서는 막판 30분에 주가가 1% 이상 흔들리고, 겁에 질린 외국인들은 주식을 팔아대고…. 도대체 경제가 왜 이러는 것일까. 우선 미리 알아둬야 할 점이 있다. 2008년에도 그랬지만, 위기의 진원지가 현재 세계의 중심인 ‘미국’이라는 점이 착시를 만든다는 것이다.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미국 현지의 다소 과장된 시각이 세계로 전파되기 때문에 전 세계가 곧 망할 듯한 위기의식을 가지게 되는 측면도 많다는 것이다. 다만 2008년에도 그랬듯이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이나 유럽보다는 ‘여러 쿠션’을 거쳐서 올 충격이라는 것을 꼭 기억해두자.
2011년의 위기를 만든 것은 직접적으로 보면 미국의 국가부도 위기,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그리고 유럽의 재정위기 등 크게 세 가지다. 그런데 가만히 따져보면 좀 어처구니없는 일이 많다.

첫 번째는 미국의 ‘국가부도’ 위기다. 미국은 국가에 부채한도란 게 정해져 있어서 더 이상 빚을 지려면 의회에서 그 총액을 증액해줘야 한다. 그런데 미국 야당이 이 총액을 증액해 주지 않는다고 버텼다. 돈은 써야 하는데 빚을 늘릴 수 없다면 결국은 줘야 할 돈을 주지 못할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국가부도가 나는 셈이다.

그런데 좀 난감한 일이다. 사실 미국은 전세계의 기축통화인 달러를 찍어내는 나라다. 우리나라처럼 달러가 부족해서 부도가 나려야 날 수가 없는 나라인 것이다. 돈이 없으면 찍어내면 그만인데, 그걸 안 찍어내고 부도를 낸다는 것이 과연 있어도 좋은 일인가. 이번 외에도 미국은 부채상한에 걸린 것이 20번 가까이 있었고, 그때마다 부채상한을 높여 해결했다. 국가 부도상황이란 게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다는 것을 감안하면 당연히 여야간 합의가 이뤄지리라는 것은 뻔했다. 처음엔 투자자들도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마지막 날(8월 2일)이 올 때까지 정쟁을 계속했다. 협상시한이 워낙 얼마 남지 않게 되자 ‘혹시나’ 하는 투자자들도 생겨났고 점차 증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물론 마지막 날이 되자 협상은 타결됐다.

이 과정에서 미국 야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버락 오바마 현 미국 대통령이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어필했을 수도 있다. ‘미국이 국가부도 위기에 처했다. 이게 모두 오바마의 경제 실정 때문이다’는 점을 부각시켰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세계 경제는 일손을 놓은 채 별 흥미도 없는 미국의 정쟁쇼를 관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데 일이 끝나자마자 바로 그 주말에 두 번째 사건이 터졌다.

두 번째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이었다. 사실 국가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은 이전부터 나왔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신용평가사들은 조금씩 ‘미국이 최고 신용등급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런데 모두가 ‘설마’ 했다. 이유는 미국이 국가부도가 나지 않는 이유와 같다. 미국은 위급해지면 돈을 찍어내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부도가 나지 않는 채권은 최고 등급일 수밖에 없다. 물론 부도는 나지 않더라도 미국의 국가부채가 많아지면 인플레가 나기도 쉽고, 금리상승으로 이어지며 기존 채권가격이 떨어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세계 양대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는 모두 미국 회사였다. 부도 날 리 없는 자국의 신용등급을 굳이 강등시키는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S&P는 부채한도 협상이 끝나자 바로 미국의 신용등급을 최고등급인 AAA에서 AA+로 한 단계 낮춰버렸다. 이 쇼크에 세계 증시는 크게 흔들렸다. 일부 펀드 중에는 최고 등급이 아닌 채권엔 투자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이런 펀드들이 미국 국채를 팔기 시작하면 세계 금융시장에 대혼란이 올 수 있었다. 미국 국채 가격이 떨어지면 미국 국채를 가지고 있는 세계 주요국들, 그리고 세계 주요 펀드가 모두 엄청난 평가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 이 와중에 금융회사가 추가로 도산하고, 다시 여기서 부실채권이 쏟아져 나오고 하는, 2008년의 시나리오가 다시 일어날 수도 있었다. 일단은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중국이나 일본이 서둘러 미국 국채를 팔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고, 금융시장에도 경색이 일어나지 않자 쇼크는 간신히 진정됐다.

그랬더니 세 번째는 유럽 재정위기가 부각됐다. 미국 말고 프랑스가 최고 등급을 잃을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프랑스는 미국과 달리 국채가 실제로 폭락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오면서 다시 한번 금융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사실 유럽은 계속 혼란 중이다. 2008년 위기 이후 동유럽-남유럽순으로 위기가 전염되자 유럽에서는 이들에게 구제금융을 줬다. 그런데 좀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들이 빌린 돈을 별로 갚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채무를 재조정해줘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이건 결국 국가부도와 같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런데 사실 세 사건을 보면, 미국의 두 사건은 다분히 정치사건이다. S&P는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시키면서 미국의 정치 리더십 문제와 정쟁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유럽 재정위기 역시 오래된 일이다. 그래서 세계시장 혼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더 중요한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 그것이 세계경기 하강 가능성이다. 미국에서는 ‘더블 딥(단기 반등 후의 재침체)’이란 용어를 쓰지만 사실 2008년 이후 경기나 주가나 반등한 지가 3년 가까이 됐다. 더블 딥이라기보다는 정상적으로 경기와 주가가 하강할 때가 됐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특히 그동안의 경기회복은 전 세계가 최악의 사태를 피하기 위해 무제한적으로 돈을 풀었기 때문에 가능했는데, 이젠 최악의 사태는 벗어났고, 슬슬 돈줄을 조여도 되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마침 나온 사건도 그런 뜻이다. 미국은 부채협상을 마치면서 재정긴축을 역시 같이 하기로 했다. 돈줄을 조인다는 뜻이다.

또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은 장기적으로

봐서는 국채 가격이 하락하고 금리가 올라가는 효과가 있으므로 역시 돈줄을 조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마침 3년 가까운 상승에 ‘대세 상승장이 더 지속될 수 있을까?’ 하고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 투자자들이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일제히 주식을 팔아버린 것이 8월의 대란이었다.

그럼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사실 전 세계가 또다시 2008년처럼 신용경색에 빠져 세계 각국 은행이 무너지고 돈이 돌지 않게 되는 사태만 없다면, 2008년보다 조용히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전 세계 경기 하강이 시작되면 우리 경제의 성장을 주도하는 수출도 잘 되지 않을 것이고 우리나라 경기도 나빠져 고통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호황만 있는 경제는 있을 수 없다. 학자들의 말대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경기가 빚의 늪에 빠져 ‘저성장 지속’이라는 새로운 환경(이른바 뉴 노멀)을 맞게 된다면 고통이 길어지기는 하겠지만, 한국 기업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보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경기의 골을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미국이 다시 한번 돈을 풀고, 유럽에도 리더십이 잡히면서 빠른 시일 내에 충격에서 회복된다면 그것보다 좋은 일은 없다.

일러스트 : 배진성
  • 2011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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