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민족주의(resource nationalism)란 천연자원에 대한 국가의 개입확대 정책을 지칭하며, 나아가 대외관계에서 천연자원을 정치적 무기(resource weapon)로 활용하는 자원무기화 정책까지를 포괄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1951년 이란의 석유자원 국유화에서 본격화된 자원민족주의는 1960~70년대 중동·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 등 제3세계 대다수 산유국으로 확산되었다. 그 결과 일부 거대 국제 석유기업들이 갖고 있던 세계 석유자원에 대한 통제권은 OPEC 산유국으로 이전되었다.">

[핫 이슈] 자원민족주의와 석유안보

자원민족주의(resource nationalism)란 천연자원에 대한 국가의 개입확대 정책을 지칭하며, 나아가 대외관계에서 천연자원을 정치적 무기(resource weapon)로 활용하는 자원무기화 정책까지를 포괄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1951년 이란의 석유자원 국유화에서 본격화된 자원민족주의는 1960~70년대 중동·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 등 제3세계 대다수 산유국으로 확산되었다. 그 결과 일부 거대 국제 석유기업들이 갖고 있던 세계 석유자원에 대한 통제권은 OPEC 산유국으로 이전되었다.
자원민족주의 시대의 재도래

OPEC은 1970년대 생산량 감축, 유가 인상, 석유수출 금지 등 일련의 집단적 자원무기화 정책을 통해 국제 석유질서를 산유국 주도로 재편했다. 그러나 OPEC의 자원무기화 정책은 시장의 반격에 직면했다. 두 차례에 걸친 오일쇼크에 미국・유럽・일본 등 주요 석유 소비국들은 석유수요를 줄이고 대체에너지를 개발하는 한편, 비OPEC 지역 석유자원을 적극 개발했다. 이에 따라 1980년대 중반부터 장기 저유가 국면이 도래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신흥국 석유수요의 급증으로 고유가 시대가 도래하면서 국유화 등 자원민족주의 정책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21세기 신자원민족주의는 베네수엘라・볼리비아 등 일부 라틴아메리카 좌파 정권과 푸틴 시대의 러시아 등이 주도하고 있고, 재국유화, 자원무기화 등 자원민족주의가 과격한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는 곳도 이들 지역이다. 이외에도 세금 인상, 규제 강화 등 보다 덜 급진적인 방식의 재민족주의화 경향은 일부 OECD 국가를 포함한 상당수 산유국에서 발견되고 있다.


신자원민족주의의 특징

20세기 구자원민족주의는 구질서를 전복하고 새로운 국제정치・경제 질서를 수립하려는 다분히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지향의 산물이었다. 이에 반해 21세기 신자원민족주의는 고유가의 혜택을 좀더 많이 누리려는 실용성이 특징이다.

첫째, 1970년대 국유화는 외국계 기업을 추방하고 자산을 몰수하여 국유화한 후 외국인 투자를 금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으나, 최근에는 자산 몰수보다는 법률 개정이나 기존 계약조건을 변경하여 석유자원에 대한 정부지분을 확대하고 세금을 인상하여 추가이익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석유자원 개발 프로젝트에서 타국의 국영 석유기업이나 국제 석유기업의 투자를 금지하기보다는 정부의 통제권을 유지하는 한도 내에서 오히려 장려하는 것이 특징이다.

둘째, 국영 석유기업이 타국의 국영 석유기업이나 국제 석유기업과 공동으로 참여하는 프로젝트가 급증하고 있는 것 역시 신자원민족주의의 주요 특징이다. 이를 통해 국영 석유기업이 글로벌 경제 네트워크 속으로 보다 깊숙이 편입되고 있다.

셋째, 가장 우려되는 자원무기화 역시 1970년대에는 OPEC을 중심으로 집단행동 양상으로 전개되었으나, 최근에는 특정 국가에서만 제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석유자원 무기화를 공공연히 위협하거나 실행한 나라는 베네수엘라・이란・이라크 등이지만, 이들은 국제유가에 거의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OPEC 회원국들은 1970년대의 집단행동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석유 수입국들은 전략 비축유제도 등을 통해 산유국의 집단행동을 완충할 장치를 마련해놓은 상황이다. 그렇지 않아도 기후변화문제 때문에 화석연료를 원자력이나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산유국들의 자원무기화는 이러한 경향을 더욱 촉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집단행동을 실행에 옮기기란 쉽지 않다.


고유가 시대의 자원민족주의

IMF에 따르면, 글로벌 석유시장은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장기 고유가 국면으로 진입한 상황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코펜하겐 기후변화협약(2009년 12월)에 따라 각국이 화석연료 사용을 대폭 줄이는 이상적인 경우에는 현 수준의 고유가가 유지되겠지만, 각국의 에너지 정책이 현 기조를 유지하거나 현 기조에서 일정한 개선이 이루어지더라도 유가는 급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원민족주의는 고유가에 기생할 뿐 아니라 생산・투자・소비의 가격탄력성을 제약함으로써 고유가 자체를 고착시킨다. 첫째, 글로벌 석유시장의 견지에서 볼 때 자원민족주의는 세계 석유공급에서 국영 석유기업의 영향력이 증가하는 현상이다. 국제 석유기업은 유가가 상승하면 고유가의 혜택을 향유하기 위해 증산을 실시하는 데 비해 국영 석유기업은 정부의 장기적인 전략적 계산에 따라 증산 여부를 결정한다. 둘째, 장기적으로 유가가 하락하기 위해서는 투자를 증가시켜 생산능력을 높여야 한다. 그런데 자원민족주의는 지분 제한, 규제, 세금인상 등을 통해 국제 석유기업의 투자를 제약한다. 자원민족주의가 발호한 나라는 주로 석유매장량이 풍부하고 생산단가가 낮은 나라들이기 때문에 국제 석유기업의 투자는 점점 더 생산단가가 높은 지역으로 몰리게 되고 그 결과 장기적으로 글로벌 생산능력이 위축되고 평균 생산단가가 상승하여 유가 상승의 이중압력을 창출한다. 특히 고유가 국면에서는 산유국 정부의 재정수입이 늘어나므로 외국인 투자 의존도가 감소하며, 이는 다시 외국인 투자를 차별하는 자원민족주의 정책을 강화한다. 셋째, 석유수요가 감소하면 유가는 하락하는데, 자원민족주의는 국내 산업이나 국민들에 대한 석유 보조금 등을 통해 수요 감소를 지연시킨다. 이는 산유국의 국내 석유소비를 인위적으로 증가시키고 그 결과 수출물량을 감소시켜 결국 유가 상승의 이중압력을 창출한다.


현명한 대처가 필요한 시점

구자원민족주의는 1951년 이란의 석유자원 국유화에서 시작되어 1979년 2차 오일쇼크에서 절정에 도달하기까지 29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 기간 동안 실제 세계경제에 대혼란을 초래한 것은 마지막 6년이었고, 나머지 23년은 폭발적 분출을 준비하는 숙성의 기간이었다. 신자원민족주의는 길게 잡아도 이제 막 10년을 지나고 있을 뿐이다. 장기 고유가 시대와 더불어 자원민족주의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향후 고유가와 자원민족주의가 악순환 고리에 빠져들 가능성을 예감케 한다.

우리나라는 원유의 전량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다른 어느 나라보다 자원민족주의의 발호 가능성에 대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석유안보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우선 석유안보를 국가의 핵심목표로 설정하고 자원외교를 더욱 강화하여 해외석유 자주 개발률을 비약적으로 높이고 원유공급선을 다변화 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해외 석유자원 확보에 외교적, 경제적 역량을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는 것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에너지 소비에서 원유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원유보다 저렴하고 석탄보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훨씬 적은 천연가스 공급량을 늘릴 필요가 있다. 원자력의 비중을 높이는 방법도 있으나 일본 원전사태 이후 국제적 추세와 국내적 반대 때문에 쉬운 과제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신재생에너지도 경제성과 규모성을 모두 갖추려면 앞으로도 오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따라서 천연가스의 비중을 높여야 하는데, LNG 수입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러시아산 천연가스 도입을 본격 추진할 필요가 있다. 수송부문의 경우 하이브리드 내연기관의 비중을 높이는 한편, 전기 내연기관 상용화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

석유안보, 에너지안보는 21세기 대한민국의 지속적 성장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요인이 될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에너지소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해나가야 하며, 국민 역시 이에 자발적으로 협력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할 시점이다.

일러스트 : 배진성
  • 2011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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