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중국은 위안화 환율 체계를 바꿨다. 실제 가치와 관계없이 위안화를 달러화에 고정시키는 ‘페그제’에서 정부가 당시 시세에 따라 환율을 조금씩 조정해주는 ‘관리변동 환율제’로 움직였다고 언론은 얘기하는데, 사실 중국은 지금까지 ‘페그제’를 했다고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식적으로는 ‘환율의 변동성을 확대한 것’으로 돼 있다. 7월 들어서는 미국이 환율조작국을 지정하면서 중국을 빼놓았다. 오랫동안 미국은 중국에게 위안화 환율 절상을 요청해왔고, 때로는 외교적으로 상상하기 힘든 험한 말까지 오갔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싱거운 결말이다.">

[알기 쉬운 경제 이야기] 환율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샅바 싸움

지난 6월, 중국은 위안화 환율 체계를 바꿨다. 실제 가치와 관계없이 위안화를 달러화에 고정시키는 ‘페그제’에서 정부가 당시 시세에 따라 환율을 조금씩 조정해주는 ‘관리변동 환율제’로 움직였다고 언론은 얘기하는데, 사실 중국은 지금까지 ‘페그제’를 했다고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식적으로는 ‘환율의 변동성을 확대한 것’으로 돼 있다. 7월 들어서는 미국이 환율조작국을 지정하면서 중국을 빼놓았다. 오랫동안 미국은 중국에게 위안화 환율 절상을 요청해왔고, 때로는 외교적으로 상상하기 힘든 험한 말까지 오갔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싱거운 결말이다.
이런저런 보도가 나오는데, 다소는 정신이 없다. 사실 위안화 절상이 1~2년 된 문제도 아니고, 증권투자를 오래 한 사람이라면 이미 10년 전부터 이슈가 됐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도대체 왜 이 문제가 이렇게 중요한가.

사실은 10년 전에 나오던 위안화 문제와 요즘 나오는 위안화 문제는 그 무게가 크게 다르다. 대단히 치열한 경제전쟁의 샅바 잡기가 위안화를 놓고 벌어지고 있다. 향후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바꿔놓을 수 있는 환율 전쟁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이번 전쟁과 비슷한 환율 전쟁이 과거에도 한 번 있었다. 당시 상황을 돌이켜보는 것이 최근의 위안화 환율 문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에 걸쳐 세계경제는 일본의 부상에 경악한다. 패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1950년대 초반, 한국의 6·25로 재건의 기틀을 닦은 일본은 이후 저임금을 무기로 전 세계 수출시장을 개척했고, 엄청난 무역흑자를 보면서 국부를 쌓아가고 있었다. 반면 같은 시기 미국은 새로운 문제를 안기 시작했다. 사실 환율이란 것은 어느 정도 국제경제를 조정해주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어느 나라가 무역적자를 심하게 보면(즉 자기가 벌어들인 것보다 많이 쓰면) 해당 국가의 돈이 인기가 없어지면서 화폐가 절하된다. 그러나 대신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 이 나라 제품의 수출경쟁력이 높아지고, 그러다 보면 무역적자가 줄어들어 균형점으로 가게 된다.

한국의 경우 IMF 쇼크 직후 환율이 급등(원화 절하)하면서 급속히 무역흑자를 보기 시작했고 위기를 탈출할 수 있었다.

그런데 미국은 이럴 수가 없었다. 흑자를 본 나라들은 결국 이 흑자를 어떻게 관리할까 고민한다. 그런데 투자하려다 보니 비교적 안전한 투자처를 찾게 되고, 결국은 정치적-군사적으로 패권국이 된 미국의 달러화가 부도날 가능성은 없다는 생각에 돈이 미국 국채로 몰렸다. 결국 무역적자로 빠져나간 돈이 고스란히 다시 미국 국채 투자자금으로 되돌아왔다.

이러다 보니 미국의 달러화 가치는 다른 나라와 달리 떨어지지 않았고, 무역수지를 개선할 틈이 없이 빚쟁이 국가가 되고 말았다. 게다가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지 않다 보니 자동차 등 미국을 대표하는 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져 무너지는 부작용까지 나타났다.

미국 내 여론의 화살은 미국에 엄청난 흑자를 보고 있는 일본으로 돌아가게 된다. 미국은 일본이 미국에 엄청난 수출을 하면서도 농산물 시장은 개방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들어 일본을 비난하기 시작했고, 양국 간에 ‘통상마찰’이 생겼다. 미국에선 일본 자동차를 부수는 시위가 일어났고, 일본에선 《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이란 책이 나오는 등 감정대립 양상으로 번졌다.

무역마찰과 미국의 엄청난 적자가 문제의 절정을 향해 가자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5개국은 1985년 ‘플라자 합의’를 이끌어낸다. 쉽게 말해 일본 엔화를 평가절상하고 달러화를 평가절하하는 것을 용인한다는 얘기였다. 이 이후로 달러당 260엔까지 갔던 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은 1년 후 150엔(엔화 강세)이 됐고, 1988년 초엔 120엔까지 반토막이 났다.

일본 기업들은 엔화 강세 초기엔 특유의 경쟁력으로 선전하는 듯했지만 경제 자체는 곪아 들어갔다. 엔화 강세와 흑자로 돈은 쏟아져 들어오는데, 내수 성장은 그에 따라가지 못하다보니 자산 가격에 버블이 형성됐고, 결국 1990년대 들어서자마자 버블이 붕괴되면서 일본은 끝없는 장기 불황의 터널로 들어간다. 세계경제의 왕자가 될 듯했던 일본은 그 후 점점 추락했고, 이젠 무역마찰 얘기는 나오지 않는다.


위안화 절상 요구하는 미국, 꿈쩍 않는 중국

그리고 20년이 지났다. 그러나 미국의 무역 적자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 이제는 일본이 있던 자리에 중국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이 엄청난 무역적자를 보고, 흑자국인 중국은 미국 국채를 사들여서 미국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지 않도록 받치고, 미국 기업들은 경쟁력을 잃고 있지만 미국 내에는 돈이 풍부한 사태는 당시와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 더군다나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로 환율을 국가가 조절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원래대로라면 흑자를 많이 보는 중국의 위안화가 당연히 평가절상돼야 하지만 정부가 이를 용인하지 않는 상황이다.

서로 좋은 것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문제는 단순치 않았다. 말 그대로 ‘불균형’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서 벌어진 것이 2008년의 전 세계 금융위기다. 2008년 전 세계 금융위기는 미국의 서브프라임(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문제로 시작됐다. 서브프라임 문제와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상 문제와 무슨 상관이냐 할지 모르지만 상관있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서브프라임 부실 문제는 쉽게 말하면 2000년대 중반 이후 주택 가격이 너무 올라서 거품(버블)이 생겼고, 이 거품(버블)이 붕괴되자 주택을 담보로 빚을 진 사람과 은행이 무너진 현상이다. 보통은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너무 저금리 정책을 오래 폈기 때문에 시장에 버블이 생겼다고 해석하는데, 미국은 이 버블이 생긴 원인 중 하나가 중국의 대규모 무역흑자와 미국의 국채 매입이라는 ‘글로벌 불균형’이라고 보고 있다. 게다가 중국은 2008년 금융위기가 닥치자 아예 위안화 환율을 고정시켜버리고 수출 경쟁력을 유지했다.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줄기차게 중국이 위안화를 절상할 것을 요구했는데, 중국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중국은 미국 국민이 방만하게 경제를 꾸려간 책임을 중국에 돌리고 있다는 입장. 특히 세계 정상을 눈앞에 뒀던 일본이 엔화 절상으로 무너진 것을 이미 본 후라 완강했다. 중국은 실질적으로 미국에 반대할 수 없었던 일본과는 달랐다. 일본의 한 경제 전문가는 “중국은 당시 일본 정부의 대응을 정확히 반대로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럼 중국이 ‘환율 변동성을 늘리겠다’고 한 것은?

당시는 G20 회담을 앞두고 중국에 가해지는 압력을 피하기 위해서였다는 게 정설이다. 절상한다고 약속하지도 않았고,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하겠다고 약속하지도 않았다. 어차피 관리하는 환율이므로 서서히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위안화 환율이 절상되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과거 일본이 그랬듯이 급격하게 절상되는 일은 없으리라는 것이 정설이다. 미국이 ‘환율조작국’ 지정을 하지 않은 것처럼 본격적인 충돌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은 앞으로도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절상이 필요할 것이고 중국도 그쪽으로 갈 것이다. 내수성장 역시 중국이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이기 때문이다. 개인 입장에선 점진적인 위안화 절상을 염두에 두고 투자 전략을 짜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얘기다.

일러스트 : 배진성
  • 2010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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