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이 개막됐다. 진부한 말이지만, 2009년은 적잖이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 증권가로서는 특히 그렇다. 금융위기 이후 절망적 경기 상황에서 드라마틱한 반전 스토리를 써냈기 때문이다. 지수만 놓고 보면 완연한 심리 회복이 목격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듯 2010년 이후를 함께할 새로운 전략수립이 필요한 순간이다. 특히 새해를 맞아 포트폴리오를 변경하려는 움직임도 적잖다. 뭘 고를지 고민이 깊다는 얘기다. 이럴 때 가치투자의 핵심 지표이자 종목 선정의 만능 열쇠로 꼽히는 PER에 대한 월가 고수들의 투자 훈수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

[전설적 투자가에게서 배우는 성공투자법] 가치투자 핵심지표 ‘PER 낮을수록 우량확률’

2010년이 개막됐다. 진부한 말이지만, 2009년은 적잖이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 증권가로서는 특히 그렇다. 금융위기 이후 절망적 경기 상황에서 드라마틱한 반전 스토리를 써냈기 때문이다. 지수만 놓고 보면 완연한 심리 회복이 목격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듯 2010년 이후를 함께할 새로운 전략수립이 필요한 순간이다. 특히 새해를 맞아 포트폴리오를 변경하려는 움직임도 적잖다. 뭘 고를지 고민이 깊다는 얘기다. 이럴 때 가치투자의 핵심 지표이자 종목 선정의 만능 열쇠로 꼽히는 PER에 대한 월가 고수들의 투자 훈수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
투자자라면 한두 번은 들어봤음직한 지표가 있다. PER다. PER(Price Earning Ratio)란 주가수익배율로 해석된다.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수치로, 주가가 주당순이익의 몇 배인가를 의미한다(PER=주가/주당순이익). 즉 시가 총액을 연간 순이익으로 나눈 것과 같다. PER가 5배라면 5년간의 순이익만으로 투자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투자수익률로 환산하면 연간 20%에 달한다. 기업의 내재가치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기본척도로, 수익성을 체크하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이해된다. 절대기준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PER비율이 낮으면(저PER주) 가치대비 주가가 싸다는 뜻이다.

아마추어라면 시장・업종평균 PER보다 낮은 것만 골라도 일단은 우량주 발굴의 1차 관문은 통과하는 셈이다.

PER란 개념을 처음 소개한 이가 존 네프다. 스스로 ‘저PER주 투자자(Low PER Shooter)’로 부를 만큼 PER를 중시했다. 오직 저PER주만 발굴해 남들이 무시할 때 사들여 천문학적인 수익률을 거뒀다. 그는 “PER야말로 주식시장 최고의 심판관”이라며 “종목 선정이 어려울 때는 복잡하게 고민할 것 없이 저PER주만 골라 사라”고 했다. 증시란 대개 인기 종목에 치우치게 마련이다. 우량기업이라도 관심을 못 끌면 저평가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저PER주는 하락확률이 낮다. 엄청나게 치솟다 작은 악재에 맥없이 추락하는 성장주와도 구별된다. 그는 “경험상 저PER주 투자만큼 확실한 결과를 가져다준 경우가 없다”며 “대중으로부터 사랑받지 못한 우량주를 사 그 종목에 관심이 옮겨갈 때 파는 게 가장 현명한 투자”라고 했다.

실제로 ‘저PER주’란 단어는 증권가의 공통 전유물이다. 가장 오래됐고, 편리한 지표로 인터넷에 입력해보면 사흘 밤낮을 읽어도 모자랄 만큼 정보가 넘쳐난다. 너무 흔해 무시하는 사람도 많다. 그래도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월가 고수들이 저PER주를 입버릇처럼 반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피터 린치는 “극단적인 고PER주는 안장 없이 뛰는 경주용 말처럼 불리하다”고 말한다.

월가의 성인 존 템플턴은 “단순히 싼 게 아니라 가장 싼 걸 사라”며 “그러자면 PER를 우선순위로 두고 영업이익률, 청산가치, 매출액성장률 순서로 분석할 것”을 권한다.

저PER주에도 기준이 있다. PER배수의 판단기준은 시장 혹은 업종 평균과 비교하는 게 원칙이다. 산업마다 성장성과 수익성이 다르기 때문에 업종 성격을 먼저 파악할 필요가 있다. 대체로 업종 성격상 투하자본이 많은 제약, 기계, 조선업 등과 시장성격상 벤처기업이 운집한 코스닥은 업종평균 PER가 높다. 반대로 제지, 섬유업 등은 PER수준이 비교적 낮다. 동일업종 안에서 저PER주를 고르는 게 기본이다. 자칫하면 PER가 모두 낮은 사양업종에서 잡주만 매입하는 격이 될 수 있어서다.

고수들의 저PER 기준은 제각각이다. 낮을수록 좋다는 건 공통된 평가다. 가치투자의 대가 벤저민 그레이엄은 적정 PER 수준을 15배 이하로 규정했다. 그 이상이면 투기성향이 강해진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펀드매니저이자 재무학 교수인 마틴 즈웨이그는 PER의 최소기준으로 5배 이상을 권한다. 지나치게 낮으면 부실기업 우려가 있어서다. 값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쓰레기’ 주식을 사들여 뜰 때까지 묵묵히 기다리는 전략으로 대박을 낸 데이비드 드레먼은 “PER는 낮을수록 좋은데, 전체시장에서 하위 20%에 속하면 합격권”이라고 규정했다.

피터 린치는 성장주이면서 매출액 10억 달러 이상인 대규모 기업을 전제로 PER 40배 이하를 상한으로 삼았다. 40배면 고PER로 볼 수도 있지만 첨단기술과 관련된 성장주이면서 동시에 10억 달러 이상의 거대 매출을 전제로 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 기준은 상한선으로, 대부분의 편입종목은 40배보다 훨씬 낮았다. 더불어 “고PER라면 이를 정당화할 만한 굉장한 수익성 보유가 필수”라며 “투자자라면 기본지표인 PER배수는 반드시 주목하고, 또 점검할 것”을 권한다. 월가 최초의 투자 전략 특허를 취득한 제임스 오쇼너시도 시가총액 10억 달러 이상의 대형주에 한정해 PER가 비교대상 기준 하위 50위권 이내면 괜찮다고 했다.

저PER주 투자 땐 유의할 점이 있다. PER가 낮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분모인 이익이 일시적으로 좋아져 PER가 낮아질 수 있어서다. 이익의 일시적인 출렁거림에 따른 착시현상을 경계하란 의미다. 손실상태에서 일시적인 이익증가 덕분에 PER가 낮아질 수도 있다. 낮은 게 당연할 만큼 기업경쟁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편입불가다. 존 네프는 “저PER주는 헐값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며 “저PER주에 투자할 땐 저가로 거래되는 종목 중에서 실제로 성장 가능성이 낮은 종목과 단순히 저평가된 종목을 구분해내는 게 중요하다”고 진단한다. 착시현상을 피하자면 과거 이익추이를 꾸준하고 꼼꼼히 챙겨볼 필요가 있다. 월가 고수들은 PER의 분모인 순이익을 엄격하게 분석했다. 특별 손익은 제외했고, 적어도 과거 3~5년간의 이익추이는 꼭 챙겼다. 저PER주 함정을 경고했던 윌리엄 오닐은 “단지 저PER에 현혹되거나 배당금을 받을 욕심에 이류 주식을 사면 안 된다”며 “PER를 볼 땐 과거 오랜 기간의 순이익, 매출액, ROE(자기자본이익률) 등을 꼭 챙길 것”을 권했다.

데이비드 드레먼은 일반인이 쳐다보지도 않을 만큼 소외된 주식을 ‘떨이’로 사들여 큰 성공을 거뒀다. “저PER주를 나눠 담으면 눈 감고 투자해도 시장평균보다 훨씬 성적이 낫다”며 “이런 주식은 늘 시장관심 밖에 있어 아무도 신경을 안 쓴다”고 했다. 그가 과거 50년의 주가데이터를 실제 분석해봤더니 저PER주의 장기수익률은 탁월했다. 또 하나 챙길 건 미래성장성이다. 현재의 저평가 논리 외에 향후의 성장가능성이 좋아야 한다. 성장성 없는 저PER주란 앞으로도 계속 싼값에 팔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림 : 배진성


▣ 저PER투자의 달인 ‘존 네프’의 종목선정 7대 기준

1 저PER주 투자 = 시장상황이 어떻든 저PER주 전략은 변함없다. 다만 잘 골라도 매도시점을 놓치면 곤란하다.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고집스런 원칙고수가 필수다. 역발상이다.

2 7% 이상의 펀더멘털 성장 = 저PER면서 고성장 기업이 바람직하다. 매년 7% 이상 성장하면서 유력 종목보다 40~60% 이상 저PER라면 최상이다. 수익성장률을 판단할 땐 5년 정도가 적절하다.

3 배당수익률 방어와 개선 = 저PER주는 대개 높은 배당수익률을 기록한다. 배당수익률이야말로 가장 분명한 성장지표다. 우량기업은 배당을 늘리려는 경향이 강하다.

4 총수익률과 PER의 긍정적 관계 견인 = ‘총수익률 = 수익성장률 + 배당수익률’이다. PER는 총수익률을 견인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총수익률/PER’의 계산법을 활용하라. 이게 업종 평균과 차이(2배 이상)를 보인 종목을 가려낸다.

5 PER를 감안한 순환주 투자 = 적절한 시기에 순환주를 샀다 수요가 늘 때 판다. 순환업종 특성을 활용해 한 종목을 반복 매매할 수 있다. 다만 순환주는 수익이 늘면 PER가 덩달아 오르는 성장주와 다르다.

6 확실한 성장기업 = 탄탄한 시장지위와 확실한 성장가능성을 보유한 기업이 조정될 때 사라. 탄탄한 기초체력을 가진 기업은 업황이 어렵거나 순간적으로 비틀거려도 곧 살아난다.

7 강력한 펀더멘털 = 펀더멘털 건실하면 저PER 이점을 극대화한다. 고려사항은 수익과 매출이다. 매출이 늘면 수익도 는다. ‘수요 > 공급’일 때 가격결정권도 쥔다. 현금 흐름과 ROE도 훌륭한 도구다.
  • 2010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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