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여 년간 경제정책에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것은 정책을 펴는 ‘환경’일 것이다. 과거에 경제정책은 그야말로 ‘기술적’인 것으로 알았는데, 최근에는 이 정책으로 인해 혜택받는 층이 어디인가를 놓고 정치적인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쉽게 말해 이게 ‘부자를 위한 정책’인가 아니면 ‘서민을 위한 정책’인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는 얘기다.">

[알기 쉬운 경제 이야기] 끝나지 않은 감세 논쟁

최근 10여 년간 경제정책에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것은 정책을 펴는 ‘환경’일 것이다. 과거에 경제정책은 그야말로 ‘기술적’인 것으로 알았는데, 최근에는 이 정책으로 인해 혜택받는 층이 어디인가를 놓고 정치적인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쉽게 말해 이게 ‘부자를 위한 정책’인가 아니면 ‘서민을 위한 정책’인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는 얘기다.
초과이익 공유제, 환율 정책 등을 둘러싸고 논쟁이 이어졌다. 그중에서도 논쟁 이름에서부터 극명하게 이런 정치적 의미가 들어 있는 것이 ‘부자 감세’ 논쟁이다. 복지와 세금문제는 충분히 알려진 얘기지만, 부자 감세와 같은 부의 배분문제가 되면 얘기는 조금 달라진다. 집권여당의 원내대표가 선출되면서 제일 먼저 들고 나온 것이 ‘감세정책 철회’였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알기 쉬울 것이다. 왜 이게 중요한 문제가 될까.

금융위기가 벌어진 지 3년이 돼간다. 3년동안 ‘더블 딥’이니 하는 우려는 있었지만 대체로 경제는 꾸준히 회복됐고, 이제는 아시아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경기를 가라앉혀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금융위기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금리를 인하하고 돈을 풀었다. 이 과정에서 재정 문제가 집중 토론대상이 됐지만, 경기가 좋아지고 글로벌 기업들이 선전해 실적이 좋아지자 세금도 많이 걷히면서 일단 재정문제를 우려하는 소리는 다소 줄어들고 있다. 대신에 그동안 돈을 풀기 위해 폈던 정책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움직임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정책금리를 꾸준히 다시 올리고 있다. 사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감세정책을 되돌리는 문제가 특별할 것도 없다. 왜 문제가 되고 있을까.

감세정책이 문제가 되는 것은 첫째, 감세정책으로 혜택을 받는 대상이 이른바 고소득층에 한정돼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감세정책이 굳이 금융위기라서 나온 것이 아니라 현 정권이 정권 출범 초기에 강조해온 전 정권과의 차별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뒤집어 말하면 현 정권과 전 정권의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다. 우선 감세정책으로 혜택을 받는 것은 이른바 ‘부자’뿐일까.

결론적으로 얘기한다면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감세정책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법인이 내는 법인세를 인하해주는 정책이고, 또 하나는 개인이 내는 소득세를 인하해주는 정책이다. 이 중 법인세를 인하해주는 정책은 세계적인 트렌드이기도 할 뿐 아니라 기업의 종사원에게도 혜택이 갈 수 있어 아주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물론 일부에서는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볼 때 낮다는 지적을 하고 있기는 하다. 법인세를 많이 내야 이 돈으로 사회복지를 증진할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그동안의 연구 결과로는 우리나라에서 법인세를 5% 포인트 감세하면 중장기적으로 투자를 2~3% 촉진하고 GDP를 0.4~1.2% 정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방향 자체는 맞는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2000~2010년 OECD 국가의 법인세 평균 인하 폭은 7% 포인트인데 우리는 6.6% 포인트다.

문제가 되는 것은 소득세 감세다.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과세표준 8800만원 이하인 경우 소득세율을 2%포인트씩 낮췄다. 그리고 내년부터는 과세표준 8800만원(연봉 1억원) 초과인 경우에 소득세를 2%포인트 더 깎아줄 예정이다. 보기만 해도 1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사람들에게만 세금을 깎아준다니 ‘부자 감세’ 소리가 나올 만하다. 여기에는 몇 가지 배경이 있다. 우선 감세하는 이유가 세금을 낼 돈으로 소비하게 해서 경기를 부양하려는 목적이라는 것이다. 생활이 쪼들리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깎아줘도 개개인에게는 그 금액이 크지 않기 때문에 체감하기 힘든 데다, 조금 세금을 줄여줘도 이 돈으로 과감하게 소비하기가 힘들 것이라는 판단이 있는 것이다. 부자들에게 감세를 해줘야 여유 있는 돈으로 소비를 할 것이고, 이 돈이 돌아 경기를 부양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실제로 ‘서민’에게는 세금을 깎아주려 해도 이미 깎아줄 세금이 없다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2009년의 경우 전체 근로소득자가 1429만 명인데, 이 중 세금을 한 푼도 내지않는 면세자가 40.2%인 575만 명이다. 절반에 가까운 사람이 세금을 안 낸다는 것이므로 깎아줘도 혜택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소득 상위 10%(평균 연봉 9778만원)가 전체 소득세의 68.1%를, 상위 20%가 84.7%를 부담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내는 종합소득세의 경우 2009년 현재 소득 상위 10%가 전체 종합소득세의 85.5%를 내고 있다.

이렇게 ‘모두가 내는 세금’이 아니라 ‘잘사는 사람’만 내는 것이 소득세인 만큼 소득세를 높이거나 낮추는 문제가 부자들의 문제인 것은 어쩌면 맞는 얘기다. 이 때문에 정치문제가 될 여지도 많다. 세금을 증세한다는 얘기는 바꿔말하면 상위 10%나 20%에서 돈을 더 걷어서 나머지 80%에 나눠준다는 얘기가 되고, 반대로 세금을 줄인다는 것은 하위 80%에 돌아갈 수 있는 돈이 상위층에 그대로 남는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사실 상위 10~20%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감세로 인해 소비나 투자를 늘려서 이 돈이 돌고 돈다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세금으로 깎아준 돈을 전부 소비나 투자에 쓰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차라리 세금을 걷어서 정부가 나눠주는 게 낫다는 시각이 나오는 것이다. ‘정치’의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80%의 표가 더 소중한 게 당연한 이치다.

물론 정통적인 경제학의 시각에서는 정부가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현재 어느 분야에 돈을 써야 가장 효율적인지를 민간(시장)보다 잘 알기는 어렵다고 한다. 특히 돈을 쓸 수 있는 권력이 정부에 집중되면 부패가 생겨나기 때문에 감세를 통해서 시장에 맡기는 게 낫다고 주장한다. 이런 감세논쟁은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게 아니라 미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감세 효과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 지금에 와서는 여러 가지 논란이 있지만 1980년대 ‘레이거노믹스’란 감세정책으로 재정을 다시 세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부자 감세’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해오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결국 작년에 ‘부자 감세’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타협한 상태다.

사실 감세와 작은 정부, 경쟁 위주의 경제정책(신자유주의정책)은 ‘한 세트’로 붙어 다니고. 반대로 증세와 큰 정부, 분배 위주의 경제정책 역시 한 세트로 붙어 다니기 때문에 감세 논쟁은 이번 정부와 전 정부의 경제철학의 문제이기도 했다. 다만 여권에서 스스로 감세정책 철회라는 카드가 나오는 것은 금융위기 이후 양극화가 극도로 진행되면서 경쟁 위주 정책에 대해 곳곳에서 피로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고, 이것이 선거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대단히 현실적인 문제의식 때문으로 보인다.

일반인 입장에서는 어떻게 되나. 10%나 20%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감세가 특별한 의미가 없다. 다만 지속적으로 양극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데다 ‘부자’ ‘빈자’를 따지는 생각의 틀이 완전히 자리를 잡은 만큼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여러 가지 정책이 복지위주로 갈 가능성은 커졌다는 점은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러스트 : 배진성
  • 2011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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