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간 계속되고 있는 그리스의 재정위기와 관련, ‘IMF의 기억’과 겹쳐 보는 시각이 많다. ‘금 모으기’를 하면서 위기를 탈출했던 10여 년 전 우리 기억을 되새겨볼 때, 총파업을 시작하고 거리에 나서는 그리스의 모습은 다소 의아해 보인다. 현재 그리스의 상황은 당시 한국 상황과는 다른 점이 상당히 많아 그리스 국민들의 대응을 단순하게 평가하기는 힘들다. 다만 이번 그리스 사태를 보면서 새삼 깨닫게 되는 것들은 있다. ‘당시 왜 그랬을까?’ 하는 것이다.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몇 달간 계속되고 있는 그리스의 재정위기와 관련, ‘IMF의 기억’과 겹쳐 보는 시각이 많다. ‘금 모으기’를 하면서 위기를 탈출했던 10여 년 전 우리 기억을 되새겨볼 때, 총파업을 시작하고 거리에 나서는 그리스의 모습은 다소 의아해 보인다. 현재 그리스의 상황은 당시 한국 상황과는 다른 점이 상당히 많아 그리스 국민들의 대응을 단순하게 평가하기는 힘들다. 다만 이번 그리스 사태를 보면서 새삼 깨닫게 되는 것들은 있다. ‘당시 왜 그랬을까?’ 하는 것이다.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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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쉬운 경제 이야기] 한국과 그리스의 외환위기, 뭐가 다른가?

몇 달간 계속되고 있는 그리스의 재정위기와 관련, ‘IMF의 기억’과 겹쳐 보는 시각이 많다. ‘금 모으기’를 하면서 위기를 탈출했던 10여 년 전 우리 기억을 되새겨볼 때, 총파업을 시작하고 거리에 나서는 그리스의 모습은 다소 의아해 보인다. 현재 그리스의 상황은 당시 한국 상황과는 다른 점이 상당히 많아 그리스 국민들의 대응을 단순하게 평가하기는 힘들다. 다만 이번 그리스 사태를 보면서 새삼 깨닫게 되는 것들은 있다. ‘당시 왜 그랬을까?’ 하는 것이다.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남유럽의 문제가 다 그렇지만, 이번 그리스의 위기는 기본적으로 ‘재정’ 위기다. 쉽게 말해 국가가 돈을 너무 많이 써서 일어난 위기라는 것이다. 반면 10여 년 전 한국의 위기는 ‘외환’ 위기다. 외국 돈이 없어서 난 위기라는 얘기다. 좀더 자세히 얘기해보면, 10여 년 전 한국은 정부 자체는 튼튼했다. 지금도 한국 정부의 재정 건전성은 큰 문제가 없지만(일부 반론은 있지만)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의 문제는 기업과 금융권 등 민간 기업들의 지나친 확장이었다. 당시 한국 기업과 은행들은 기본적으로 ‘차입 성장’을 했었다. 워낙 급성장하는 경제였다 보니 고금리를 주고라도 국내, 국외 할 것 없이 돈을 빌려서 투자하면 이익이 더 많이 났다.

거기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는데, 1997년이 되자 한보그룹을 필두로 빚을 이기지 못하고 연속 부도가 나는 상황이 일어났다. 그러자 이 대그룹에 돈을 빌려준 은행들의 형편이 어려워졌다. 문제는 은행-종합금융 등의 금융권이 해외에서 외화로 돈을 빌려와 국내 기업들에 빌려줬는데, 한국 기업과 은행들이 힘들다는 얘기가 들려오자 외국에서 일제히 돈을 빌려주지 않게 된 것이다. 외화 자체가 없는데, 해외에 돈을 갚기 위해 원화를 달러로 바꾸려 하니 달러화 가치가 더욱 올라갔다. 이러다 보니 정부가 비상금으로 가지고 있던 ‘외화’가 떨어지고 국가 부도 위험을 맞게 됐다. 이른바 과속성장에서 부작용이 일어난 것인데, 쉽게 말해 한국의 문제는 ‘무리한 성장’의 문제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리스의 문제는 일반 기업들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진 빚의 문제였다. 유럽 국가들이 대부분 가지고 있는 골칫거리는 연금이다. 그런데 그리스의 경우 이 연금이 다른 유럽 국가들과 비교해봐도 후하다. 그리스의 임금 대비 연금수령액 비율은 95%다. 쉽게 말해 퇴직 전 받던 임금을 거의 그대로 퇴직 후에도 받는다는 얘기다. 자연스럽게 정부의 재정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채권을 발행해서 돌려막는 것이 한계에 이르면 국가 부도가 일어난다. 이런 경우 돈을 찍어 없는 재정을 보충하면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경제가 더욱 수렁 속으로 밀려 들어간다. 그리스의 문제는 ‘무리한 분배’의 문제인 셈이다.

한데 그리스에는 또 다른 특수 사정이 있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이란 것이다. 그리스 경제가 약화되면 유로화 가치 전체가 약화된다. 이 때문에 그리스 혼자서 IMF를 고민한 것이 아니라 유로를 사용하는 유로존 전체가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을 고민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아무 데도 하소연할 데가 없는 게 아니고 통화가치를 지키기 위해 진지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인근 나라들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그리스의 구제금융은 IMF와 더불어 여러 인근 나라들이 제공해줬다.

한국의 경우 IMF는 간단한 원칙 아래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외화가 부족해서 위기에 빠졌으니 외화를 들어오게 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우선 금리를 높였다. 높은 금리를 챙기기 위해 외국 자본이 들어올 것이라는 얘기였다. 이는 반대로 높은 부채 비율을 가진 국내 기업들에게는 말 그대로 극약 처방이었다. 당시까지 상장 기업들의 부채 비율은 600%가 넘었다. 금리가 높아지자 이자 비용을 내지 못한 국내 기업들은 도미노 넘어지듯 넘어졌다.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대규모로 고용을 줄였다.

당시까지 한국 기업들은 고용정리를 해본 경험도 거의 없었고, 근로자는 호봉제와 평생 고용을 당연히 여겼다. 사회적으로 엄청난 충격이 있었지만 “나라가 망해서 그랬거니”라며 지불해야 할 대가로 여겼다. 외환위기로 환율이 높아지자(원화 약세) 외국인들 입장에서 한국 기업들은 헐값이었다. 당장 급한 돈을 막기 위해 주요 기업들 지분이 외국에 넘어갔다.

당시 IMF가 한국에 요청한 구조조정이 반드시 필요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견해가 있다. 이후 2008년 일어난 세계 금융위기 때 미국은 금리를 올리기는커녕 장기간 금리를 낮춰서 경기를 풀려고 노력했다. 그것도 어느 한 나라가 금리를 올리면 그 나라로 돈이 몰려갈까 봐 출구 전략에 공동 전략을 세우자는 논의까지 했다.


그리스의 외환위기는 유럽 전체의 문제
그럼 그리스에 요구할 구조조정은?


현재 IMF는 구체적인 구제 금융안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재정을 너무 많이 풀고 연금을 많이 줘서 문제가 생긴 나라인 만큼 인근 국가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연금을 너무 많이 주지 말고 재정 긴축을 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 문제는 한국보다 더 복잡하다. 일단 ‘나라가 망했으니까’라며 기업의 구조조정을 받아들인 한국과 달리 그리스 국민들은 이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는 듯하다. 게다가 그리스는 IMF처럼 ‘임자 없는’ 돈을 받은게 아니라 유럽 여러 나라들의 돈을 받게 된다. 유럽국들 입장에서 보면 그리스 국민들이 지나치게 방만하게 돈을 써서 생긴 문제를 자기 나라 국민들이 힘들게 일해서 벌어들인 돈을 써서 막아줘야 하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기업사냥이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펀드 등이 자기 책임을 가지고 들어가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리스의 경우 구제금융을 해도 그게 이자 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 혹은 돌려받을 수나 있는것인지 무척 불투명하다.

이 정도면 문제는 정치로 넘어간다. 이른바 ‘포퓰리즘’ 정부가 나타나서 ‘지나친 구조조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 빌린 돈은 안 갚겠다’고 나서는 것이 돈을 빌려준 국가 입장에서는 가장 두렵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국민들이 데모에 나서 정부가 이런 포퓰리즘적인 선언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것도 두렵다. 이 때문에 그리스에서 파업이 일어나도, 유럽 각국에서 그리스 지원 안을 가지고 논쟁이 벌어져도 전 세계 주가가 올랐다 내렸다 하는 일이 벌어진다.

아마 1990년대 IMF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을 것 같다. 당시는 대선의 해로 일부 구조조정 기업들에서 데모가 일어나는 일이 있었고, 정치인들이 이들을 격려하는 일이 있었는데, IMF는 대선 후보들에게 IMF의 구조 조정안을 받아들이도록 요구했다. 서구인들의 사고방식으로 정권이 바뀌면 우리 정부가 중간에 말을 바꿀지 모른다고 봤던 셈이다.

일반인 입장에서는 앞으로도 좋으나 싫으나 남유럽 정치 상황, 그리고 기타 유럽의 정치 상황까지도 관심을 둬야 할 것 같다. 선거가 있을 때마다 형편이 나은 서유럽 나라라면 그 정부가 남유럽 국가들의 위기 때 돈을 지원해줄 정도로 정치력이 있는 정부인지를 잘 봐둬야 할 것이고, 남유럽 국가들의 선거 때는 포퓰리즘 성향이 어느 정도인지 역시 챙겨봐야 할 것이다. 그때마다 증시는 위아래로 출렁거릴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각국이 위기를 탈출하는 과정이라 전체적으론 전 세계 경기가 회복되는 과정이며, 2년 전처럼 그 여파가 우리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커질 가능성까지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 2010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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