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이니 G8이니 하는 소리가 나올 때만 해도 정말 남의 일인 줄 알았다. G는 원래 ‘Group(모임)’의 준말이었지만, 우스갯소리로 ‘Great(강대국)’의 준말이라고도 했다. 실제로 ‘서방 선진7개국’이라고 번역할 때도 있었다. 하여간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들이 모여서 세계경제를 맘대로 주무르는 회의라고 생각하면 됐는데, 이른바 ‘세계의 변방’이었던 우리나라에 그건 정말 ‘외신’ 뉴스일 뿐이었다. 그런데 어느 사이엔가 G20이 되더니, 우리나라가 그 의장국이라고 한다. 사실 7개국, 8개국이면 뭔가 프리미엄 냄새가 나기도 하지만 20개국이나 된다니 좀 헤픈 것 같기도 하고, 과연 무슨 의미일까?">

[알기 쉬운 경제 이야기]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G7이니 G8이니 하는 소리가 나올 때만 해도 정말 남의 일인 줄 알았다. G는 원래 ‘Group(모임)’의 준말이었지만, 우스갯소리로 ‘Great(강대국)’의 준말이라고도 했다. 실제로 ‘서방 선진7개국’이라고 번역할 때도 있었다. 하여간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들이 모여서 세계경제를 맘대로 주무르는 회의라고 생각하면 됐는데, 이른바 ‘세계의 변방’이었던 우리나라에 그건 정말 ‘외신’ 뉴스일 뿐이었다. 그런데 어느 사이엔가 G20이 되더니, 우리나라가 그 의장국이라고 한다. 사실 7개국, 8개국이면 뭔가 프리미엄 냄새가 나기도 하지만 20개국이나 된다니 좀 헤픈 것 같기도 하고, 과연 무슨 의미일까?
우선 G20이 어떤 나라들인지 좀 챙겨보자. 현재 G20은 예전부터 내려오던 G7 국가와 각 지역 대표 국가들로 나뉘어 있다. 예전의 G7 국가인 미국·일본·영국·프랑스·독일·캐나다·이탈리아에 아시아 대표 한국·중국·인도·인도네시아 4개국, 중남미 대표인 아르헨티나·브라질·멕시코 3개국, 유럽 등 대표인 러시아·터키·호주·EU의장국(현재 스페인) 4개국, 아프리카·중동 대표 남아공과 사우디아라비아 20개국이다.

원래 이런 ‘잘나가는 나라들’의 회담이 처음 출범한 것은 오일 쇼크가 세계를 휩쓸던 1970년대 초반이다. 1973년 미국·프랑스·영국·독일·일본 5개국이 조지 슐츠 당시 미국 재무장관의 제안으로 국제통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재무장관 회의를 연 것인데, 이후 이 5개국의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실제로는 당시 자본주의 5대 열강국이었기 때문에 실질적인 세계정상회의의 성격을 띠고 있었고, 이들 5개국의 결정이면 대체로 세계경제가 그대로 흘러갈 수 있었다. 이 회의는 이후 이탈리아(1975)와 캐나다(1976)가 참여하며 G7으로, 자본주의로 변신한 러시아가 참여하며 G8(1997)로 점점 좌석 수를 늘려왔다.

G20의 모태가 된 것은 1999년에 열린 G7 재무장관회의에서 G8에 한국·중국·인도·인도네시아·오스트레일리아·브라질·멕시코·아르헨티나·남아프리카공화국·사우디아라비아·터키·스웨덴을 끼워 G20 재무장관회의를 연 것이었다. 당시는 1998년에 우리가 IMF 쇼크를 겪었듯이 아시아 통화위기를 겪은 이후 국제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만든 회의였다.

엄밀하게 말하면 G20은 선진국의 잔치에 신흥국가들이 얼굴을 내밀 수 있도록 배려하는 정도의 자리였다. 아시아 통화위기 직후란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당시 세계경제에 물의를 일으켰던 나라들이 들어갔기 때문에 발언권보다는 선진국의 협력을 받는 정도의 위치였다.

그런데 2008년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세계경제에 문제를 발생시킨 것이 다름 아닌 G8 국가들이었다. 이들 국가들이 만들어 판 파생상품과 자본이 세계경제의 민폐로 등장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신흥국들의 힘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현재 G8 국가 중 자국의 성장 스피드를 조절할 만한 여유가 있는 나라는 없다. 쉽게 말해 자기 나라 챙기기만도 급급하다는 얘기다. 이전에는 세계 최대의 시장인 미국이 경기를 조절해나가면 대부분의 나라들이 이에 맞춰나가는 형식이었는데, 금융위기 이후는 미국조차 이 역할을 맞추기가 힘들어졌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구미 경제학자들은 위기가 112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생각했다.


한국은 세계금융 안전망이 주된 관심

그러나 특히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생각보다 빨리 이런 위기가 극복되고 있는데,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중국의 경제회복이다. 중국이 지속적인 성장을 했기에 한국처럼 중국에 수출하는 나라들의 수출 경기가 빨리 살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G8 바깥에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일단은 중국을 포함한 틀을 만들 필요가 생겼다. 게다가 오랫동안 소비국가로 굳어진 유럽 국가들이라 외환보유액 역시 일본을 제외하면 대부분 G20 국가들이 가지고 있다.

쉽게 말해 G8 국가들이 단합해도 외환을 가진 한국이나 중국이 별개의 움직임을 보일 경우 이에 대응하기 힘들어졌다는 얘기다. 현실적으로 한때는 세계 경제규모의 80%까지 차지했던 G7이지만 현재는 50% 수준으로 떨어졌다. G20이 되면 다시 전 세계경제의 85%가 회의장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게다가 미국 1극 체제에 불만을 품은 나라들의 움직임, 중국 한 나라만 넣기보다는 여러 나라를 넣는 것이 서로간의 견제에 좋다는 판단 등 수많은 정치적 요소가 고려된 끝에 G8을 G20 체제로 대체하게 됐다. 지금까지 ‘친목’ 수준이던 G20을 실질적인 역할을 하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어차피 돌아가는 의장국이기는 하지만, G20이 본격적으로 G8을 대체하는 시점에서 한국이 의장국이 된 것은 가벼운 의미는 아니다. 중국이나 다른 자원 위주의 신흥국가와 비교하면 역시 기존 G7국가들과 상대적으로 가깝고 비슷한 이익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있었고, 무엇보다 세계경제적으로 보면 그 성공사례가 가히 ‘모범생’이라고 할 만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2차대전 후의 신생독립국으로 독립 시 경제 기반이 전혀 없다시피 했고, 설상가상으로 엄청난 전쟁을 겪은 데다 자원마저 없는 나라다. 그러나 한국은 ‘주변 국가는 결코 중심국으로 오를 수 없다’는 당시의 모든 경제이론을 뒤엎어버리고 G20으로 입성했는데, 말 그대로 전 세계의 국가들에게 (저런 나라도 성공할 정도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상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G20이 얼마나 실효적인 회의가 될지, 말뿐이 아니라 실제로 G8 강대국이 나머지 국가들의 주도권을 인정할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세계의 의제에 대해서 발언할 수 있는 위치가 된 것은 확실하고 그것을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G20의 ‘본체’라고 할 수 있는 20개국 정상회담은 11월 11일부터 이틀간 열리지만, 사실 G20은 이미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지난 9월 초 광주에서 재무차관·중앙은행 부총재회의가 열렸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에너지를 주제로 소규모 워크숍이 열렸다. 10월 초에는 미국 워싱턴에서 IMF와 세계은행의 연차총회와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가 한자리에서 열린다. 10월 하순에는 경북 경주에서 재무차관·중앙은행 부총재 회의와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잇따라 열린다. 이런 회의들에서 마지막 정상회담을 위한 의제가 조정되고 사실상 그 결과도 대부분 나온다.

현재로선 균형발전 협력체계, 금융규제개혁, IMF 등 기구개편과 세계금융 안정망, 개발과 에너지 등이 의제가 될 전망이다. 한국이 주도적으로 발제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는 세계금융 안정망이다. 한국은 IMF 쇼크 이후 내실을 다져 뛰어난 기초체력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세계 금융위기가 오자 또다시 흔들렸다. 실질적으로 선진국보다 건강한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는 나라가 선진국 그룹에 끼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위기를 겪게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위기전염 방지장치’를 만들 예정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유동성 지원체제로 현행처럼 특정 국가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나타났듯이 위기가 동시에 여러 국가의 시스템 리스크를 일으키는 것에 대비하고자 글로벌 차원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이 분야는 ‘코리아 이니셔티브’라고 불린다.

또 ‘강하고 지속가능하며 균형 잡힌 성장을 위한 협력체계(프레임워크)’는 지금까지 선진국과 신흥국으로만 뭉뚱그려 나눈 채 논의가 이뤄졌지만 서울 회의에서는 개별국가 차원의 실질적인 대안들이 제시될 계획이다.

일러스트 : 배진성
  • 2010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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