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쉬운 경제 이야기] 우리가 겪게 될 고령화 사회는?

지난해 12월 초 일본의 3분기(7~9월) GDP 속보를 본 세계 경제계가 경악했다.

불과 얼마 전인 11월 중순, 1차 3분기 GDP 성장률 잠정치를 발표했을 때는 당시 연율로 전 분기 대비 4.8%였다. 이는 당초 예상을 두 배 이상 뛰어넘은 것이라 미국과 유럽에 이어 일본도 급회복 구도에 접어들었다는 소식에 전 세계가 흥분했다. 그런데 불과 한 달 만에 연율 1.3%로 대폭 하향 조정된 수치를 발표한 것이다. 이는 전문가들의 예측치를 넘어서기는커녕 예측치에 훨씬 못 미치는 ‘쇼크’에 해당하는 것이었고, 경기 회복 스피드가 오히려 떨어지면서 이른바 ‘더블 딥’(이중 침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한때 세계경제를 이끄는 역할을 하던 일본 경제가 이젠 세계경제의 짐이 돼가는 상황이다.

물론 논란은 있다. 일본의 제조업 기술은 아직도 대단하고, 나라 전체가 가지고 있는 실력은 어디 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이전처럼 세계경제를 틀어쥘 역량이 없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도대체 원인은 뭘까? 분석하는 사람에 따라 답은 다르지만, 공통으로 들고 있는 요인이 하나 있는데, 그것이 바로 ‘고령화’다. 고령화와 인구감소는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몇 년간 중요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어 익히 잘 알려져 있는 듯하지만, 일본의 경우를 보면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

한 나라의 경제 규모는 궁극적으로 그 나라의 인구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 통설이다. 인구가 줄어들면 경제 규모도 줄어든다. 경제 규모가 줄어든다는 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죽 성장궤도를 달려오던 나라에게는 상당히 견디기 힘든 일이다. 쉽게 말하면 멀쩡히 돌아가던 공장이 문을 닫고,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얘기다. 물론, 인구의 자연소멸에 의한 것이므로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자체가 큰 착각이다. 인구감소는 고령화 현상이라는 부작용과 함께 이뤄지기 때문이다.

고령화가 처음 얘기되기 시작한 것은 확실치는 않으나 1956년 유엔이 당시 유럽사회가 고령화(aged)됐다고 얘기했다는 데서 비롯됐다는 설이 일반적이다. 유엔은 이후 2000년에 고령화의 기준을 제시하는데, 65세를 기준으로 한 국가의 총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중이 4% 미만인 국가를 유년 인구국(Young Population), 4~7%인 국가를 성년 인구국(Mature Population), 7% 이상인 국가를 노년 인구국(Aged Population)으로 분류하고, 노년 인구국을 다시 세분해서 노인인구 비중이 7% 이상인 국가를 고령화 사회(Aging Society), 14% 이상인 국가를 고령 사회(Aged Society), 20% 이상인 국가를 초고령 사회(Super-Aged Society)라고 한다. 7%에서 끊는 이유도 확실치는 않은데, 이것도 1956년 당시 유럽 인구의 7% 정도가 고령이었다는 데서 나온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일본의 경우 1970년에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고, 1994년에 고령 사회에, 2007년에는 초고령 사회가 됐다. 일본은 고령 사회에 진입하고 나서 조금씩 고령화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사실 처음에는 그렇게 비관하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일본에서는 고령화 인구가 오히려 높은 생산력을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의술의 발달로 현재의 65세는 과거의 65세처럼 생산력을 잃지 않는다고 봤다. 오히려 노인을 위한 노인산업이 발달하면서 제2의 전성기가 올 수 있다고 봤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일본은 전자제품 등의 첨단 제품을 개발해서 먹고사는 나라였다. 그런데 고령화가 진행되자, 시장의 성격이 미묘하게 변했다. 일부 전자제품 마니아들의 첨단 수요는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신제품에 반응하는 얼리어댑터 층이 특정 취향을 가진 사람만으로 줄어들었다. 이렇게 되다 보니 일본 제품은 지나치게 매니악한 쪽으로 흐르면서 세계 전체 시장의 흐름을 잡기 어려워졌다. 산업도 변하기 시작했다.

상징적인 사건이 오래된 놀이공원을 헐고 그 자리에 온천을 짓는 것이었는데, 적극적으로 놀러 다니는 젊은 층의 수요와 몸이 불편한 노년층의 수요는 비교하기 힘든 것이었다.

고령자를 생산현장에 투입한다는 것도 실제로는 어려웠다. 본인들은 건강하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젊은 층보다 효율이 크게 떨어졌다. 오랜 사회생활을 한 고령자들의 잔소리 때문에 조직의 인화가 깨지는 일도 많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러 가지 문제들이 더욱 불거졌다. 평균 수명이 더 길어지면서 60~70세 노인이 80~90세 부모를 수발해야 하는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수입이 없는 노령 인구가 더 나이든 인구를 부양해야 하는 것이다.


인구 줄고 경제 규모 줄면서 생기는 경제 문제들

경제 규모가 줄어든다는 얘기는 마이너스 성장을 한다는 얘기다.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청년 취업이 힘들어졌고, 많은 젊은이들은 고정된 직장을 가지는 대신 아르바이트로 먹고 살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이들이 제대로 된 소비를 할 수가 없다. 게다가 은퇴한 노령 세대 역시 고정수입이 없다 보니 소비가 힘들어졌고, 직장인도 언제 퇴직하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소비를 꺼리게 됐다.

인구가 늘어날 때는 ‘인구 보너스 현상’이 있다. 젊은 층의 생산 가능한 인구가 늘어나면서 계속해서 소비시장이 커진다. 일자리가 점점 늘어나고, 이것이 생산 증대로 이어지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하게 된다. 그런데 줄어들 때는 반대로 ‘인구 오너스(onus-부담) 현상’이 일어난다. 젊은 층이 줄고, 일자리가 줄고,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지는 것이다.

처음에는 여러 가지 수단을 강구했다. 처음 나온 것이 ‘간병보험’이었다. 젊었을 때 일정한 보험료를 내면, 나이가 들어 움직이기 힘들 때 국가가 최고 10분의 1만 돈을 받고 간병인이나 요양처를 제공하는 보험이었다. 그러려면 간병인 서비스가 필요하기 때문에 간병인 수요가 커질 것이고, 이것이 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국가의 재정 부담은 천문학적으로 커졌다. 그 다음은 연금으로 불똥이 튀었다. 연금을 낼 사람이 줄어들고 받을 사람이 늘어나자 펑크가 날 지경이 된 것이다. 연금 개혁을 해야 하는데, 정치적 부담이 되다 보니 아무도 손을 대지 못했고, 점차 나라 빚만 늘어가고 있다.

한때 세계 최고의 경쟁력과 욱일승천하는 기세를 가진 일본조차 고령화의 벽에 부딪혀 이렇게 어려움을 겪는데, 우리나라는 과연 이 문제에 잘 대처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00년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고, 현 추세로 갈 경우 2018년에는 고령 사회에, 2026년에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일반인 입장에서 고령화 사회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가진 일부 기업은 더욱 더 성장하겠지만, 대체적으로 내수 기업은 어려워진다고 봐야 한다. 기업이 성장하려면 쉴 새 없는 기술개발과 경쟁력 확보를 해야 하고, ‘보통’ 기업은 어려워진다. 부동산도 장기적으로는 수요가 줄어들 것을 대비해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통은 인구가 줄어드는 사회는 성장 잠재력을 다 쓴 것으로 보는데, 국내보다는 해외의 성장 중인 나라에 투자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그림 : 배진성
  • 2010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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