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들어 세계경제는 IT버블 붕괴 등으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안정적인 성장을 구가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전 세계를 휩쓴 금융위기로 골디락스 경제를 이끈 세계경제 패러다임의 구조적 모순이 드러나고 말았다. 미국의 과잉소비와 이에 기댄 신흥국 등의 수출 확대는 지속불가능한 수준의 글로벌 불균형을 초래했고, 시장의 자율조정기능에 대한 신뢰에 근거한 금융규제 완화와 정보처리 및 통신기술 발전 등에 힘입은 금융혁신은 금융부문의 과도한 팽창과 자산가격 버블을 야기함으로써 결국 금융위기로 이어진 것이다.">

[핫 이슈]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 질서의 변화

21세기 들어 세계경제는 IT버블 붕괴 등으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안정적인 성장을 구가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전 세계를 휩쓴 금융위기로 골디락스 경제를 이끈 세계경제 패러다임의 구조적 모순이 드러나고 말았다. 미국의 과잉소비와 이에 기댄 신흥국 등의 수출 확대는 지속불가능한 수준의 글로벌 불균형을 초래했고, 시장의 자율조정기능에 대한 신뢰에 근거한 금융규제 완화와 정보처리 및 통신기술 발전 등에 힘입은 금융혁신은 금융부문의 과도한 팽창과 자산가격 버블을 야기함으로써 결국 금융위기로 이어진 것이다.
금융위기는 세계경제 질서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금융위기의 충격이 경제적 힘의 균형을 변화시키고 있을 뿐 아니라, 금융위기 재발을 막고 지속가능한 성장모델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세계경제 질서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경제 질서는 개별 국가 또는 여러 국가가 당면한 경제문제를 처리하는 방식을 규정하거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힘을 총칭하는 체계로 정의할 수 있다. 본고에서는 세계경제 질서의 변화를 경제지형, 산업 패러다임, 통상질서, 금융구조, 그리고 글로벌 거버넌스의 5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1. 경제지형의 변화

선진국의 저성장과 신흥경제권의 지속 성장으로 경제지형이 변할 것이다. 금융위기 이전까지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민간 수요가 세계경제를 견인했으나, 위기 이후에는 선진경제권과 신흥경제권의 회복 속도와 강도에 격차가 발생하면서 신흥경제권이 세계경제 회복을 견인하는 구도로 변화하고 있으며, 질적 측면에서도 신흥경제권의 역할과 위상이 크게 제고되었다. 앞으로도 선진경제권은 금융위기의 충격이 장기화되면서 일정 기간의 저성장이 지속된 이후 생산성 향상을 통한 완만한 성장회복이 기대되는 반면, 신흥경제권은 성장모델의 점진적 변화를 통해 지속성장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향후 10년간 G20 국가들은 연평균 3.7% 성장하는 가운데 G20 내 신흥 11개국은 연평균 6.8%의 고성장을 실현하여 2033년에 신흥 11개국이 선진 8개국을 추월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과 인도가 신흥경제권의 고성장을 주도하면서 2030년 이후 중국과 인도가 세계 1, 3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2. 글로벌 불균형과 新통상질서

글로벌 불균형은 선진국과 신흥국 등을 망라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불균형을 빨리 해소하기 위해서는 선진국과 신흥국, 흑자국과 적자국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불균형의 핵심 당사자인 미국의 소비 감소와 중국 등 신흥국의 내수 확대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금융위기 이후 조정이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양국의 경제사정으로 빠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우며, 미국이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위안화의 대폭적인 평가절상도 쉽지 않다. 결국 글로벌 불균형 완화 조건은 대부분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겠지만 강도와 속도는 불균형을 일시에 해소하기에는 불충분할 전망이다. 환율은 단기적으로 선진국과 신흥국, 흑자국과 적자국 모두에게 민감한 문제로서 급격한 조정이 어려워 갈등의 소지로 작용할 것이다. 또한 보호무역이 강화되고 위기 이후 선진국과 신흥국의 성장 차별화 등은 DDA 등 다자간 협상의 타결을 더욱 어렵게 하여 다자주의 체제가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각국별 또는 지역별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이 진행됨으로써 지역주의 흐름이 강화되면서 역내 교역이 증가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통상질서는 미주, 유럽, 아시아로 이루어진 3극체제(Tripolar system)가 될 전망이다.


3. 글로벌 금융질서

금융위기 이전의 글로벌 금융질서는 달러화 기축통화체제를 근간으로 한 것이었다. 위기 이후 달러화 기축통화체제에 대한 비판과 비관적 전망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지만 달러화 기축통화체제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다. 우선 유로, 위안, SDR 등은 상당 기간 경제규모와 성숙한 금융시장 등 기축통화로서 갖추어야 할 요건을 구비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미국뿐 아니라 대미수출에 크게 의존해온 미국 이외의 국가들도 달러화 기축통화체제로부터 향유하는 이익을 쉽게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달러화 가치는 공급확대, 위상 약화 등으로 2002년 이후의 약세기조를 이어가겠지만 급락은 억제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달러화 우위 속에 기축통화의 다극화가 진전될 것이다. 한편 금융위기로 인한 부실과 규제강화 등으로 선진국 금융기관의 체력은 약화되는 반면, 중국 등 신흥국 금융기관은 경제의 지속성장을 바탕으로 영향력을 확대해나갈 것이다. 선진국은 금융시스템의 인프라를 기반으로 금융부문에서의 경쟁력 우위를 유지하겠지만, 신흥국과의 격차는 축소될 전망이다.


4. 산업 패러다임 변화

금융위기는 시장·정부·산업의 3대 축을 중심으로 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가속화하는 촉매로 작용하고 있다. 신흥시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고, 주요국 정부는 신산업 육성 등 자국의 미래를 위한 산업정책을 강화하고 있으며, 기업과 산업의 글로벌 경쟁구도도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산업 패러다임은 신흥국 중산층의 중간시장이 부상하는 ‘Middle의 시대’, 자국 경제, 산업,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직접적인 무역보호주의뿐 아니라 기술, 환경, 자원 등 다양한 형태의 보호주의가 등장하는 ‘新보호주의 시대’, 산업과 기술의 영역이 사라지면서 異업종간 연합으로 新상품, 新산업이 등장하고 국경을 초월한 협력이 요구되는 ‘대융합의 시대’로 이행할 것이다.


5. 글로벌 거버넌스의 변화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거버넌스의 변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 등 선진국이 주요 국제기구를 통해 자국의 이해를 관철해 왔지만, 중국 등 신흥경제권이 빠른 성장을 지속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데 반해 미국 등 서방 선진국의 경제적·정치적 위상은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군사대국이지만 경제가 취약했던 구 소련과 경제적 거인이었지만 군사 외교문제에서 방관자였던 일본과 달리 군사적·경제적으로 독립적인 중국의 부상은 새로운 글로벌 거버넌스의 모색을 불가피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간 다양한 경제적·정치적 이해관계들은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이므로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일방적으로 관철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며, 이에 따라 다자주의와 정책공조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이다. 다만 중국은 현재 기존의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국제질서의 보완에 협력하고 있기 때문에 다극체제 하에서도 미국의 주도권은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새로운 세계경제 질서의 변화 방향과 대응

위기 이후 세계경제는 헤게모니와 정부 역할, 국제협력 양상의 변화와 함께 보다 분산되고 갈등이 증가할 것이다. 통상의 지역주의가 강화되고, 금융은 선진국과 신흥국의 격차가 축소되는 등 미국의 헤게모니가 약화되어 힘의 분포는 일극구조에서 다극구조로 이행하면서 리더십의 분산이 불가피하다. G20정상회의 체제의 출범은 세계경제의 헤게모니가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리더십의 분산으로 국가 간 관계는 공동의 이익을 위한 협력보다 자국 이익을 앞세운 갈등이 증가할 것이다. 선진국과 신흥국의 세력격차 축소 등으로 패권국가의 압도적 우위가 사라짐에 따라 개별 국가 간의 갈등이 표면화될 가능성이 높고, 국내 경제를 중시하는 정부의 역할이 확대되는 것도 국가 간 갈등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세계경제 질서의 변화는 위협이 되기도 하지만, 새로운 ‘기회의 창’을 형성하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는 선진국과 신흥국을 잇는 가교국가(Bridge Country)를 지향하는 한편, 동아시아 국가 간 경제협력을 강화함으로써 동아시아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고 이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을 확대하는 등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또 경제지형의 변화를 반영해 현재의 글로벌생산네트워크(GPN)를 재검토하고 신흥국의 성장을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는 한편, 금융시스템의 선진화 등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선진국의 일원으로서 국제기구에서 발언권을 강화하고 다양한 국제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지역 차원의 글로벌 거버넌스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

일러스트 : 배진성
  • 2011년 06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독자팀)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