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종류의 재화를 생산하고 소비한다. 어떤 재화는 자연에서 얻어지고 계속 재생이 가능한 반면, 다른 재화는 인위적으로 생산해야 하고 반복적인 재생산이 되지 않는 것도 있다. 이러한 재화 가운데 인류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두 가지 재화를 꼽는다면 바로 식량과 에너지일 것이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종류의 재화를 생산하고 소비한다. 어떤 재화는 자연에서 얻어지고 계속 재생이 가능한 반면, 다른 재화는 인위적으로 생산해야 하고 반복적인 재생산이 되지 않는 것도 있다. 이러한 재화 가운데 인류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두 가지 재화를 꼽는다면 바로 식량과 에너지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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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이슈] 글로벌 식량위기와 한국의 식량안보

인간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종류의 재화를 생산하고 소비한다. 어떤 재화는 자연에서 얻어지고 계속 재생이 가능한 반면, 다른 재화는 인위적으로 생산해야 하고 반복적인 재생산이 되지 않는 것도 있다. 이러한 재화 가운데 인류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두 가지 재화를 꼽는다면 바로 식량과 에너지일 것이다.
예부터 인류는 식량과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이웃 나라와 전쟁을 일으키거나 식민지를 만드는 등 국민과 국가의 존속을 위해 치열한 싸움을 해왔다. 15세기부터 유럽의 해운 강국이었던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세계를 항해하며 재화를 획득했고, 아메리카 신대륙에 식민지를 건설했다. 이후 19세기 후반에는 영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 강대국들에 의해 아프리카에 수많은 식민지가 만들어졌다. 이러한 식민지 건설과 전쟁은 바로 에너지와 식량이라는 인위적으로 생산할 수 없는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식량과 에너지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수요는 일반적으로 인구와 소득의 증가에 따라 동시에 증가하는 반면, 공급은 기상조건, 환경, 정치적인 변수 등의 요인에 따라 증가와 감소를 반복한다. 2010년 후반부터 최근까지 지속되고 있는 식량과 에너지 가격의 급등은 바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인해 발생한 현상이다. 식량과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초래된 물가상승은 세계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고물가 상황은 특히 저소득층에게 커다란 고통이 되어 정부에 대한 시위와 항의로 표출되고 있으며, 심할 경우 경제위기를 뛰어넘어 정치적인 위기로까지 확산되는 형국이다.

일반적으로 식량은 에너지에 비해 풍족하며 늘 원하는 때에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식량의 중요성이나 가치는 에너지보다 그렇게 높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세계적으로 식량가격이 급등하고 생산량이 감소하는 현상이 자주 발생하면서 더 이상 식량은 언제든지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위기감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식량은 에너지와 달리 자연에서 재생산할 수 있지만 기상환경이나 생태계의 변화에 따라 생산량의 변동이 매우 심하므로 예기치 못한 식량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늘 존재한다. 근래 식량가격이 상승하면서 자국의 식량안보를 위해 주요국들이 식량에 대한 보호무역주의 행태를 강화함에 따라 식량가격을 더욱 상승시키고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상황이다. FAO 식량가격지수는 곡물가격의 상승으로 인해 8개월 연속 상승하여 2011년 2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세계 각국은 안전한 식량의 안정적인 확보와 공급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임을 인식하고 식량안보 확립을 위해 노력 중이다.

식량가격의 상승은 기상이변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와 작황 부진, 그리고 주요 곡물 수출국의 수출제한 조치가 가장 큰 원인이다. 2010년 여름에는 지구 북반구에 위치한 곡물 생산국인 캐나다·중국·러시아 등지에서 가뭄·홍수가 발생했으며, 겨울에는 남반구에 저수온 현상인 라니냐가 발생해서 곡물 생산에 차질이 생겼다. 2010/2011 곡물연도의 전 세계 주요 곡물 생산량은 전년에 비해 2.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곡물의 양은 생산량에 비해 상당히 작기 때문에 세계 곡물 생산량의 미세한 감소가 국제 곡물가격에 미치는 파장은 상당히 크다.

밀과 옥수수의 주요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곡물 수출을 제한하여 국제 곡물시장에 커다란 충격을 더했다. 또한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바이오연료 수요가 증가하여 옥수수·대두와 같은 곡물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2010년 미국에서 생산한 옥수수의 35%가 에탄올 생산에 투입되었으며, 이는 2006년의 19%보다 크게 증가한 상황이다. 식량에 대한 수요와 공급 이외의 금융 요인에 의해서도 가격 상승이 초래된다. 최근 풍부해진 미국 달러의 유동성은 투기자금의 곡물선물시장 유입을 촉진해 선물가격을 상승시키고 있다. 곡물 현물 가격도 선물시장의 영향을 받아 동반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카고 상업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옥수수·밀·대두와 같은 곡물 선물에 대한 투기성 순매수 포지션이 2011년 2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즉 수많은 투기 거래자들은 향후 곡물가격의 상승을 예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곡물 수급의 불균형과 식량의 투기상품화 현상으로 인한 가격상승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식량자급도를 유지하고 있는데, 국민이 소비하는 식량과 가축 사육에 필요한 사료곡물 가운데 4분의 3을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에서 1년에 소비하는 곡물은 약 1900만t인데, 이 중 500만t 정도는 국내 생산을 하고, 나머지는 모두 수입한다. 한국이 자급하는 쌀을 제외한다면 옥수수·밀·대두는 거의 전량 수입하는 실정이다. 반면 미국·캐나다·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100% 이상 자급률을 달성해서 식량위기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국제 식량시장의 수요·공급·교역의 측면에서 바라본 한국의 식량안보 상황은 매우 열악하며 향후 계속해서 악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국 정부는 최근까지도 곡물자급률과 같은 양적 목표를 충족하는 노력을 기울였으나, 식량자급도는 농업의 국제경쟁력 저하와 확대되는 식량시장 개방으로 인해 하락하고 있다. 쌀의 안정적인 생산을 기반으로 하는 식량안보 개념으로는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소득·교육 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건강, 환경,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어 식량공급의 안정성만이 아니라 안전성에 대한 관심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따라서 앞으로의 식량안보 문제는 식량의 안정적 공급만이 아니라 건강과 환경에 대한 안전성까지 고려하는 종합적 접근이 요구된다. 일반적으로 식량공급의 안정성과 안전성은 상충관계를 나타내는 경향이 있으므로, 양자를 모두 개선할 수 있는 최적의 정책조합을 제시하는 것이 21세기 식량정책의 최우선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서는 식량의 양적인 확보뿐만 아니라 국내 식량공급능력의 체질, 수입안정성, 친환경 및 식품안전성 등과 같은 질적인 측면을 고려한 식량안보지수를 개발하였다. SERI 식량안보지수는 2006년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해 2008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식량공급의 안정성과 안전성 모두 악화되었는데, 특히 안전성 분야가 더 취약한 상황으로 분석되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식량자급도 향상과 같은 양적인 목표 달성에 경주한다면 안정적인 공급능력뿐만 아니라 환경오염, 국민의 건강 및 수입안정성과 같은 질적인 측면도 더욱 악화될 우려가 있다.

이에 한국의 식량안보 수준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식량공급의 안정성과 식량의 안전성을 모두 제고할 수 있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식량공급의 안정성은 식량의 국내 생산능력을 강화하고 체질을 개선하는 동시에 해외 식량기지 확보와 식량 수입방식을 개선하여 해외로부터의 수입능력을 제고해야 달성될 수 있다. 불안한 수입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2010년 말 구성된 농수산물유통공사와 민간업체 간의 컨소시엄은 해외 식량기지를 건설하고 수입 유통시설을 확보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환경에 대한 식량의 안전성은 토지, 물, 생태계에 친화적인 방식으로 식량을 생산하고 자연자원에 대한 관리를 체계화해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달성해야 한다. 또한 안전한 식량을 공급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식량 검사, 관리제도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가 식량안보를 종합적으로 제고하는 방안의 하나로 온 국민에게 양질의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THE Food(Tasty, Healthy, Environ-ment-friendly Food) 프로젝트의 실시를 제안한다. THE Food는 맛있고 몸에 좋으며 환경친화적인 식량을 의미한다. 식량의 생산·유통·소비에 이르는 식량체인의 효율적 선진화를 통해 양질의 식량공급체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자연자원에 대한 가치를 제고하자는 취지다. THE Food 프로젝트는 식량 관련 산업을 육성해 주변 산업의 부가가치와 고용을 창출함으로써 식량산업의 자생력을 증대하고 한국의 식량안보 수준을 향상할 것으로 기대한다. 식량은 더 이상 언제나 구할 수 있는 풍족한 재화가 아니다. 특히 식량의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식량안보를 확립해서 국민들에서 양질의 식량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국가적 과제다.

일러스트 : 배진성
  • 2011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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