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와서 경제 화제가 서서히 분배문제로 넘어오고 있다. 지난해 중반 이후 시작된 ‘무상’과 복지문제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면서 각 분야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무상급식’ 때만 해도 교육정책의 문제에 가까웠지만, 이후 ‘부자감세’ ‘반값 등록금’ ‘초과이익 공유제’ 등으로 전면적인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중 ‘초과이익 공유제’에는 단순 분배문제 외에 또 하나의 전선(戰線)이 있는데, 정부와 대기업 간의 문제다.">

[알기 쉬운 경제 이야기] 트리클 다운과 동반성장

올해 들어와서 경제 화제가 서서히 분배문제로 넘어오고 있다. 지난해 중반 이후 시작된 ‘무상’과 복지문제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면서 각 분야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무상급식’ 때만 해도 교육정책의 문제에 가까웠지만, 이후 ‘부자감세’ ‘반값 등록금’ ‘초과이익 공유제’ 등으로 전면적인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중 ‘초과이익 공유제’에는 단순 분배문제 외에 또 하나의 전선(戰線)이 있는데, 정부와 대기업 간의 문제다.
어느 정부에서나 대기업과 정부의 갈등이 있었다. 물론 양상은 시대에 따라 다르다. 과거에는 “정치권력이 대기업에 정치자금을 요구하고 들어주지 않을 경우 세무조사로 대응했다” “정부로부터 특혜로 알짜 국영기업을 인수하고, 특혜로 자금을 대출해 성장했다”는 노골적인 형태였다. 최근에는 이런 식의 적나라한 얘기는 그다지 나오지 않지만 “대기업에 유리한 정부의 정책이 나왔으면 대기업도 돈을 풀어서 경기를 좋게 만들어야 선거에 유리하다”는 식의 문제가 아주 공공연하게 제기되고 있다. 사실 개별 기업과 개별 정치인(정당)에서 비밀리에 오가던 것들이 공개적으로 전 국민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의 모습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더 심각한 문제일 수도 있다.

특히 최근 나오는 동반성장과 초과이익 공유제는 이런 구도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MB정부 초기에 강조됐던 것 중 하나가 ‘전봇대 뽑기’로 대표되는 ‘기업 프렌들리’ 정책이다. 기업의 발목을 붙잡는 규제들을 풀어주면 자연히 국제경쟁력이 생길 것이라는 발상에서 나온 정책이다. 이외에도 공항 귀빈실을 정부 관료가 아닌 기업인 위주로 쓰게 하는 등 여러가지 상징적인 조치를 내놓았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이 환율정책이다. 수출 기업 입장에서는 역시 원화가 약세(환율 상승)를 보여야 유리하다. 사실 이런 고환율 정책은 그동안 모든 정권이 똑같이 실시했던 정책이기도 하다. 내수를 억제하고 제한된 생산능력을 수출산업에 돌려서 외화를 벌어오기 위한 것이다.

사실 이런 고환율 정책을 쓰면 원자재 수입가격이 높아지기 때문에 물가상승이 일어날 수 있고, 이 피해는 서민이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기에 문제가 될 수 있다. 다만 IMF쇼크 직전까지만 해도 워낙 급속히 성장하는 경제였기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고, 수출 위주의 성장에 대해선 국민의 동의도 있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만성적인 외화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고환율 정책을 하다 보면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는 것이 원칙이기에 정부의 비상금인 외환보유액이 차곡차곡 쌓이는 효과가 있다. 사실 그렇게 보면 꼭 대기업을 위한 정책을 썼다기보다는 한국이 살아남기 위한 정책방향이 수출대기업에 유리한 측면이 있었다는 것이 더 진실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MB정권 들어오고는 조금 상황이 달라졌다. 우선 ‘국민적 합의’가 사라져가고 있다. 말 그대로 ‘분배 논쟁’이 벌어지면서 환율을 높게 가져가는 것 자체에 ‘반서민’이란 도장이 찍혔다. 더욱 더 근본적인 문제는 그동안 아주 당연하게 생각해오던 ‘대기업의 선전=국민 모두의 행복’이란 명제가 깨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트리클 다운(trickle down)’이란 말이 있다. ‘낙수 효과’라고도 하는데, 비록 상위층이 가져가는 것보다 (물방울이 떨어지듯이) 적은 부분이긴 하겠지만, 상위층에 돈이 많이 있으면 이것이 하위로 내려온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수출 대기업이 돈이 많으면 공장을 짓고, 노동자를 고용할 뿐 아니라 중소기업에서 부품을 사들여 중소기업들의 일자리를 만들게 된다. 이 때문에 대기업을 키우는 것이 경제 전체를 먹여 살린다고 생각해왔다.

한데, 1990년대 전 세계가 무한경쟁에 들어가고, 한국에서도 글로벌 기업들이 탄생하다보니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일단 경제 영역에선 ‘국가’란 틀이 예전처럼 절대적인 것이 아니게 됐다. 수출 대기업이 돈을 벌어도, 반드시 이 돈을 국내에 투자한다는 보장이 없게 됐다. 생산비가 덜 들어가는 임금이 싼 나라에 공장을 짓고 현지민을 고용하는 것이 아주 자연스럽게 됐다. 설령 국내에 투자해도 문제가 생겼다. 워낙 무한경쟁 상태에 놓여 있다 보니 원가를 최대한 절감해야 하는데, 이 원가 절감을 하청업체에 부담시키는 경우가 늘어났다. 결국 기업들 사이에도 부익부 빈익빈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물론 대기업 측에선 할 말이 많다.

일부 하청기업에는 기술을 제공하기도 하고 이미 충분히 ‘상생관계’를 이어왔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정부 입장에선 견해가 다르다. 정권 들어와선 욕을 먹어가면서 고환율 정책을 유지하고, 이 때문에 대기업이 세계적 경쟁력을 가지게 된 것도 사실인데 국내 투자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정권 초기에 기업 프렌들리를 외쳐가며 기업하기 좋은 상황을 만들기에 진력했으면 그만큼 대기업이 투자를 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부익부빈익빈이 진행됐다고 보고 있다. 그뿐 아니라 일부 대기업은 전통적으로 중소기업이나 영세상인의 영역이었던 곳까지 진출하기 시작해서 또 다른 ‘정치적 문제’를 만들었다는 점이 정권측의 생각인 듯하다. 결국 정책과 법을 좌우할 수 있는 정부인 만큼 강제로라도 ‘트리클 다운’ 현상을 만들겠다고 하는 것이 ‘동반성장’ 정책인 셈이다.

현재 동반성장위원회가 검토 중인 것은 ‘목표초과이익공유제’란 이름이다. 대기업과 중소 협력사들이 연초에 목표이익을 설정하고 이 목표를 초과 달성하면 초과이익분을 분배하는 방식이다. 이외에 판매수입을 공유하는 제도나 순이익을 공유하는 제도 역시 검토는 되고 있다. 다만 어느 경우에나 문제는 남는다. 이익 공유를 해야 한다면, 공유하지 않아도 되는 외국에 하청을 주는 기업이 나오지 않으라는 법이 없다. 부익부 빈익빈을 막기 위해 오히려 일자리를 줄여버린다면 부작용이 너무나 크다. 물론 원론적으로는 중소기업 역시 하나의 대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여러 기업에 납품하고 시장을 다변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이런 중소기업이 몇 개나 되겠느냐는 의문도 나온다.

일반인 입장에선 어떤 것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미 주식시장에선 동반성장 얘기가 나올때마다 대기업 하청을 하고 있는 업체들의 주가가 뛰고 있다. 1차 하청업체뿐 아니라 2차 하청업체 주가도 뛰고 있다. 대기업이 진출하지 못하는 중소기업 전문 업종이 다시 지정될 경우 해당 기업 역시 일정 영역 안에서는 국내에서의 기득권을 인정받을 것이다. 하지만 정책도, 정부도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점은 기억해둬야 할 것 같다. 불과 몇 년 만에 이리로 저리로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과정을 보면,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생기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일단은 이번 이익공유제를 비롯해 여러 가지 분배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수 있는지, 이뤄진다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일러스트 : 배진성
  • 2011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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