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기간 동안 가장 관심을 모았던 것은 각국의 환율전쟁이었지만, 예상외로 부상한 또 하나의 테마가 있다. 이미 지나간 바람인 줄 알았는데, 다시 떠오른 주제가 바로 FTA다. 몇 년째 비준이 미뤄지고 있는 한국과 미국의 FTA는 추가협상이 결렬되면서 한국에서 ‘전리품’을 얻고자 했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어깨를 처지게 했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서는 간 나오토 총리가 일종의 지역 FTA 성격을 가진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협상 참가를 선언했다. 이 문제가 일본의 관심사가 되고 아사히신문이 이명박 대통령과 인터뷰하면서 여기에 대해 질문했고, 이 대통령은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알기 쉬운 경제 이야기] 또다시 떠오른 FTA(자유무역협정)와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G20 기간 동안 가장 관심을 모았던 것은 각국의 환율전쟁이었지만, 예상외로 부상한 또 하나의 테마가 있다. 이미 지나간 바람인 줄 알았는데, 다시 떠오른 주제가 바로 FTA다. 몇 년째 비준이 미뤄지고 있는 한국과 미국의 FTA는 추가협상이 결렬되면서 한국에서 ‘전리품’을 얻고자 했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어깨를 처지게 했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서는 간 나오토 총리가 일종의 지역 FTA 성격을 가진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협상 참가를 선언했다. 이 문제가 일본의 관심사가 되고 아사히신문이 이명박 대통령과 인터뷰하면서 여기에 대해 질문했고, 이 대통령은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문제가 왜 갑자기 이렇게 다시 떠올랐을까. 일단은 G20을 맞아 여러 가지 경제문제를 해결하고 넘어가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오랫동안 미해결로 남아 있는 한-미 FTA를 해결하려는 양국의 의지가 있었다. 그러나 이보다도 중요한 것은 금융위기 이후 각국에 FTA가 아주 필요하게 돼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의 질서는 결국 불황을 어느 누가 잘 헤쳐나갈 수 있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불황 탈출을 위해서는 결국 돈을 풀어야 하는데, 각국 재정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에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일단은 수출이라도 많이 해서 경상수지 흑자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이번 문제의 근원은 미국과 다른 나라의 무역 불균형 문제가 얽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때문에 전 세계가 보호무역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G20에서는 환율과 관련된 세계적인 합의가 기대됐지만 결국 첨예한 대립 끝에 문제를 다음 회의로 연기하는 데 그쳤다. 환율이 문제가 된 것은 각국이 서로 수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인데, 이게 불가능하다면 그다음에 나올것은 ‘보호무역’이다. 상대국의 물품에 대해 관세를 붙여 인위적으로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이 보호무역을 피하자는 것이 바로 FTA와 같은 무역협정이다. 우려대로 전 세계가 보호무역으로 자국 산업보호에 나선다면 FTA를 통해 관세를 면제받는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의 차이는 엄청나게 커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 각국 간 FTA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의 경우 FTA 체결은 생사의 문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FTA 자체도 몇 년 전부터 나오던 단순한 FTA와는 달리 여러 가지 대안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에 제기된 TPP처럼 아시아 지역을 무대로 한 협정도 나오고 있고, 각국의 자세도 달라지고 있는데, FTA 바람을 몰고 있는 나라는 다름 아닌 우리나라라고 보면 된다.

FTA란 ‘Free Trade Agreement’ 즉, ‘자유무역협정’의 준말이다. 쉽게 말해 두 나라 사이에 물건이 오갈 때 붙는 관세를 없애기로 하는게 자유무역협정이다. 원래 관세를 없애기 위한 협정은 WTO(World Trade Organization)에서 주도해 논의하고 있지만, 전 세계가 다 참가하는 모임이다 보니 워낙 여러 나라의 이해관계가 얽혀 결론을 내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몇몇 나라들끼리 서로 관세를 없애는 협정을 맺고 있는데, 이게 바로 FTA다.

FTA는 보통 관세를 비롯해 무역에 장애가 되는 요건을 철폐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이와는 다른 형태로 좀더 광범위한 협정이 만들어지는데, 이게 경제동반자협정(EPA)이다. EPA는 FTA의 내용을 포함하면서 무역뿐 아니라 경제제도에서의 협력, 근로자의 출입 등 좀더 다양한 요소가 들어가는 협정이다.

보통 EPA가 더 광범위한 협정이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FTA’라고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EPA건 FTA건 양국 간 협상 결과에 따라 그 내용은 천차만별일 수 있기 때문에 꼭 한쪽이 더 많은 개방이 필요하다고 일괄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다. 다만 EPA의 경우 양국의 인증이나 표준을 맞추는 등 이른바 실질적인 무역 장벽을 없애주는 효과가 있다. 게다가 이른바 선진국의 경우, 이 과정에서 자기 표준에 상대방 국가를 자연스럽게 맞춰가는 경우가 많아 그 효과는 크다.


TPP 참가를 검토하고 있는 일본

그럼 이번에 나온 TPP는 뭘까. TPP(Trans-Pacific Partnership 혹은 Trans-Pacific Strategic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정도로 번역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EPA를 ‘환태평양’ 국가들 차원에서 하자는 것이다. 원래는 2006년에 싱가포르·칠레·브루나이·뉴질랜드가 맺은 협정이다. 기본적으로 2015년까지 전 품목에 대한 관세를 원칙적으로 철폐하는 내용이다. 한데 처음에 4개국이 맺은 협정에 대해, 그 이후 호주·페루·미국·베트남이 참가 의사를 밝히면서 판이 커졌다. 이후엔 캐나다와 콜롬비아도 참가의사를 밝혔는데, 캐나다와 베트남은 가입 여부가 확실치 않다. 이 협정엔 특히 미국이 가입한 것이 눈에 띈다. 미국은 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잃지 않기 위해 이른바 ‘환태평양’ 명분을 가지고 아시아 국가들이 많이 참가하는 공동체에는 대부분 동참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조약에도 역시 가입해 있다.

이 조약이 더욱 더 조명을 받게 된 것은 앞서도 설명했듯이 일본이 참가를 타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일본이 참가할 경우 미국이나 호주 등 우리가 FTA를 체결했거나(아직 발효되지 않았지만) FTA 체결을 추진 중인 나라와 단번에 이를 체결하는 효과가 난다.

원래 일본은 미국과의 FTA 체결을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 일본 입장에선 일단 자신보다 작은 한국 등과 한 다음 차츰차츰 더 큰 경제권으로 나간다는 입장이라고 일본 관리들은 얘기한다. 그러나 최근 한국이 EU와 FTA를 체결하는 것을 보고 입장이 달라졌다고 한다. 특히 이번 위기로 유럽 쪽 경기가 좋지 않자 더욱 더 수출에서 가격경쟁력이 중요해졌는데, 엔화 강세까지 겹치자 도박을 하는 쪽으로 기울었다는 것이다. 만약 일본이 조약에 들어간다면, 우리에 뒤졌던 FTA를 단번에 만회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제대로 될지는 의문의 목소리가 많다. 일본은 그동안에도 농업개방 문제 등 때문에 거의 FTA를 하지 못했다. 또 고비용 국가인 일본의 경우 관세 철폐가 곧 국내 산업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어 FTA를 할 때도 그 내용은 정말로 조심스럽게 많은 제한을 뒀었기 때문이다. TPP의 경우 아예 완전 철폐를 기본으로 하는데 일본이 과연 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는 목소리도 많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의 경우 일단 TPP가 완전히 합의를 이룰지 다소 의문을 가지고 있고, 조약에 참여한 대부분의 나라와 FTA를 추진하고 있어 실효성에도 다소 의문은 있다. 다만, 일단 ‘참가 검토’를 한 상황이기는 하다. 미국과의 FTA가 자동차와 쇠고기 문제로 일단 연기되기는 했지만, 긴 시각에서 보면 결국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도 다른 나라와의 FTA 체결은 많을 것이다. 개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국경을 넘는 무한 경쟁을 이끌어내는 FTA는 한편 기회가 되지만, 좀더 힘든 삶으로 이어지기도 할 전망이다. 물론 경쟁력이 부족한 분야에서는 산업 전체의 구조조정이 좀더 빨리 일어날 것이다.

일러스트 : 배진성
  • 2011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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